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의 성지순례(3)

김환기 사관의 성지학술연구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0/03/08 [10:29]

‘이스탄불’에서 밤 버스를 타고 ‘갑바도기아’로 향했다. 민박집에서 만난 두 명의 청년과 동행했다. 이스탄불에서 갑바도기아는 750km이며 휴게소에 몇 번 정차하였으나, 나는 도착할 때까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새벽이 되어 버스가 정차하고, 승객들이 전부 하차하는 것이다. 잠에서 깨어나 엉겁결에 따라 내렸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시내로 들어가기 전의 마지막 휴게소이었다.

그 곳에는 여행사들이 포진하여 있었다. 자신을 터키의 ‘장동건’이라고 소개하는데, ‘장동건’과는 아주 딴판으로 생긴 사람이 우리를 사무실로 인도한다. 그는 민박과 관광코스에 대해 소개했다. 우리는‘민박’(Pension)과 ‘그린투어’(Green Tour), ‘레드투어’(Red Tour)를 결정하고, 가격흥정에 들어갔다. 흥정을 할 때면 흥정의 명수인 아브라함이 생각난다. 아브라함은 소돔과 고모라 성의 멸망을 막기 위해 하나님과 흥정하며 50명에서 10명까지 숫자를 내렸다. (창 18장) 몇 번의 실랑이 끝에 방 하나에 3명이 같이 자는 조건으로 $45에 계약했다.  

계약이 끝나자, ‘장동건’씨는 ‘열기구 투어’(Balloon Tour)를 소개하는 것이다. 자기가 열기구 주인이기에 아주 싸게 탈 수 있다고 한다. 함께 간 청년이 호기심에 가격을 묻자, 한 옥타브를 높여 원래는 $250인데, 특별히 $180까지 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비싸서 탈 수가 없다고 하자, 다른 회사에 비하면 싼 편이라며 종용한다. 이럴 때는 무관심이 최상의 협상카드인 것 같다. 조금 후 장동건 씨는 다시 청년에게 접근하여 협상을 재개한다. 더 이상은 깍지 말라며 $160을 제안한다. 그래도 비싸다고 하자, 이제는 자기도 어쩔 수 없다며 후퇴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후퇴는 작전상 후퇴였지 포기는 아니었다. 그는 작전을 바꾸어 나에게 접근한다. 갑바도기아에서 찾아 볼 수 없는 가격이니 청년을 설득해서 같이 타라는 것이다.  “하룻밤 자는데 $15인데, 열기구 한 시간 조금 넘게 타는데 $160이라면 너무 비싸지 않습니까”라고 하자, 달갑지 않은 목소리로 “그러면 얼마면 탈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100 정도면 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느새 나도 그의 상술에 말려 들어가고 있었다. 결국 장동건 씨는 나를 설득하여 $130에 계약했다. 여행 중 이렇게 엄청난 돈을 써본 적이 없었다. 돈을 내면서 얼마나 후회했던지.

▲ 새벽을 뚫고 올라간 열기구에서 내려다 본 갑바도기아는 지구가 아닌 별나라 같았다.     © 김환기
 

갑바도기아 (Cappadocia) 

갑바도기아는 성서에 두 번이나 언급된 곳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 베드로는 본도, 갈라디아, 갑바도기아, 아시아와 비두니아에 흩어진 나그네 (벧전 1:1), 우리는 바대인과 메대인과 엘림인과 또 메소보다미아, 유대와 가바도기아, 본도와 아시아 (행 2:9)’ 이곳은 동서양을 잇는 중요한 교역로에 위치하고 있어 열 개가 넘는 다양한 문명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여행 중에 가이드가 “갑바도기아가 무슨 뜻인 줄 아십니까?”라고 질문한다.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자, ‘아름다운 말의 땅’(The Land of the beautiful horse)이라 설명해 준다. 성서에는 ‘ia’로 끝나는 지명이 많다. ‘갈라디아, 비두니아, 마케도니아, 아시아’ 등이다.  ‘ia’는 땅(The Land)이란 의미의 접미사이다.  그러니 ‘ia’로 끝나는 단어는 ‘무엇의 땅’(The Land of Something)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국가 이름 중에 ‘ia’로 끝나는 이름이 많이 있는데 ‘오스트레일리아’도 그중 하나이다.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란 라틴어의 남쪽(Australis)과 땅(ia)의 합성어이다.  따라서‘호주란‘남쪽에 있는 땅’이란 의미이다.  

 
괴레메 야외 박물관 (Goreme Open Air Museum)

‘괴레메 야외박물관’은 고대 수도사들의 집단거주지였는데 400채가 넘는 교회와 은자의 집 그리고 작은 수도원들이 단지를 이루고 있었다고 한다. 괴뢰메 계곡은 천연의 자연 조각품으로 길가의 집 자체가 작품이다. 이곳은 ‘데린구유’나 ‘카이막카르’ 지하 도시와는 달리 지상에 있는 바위 동굴 속에 프레스코와 성화들이 교회마다 장식되어 있다. 성화들이 많이 파괴된 곳도 있으나 ‘토카트르’ 교회 같은 곳은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발전된 ‘동방정교회’에서는 성상화(이콘) 공경이 금지되고 성상을 파괴하는 운동이 있었다. 이를‘성상파괴운동’(Iconoclasm)이라고 하는데, 8-9세기에 동로마 제국에서 전개된 종교운동으로 ‘성상숭배금지령’이라고도 한다. 초기 비잔틴 작품들은 이때 대부분이 파괴되고, 우리가 접하는 작품은  9세기 이후의 것들이다.

 
▲ 로마의 박해를 피해 살았던 갑바도기아의 지하도시는 길이가 6km에 달하고 2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다.
 © 김환기

열기구투어 (Balloon Tour)

열기구는 새벽의 어둠을 뚫고 하늘로 올라 갔다.  멀리서 어스름한 빛이 보인다. 어느새 빛은 광채로 변하며, 잠든 대지를 깨운다. 이곳이 어디인가!  하늘에서 보는 갑바도기아는 지구가 아닌 다른 별나라인 것 같다. ‘스타워즈’(Star Wars) 영화 촬영을 이곳에서 한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다양한 모양의 50여 대의 열기구가 갑바도기아의 하늘을 수 놓고,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은 기지개를 켜는 대지를 붉게 물들인다.  같이 탄 사람들의 환호성도 이제는 들리지 않는다. 창조자의 놀라운 솜씨에 압도되어, ‘신묘막측’하신 하나님의 성호만을 찬양할 뿐이다.    

 
데린구유 지하도시 (Underground City)

갑바도기아의 ‘지하도시’(Underground City)는 로마의 박해를 피하여 그리스도인들이 집단적으로 살았던 곳이다. 많은 지하도시가 있는데 가장 크고 잘 알려진 곳은 ‘데린구유 지하도시’이다. ‘깊은 우물’이라는 뜻을 가진 데린구유 지하도시는 현재 지하 55m의 8층까지만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길이가 6km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컸으며,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고 깊게 만들어져 있었다.

실제로 지하도시 안에는 마구간, 식당, 부엌, 물통, 공기통, 교실, 창고, 기도실, 교회 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313년 콘스탄티노플 대제의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가 공인된 후, 기독교인들은 지하동굴을 버리고 지상으로 나와 계곡이나 산지에 돌구멍을 파고 교회와 수도원을 짓기 시작했다. 

이제 ‘파묵칼레’로 향하려고 한다. 그곳은 "네가 차지도 아니하고 더웁지도 아니하도다.네가 차든지 더웁든지 하기를 원하노라. 네가 이같이 미지근하여 더웁지도 아니하고 차지도 아니하니 내가 너를 토하여 내치리라 "(계 3:15-16) 책망을 들었던 ‘라오디게아교회’에 뜨거운 온천수를 공급한 곳이자, 예수의 제자였던 ‘빌립’이 잠든 곳이기도 하다.〠

 

글/김환기
호주구세군 다문화 및 난민 조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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