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머리에 붙이는 이름

최성은/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5/12/28 [15:24]
기독교 인문학 산책을 쓰기 시작한지 일 년이 넘었다. 기독교 인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글로 시작하여 쪽빛 눈부신 지중해를 끼고 돌면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읽고 인류의 위대한 스승들인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나고 헤로도토스의 역사와 헤시오도스의 신통기, 소포클래스의 오이디푸스 왕까지 함께 읽었다.
 
철학과 역사와 문학을 종횡으로 넘나들었으니 소위 말하는 문사철을 제대로 맛본 셈이다. 
 
이제 우리는 발길을 돌려 예술쪽으로 간다. 아직도 그리스냐 눈이 동그래질 독자들이 많겠지만 그렇다 아직 그리스다. 그리스는 그만큼 넓고도 깊다. 우리는 그들의 건축과 조각과 회화들을 맛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리스의 건축이라면 재빨리 파르테논 신전을 떠올릴 것이다. 맞다. 파르테논 신전은 그리스 건축의 아이콘이다. 아니 그리스를 넘어 세계 건축의 아이콘이다. 유네스코는 이 신전에 정신을 빼앗긴 나머지 세계문화유산 1호로 지정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자신들의 문양으로 삼았다.
  
롤스로이스라는 차를 알 것이다. 이 차의 그 유명한 그릴은 이 신전을 본떠 디자인 한 것이다. 한참 그리스가 재정위기에 몰려 디폴트를 선언하니 어쩌니 할 때 빚장이들이 파르테논 신전이라도 팔아 빚을 갚으라고 얼러대기도 했다.
 
파르테논 신전은 아테네의 수호여신인 아테나에게 봉헌된 신전이다. 유명한 조각가 피디아스(Phidias)가 총감독을 맡고 익티누스(Ictinus)가 설계를, 칼리크라테스(Callicrates)가 시공을 맡아 BC 447년 아크로폴리스에서 기공하여 BC 438년 완공하였고 수년간의 마무리 작업을 거쳐 마침내 BC 432년 오픈하였다. 그때는 아테네의 전성기였으므로 건축의 규모나 건축비가 상상을 초월하는 대형공사였다.
 
유명한 건물이었던 만큼 애환과 곡절도 많이 겪었다. 기독교가 득세했을 때는 성모 마리아에게 헌정되어 성당으로 쓰였고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 하에서는 술탄(황제)의 애첩의 궁전이나 모스크, 심지어 화약창고로 이용되기도 했다. 1687년 오스만 제국과 베네치아 간의 전쟁 때  베네치아 군이 쏜 포가 이곳에 명중하여 화약이 폭발하면서 지붕이 날아 갔고 건물도  크게 파손되었다. 
 
더욱이 오스만 제국 주재 영국대사였던 토마스 브루스가 건물의 일부를 떼어내 영국으로 가져갔고(이를 엘긴 마블/Elgin Marbles이라고 한다) 대영박물관이 그것을 매입하여 현재까지 전시하고 있다.
  
그리스의 건축은 크게 3가지 양식이 있다. 도리아식, 이오니아식, 고린도식이 그것이다. 건물의 지붕과 기둥 사이부분을 에터블러쳐라고 하고 에터블러쳐와 기둥이 만나는 부분을 기둥머리(주두)라고 하는데 건축양식은 이 주두의 모양에 따라 결정된다.
 
도리아식은 다른 두 양식의 기본이 되는 것으로 기둥머리에 이렇다 할 특별한 장식이 없다. 기둥은 굵고 짧으며 밑받침도 없고 중간부분이 볼록한 배흘림 형태이다. 기둥에는 세로로 16-20개 정도의 홈이 파여져 있다. 간결하고 장중하며 남성적인 특성을 보인다.
 
이오니아식은 기둥머리에 두루마리 모양의 장식이 붙어 있다. 기둥이 가늘고 길며 밑받침도 있고 도리아식에 비해 우아하고 미려하며 여성스럽다.
 
고린도식은 두루마리 모양의 이오니아식 주두를 나뭇잎 모양으로 대체한 것이다. 나뭇잎 모양은 건축가 칼리마쿠스가 무덤의 상석에 놓인 바구니에서 아칸서스(Acanthus)가 자라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설도 있고 고린도의 한 연회에 참석했다가 아칸서스 잎모양으로 장식된 술잔을 보고 고안했다는 설도 있다.
 
그리스 건축의 위대함은 조화와 균형에 있다. 기둥의 높이가 직경의 4.5배~6배일 때 가장 완벽한 조화미를 보인다는 기하학의 이론을 그리스인들은 그들의 건축에 철저히 적용하였다.
 
도리아식에서 이오니아식을 거쳐 고린도식에 이르는 양식의 변화를 주의해 보면 점점 더 화려해져 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내실보다는 장식에 치중한다는 인상을 받는다고나 할까.
 
화려한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외면의 화려함을 채우는 내실이 없다면 그건 그대로 천박함이 되고 말기에 안타까워 해보는 말이다. 이 3양식을 총합한 로마의 콤포지트 양식은 더 더욱 그 생각을 굳히게 만든다.〠

최성은|시드니선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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