오이디프스왕 ‘선의가 낳은 비극적인 결말’

최성은/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5/11/24 [15:36]
이번 호에서는 소포클래스의 비극 몇 편을 읽도록 하자. 무심히 들으면 택배회사 이름 같지만 소포클래스(Sophocles)는 그리스가 낳은 3대 비극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가 비극작가인 것과 그가 묘사한 수많은 사람들의 비극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자랐다. 그는 다방면으로 재 능이 특출했다. 어릴 때는 코러스의 선창을 맡을 정도로 노래를 잘했고 29살 약관의 나이에는 대선배 아이스킬로스를 제치고 비극경연에서 일등상을 받을 정도로 글솜씨가 뛰어났다.
 
그는 정치적으로도 대단하여 BC443년에 결성된 델로스 동맹의 10인 통솔자 중 한 명이었고 펠레폰네소스 전쟁의 초기에는 해군제독으로 참전하여 용맹을 떨치기도 하였다. 이처럼 빼어난 재능과 온화한 인품에 잘 생기기까지하여 아테네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였다.
 
사후에 그에게 <덱시온>이란 영웅칭호를 선사한 것은 그를 향한 아테네 시민들의 사랑이 얼마나 열렬했던가를 보여준다.
 
그는 모두 123편의 작품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존하는 것은 7개로 <트라키스의 여인들>, <아이아스>, <안티고네>, <오이디푸스 왕>, <엘렉트라>, <필록테테스>, <클로노스의 오이디푸스>이다.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소포클래스 이후 그 어떤 사람도 내게 호감을 주지 못한다. 그는 순수하고 고귀하고 위대하며 쾌활하다. 현존하는 소포클래스의 작품이 몇편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유감이다”.
 
소포클래스의 <오이디푸스 왕>, <클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안티고네>를 가리켜 테베 3극이라고 하며 오이디푸스를 출생부터 죽을 때까지 붙잡고 있던 비극을 다룬다.                                                                                      
 
오이디푸스는 테베의 왕인 아버지 라이오스와 어머니 이오카스테 사이에서 태어난다. 왕은 이미 <아들에게 살해당한다>라는 신탁을 받고 있었으므로 아들이 태어나자 왕비에게 죽이라고 명령했고 왕비는 시종에게 그 일을 시킨다. 차마 아기를 죽일 수 없었던 시종은 아이를 산속의 한 나무에 메달아 놓는다. 아이가 발견되었을 때 그의 발은 퉁퉁 부어 있었다. 그 부은 발을 보고 아이의 이름을 오이디푸스라 했다.
 
아이는 마침 자식이 없던 고린도의 왕에게 바쳐진다. 성장한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라는 신탁을 듣고 그런 기괴한 일을 피하기 위해 고린도를 떠난다. 테베를 여행하던 중 좁은 길을  서로 먼저 가려다 시비가 붙은 테베의 왕 라이오스를 죽인다.
 
아울러 테베의 골치꺼리였던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고 테베를 구한다. 테베의 왕으로 추대받고 왕비 이오카스테와 결혼한다. 그 사이에서 두 아들과 두 딸을 낳는다. 그가 살해한 왕은 아버지였고 그가 결혼한 여인은 그의 어머니였다. 신탁은 정확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아무도 모른다.
 
테베는 그의 선정 아래 평화와 번영을 누린다. 그러나 오이디푸스의 범죄를 알고 있던 신들은 심판을 시작한다. 테베에 역병이 돌자 오이디푸스는 델포이로 사람을 보내 신탁을 구한다. 신탁은 선왕 라이오스를 죽인 자를 찾아 복수하면 역병이 물러 간다는 것이었다.
 
예언자 티레시아스는 살해자가 바로 오이디푸스임을 알려 준다. 친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했다는 사실에 몸서리치던 오이디푸스는 아내마저 자살하자 아내의 옷에 달려 있던 황금브로치로 자기 두 눈을 찌른다. 그리고 나라를 크레온에게 맡기고 유랑에 나선다.
 
딸들과 함께 오랜 세월 갖은 수난과 고초를 겪으며 세상을 떠돌다 마침내 클로노스에 자리잡는다. 그리고 현명한 클로노스의 지배자 테세우스의 도움으로 숨을 거둔다. 클로노스에서 벌어지는 비극은 <클로노스의 오이디푸스>에, 그가 죽은 후 아들과 딸에게 일어난 비극은  <안티고네>에 잘 묘사되어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운명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그것을 벗어날 수 있는가. 선의가 낳은 비극적인 결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인간은 숱한 고난과 역경을 거치지 않으면 진실에 접근할 수 없는가. 보이는 눈으로는 보지 못하던 진실이 왜 보이지 않는 눈에는 보이는가. 소포클래스는 이런 어려운 문제를 질문하려고 했을까 답을 주려고 했을까. 〠

최성은|시드니선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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