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라오스 어린이들을 섬기는 ‘Bob King’

긍휼한 마음을 가진 왕 (KING)

글|김환기, 사진|권순형 | 입력 : 2016/01/25 [14:09]
▲ 캄보디아 헤브론병원에 병상용 침대 40개를 기증한 밥 킹 씨. 그는 2004년부터 라오스의 가난한 지역을 두루 다니며 특히 아이들의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왕(King)을 만났다. 그는 69살이며 독신이다. 이름은 Bob이고, 성은 King이다.
 
"모든 사람이 당신을 '왕'(King)이라고 부르니 좋겠습니다." 그는 크게 웃었다.
 
"아마 조상이 왕은 아니지만 왕을 위해서 일한 사람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좋은 성을 가지고 태어난 것도 축복인 것 같다. 시드니 북부에서 목회하는 '형' 목사가 있다. 나이의 고하에 관계없이 그를 만나면 모두 '형'이라고 부른다.
 
오래전 뉴질랜드에 교환사관으로 갔었다. 구세군 본부에 성이 '식인종'(Savage)인 사관이 있었다. 함께 관광버스를 타고 로토루아(Rotorua)에 갔다. 출발 전에 버스기사가 한사람씩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Are you really a SAVAGE?”라고 묻자, 함께 탄 승객 모두가 배꼽을 잡고 웃었다. "Please don't eat us today" 다들 넘어갔다.
 
사회가 단순할 때는 성이 없었다. 이름만 가지고도 누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많아지고 같은 이름이 중복되자 성을 만들어 구분하게 되었다. 서양의 성은 기본적으로 4가지 원칙 하에서 나왔다.

▲ 밥 킹 씨는 오랜 한국인 친구 박봉래 씨와 선교를 같이 하고 있다.     © Bob King
 
첫째 사람의 신분이나 직업과 연관된 성, 둘째 출생지와 관련된 성, 셋째 신체의 별명과 관련된 성, 넷째 혈통과 관련된 성 등이다. 성서의 인물들도 성이 없다. 성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말을 들을 때, 예수는 이름이고 그리스도가 성인가 추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예수가 그리스도'란 뜻으로 예수와 그리스도는 동격이다. (Jesus, who is the Christ). 성서에서도 같은 이름을 구분하기 위해, 지역(가롯 유다, 마 26:14), 지파 (레위사람 아론, 출 4:14), 직업 (세리 마태, 마 10:3) 그리고 혈통 (요한의 아들 시몬, 마 16:17) 등을 사용하였다.
 
Bob 과 라오스 (Laos)

라오스는 Bob이 2004년부터 선교하는 나라이다. 처음 Bob은 사업차 섬유와 자수 등에 관심을 갖고 라오스를 방문하였다. 라오스의 가난한 지역을 방문하며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보고 무척 가슴이 아팠다. 특히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열악한 것을 보고, 그때 그는 아이들을 돕기로 결심했다.
 
"나는 부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그 뭔가를 할 것입니다."
 
시드니로 돌아와 곧 행동으로 옮겼다.  매년 라오스를 방문하여 물품뿐 아니라, 필요한 건물도 지어주었다. 2013년에 방문한 학교는 칸막이도 없고 천장도 없는 화장실이 있었다. 남녀 아이들은 쪼그려 앉아 마주보며 볼일을 보아야 했다. 얼마 후 Bob은 학교에 새로운 화장실을 지어 주었다. "아이들 교육이 정말 중요합니다. 이 아이들이 라오스의 미래입니다."
 
그는 특정한 단체에 소속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일을 혼자 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은퇴는 했지만 나름대로의 수입이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돕고 있는 것입니다. 가깝게 아는 친구들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곳에 보내는 물품들이 어떻게 모아지는지 알고 싶었다.
 
"가끔 중고 책방에도 가고, 바자회도 참석하고, 친구들의 기부도 받습니다. 여기서는 별것 아니지만 그곳에서는 소중한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  라오스 사람들이 필요한 생활품을 전달 받고 았다.   © Bob King
  
최근 그는 개인적인 도움의 한계를 느껴 방법을 조금 바꾸었다.
 
"지금은 로터리 클럽에서 기증을 받아 물건을 보내기도 합니다. 로터리 클럽에는 저와 같이 공부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의 소개로 로터리 클럽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시드니새순교회를 통하여 보내는 병원 침대도 로터리 클럽에서 기증받은 것입니다."
 
그는 지난 12년간의 라오스 사역을 통하여 보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제가 라오스에 가서 가난한 시골에서 물건들을 사서 학교 등 도시에 공급해 주면 돈이 순환이 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물건을 보낼 뿐 아니라, 시골을 직접 찾아가 물건을 구입합니다."
 
그는 선교란 단순히 남을 돕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Bob 과 Ray 
 
Ray Park(박봉래)은 Bob King과 오랜 친구이다. 15년 전 Ray가 Bob 집 클리닝을 하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들의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어지고 이제는 선교도 같이 가는 사이가 되었다. Ray를 통하여 Bob은 시드니의 한인사회를 알게 되었다. 시드니새순교회의 바자회에 참석하기도 했고, 얼마 전 시티의 구세군 강당에서 열렸던 '캄보디아 선교  후원 음악회'에도 참석했다.
 
"그날 정말 놀랐어요. 7시 30분에 음악회가 시작이 되자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부르는, 은혜로운 찬양에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특별히 테너 김재우 씨의 한국 가곡 열창은 정말 놀람 그 자체였습니다."
 
"처음 참석한 한인 음악회가 이렇게 수준이 높을 줄 정말 몰랐습니다"라며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갑자기 화제를 돌려 Bob이 Ray와 관련된 재미난 이야기를 해준다며 먼저 웃는 것이다. 유머를 할 때 화자가 먼저 웃으면 안 된다. 반전이 일어날 때 웃음이 튀어 나오는데, 먼저 웃으면 썰렁해질 확률이 높다.

▲ 라오스 시골 아이들에게 물품을 전달하고 사진을 함께 찍었다.      © Bob King
  

"2015년 2월 Bob과 Ray가 여러 물품을 가지고 라오스를 방문했다. 가야할 곳이 오지마을이었다. 도로가 포장이 되지 않아 1시간에 십여 킬로 정도 밖에 갈 수 없는 야간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는 사람뿐 아니라 닭, 개, 돼지 등의 온간 동물들도 함께 타고 있었다.
 
Ray는 낯선 곳에서는 잠을 못 잔다. 출발하고 밤 8시가 조금 넘자 소등을 하고 칠흑과 같은 암흑의 길을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덜컹거리며 달려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누군가 Bob을 깨우는 사람이 있었다. Bob은 눈을 비비고 일어나니 기사였다. "목적지에 다 왔습니다." 새벽 5시 정도가 되었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내릴 준비를 하는데, 잠을 자지 못한다던 Ray가 코를 골면서 자고 있었다."
  
Bob은 이야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인터뷰 분위기상 나도 함께 웃어 주었다. 나는 Bob의 미소 속에서 자유함을 발견했다. 소유할 때 얻을 수 있는 자유가 아니라, 나눌 때 누릴 수 있는 자유. 섬김을 받을 때 얻을 수 있는 자유가 아니라, 섬길 때 누릴 수 있는 자유. 편안할 때 얻을 수 있는 자유가 아니라, 평안할 때 누릴 수 있는 자유.


▲ 라오스 가난한 시골 어린이들에게 책과 학용품 등 각종 물품들을 전달한 밥 킹 씨.     © Bob King
 
Bob과 his photos

 
Bob은 다양한 사진을 보여 주었다. Ray와 같이 찍은 사진도 있었다. 공룡 뼈를 많이 발견한 사람의 사진도 있었다. 정부 인사들과 함께한 사진도 있었다. 병원을 방문하여 물건을 기증하는 사진도 있었다. 특별히 학교를 방문하여 학생들과 찍은 사진이 많이 있다. Bob은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라오스의 미래는 이들의 손에 있기에, 이들을 잘 교육시키는 것이 라오스를 살리는 길임을 믿고 있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준다고 했다. 책꽂이 위에 있는 캥거루, 코알라 인형을 지적하며 말을 이어갔다. "아이들에게 인형을 나누어 주기 위해서 학교를 방문했습니다. 전교 학생이 70-80명 정도 됩니다. 어디에서 왔는지 100여 명의 넘는 아이들이 인형을 받기 위해서 줄을 서는 겁니다. 하하하" 그의 재미있는 이야기 수준을 알고 있지만, ‘혹시나’하고 들었는데 ‘역시나’로 끝났다.
  
Bob은 얼마 전 시드니를 방문한 캄보디아 헤브론병원 김우정 원장을 만나 아침식사를 같이 했다.
 
"헤브론 병원의 실태를 듣고 기회가 있으면 방문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병원과 관련된 모든 물품은 세관 통과를 자유롭게 들어 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 원장은 여러 가지 목록을 이야기했지만, 저는 그 분야에는 문외한이라서 어디서 구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가끔 로터리 클럽에 병원에서 기증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때 비슷한 것이 있다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헤브론병원에서는 무료로 진료해 주다가 요즘은 최소한의 비용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의 경험으로도 그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무료라고 하면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들까지 모두 몰려오니까요."

▲ 밥 킹이 살고 있는 아파트 입구 층계 밑에 선교지에 보낼 물품들이 준비되어 있다.     © 크리스찬리뷰
 
Bob과 his life
 
그는 시티가 한눈에 보이는 언덕 위의 유닛에 살고 있다. 이곳에 자리를 잡은지가 30년 되었다. 혼자 살기에 적당하고 좋은 곳이다. 누이가 둘 있는데, 한 명은 캔버라에 살고 있고, 다른 한 명은 '구세군 사관'으로 작년에 소천했다.
 
"왜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삽니까?"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혼자 사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있습니다."
 
일선에서 은퇴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다.
 
"은퇴는 했지만 할 일이 많이 있습니다. 주식 시장을 계속해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부동산 투자의 흐름에 대해서도 연구해야 하고, 그 밖에 여러 가지 해야 할 잔일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실 말이 은퇴이지 집에서 자신의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는 녹스 하이스쿨을 나왔고, UNSW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MBA 학위를 받은 경제 전문가이다. 과거 은행 투자가로 활동을 했으며, 지금도 증권과 부동산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각종 모자들이 밥 킹 씨의 거실 벽면에 전시되어 있다.             © 크리스찬리뷰
 
"Bob, 당신은 아주 부자군요. 부동산이 얼마나 있습니까?"  Bob은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는 자신이 호주에 산다는 것 자체가 축복임을 알고 있다. 자신과 같은 축복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라오스를 돕기 시작했던 것이다. 축복이 축복인 줄도 모르고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축복을 남과 나누며 사는 사람도 있다.
 
헤어지기 전에 그의 집을 잠시 둘러보았다. 방 두개와 거실 그리고 아담한 부엌이 있다. 창문 너머로 시티가 한눈에 들어온다. 안방 침대 위에는 상의를 벗은 여인의 유화가 벽에 걸려 있고, 입구에는 여러 나라에서 가지고 온 모자들이 가지런히 걸려 있다.
 
▲ 밥 킹과 인터뷰하는 김환기 사관(왼쪽)     © 크리스찬리뷰

아래층 입구에는 선교지에 보낼 많은 물품들이 있었다. 이번 4월 캄보디아에 침대와 함께 보낼 물품들이다. 그는 자신의 축복을 감사하며, 사람을 향한 '긍휼'(compassion)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compassion'란 단어는 함께란 의미의 'com'과 아픔이란 'passion'이 합해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긍휼이란 '아픔을 함께 한다'는 뜻이다.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마 5:7) 산상 수훈의 8복 중 5번째 복이다. 〠

글/김환기|크리스찬리뷰 영문편집위원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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