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개 접시로 담는 구도자의 마음

애쉬필드연합교회 빌 크루스 목사

글|김석원, 사진|권순형·윤기룡 | 입력 : 2016/08/29 [10:08]
▲    크리스찬리뷰 9월호 표지  © 크리스찬리뷰

위안부 문제는 인권 문제다

지난달 23일 오전 애쉬필드 연합교회에 마련된 약속장소를 찾아 차를 몰았다. 파킹장을 찾아 뒤로 가보니 교회 간판이 아니라 ‘엑소더스 파운데이션’(The Exodus Foundation)이란 명패가 더 눈에 띄었다. 교회 사무실 마당은 분주했지만 그냥 봐서는 누가 노숙자고 누가 봉사자인지도 구분하기 힘들다. 주위를 더 살펴보니 마당 정면에 놓여진 ‘평화의 소녀상’ 동상이 눈에 띄었다. 노숙자들이 입혀놓았다는 털실 목도리와 모자를 쓴 소녀가 담담하게 날 쳐다보고 있다.
 
웃음이 주름에 배인 노인이 계단까지 내려와 우리를 맞는다. 빌 크루스 목사다. 호주 국민영예훈장까지 받은 인기 방송인, 명사다. 애쉬필드연합교회 담임목사이자, 자신이 직접 세운 엑소더스 재단, 빌 크로우 재단 등의 대표이다. 국내에서는 연 50만 회 식사에 달하는 밥퍼 사역과 문맹퇴치 교육운동, 그리고 제3세계를 대상으로 자립형 빈민사역지원까지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교회보다는 회사같이 복잡한 교회 리셉션을 지나, 회의실에서 먼저 엑소더스 재단 홍보영상을 보여준다. 이런 거 보러 온 게 아닌데 싶었지만, 내용은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애쉬필드에 부임하여 목격하게 된 노숙자의 고통, 당장 급한 마음에 교회 문을 열었지만 특별한 장기계획 같은 것은 없었다고 했다.
 
그때 남편 몰래 헌금을 했다는 한 여성, 경마로 번 돈을 이곳에 쏟아부었다는 한 남성을 통해, 엑소더스 재단이 시작되었다. 이 사역을 난 왜 처음 듣고 있는가? 생각보다 호주에 대해 아직 아는 게 별로 없는 모양이다. 어쨌든 소녀상 덕분에 빌 목사와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 애쉬필드연합교회 담임목사, 엑소더스 재단 대표 등으로 밥퍼 사역과 제3세계 빈민 사역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빌 크루스 목사.     © 크리스찬리뷰

위안부 문제는 전 세계적인 이슈 

- 일본은 위안부 문제가 당시 문화나 개인 결정이 뒤섞여 명확히 책임을 따지기도 힘들다고 강변한다. 특히 중국과 한국이 국내정치적인 이유로 이 문제를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이나 한국과 직접 관련이 없는 호주인으로서 동상 설치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에 목이 아픈 적이 있는데, 나중에 치료하겠다면서 넘긴 적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ABC와 BBC 프로그램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접하고 마음이 아팠다. 그러다가 스트라스필드 시에서 위안부상 설치를 거부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화가 났다.  
 
▲ 빌 크루스 목사는 지난 8월 6일 시드니한인회관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89) 할머니를 만났다.     © 크리스찬리뷰

이슈가 있으면 사람들은 모여 이것을 표현할 곳이 필요하다. 난 위안부상이 그런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신문사와 기타 닥치는 대로 전화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결국 6개월 만에 담당 기자와 연결되고(위안부상 설치위원회 총무) 비비안과도 연락이 닿았는데, 우리 교회 안에 설치하도록 한 것이다.”
 
- 호주인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은가?
 
“많다. 많은 분들, 특히 여성분들로부터 많은 격려 전화를 받았다. 실제로 이 문제는 단순히 한국 문제가 아니라 이미 전 세계적인 이슈다. 여성 학대 문제가 어떻게 한국만의 문제인가? 나는 이 일로 인해 아들레이드에 생존해 있는 호주인 위안부 생존자 젠을 직접 방문했다. 누구도 이런 짓을 하도록 그냥 둬서는 안된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결백할 수 없는 인간 본능 속에 있는 어두운 부분이기도 하다.” 

▲ 애쉬필드연합교회 앞마당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빌 크루즈 목사가 본지 김석원 편집부장과 포즈를 취했다. 소녀상은 추후 조경 공사가 끝나면 교회 안 Liverpool Road 길가 쪽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 크리스찬리뷰

- 일본단체와 정부의 반발, 이들의 로비를 받은 호주 정부 등의 집요한 방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방해했나? 여러 반발과 견제 속에서 이런 일을 지원할 때, 특히 힘이 되어준 사람들이 있는가?
 
“먼저는 단체 단위보다는 개별적인 항의 이메일을 받았다. 다음에는 주다문화장관이 내가 참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화를 해, 우려를 표하면서 일본 총영사를 만나도록 주선했다. 나는 전혀 거리낌 없이 일본 총영사를 만났다. 난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각오했기 때문에 물러서지 않았다. 연합교단의 지도자들도 우려를 표했다. 일본의 고소를 우려한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지만 직접적인 로비 때문인 것도 같았다. “
 
- 한국 이민교계는 신학적으로는 사회참여에 수동적인 편이지만, 빌 목사님의 용감한 결정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 실제로 그 감사를 직접 체험할 기회가 있는가? 소녀상 설치문제를 포함하여 한국 사회에 따로 부탁하고 싶은 내용은 없는가?
 
“많은 한국인들로부터 격려 전화를 받았다. 찾아와 포옹을 해준 사람도 있었다. 사실 위안부상 설치는 지금까지 내가 했던  일중에 가장 보람된 일이었고, 나에게도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왜 이것이 용감한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당연한 일이다.”
 
▲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린 시드니한인회관 행사장에서 이재명 성남시장과 인사하는 빌 크루스 목사.     © 성남시청

빌 목사도 우리와 같은 이민자다. 3살 때 부모와 함께 시드니로 이민을 온 빌의 가족은, 시드니 서부 세인트 메리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 이 지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온 수많은 난민들이 섞여 살던 곳이었다.
 
물론 아시아계보다는 동유럽과 백색계 러시안들이 주류였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부대포로 만든 움막에서 사는 사람도 많았다. 그는 신앙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다문화적인 분위기를 당연하게 여기고 자라났다고 했다. 그 지역의 아이들은 인종과 문화, 언어에 상관없이 같이 놀면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 엑소더스 파운데이션 로고     © Exodus Founfation

약자를 위해 네 삶을 집중하라는 하나님의 음성
 
- 1970년대 반도체 산업의 선구적 회사였던 AWA에서 장학금을 받고 공부했고, 촉망받던 엔지니어로도 알려졌다. 그런 전도유망한 자리를 박차고 이른 나이에 교회 사역으로 방향을 돌렸다. 다녔던 킹스크로스의 웨이 사이드 체플은 멜본의 세인트 킬다 침례교회와 함께 대표적인 사회참여 사역으로 유명하다. 어떻게 이 교회와 연결되었나?
 
“하루는 도메인에서 열렸던 집회에서 설교를 듣게 되었는데 설교자가 웨이 사이드 채플에서 설교를 또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교회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홀부모 지원사역을 보며 마음이 끌렸다. 그때 담임목사는 시편을 가지고 ‘해 아래 새것이 없다’라는 주제의 설교를 했는데 깊은 인상을 남겼다. 
 
▲ 시드니한인회관에서 열린 소녀상 제막식에서 빌 크루스 목사는 “계속되는 고통을 없애려면 일본 정부는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한다”라고 말하고 “평화의 소녀상을 보니 눈물이 난다”며 기념사에 대신했다.     © 크리스찬리뷰

그러다 하루는 채플에서 운영하는 커피점에 앉아있었는데, 갑자기 하나님께서 내 마음에 말씀하시는 음성을 들었다. “지금 하는 일을 내려놓고 약자 중에서도 가장 약자들을 위해 네 삶을 집중해라. 그 길은 외롭겠지만 내가 너와 함께 할 것이다”라고.
 
- 1971년에 직장을 그만두고 그 교회에서 일했다고 했는데, 이미 72년부터는 위기관리센타장뿐 아니라 그 교회의 사회복지 프로그램 전체의 책임자가 되었다. 고속 승진인데 원래부터 사회정의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닌가? 당시에는 어떤 일들을 했는가? 설립단체중 최근 활동을 보니, ‘적극적인 기업형 자립복지지원 프로그램’에 대해서 지원한다는 광고를 본 적이 있는데, 그동안 복지에 대한 관점이 바뀐 것인가?
 
▲ 빌 크루스 목사는 지난 8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우익단체의 협박도 받았지만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교회 안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 크리스찬리뷰

“특별히 그렇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는 지금 사회를 보면서 ‘이렇게는 곤란하다’라는 확신이 강했다. 여기에 뭔가를 해야 한다는 절박함도 있었다. 최근 연방아동학대조사위원회에 나오는 많은 성학대피해자들을 이미 그때 만났다. 지금 증언하는 이들 중에는 당시 우리가 돌봐주던 아이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이들을 그냥 방치할 수가 없었을 뿐이다. 지금도 나는 접근방법에 바뀐 것은 없다. 나는 사회구제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상대가 필요한 것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로 더 이상 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일이다. 이점에서 모든 상황에 따라, 개인에 따라 지원방법은 달라진다. 위안부 문제도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춰 돕게 된 것이다.”
 
- 애쉬필드교회에 부임한 뒤, 노숙자를 위한 ‘로브스앤 피시스 레스토랑’을 열고, 엑소더스재단을 통해 푸드트럭을 이용한 밥퍼 사역까지 확대했다. 어떻게 시작된 일인가? 교회안에서가 아니라 따로 재단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 시드니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한 인사들(왼쪽부터 윤미향 정대협 대표, 성남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 원복덕 위원장, 이재명 성남시장,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빌 크루스 목사, 백승국 시드니한인회장)     © 성남시청

“나는 지역 응급시설에 자원봉사로 갔다가, 사람들의 고통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래서 교회문을 열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었다. 교인들이 다 찬성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에 내가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따로 재단을 만들었다.
 
현재는 매일 아침과 점심에 애쉬필드와 여러 곳에서 음식을 나누며 일 년에 총 50만 회 가까운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동시에 나는 교회가 세상의 일부여야 한다고 확신한다. 우리는 교회를 먼저 세워 예배드리면서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세상을 향해 먼저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예배하게 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교회들이 세상을 향해 해야 할 일에 별로 효과적이지 못하다. 재단이 더 효과적이었다.”
 
- 사역 중에는 문맹률 향상 프로그램인 ‘멀티릿 프로그램’도 큰 몫을 차지한다. 이것은 정부 복지단체나 기존 학교로 충분히 하는 일 아닌가? 호주 주류사회에 식품, 알콜 문제와 문맹률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무엇인가?
 
“원래하던 일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된 일이다. 내가 만나는 많은 노숙자 자녀들은 학교에서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어떤 면에서 정부는 우리의 활동에 ‘위기감’을 느낄 정도다.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높은 학습 성취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근 주정부 내부의 ‘정치적’ 이해 때문에 정부 재정지원이 줄어서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최근 일부가 회복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가 지원하는 전문교사들과 이를 돕는 자원봉사 보조인력으로 운영된다. 여기에 관심이 있는 교사나 자원봉사들을 언제나 환영한다.”
 

▲ 자원봉사자들과 거리에서 노숙자들에게 배식하는 빌 크루스 목사     © Exodus Founfation

- 금년 2월, ABC와 인터뷰를 통해 빌 목사님은 센트럴역앞 벨모아파크에 있던 노숙자들이 사라진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2월 14일자 ABC 보도 참조) 이들이 사라진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최근 시내에 밥퍼사역에 참여하는 한국교회들도 있는데, 노숙자 사역을 하려는 교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할 수 있는가?
 
“실제로 노숙자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시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공원에서 쫓겨나 여러 곳을 방황하고 있고, 그중 많은 사람들이 애쉬필드까지 왔다. 이들에 대한 더 큰 관심이 필요한 때다. 나는 한국교회들의 관심을 크게 환영한다. 관심이 있는 분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도와주겠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 나가는 것이다.”
 
▲ 사무실 앞 층계에서 빌 크루스 목사     © 크리스찬리뷰

한국인 봉사자 조셉준 씨

우리가 취재하는 중에도 밖에는 11시 반에 시작하는 배식을 기다리는 줄이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올 때부터 분주했던 70여 명의 봉사자들의 손길이 더 바빠졌다. 이중에는 매주 한 번 정도 봉사를 한다는 한국인 죠셉준 씨도 눈에 띄었다. 밥퍼사역은 다양한 회사들과 단체들이 지역봉사 프로그램으로 많이 활용한다고 했다.
 
준씨는 처음에는 드러나고 싶지 않다며 카메라를 피했지만, 크리스찬리뷰를 읽을 어머니를 위해 자신이 봉사하는 사진을 찍도록 허락해 주었다. 교회는 쉬고 있지만 봉사하는 일이 즐겁다는 그의 설명에서, 교회가 뭘 빼먹고 있지 않은지 불안해 졌다.
 
우리는 배식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본부의 허락은 받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진에 얼굴 나오기를 꺼려했고, 일부는 아주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8개월간 봉사를 했다는 한 노인은 노숙자 중에는 난폭한 사람도 없지 않지만, 재단의 전임사역자들이 상황을 바로 인계하여 잘 처리하기 때문에 봉사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나누어지는 음식은 질이 나쁘지 않았다. 노숙자의 자존감을 배려하기 위해 음식 준비에도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취재진도 그냥 같이 끼어서 밥을 먹고 갈까 망설이게 될 정도였으니까.
 
▲ 리버풀 로드에 자리 잡고 있는 애쉬필드연합교회.     © 크리스찬리뷰

신앙을 더 큰 세계로의 갈망이라고 믿는다
 
- 호주에서 가장 큰 2GB 라디오방송을 통해 인기프로그램인 ‘세터데이 나이트 위드 빌 크로우’를 오랫동안 진행했다. ‘좌파’로 공격을 받기도 했는데, 이 방송국에는 알란 존스같은 매우 극우 평론가도 방송을 하고 있다. 서로 불편하지 않는가? 또 방송으로 하워드 전 수상을 크게 비판해 주목받은 적도 있었는데, 웹 사이트를 보니 당신의 프로그램에 주 후원자 중에도 그 이름이 들어있어서 놀랐다. 어떻게 이런 유명인들을 후원자로 엮을 수 있었는가?
 
“나와 의견이 같은 사람하고만 이야기하면 재미없지 않은가? 실제로 라디오 방송국 자체에서도 내 방송에 시비를 건 적도 없다. 이들은 청취율에만 관심이 있으니까.(웃음) 현재 하워드 전 수상은 나와 친한 친구가 되었다. 나는 가난한 사람을 돕는데는 정치적 성향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보통 가난한 사람을 도울 일이 있으면,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누구든지 참여를 요청한다. 그러면 많은 이들이 반응하고 직접 도우러 나오기까지 한다.”
 
- 작년말에는 동성애 합법화 문제에 대해 야당의 플리사이트정책과 기독교 로비단의 활동을 크게 비난하는 공개서한을 보낸 바 있다. 한국사회를 포함한 많은 이민사회는 전통 결혼관이 흔들릴까봐 크게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 걱정하는 이들에게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 엑소더스 재단은 매일 2차례씩(아침,점심) 노숙자들과 생활이 어려운 이웃주민들에게 음식을 제공한다.     © 크리스찬리뷰

“예화를 들고 싶다. 한 아이가 하나님을 찾으러 나가겠다며 팀탬과 쥬스가 든 도시락을 싸들고 나섰다. 공원에는 늙은 여인이 눈에 띄였다. 아이는 그 옆에 자리를 잡고 가져온 팀탬을 먹기 시작했다. 먹다보니 옆에 앉은 할머니가 배고프게 보였다. 팀탬을 건냈더니 할머니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서로 음식을 나누다 아이는 이제 가야할 시간이라며 일어났다. 마지막으로 환하게 웃어줄 수 있느냐고 부탁하자 할머니는 그렇게 해주었다.
 
집에 돌아온 아이에게 어머니가 하나님을 찾았나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예, 공원에서 만난 할머니의 미소 속에서 하나님이 나타나셨다'라고 말했다. 할머니도 집에 돌아와 자기 딸에게 말했다. '오늘 하나님을 만났는데, 생각보다 어린 것 같다' 사랑의 하나님은 인종, 성별 같은 것으로 나눠질 수 없다. 사랑은 그냥 그 자체로 받아들여 주는 것이다.
 
이민사회가 급격한 가치변화에 걱정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솔직히 말해 어떤 문화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지는 않다. 예를 들어 호주에 와서 살면, 원래 가지고 있던 좋은 것도 지키지만, 새로운 것 중에서 좋은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는 이 문제도 같은 경우라고 생각한다.”
 
▲ 매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점심시간에 배식하는 자원봉사자들     © 크리스찬리뷰

- 최근 기사에서 자신의 회심을 바울과 비교하기도 했다. 그러나 애쉬필드교회를 방문한 달라이라마에게 ‘당신은 지금까지 만난 최고의 기독교인’이라고 말했다고 들었다. 전통적인 기독교 회심과는 다른 회심인가? 자신의 회심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가?
 
“달라이라마는 정말 인상적인 사람이었고, 그는 나에게 ‘당신은 지금까지 만난 최고의 불교도’라고 했다. 내 회심 경험은 독특한 면이 있다. 비슷한 경험을 한 많은 사람들은 ‘기독교’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나의 회심은 더 넓은 세계의 문으로 열어주는 경험이었다.
 
나는 신앙이 ‘더 큰 세계로의 갈망 longing for the more’, 더 큰 세계로 인도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점에서 많은 사람들은 신앙을 통해 더 큰 세계로 가기보다는 그 반대로 가기도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는 하나님의 일부밖에는 알지 못한다. 이점에서 나는 항상 구도자처럼 더 알고 싶다. 특히 다른 종교에 더 깊게 빠진 사람들을 만날수록, 나는 하나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 엑소더스 재단은 매일 1천 명 이상의 노숙인들에게 음식을 제공한다.     © 크리스찬리뷰

빌의 신앙은 정통신앙과는 거리가 있었다.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담대하게 약자를 섬기고, 하나님에 대한 깊은 갈망과 더 알기 위해 겸손히 귀를 기울이는 자세에서, 교리만으로 나눌 수 없는 영적 공감대를 발견했다.
 
그는 자신의 신앙을 ‘큰 잔치로의 초대’로 비교했다. 그는 다양한 접시에 담긴 그 경험을 맛보기 원한다고 말했다. 다른 종교까지 포함해서...
 
계시록에 나오는 ‘주님이 재림해 나누어질 큰 잔치’가 떠올랐다. 그가 말하는 잔치와 어떤 점에서 다를까?
 
▲ 애쉬필드연합교회 앞마당에서 노숙인들의 옷을 세탁해 주는 이동 세탁소 차량     © 크리스찬리뷰

위안부상 설치는 내 인생의 가장 큰 축복
 
- 엑소더스 재단의 사역은 규모나 조직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매일 7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수십 명의 전담직원들이 동원되어, 철저하게 대상자를 배려하고 돕는 일에 집중한다. 오랫동안 사회복지활동을 해온 목회자로서, 복지 문제에 대해서 교회의 역할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특히 한국이민교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막상 떠난 것은 교회라고 생각한다. 교회가 사람들로부터 떠났다는 뜻이다. 실제적으로나 영적으로, 모든 면에서 교회는 세상과 사람들로부터 멀어져 버렸다.
 
많은 교회들이 일 세기의 사고방식으로 21세기를 살고 있다. 나는 성경이 ‘더 큰 이야기로 이어주는 큰 이야기’의 모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회는 더 이상 그러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기서부터 복지 문제도 접근되어야 한다.
 
▲ 한국인 자원봉사자 조셉준 씨(오른쪽 2번째)가 음식 창고를 정리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빌은 인터뷰하는 동안에는 미소를 잃지 않았지만, 진지했다. 특히 위안부 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목이 메어 이야기를 중단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위안부상 설치가 도리어 자기 인생에 가장 큰 축복이었다며 한국사회에 감사했다. 
 
자신의 사역전체를 통해 빌은 항상 ‘주는 자는 받는 자 보다 더 많은 것을 받는다’고 확인했고, 특히 위안부상 문제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한다. 
 
▲ 치과 봉사자들을 격려하는 빌 크루스 목사     © Exodus Founfation

애쉬필드 사무실 앞마당에 위치한 위안부 상에는 털목도리뿐 아니라 털모자가 하나 씌어져 있었다. 하지 말라고 해도, 노숙자들이 위안부 소녀가 추울 것이라며 기어이 씌워 논다고 했다. 떠나는 길에 우리를 깊이 포옹하는 빌의 모습에서, 화려한 인기 방송인도, 거대한 복지단체 수장도, 유서깊은 교회의 목회자도 느껴지지 않는다.
 
매년 담는 50여 개의 접시 위에 가만 있으면 미안한 영적 양심을 담아, 더 큰 세계로 인도하는 하나님을 찾아 떠나는 구도자의 모습이 더 비쳐진다. 
 
▲ 노숙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는 빌 크루스 목사.     © Exodus Founfation

엑소더스 재단의 노숙자, 문맹퇴치 활동의 자원봉사에 대한 문의는 02 8752 4600/이메일 volunteering@exodusfoundation.org.au이며,  언어적인 도움이 필요하면 필자에게 연락 바란다. under.broomtree.ministry@bigpond.com

글/김석원|크리스찬리뷰 편집부장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윤기룡|크리스찬리뷰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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