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두 번씩 근무한 행운, 큰 보람으로 느껴

한인사회 지위 크게 달라질 것... 모국과의 유대관계 큰 기대

글|김명동, 사진|권순형 | 입력 : 2016/04/25 [10:35]
▲    크리스찬리뷰 2016년 5월호 표지 © 크리스찬리뷰

이휘진(60) 주 시드니총영사가 3년간의 근무를 마치고 이임한다. 지난 2013년 8월 부임한 이 총영사는 그동안 공직자다운 신중한 언행과 공평무사한 업무처리로 동포사회에 깊은 신뢰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임기간 일복이 많았던 이 총영사는 “한인사회는 지난 수십 년간에 걸쳐 여러 난관을 극복하면서 연면히 발전해왔다"며 “이제 호주의 문화와 언어에 익숙한 차세대가 한인사회를 이끄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 앞으로 한인사회의 위상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임기를 마치고 지난 4월 16일 한국으로 귀국한 이휘진 총영사 부부.                     © 크리스찬리뷰

한인사회와 현지사회와의 중개역할에 주력

시드니 바닷바람도 가을 기운을 머금기 시작한 4월 4일 오후. 총영사관 집무실에서 마주앉은 이 총영사는 투표 얘기부터 꺼냈다. 총영사관에는 제20대 총선 재외국민 투표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총영사는 “오늘이 투표 마감일인데 등록 유권자 2천148명 중 절반 정도인 1천100여 명이 투표를 했다"며 “투표지는 외교행낭에 담겨져 항공편으로 국내로 회송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투표장을 둘러보았다. 마지막 날이어서인지 투표장은 한산했다. 투표율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이 총영사는 “투표가 가능한 투표소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게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다시 자리에 앉아 건강얘기로 화제를 옮겼다. 물론 기자가 먼저 꺼낸 말이었다.
 
- 보기에는 약골 같으신데 건강은 어떠십니까?
 
“그렇지 않아도 몸이 튼튼한 편은 아니고요. 좀 피곤함을 느끼는 그런 몸이죠. 특별히 감기에 걸린다든지 목에 이상이 있다든지 몸 전체가 체질적으로 약한 편인 것 같아요.”
 
- 건강을 위해서 특별히 하시는 운동이 있습니까?
 
“이제 지금의 나이에는 운동을 해야 되기 때문에 집에서 30- 40분간 러닝머신 위에서 뛰는 운동을 하고 있고요, 가끔 한 번씩 골프장에 가서 골프를 합니다. 그리고 시내에서 약속이 있으면 될 수 있는 대로 약속장소까지 걸어갔다 옵니다. 걷기운동을 하는 거죠.”
 
- 시드니총영사로 부임하실 때 저희가 인터뷰를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이 흘렀습니다. 이임 소감을 말씀해 주시지요.
 
“3년 정도 근무를 했기 때문에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부임할 때만  하더라도 쉬운 마음으로 온 것은 아닙니다. 이 막중한 자리에서 과연 맡겨진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고 왔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동포사회에서 활동을 격려하여 주시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주셨습니다. 저도 열심히 하고자 노력했고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가지고 돌아갈 수 있는 것 같아 기쁩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해외근무가 이곳이 7번째입니다. 그런데 호주에 두 번씩이나 근무한 행운을 큰 보람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1990년대 말 캔버라에 처음 부임하여 본 시드니의 한인사회는 캠시를 중심으로 형성되었으나 2013년 시드니에 다시 부임했을 때에는 약 10만에 이르는 한인사회가 시드니의 여러 지역에 분포되어 있음을 보고 그 성장의 속도에 놀라움을 감출수가 없었죠.
 
정치권에서도 지방정치권이긴 하지만 진출하신 분이 세 명이나 되고 차세대도 주류사회에 많이 진출하고 있습니다. 이제 호주의 문화와 언어에 익숙한 차세대가 한인사회를 이끄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민 1세대의 아낌없는 희생과 헌신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 한국 입양아들로 구성된 뉴카슬 한글 배움터 가족 캠프에 참가한 이휘진 총영사 부부가 입양아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했다.<2015. 5.>     © 크리스찬리뷰

이 총영사는 캔버라의 주호주대사관 1등서기관(1997-1999)근무와 주 파푸아뉴기니(PNG)대사(2011-2013)를 역임한 대양주 전문외교관이다.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이 총영사는 18회 외무고시(1984년)에 합격해 외교부에 입부한 뒤 말레시아, 홍콩, 호주, 카타르, 영국대사관 등지에서 근무했다. 미국 미시간대 정치학과를 졸업했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를 취득했다.
 
- 재임기간 중 한호 양국 간 실질 협력관계에서 특별히 중점을 두고 진행했던 과제가 있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사실 저희는 대사관이 아니고 정부를 대표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그러나 주정부와  연례적인 비즈니스협의회 개최라든지 고위 인사 면담 등, 정치. 경제적으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특별히 올해는 뉴사우스웨일스 정부와 서울시가 자매결연을 체결한지 25주년이 됩니다. 지난해에는 주정부 차원에서 베어드총리가 서울시를 방문했고요, 올해는 서울시의회가 호주를 방문하기로 예정이 되어있는데 현재 가장 큰 현안은 광물자원 문제입니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와용(Wyong) 탄광개발사업이 투자한지 17년이 되었는데 주정부에서 아직 허가가 안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허가권은 주정부에서 하기 때문에 저희가 측면지원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참전용사에 대한 희생을 잊지 않고 보훈을 표시하기위하여 노력해 왔습니다. 연례 보훈오찬 외에도 참전 기념비 설치, 가평전투기념 행사 등 참전용사 행사에 참석하고 동포 군단체 등과 협력하여 6.25전쟁 기념행사, 정전 기념행사 등을 개최하여 호주참전용사의 희생에 대한 감사를 표시하고 우의를 다져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화원을 통해 호주사회에 우리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한국의 문화, 역사에 관한 강좌라든지 전시, 공연, K-Pop 활동 등을 지원해 왔습니다.”
 
▲ 시드니총영사관에 설치된 제20대 총선 재외국민 투표장     © 크리스찬리뷰

워홀러 안전문제의 한계, 아쉬움
 
- 가장 주력했던 교민업무는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우리 총영사관으로서는 한인들의 안전과 범죄예방, 권익을 보호하고 증진하는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지금 호주로 오는 한국인 관광객 숫자가 한해 20만 명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특히 유학생 숫자가 2만 명으로 안전이 제일 문제가 되고 있죠.
 
사실 지난 20년간에 걸쳐 워홀협정이 시행되어 약 30만 명 이상의 젊은 한인들이 호주에 체류하면서 현지의 문화, 언어를 배우고 경험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는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귀중한 체험의 장으로써 그들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할 수 있는 토양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외국의 문화와 환경에 익숙하지 못한 상황에서 살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 안타까운 심정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2013년 말에 두 건의 워홀러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하나는 살인사건이고 또 한 건은 교통사고입니다.
 
물론 안전문제에 대해 홈페이지나 SNS, 언론 등을 통해 홍보를 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어요. 그리고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경찰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신속하게 지원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가장 어려운 문제가 워홀러 안전문제인 것 같아요. 
 
그리고 한인회 등 수많은 단체의 활동에 참가하여 활동을 격려하고 교민사회의 단결과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노력하였고요. 현지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하여 정치권, 언론계, 경제계 등 현지의 유력인사와 우리 동포사회가 함께 행사에 참가하도록 하는 등 중계역할을 수행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우리 동포사회는 주로 청소용역, 건설, 요식, 관광, 소매업 등에 종사하는 현실에서 현지정부기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으로 Small Business Commission 등 정부기관, Asia Business Connection 등 관련협회 등과 한인상공인연합회, OKTA 등이 자리를 같이하여 지원을 받거나 협조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한인차세대의 모국에 대한 언어라든지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모국과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적극 추진하면서 차세대 등을 대상으로 영토문제, 우리의 근현대사 등에 대한 강연을 해왔습니다.
  
그러면서 광복회, 나라사랑독도사랑연합회 등의 활동을 지원해 왔습니다. 앞으로 차세대가 호주의 주류사회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요, 정부에서도 액수는 많지는 않지만 여러 한인단체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단체가 행사를 할 때 기부를 받는 그런 방향으로 해야 되지 않느냐 그런 생각을 합니다. 호주에 와서 보니까 호주는 기부문화가 발달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기부문화와 함께 자원봉사시스템, 대 평화유지추구는 호주를 지탱하고 있는 기둥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 한호 양국 주요 인사들을 초청하여 총영사 관저에서 개최한 개천절 기념행사 전경.     © 크리스찬리뷰

- 가장 보람 있었던 일과 아쉬웠던 일을 꼽는다면...
 
“아쉬운 점은 안전사고로 인하여 젊은이들이 귀중한 생명을 잃었을 때 정부가 해줄 수 있는 한계를 절감할 때입니다. 가장 힘들었죠.  워홀러 젊은이들이 이곳에 와서 1년 내지 2년 동안 있으면서 호주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이러한 것들이 앞으로 활동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국내에서 공부를 하다가 중간에 또는 공부를 마치고 와서 농장에 가서 뙤약볕 속에서 딸기를 따는 걸 보니까 조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점심도 대충 때우고 아이고, 저기서 돈을 모으면 얼마나 모을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안 좋았죠. 격려를 했지만 이게 뭐 격려가 되겠느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이날 총영사관은 농장지역의 다수 워홀러들이 합법적인 호주운전면허증을 소지 않은 점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한국 면허증을 즉시 번역 공증해 발급해주는 맞춤형 순회영사를 실시했다)
 
이곳에서 경험을 얻기 위해서 하는 것도 있겠지만 사실은 국내에서 일자리가 쉽지 않으니까 여기에 와서 그런 식으로라도 일해서 돈을 모아 학비를 충당하는 사람도 있고요, 아예 돈을 모으겠다는 꿈을 가지고 알뜰살뜰 모으는 사람도 있고요.
 
그런데 돈을 모았다가 경우에 따라서는 사기에 걸려 몽땅 잃어버리는 사람도 있어요.  안전문제는 일차적으로 개인의 책임이긴 하지만, 정부가 해줄 수 있는 한계를 절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주재국의 사생활보호법, 형사제도의 차이 등이 있고 영사관은 법 집행권이 없는 관계로 주재국 경찰 등 당국과 협조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사고를 당한 유가족 입장에서는 처리과정에 만족할 수가 없는 거죠.
 
성과라고 그러면, 사실 외교활동이라는 건 그렇다고 생각을 합니다. 옛날에 최규하 대통령께서 외무부장관이셨을 때 외교활동을 보약이라는 비유로 말씀을 하셨어요. 보약이라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려야만 효과가 조금씩 나타난다는 거지요. 그러니 열심히 활동을 하라는 거지요.
 
호주에서는 한국이 잘 안 알려져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의 문화나 역사, 발전상 등등은 잘 몰라요. 그런데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사고는 잘 알고 있거든요. 언론들이 이런 것만 주로 보도를 하고 있어요. 이런 점에서 호주의 주류 언론매체가 한국에 대해 좀 더 포괄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국문화의 진짜 모습이 전달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문화원을 통해 찾아가는 문화원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K-Pop에 대하여는 젊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들이 학교를 찾아가서 학생들하고 대화를 하는데 K-Pop 이야기를 하면 굉장히 좋아들 하고 반응이 다르더라고요. 이런 기회를 통해서 한국의 문화라든지 한국의 경제 발전 과정 등을 이야기하면 학생들이 눈을 크게 뜨고 관심을 가져요. 
 
▲ 이휘진 총영사는 호주를 방문한 신효헌 대사 부부초청 만찬 모임을 관저에서 가졌다. 이 자리에 주정오 목사(열린문교회) 부부, 본지 권순형 발행인 부부가 참석했다.     © 크리스찬리뷰

그럴 때 보람이 있었어요. 그리고 차세대 젊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서도 젊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모습을 보면서 참 보람된 시간이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 오세아니아 지역 전문가로서 한호관계에서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분야는 어디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한국과 호주는 정치, 경제적으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차관보급의 연례 정치, 군사회의가 개최되어 온데 이어 금년도에는 처음으로 외교, 국방장관회의가 개최됨으로써 국제정치 안보에 관해 협력하는 등, 정치 외교적인 관계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상호보완적인 구조 하에 무역량이 늘어나고 있고요.
 
이와 반면에 양국이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고 문화적으로 상이한 관계로 아직 호주의 일반 국민들이 한국에 대한 인식의 정도가 높지 않다고 봅니다. 호주 정부 차원에서도 경제관계 중심으로 한국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고 보여 집니다.
 
한국에서도 호주가 다문화사회로서 포용성이 있는 나라라고 인식하면서도 간혹 실상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과거에 연유한 선입감을 가지고 호주를 바라보는 시각이 남아있습니다.
 
따라서 상호 이해의 바탕에 인식의 토대를 보다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한국문화를 호주에 전파하여 이해를 증진하기위해 노력해야 되고, 호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한국전 참전용사에게 평화의 사도 메달을 수여하는 이휘진 총영사     © 크리스찬리뷰

32년 공직생활 마감... 제2인생 구상
 
- 호주라는 나라는 어떻게 기억될 것 같은지요?
 
“호주는 제가 오겠다고 신청해서 온 것은 아니고요. 공관의 발령이라는 것이 자기 희망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세계적인 천혜의 여건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닌 시드니에서 두 번씩이나 근무한 것은 행운이고요. 참 보람차고 행복하게 근무했습니다.
 
저로서는 한인사회가 호주의 주류사회 속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해가는 모멘텀(추진력)을 제공하기 위해 기회 있을 때마다 현지사회와 한인사회 간 매개역할을 하고자 열심히 뛰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 한국으로 돌아가시면 어떤 일을 할 계획이십니까? 은퇴하신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보통 공관장은 두 번 하는 걸로 규정이 되어있습니다. 저는 여기 오기 전에 파푸아뉴기니 대사로 근무했고 시드니에도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공관장을 못하고 보직 없이 좀 있다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던지 해야죠.
 
그러니까 현재로서는 특별한 계획이 없고요. 좀 쉬면서 무엇을 할 것인가 구상을 해보려고 합니다. 얼마 전에 캄보디아에서 선교사로 활동하시는 신효헌 대사님께서 여러 가지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열린문교회에서 간증을 하실 때 지금이 그분의 제2의 인생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씀을 듣고 앞으로 제2의 인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중요한 지침을 주신 것 같습니다. 신효헌 대사님 같은 경우는 기도를 많이 하셨고 모든 것이 기도의 힘으로 이루어졌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기도도 잘할 줄 모르고 신앙심도 약하기 때문에 기대할 수 없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학교에 가서 학생들 하고 대화를 한다든지, 글을 쓴다든지 그런 생각이 들고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신효헌 대사님처럼 캄보디아에 가서 학생들하고 대화를 한다든지 사회봉사를 한다든지 그런 마음도 있습니다. 해외에서 산 경험이 있으니까요. 하하.(처음으로 소리 내어 웃는다) 건강이 허락하면요.”
 
- 제가 알기에는 한국에 계실 때 신앙생활을 잘 하시고 여기저기 해외근무지를 옮길 때마다 사모님하고 꼭꼭 교회를 찾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 계실 때는 어느 교회에 출석하셨습니까?
 
“제가 다니는 교회가 강남중앙침례교회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별로 안다녔고요. 아내는 제가 보기에는 두드러지는 것은 없는데 속이 깊고 열심히 하는 것 같습니다. (입을 조그만 벌리고 웃는다) 성경도 아침 일찍 일어나 보고 기도도 하고요.”
 
격동의 세월이었던 1984년부터 외무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 지금은 듬성듬성 흰머리가 난 이 총영사는 소박함을 잃지 않는 만년 소년의 마음을 지닌 신앙인이다.  파푸아뉴기니에서 근무할 때는 할렐루야 한인교회 예배당을 건축하는데 적극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다. 
 
▲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인사하는 이휘진 총영사.     © 크리스찬리뷰

- 파푸아뉴기니를 떠난 후 한 번 다녀오셨습니까?
 
“못 갔습니다. 항공편도 상당히 비싸고 또 공관장 경우에는 임지를 떠나게 되면 본국 정부에 허가를 받아야 됩니다. 그러니까 아무런 특별한 이유 없이 여기를 떠날 수가 없어요.
 
파푸아뉴기니 교민사회는 규모가 작아서 2백 명 정도밖에 안 되고 교회 나오는 숫자도 20-30명 정도입니다. 그런데 가끔 생각이 나고 잊을 수 없는 곳이죠.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것은 한국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학교가 있습니다. 까리따스 여자기술고등학교인데 수녀님들이 20년 동안 학교를 잘 일궈가지고 아주 헌신적으로 일들을 하고 있으니까 제가 나중에 그런데 가서 봉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도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요.”
 
- 원래 어릴 때 꿈도 외교관이었습니까?
 
“아닙니다. 어릴 때 꿈은 외교관이 아니었고요. 학교에서 공부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저는 학교 다닐 때 제 전공이 행정학이었기 때문에 외무공무원보다는 일반 공무원을 하려고 했고 일반 공무원 아니면 학교에 갈까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공부를 하다보니까 또 국제법을 하게 됐죠.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았는데 아내는 아무래도 짐도 싸야 되고 풀고 하려니까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제 아내는 1남2녀의 가정인데 딸이 계속해서 해외생활을 하니까 아무래도 장모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으셨겠죠. 아이들도 여기 3년 저기 3년, 친구사귈 만하면 떠나고 힘들었을 겁니다.”
 
▲ 한국전 참전 용사 초청 보은행사에서 참전용사를 격려하는 이휘진 총영사 부부          © 크리스찬리뷰

차세대 교육투자 매우 중요

 - 그동안 총영사님의 대외활동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인상적인 것이 각종 행사에 참석하실 때 사모님이 꼭 옆에 계시더라고요.
 
“원래 같이 다녀야 되는 게 아닌가요?”
 
- 그러시는 분이 많지는 않지요. 다른 나라에서도 그랬습니까?
 
“예, 파푸아뉴기니에서도 그랬고요.”
 
- 보기가 참 좋더라고요.
(이글을 쓰고 있는 중에 이 총영사의 환송행사가 시드니한국문화원에서 열렸다. 시드니 총영사의 공식 환송행사는 공관 개설 이래 처음이다. 시드니 한인회관에서도 시드니한인회와 민주평통호주협의회가 공동주최한 이 총영사 이임 송별회가 열렸다)
 
- 교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시지요.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제가 재임 중에 부족한 점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격려해 주시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주신 것을 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교민사회에 여러 가지 과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교민사회는 지난 50년 세월에 걸쳐 여러 난관을 극복하면서 발전해왔습니다. 이제 1.5세대의 한인회장이 배출되고 차세대들이 각종 전문직종과 공직분야, 학계, 경제계 등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뛰어난 능력과 근면성을 바탕으로 호주사회에서 그 지위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신진 한인세대가 호주의 주류사회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가운데 모국인 한국과의 관계도 더욱 긴밀하게 구축해가는 튼튼한 가교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 재임 중 다양한 활동을 펼친 이휘진 총영사.     © 크리스찬리뷰
 
- 그밖에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아무래도 호주라는 사회가 여러 가지 제도가 잘 갖춰져 있고 규칙이 잘 정비되어 있는 선진사회라고 하지만 이민을 와서 살기는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호주가 해외투자를 권장하는 장기정책을 많이 제안하고 있는데 아까 말씀드린 광산개발사업만 보더라도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17년이 되도록 허가를 못 받고 있잖아요.
 
그리고 조그만 사업을 하려고해도 허가절차도 굉장히 많다는 이야기도 듣고, 한민족 축제를 할 때도 안전문제 때문에 협의하는 것이 굉장히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민 1세대가 생활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려운 고비를 수없이 넘어야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러기 때문에 차세대 교육에 대한 투자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차세대가 주도권을 잡는 시기가 되면, 앞으로 10년, 15년 지나면 훨씬 발전된 한인사회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호주라는 다문화사회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문화를 통해 선진적인 사회제도를 수립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많은 점이 있다고 느낍니다.
 
세계적인 천혜의 생활여건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닌 시드니에서의 보람차고 행복한 근무경험을 뒤로 하고 저는 다시 새로운 세계를 개척해야 하는 시점에 있습니다. 만남이 있으면 언젠가는 헤어짐이 있고 또 다시 다른 만남을 약속하게 됩니다.
 
미래의 삶이 우리를 발전적으로, 그리고 긍정적으로 이끈다는 신념을 가지고 각자의 달란트를 부지런히 연마하는 가운데 많은 것을 성취하시고 계속 발전해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앞으로 십수 년 뒤에 보게 될 호주한인동포사회의 더욱 달라지고 발전된 모습을 그리며 그간 이곳에서 받은 호의와 지원에 대해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그동안 나눈 우정과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제 후임 총영사에게도 변함없는 성원을 당부 드립니다.”
 
▲ 시드니주안교회 목요찬양에 참석한 이휘진 총영사(왼쪽)가 진기현 목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 크리스찬리뷰


긴 대화를 마치고 몇 장의 사진을 찍은 이 총영사는 악수를 건네며 다음 스케줄을 위해 떠나야한다고 말했다.
 
시드니한인회와 민주평통호주협의회에서 공동으로 마련해 준 환송연이라던가. 거리에는 어둠이 몰려오고 있었고. 〠



<편집자주: 이휘진 총영사는 지난 4월 16일 한국으로 귀국했고, 후임 윤상수 총영사는 22일 부임했다.>

글/김명동|크리스찬리뷰 편집인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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