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전파 사명은 은퇴자를 비켜가지 않는다

행복한 은퇴자 신효헌 전 호주 대사

글|김석원, 사진|권순형 | 입력 : 2016/03/28 [12:48]
▲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있는 라이프대학에서 자비량 선교사로 헌신하고 있는 전호주대사 신효헌 교수.     © 크리스찬리뷰

한국교회가 너무 늙어버렸다. 한국의 중대형 교회 예배를 가보면 흑돌이 밀리는 바둑판 같다. 사역중심세대의 연령대도 높아져만 가고 있다. 그러나 세상처럼 교회도 65세만 넘기면 은퇴를 강요한다. 그렇다면 현실 교회의 주력이 되어가는 노인층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도리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교회보다는 노년층 당사자들 속에서 대안이 제시되는 형편이다.
 
여전히 ‘대사’로 불리기를 더 좋아하는 신현호 전 함경북도 도지사가 시드니로 돌아왔다. 현재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있는 라이프 대학에서 2년간 시니어 교육선교사로 가 있지만, 남편 옆에서 외지 생활로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방학을 맞아 호주를 찾았다.
 
그래도 쉬는 것이 여전히 안 맞는 옷 같은 모양이다. 시드니에서도 자신의 사역을 소개하고, 집회 간증자로 일정이 빡빡했다. 과거 휘하에 있었던 이휘진 총영사와의 인연으로 총영사 관저에 묵으면서 쉴 틈없는 일정 중에 인터뷰를 가졌다. 이를 통해, 시니어 선교, 교회 노인 문제, 그리고 탈북자 선교에 대한 그의 혜안을 들어본다.

▲ 캄보디아 라이프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신효헌 전호주대사 부부.                  © 크리스찬리뷰
 

시니어선교한국과 이모작선교회
 
- ‘시니어선교한국’ 시드니지부(시니어선교시드니) 조직을 위해 오셨다고 하는데...?
 
“아내에게 휴가를 주려고 온 건데, 선교본부에서 부탁을 해서 겸사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시니어선교한국은 최근에 생긴 단체로 이시형 전 유엔대사가 대표이며, 이종훈 선교사가 상임총무로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나같은 은퇴자 중에서 건강하고 선교 열정이 있고 가족부양의 책임이 없고 자비량이 되는 사람을 찾아 해외 선교사들과 연결해 파송하는 단체다.
 
내 경우에는 멀리 못 갈 것 같다고 상담하니 캄보디아에 국제법 관련 교수 자리를 연결해 주었고, 필요한 서류와 내용들을 다 챙겨주었다. 10주간 훈련을 받았는데, 지금까지 24명 정도가 파송되었다. 조직은 한국내 여러 지방에 지부가 있고 해외에는 미주지부가 있으며 각자 독립적으로 활동하지만 훈련 등에서는 서로 협력한다.
 
선교지 현장을 볼 때 호주같은 영어권 출신들이 더 유용하기 때문에 호주에서도 팀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여러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 전문직 배경이 아닌 평범한 은퇴자들도 가능한 일인가?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일할 분이면 어떤 직종이든 가능하다. 각기 다른 재능과 선교현장을 이어주는 곳은 시니어선교한국내 이모작선교회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곳 대표 최철희 선교사는 평소 해외한인선교사에 대한 상당한 자료를 확보해 놓았다. 지원자가 나타나면 각자의 능력과 재능에 맞는 현장을 연결해 준다.
 
내가 돕는 대학도 한국인 선교사들이 세운 학교연합회의 일원으로 계속해서 이러한 일꾼들을 필요로 한다. 장기적으로는 나도 이 학교연합회를 돕는 본부사역을 생각 중이다.”
 
- 이미 많은 선교단체들이 존재하고 비슷한 프로그램들도 많은데, 시니어선교한국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다른 이유는 없다. 티끌 같은 내가 하나님 은혜로 외교관과 도지사를 하게 되었는데 항상 어떻게 이를 갚을지 고민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은퇴한 후에는 교회나 사회에서 별로 필요로 하지 않아 고민을 하다 이 단체를 통해 해외에서 나를 필요한다고 해서 가게 되었다.”

▲ 시아누크빌에 있는 라이프대학을 방문한 본지 드림 팀이 구견회 총장 부부, 신효헌 교수(전 호주대사) 부부와 학교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 크리스찬리뷰
 

인도네시아와 안디옥선교회
 
신 대사는 사실 캄보디아보다는 인도네시아 선교통이었다. 1990부터 1992년까지 인도네시아 공사로 있을 때, 당시 현지 코트라 박용국 관장과 함께  ‘인도네시아 선교 후원회’를 조직했고 한국에서도 이 후원기도회를 계속 이어가고 있던  박 장로와 다시 결합해 ‘안디옥선교회’로 발전했다. 이를 통해 지난 20년간 국내에 인도네시아인 선교교회를 네 개나 개척하고 7명의 선교사를 인도네시아로 파송했다.
 
현 온누리교회의 해외선교담당자도 이들 중 하나다. 안디옥선교회는 인도네시아 선교전문단체로는 상당한 역사를 쌓아왔고, 교회지원 외에도 휴가 중에는 인도네시아인 목회자를 초청하여 한국내 인도네시아인들을 위한 수련회를 마련하고 복음화를 시도하고 있다. 안디옥선교회 설립과 정착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던 신 대사는 원래 은퇴 후 인도네시아로 가서 교육과 통역으로 선교 활동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이 하나님의 인도는 자연스럽기도 하지만 의외 투성이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서 그 이유를 설명해 주시는 하나님이시기도 하다. 지금 가게 된 캄보디아로 방향을 틀고 보니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갈 입장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게 되었고,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현지 기독교도 기초가 다 되어 있어서 다른 곳에 더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현재는 라이프대학에서 국제상법 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데 자기와 같은 은퇴자들이 20명 정도 일한다고 했다. 그 중 신 대사가 가장 선배라서 모두들 잘 도와줘서 만족한다고 했다.

▲ 시드니주안교회 목요찬양집회에서 간증하는 신효헌 대사     © 크리스찬리뷰
 

교회•은퇴자•선교
 
- 은퇴자들이 선교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은퇴자가 교회 안에서 역할이 없는 것도 원인이다. 나도 지금까지 쌩쌩하지만 교회에서는 대표기도도 시키지 않는다. 담임 목사님은 교회 원로로 남아 출석이나 잘 하기 바라지만, 여생을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건강, 경제력, 능력이 여전히 있는데 하나님께 뭘 할까 고민을 했다.”
 
- 그것이 반드시 전도나 선교로 표현되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실제로 예수님은 승천하시면서 우리에게 복음전파의 의무를 주셨다. 복음을 전하지 않는 개인과 교회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다들 예배, 교육, 교제 등에 매달려 있지만, 다른 종교도 그런 건 다 한다. 기독교를 기독교 되게 하는 것은 전도와 선교다. 개인과 교회가 여기에 나서지 않는 것은 그 안에 복음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교역자들이 복음보다는 현실에 안주하고 이들의 지도를 받은 성도들도 전도와 선교에 관심을 잃고 있다. 교역자를 잘 섬기는 것이 좋은 믿음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선교에 참여해야 한다.”
 
- 은퇴자들이 전도와 선교에 열심을 회복하면 자신의 역할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인가?
 
“하나님은 각 개인에게 계획이 있으시다. 모든 사람이 수준도 열정도 다 달라서 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복음전파의 사역에는 예외가 없다. 교회가 제 역할을 하면 우리 단체같은 것도 따로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은퇴자에게 담임 목사님들이 바로 복음 전할 기회를 연결해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러면 교회가 기도하고 지원하고 젊은이들과 경험을 나누기 위해 단기선교도 연결해 주면 된다. 물론 선교의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 이곳에 와서도 내가 청년들에게 선교의 비전으로 도전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각 교회안에서 은퇴자들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을 안하니까 이런 단체가 생겼고, 지금도 시니어 선교회에 대한 한국내 관심은 점점 더 커지는 추세다.”
 
- 대신측 신학교에서 신학 과정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은퇴자들이 선교에 나서려면 신학공부를 해서 목사가 되야 하는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특히 선교에서도 방법론적으로도 변화가 필요한 때다. 교회 개척보다는 삶 속에서 기독교적 지도자를 키우는 일이 더 시급한 때다. 그러나 목사가 안된다 해도 신학을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분명히 알고, 기독교의 모습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더 나가서 선교사로 나서면 자기가 배운 담임목사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스스로 서려면 신학공부가 도움이 된다.
 
한국교회 안에서 평신도 장로들이 교회에 문제를 많이 만든다며 이를 피하는 교회도 나타나고 있다. 그런 상황도 따지고 보면 장로들에게 신학공부를 시키지 않아 생기는 문제다. 장로들이 성경을 모르고, 장로직을 견제 기회정도나 이해하니까 그런 것이다.
 
교회는 장로, 목사가 협력해서 선교해야 한다. 그리고 교회는 훈련소다. 능력있는 신자로 훈련시키는 곳이다. 그러나 훈련을 못 받으면 총을 못 쓴다.  훈련소는 훈련에서 멈춰서는 안되고 세상 밖으로 나가 싸우게 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훈련소 졸업하면 다시 입대시키는 꼴이다. 평생 훈련소에만 있어 평신도가 뭘 해야 하는지 모른다. 한국교회가 힘이 없는 것은 나가서 싸워보지 않아서 그렇다. 기독교인들은 사회에서 할 일이 많다. 내가 뒤늦게 철이 들어서 알게 되었다.”

▲ 열린문교회에서 간증 집회를 마친 후 이휘진 총영사 부부(가운데)와 찬송을 부르는 신효헌 대사 부부.                     © 크리스찬리뷰
 

기독교는 나그네를 돌보는 종교
 
신 대사는 대부분 사람들이 있는지도 모르는 함경북도 도지사라는 신기한 직함도 거쳤다. 노무현 대통령 때 처음 임명되면서 처음에는 낙하산 인사란 오해를 받아 어려움도 있었지만 곧 성실하고 친근한 활동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유임되면서 함경북도 실향민을 지원하고 정체성 함양 그리고 문화활동 지원 등의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한국교회가 탈북자를 후원하도록 많은 도전을 해 왔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나날이 경색되어가는 남북관계 아래서 질문을 이어갔다.
 
- 북한 관계가 경색되어 개성공단뿐 아니라, 인도적 교류도 완전히 끊겨가는 상황이다. 탈북자들도 한국에서 적응을 못해 호주까지 오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대해 교회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북한 일반 사람들과 탈북자들에게는 여전히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실제로 이들은 언어부터 적응이 안된다. 생각보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국어는 영어가 많다. A/S를 받아오라면 탈북자들은 못 알아 듣는다. 거기다 한국인들의 부유함을 보면서 소외감을 더 느낀다. 더구나 이들의 몸에 밴 오랜 가치관 문제 때문에 한국자본주의 사회에서 환영받지도 못한다. 동원이나 댓가를 받는 부분에도 우리랑 다르다. 이들이 손벌리는 것을 보면서 다들 인상을 찌푸리지만 이해해 줘야 할 부분이다.
 
특히 우리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 나그네를 돌보는 종교다. 당연히 이들을 돌봐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한국교회는 교회 안에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끼리 모여있는 집단 같다. 세상의 다른 종교나 회사와 다름이 없다.
 
실제로 5만 교회가 2만 5천 명 탈북자를 상대로 한 명씩만 맡아도 탈북자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 기존에 북한지원 교회나 단체들도 염증을 많이 호소하고 있다. 퍼주기만 할 뿐 아무런 변화도 없다고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도 해야하는가?
 
“실제로 북한 사람들 반응을 보면 의외가 많다. 예를 들어 우리가 도와주는 입장인데도 돈을 줘야 오고, 도시락을 주면  여러 번 챙기는 모습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이 오죽하면 그럴까 이해해야 한다. 이들의 변화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다.
 
이 점에서 최근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는 지지하지만, 인도적 지원을 중단하는 일은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도층과 북한 국민 개인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지도층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개인은 이해하고 끌어안아야 한다.”
 
그는 평양에 있는 사람들과 함경도 같은 곳을 비교해 보면 그 이유가 분명해 진다고 지적한다. 멀쩡히 보이는 평양 시민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너무나도 가난하고 고통받고 있으며 최근 장마당 같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부분적으로 도입되면서 그나마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전히 북한의 어머니들은 젖이 안나올 만큼 굶고 있고아이들도 발육이 잘 안되며 결핵도 너무 많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신 대사. 특별히 사회참여를 이야기하지 않지만 그의 이야기 속에는 복음에 대한 열정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 결합된 성경적 제자도의 비전이 발견된다.
 
아마도 사회가 걱정하는 것보다 은퇴의 삶은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복음선포에 대한 열정으로,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긍휼을 잃지 않는다면 말이다. 〠 

글/김석원|크리스찬리뷰 편집부장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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