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땅 킬링필드, 예수님 사랑으로 씻다 !

캄보디아 선교 현장을 다녀와서

글|심재하, 사진|권순형 | 입력 : 2016/09/26 [10:29]
▲ 크리스찬리뷰 10월호/2016 표지     ©크리스찬리뷰
 
기상 악화, 떠날 수 있을까?
 
처음 떠나는 선교지 탐방은 시작부터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추석 명절 하루 전날 어머니와 3형제 가족이 함께 예배를 드리고 어머님 댁을 떠날 때, “추석에 어디를 가느냐?”는 어머님의 불평에 문득 앞으로 어머니와 명절을 몇 번이나 함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발걸음을 어지럽혔다.
 
전달할 약품들과 물품들을 가방에 나눠 담을 땐 “웬 약이 이리도 많지?”라는 투덜거림이 바로 나왔고,  공항으로 향하면서도 가는 곳이 정확히 어딘지도 모르고 떠났다. 선배 장로들 가는데 막내는 그냥 따라야만 했다.
 
두 번째 어려움은 비행기 이륙에서 있었다. 출발 직전 대만을 강타한 태풍의 영향으로 출발이 2시간 지연된다는 승무원의 멘트로 기내가 술렁거렸다. 생각 없이 터져 나온 말 “갈 수 있을까?”
 
결국 2시간여 지난 후 이륙할 수 있었다. 5시간의 비행 끝에 프놈펜공항에 도착하니 공항이 서울역 크기만 해 보이는데 매우 한산한 편이었다, 현지시간으로 밤 12시, 한국 시간으로 새벽 2시였다. 입국 수속을 하는데 눈은 흐릿하고, 눈꺼풀은 저절로 내려오고 하품이 저절로 나온다.
 
이런 어려움을 헤치고 상도교회(담임목사 최승일) 당회원들은 캄보디아에 도착했다.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그리고 불과 41년 전 온 땅이 피로 넘쳐났던 킬링필드의 나라 캄보디아에 온 것이다.
 
이번 캄보디아 선교지 탐방을 주선한 헤브론병원 김우정원장(선교사)이 제공한 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하면서 비행기에서 연습한 캄보디아 단어 3개를 입에 붙여 보려고 노력해 본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안녕하세요! "
 
▲ 헤브론병원에서 진찰을 받기 위해 새벽부터 몰려든 환자들. 보통 새벽 4시 지나면 병원 문을 여는데 하루에 200-300명 이상이 찾아 온다.     © 크리스찬리뷰


“어꾼, 쏨또, 쭘 리업 쑤어”
 
숙소 도착 후 선교위원장이 자꾸만 나의 짧은 회화능력을 드러내려 한다. 네가 가서 체크인해라! 이거 알아봐라! 저거 얘기해봐라! 거의 모든 일은 막내 몫이다. 속으로 외쳤다. 담임목사에게 부탁하라고. 호주에서 계속 영어를 사용했으니 잘 할 거고, 그동안 별로 안 써먹었으니 많이 사용하고 싶지 않겠냐고!
 
필자의 룸메이트는 내가 열 마디 하면 세 마디 정도하는 장로이다. 물어보지 않으면 절대 먼저 말하지 않는다. 정이 없다? 관심이 없다? 아니다. 그런데 말은 없다. 그렇게 첫날은 지나갔다.
 
둘째 날, 오늘은 추석이다. 아침 식사 후 경건회로 모였는데 아무도 추석인데 가족과 같이 못해 서운하다는 말이 없다. 한국을 떠나면 추석도 잊어지는 것인가? 가족들과 떨어져 추석을 보내는 것이 마음에는 걸렸지만 선교지 탐방에 많이 긴장한 얼굴들은 근엄한 표정들이었다.
 
찬송가 258장 ‘물 건너 생명줄 던지어라’를 찬양하는데 목사와 장로들이, 어머님 댁을 떠날 때나 약을 포장할 때 보여준 모습을 아는지 결단이 부족한 나에게 생명 줄을 던져야 한다고 찬양하는 것 같았다. 믿음이 부족한 나는 이곳 프놈펜에 와서도 문젯거리가 되지는 않겠지.
 
최승일 목사께서 사도행전 11장 19절- 30절을 인용해 탐방 온 장로들께 결단을 촉구했다.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보여 주시는 것을 보고, 말씀하시려는 것을 듣기를 원한다”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오늘의  일정은 헤브론병원, 캄보디아 장로교 신학대학, 심장수술 받은 여자 아이가 사는 시골 마을 방문 등이다. 
 

▲ 프놈펜 시내 아침 출근길. 오토바이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 크리스찬리뷰


숙소에서 병원으로 가는 도로는 먼지가 펄펄 날리고 차는 꽉 막히고. 왕복 4차선 도로는 오토바이가 대부분 자기 마음대로 1,2차선을 왔다 갔다 하는가 하면 아찔하게 역주행도 서슴치 않는다. 도로 상황은 내가 최근 5년 전까지 가본 동남아 어떤 나라보다 열악했다.
 
그런데 경적 소리는 서울보다 적은 것 같았다. 사흘 동안 우리 일행을 태웠던 캄보디아인 버스 기사는 한 번도 경적을 울린 적이 없었다.
 

▲ 진찰 받는 할머니.     © 크리스찬리뷰


헤브론병원 
 
헤브론병원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커피 중독인 나에게 좋았던 것은 병원에 카페가 있다는 것이었다. 김우정 원장을 기다리는 동안 카페에서 흥미로운 걸 하나 발견했다. 이 더운 땅에 널린 게 나무일 텐데 카페를 지으며, 나무를 자르지 않고 나무가 다칠까봐 나무를 피해 벽을 세운 것이다. 지은이의 배려가 보이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무가 많았는데 다 죽고 한 그루가 남아, 살리기 위해 카페를 그렇게 지었다고 했다.
 
헤브론병원을 소개한 심장내과 전문의 최수상 선교사(75)는 자신이 미얀마를 거처 이곳에 온 배경과 사명에 대해 설명했다. 연로한 몸에서 어떻게 저렇게 강한 의지와 열정이 나오는지 정말 감탄했다.
 
최수상 선교사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심장내과 전문의였는데 은퇴 후 미얀마를 거쳐 남은 생애를 캄보디아인들에게 의술을 통하여 복음을 전하기 위해 울트라사운드 전문 간호사인 부인과 함께 헤브론병원으로 왔다.  
 
헤브론병원은 단순 의료를 넘어 선교로 가고 있으며, 앞으로 캄보디아인들의 건강을 위해 종합적인 진료센터로 나아갈 것이며 이를 위해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무런 보수 없이 일하는 한국인 선교사와 봉사자들이 얼마나 열심히 봉사하며 또한 선교 의지가 철철 넘치는 지를 강하게 보여주었다. 간절히 구하는 모습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 그렇다. 그래서 선교지를 왜 직접 와서 봐야 하는지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 헤브론병원을 방문한 상도교회 당회원들에게 심장내과 전문의 최수상 선교사가 병원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이어지는 병원의 각 부서를 설명하는 김우정 선교사의 태도는 매우 진지했다. 의료기기 하나하나, 방의 내역 하나하나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필자를 비롯한 당회원들은 의료지식이 없어서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인데 선교사께서 왜 저렇게 자세히 설명을 할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거기엔 이유가 있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자세히 설명하려 한다. 상세히 사랑을 표현하려 한다. 그게 기쁨이다. 왜냐하면 그게 사랑법이니까!”
 
김우정 선교사의 자세한 설명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고 느꼈다. 첫째는 비록 현재 헤브론병원의 구석구석은 지금 이 자리에서 설명을 듣는 상도교회가 보낸 물질로 이루어진 것은 없지만, 많은 분들의 사랑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것 같았다.
 

▲ 교회 창립 70주년을 앞두고 헤브론병원을 방문한 상도교회 당회원들이 김우정 원장(선교사)와 기념촬영을 했다.     © 크리스찬리뷰


헤브론병원은 하나님의 사랑이 구석구석을 이루도록, 물질과 기도를 보내주신 분들을 사랑하셨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비록 김 선교사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선교사 자신은 단순한 통로였다고 말하는 것으로 들렸다.

또 하나는 병원 곳곳에 펼쳐진 하나님 사랑의 모습을 정확하게 보라는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보면 볼수록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우리가 감당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일종의 강렬한 명령이었다.
 
그래서 몇몇 장로들이 그럴 필요가 있나? 라는 말씀에도 간호대학 기숙사까지 꼭 봐야 한다는 김 원장의 모습에서 나는 선교사의 강한 사명감을 느꼈다. 그것은 자신이 이만큼 이루었다는 자랑도, 홍보도 아니었다. 이왕 이곳까지 왔으니 하나님께서 여기에 베풀어 주신 것을 보고 느끼고 감사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는 권면이기도 했다.
 

▲ 최수상 선교사부부. 부인 최차남 선교사는 심장초음파 전문 간호사이다.     © 크리스찬리뷰


그렇다. 헤브론병원은 소아심장센터를 통해 많은 어린이들에게 새 생명을 안겨 주었다.
 
외래진료실은 곳곳마다 하나님의 호흡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CT 촬영방에서 김 원장은 매우 들뜬 표정이었다. 병원의 어느 방 하나 하나님의 사랑을 못 느낄 곳이 없겠지만 이 방은 너무 감사하는 듯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고, 아직도 여전히 캄보디아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건강한 삶을 되돌려 주기에는 모든 것들이 부족하기에 우리 후원자들의 기도로, 물질로, 봉사로 그 사랑을 전할 수 있는 부분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음에 감사했다.
 
지금까지 나는 선교라는 것은 선교지에 가서 단순히 의료술을 베푸는 것, 물질을 보내는 것,  말씀을 전하는 것으로만 이해했다. 그런데 나는 생각이 바뀌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중에 김 원장과 대화를 나누면서 어떻게 이 척박한 캄보디아 땅에 왔는지 , 어떻게 어려움을 이겨내는지를 들으며 선교란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란 것, 그것도 전적으로 나누는 것이란 것을  배웠다.
 

▲ 지난 5월 완공된 헤브론병원 간호대학 건물. 이곳에 12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기숙사, 도서관, 행정실, 컴퓨터실 등이 입주했다.     © 크리스찬리뷰


김 원장이 계획하는 간호대학이 완성을 이루고 이후 헤브론병원이 더 큰 비상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가까운 시일 내에 캄보디아 의료진들에게 병원을 넘겨주고 훌훌 털어버리고 이곳을 떠나겠다는 그의 희망은 그것이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믿기에 더욱 가능하리라 확신한다. 누구든지 비전을 이루는데 참여할 수 있고 그것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를 이곳에서 볼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계신다.
 

▲ 내과 전문의 서승현 선교사가 혈관에 주사 바늘을 꽂자 아픈 표정을 짓고 있는 환자.     © 크리스찬리뷰


캄보디아 장로교 신학대학교
 
헤브론병원 인근에 있는 캄보디아 장로교 신학대학교(이하 캄장신)를 방문했다. 이교육 박사와 조봉기 학장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캄보디아에 한국 선교사들이 선교를 시작한 것은 1993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이다. 1993년도는 우리나라에선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고 미국에선 클린턴 대통령이 당선된 해이기도 하다.
 
그렇게 시작한 선교가 2003년 캄보디아 장로교 공의회를 결성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믿음에서였다. 떠나온 조국에서 장로교가 사분오열된 모습을 본 선교사들이 힘을 하나로 모은 것이다. 출발은 절심함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고 추축해 본다. 여기서 캄보디아보다 더 좋은 환경에 있는 현재의 한국 장로교의 분열은 우리가 캄보디아 선교사들만큼 절심함이, 하나 되어야겠다는 간절함이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냥 부끄러울 뿐이다.
 
캄장신은 2008년에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기쁨과 동시에 하나님께서는 선교사들에게 해결되어야 할 문제, 즉 전문성의 부족함을 일깨워 주고 전문가들의 영입을 허락해 서 학교는 안정기를 맞게 되었다.
 

▲ 캄보디아 의사들이 환자들을 진찰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조봉기 학장은 “캄장신이 자체적으로 학위를 줄 수 있는 기관으로 발전한 것, 그리고 모든 강의가 캄보디아어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선교사들의 연합과 협력이었다”라고 말하며 옛날 기억들이 마구 스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많은 어려운 순간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깨닫고 감사하는 선교사들의 믿음에 감사하고 부러울 뿐이었다.
 
이교육 박사는 캄장신이 캄보디아 신학생들을 현지 교회의 지도자로 배출하고 그들을 영적 리더로 세워 명실상부한 캄보디아 선교센터로 발전시켜 인도차이나 지역에서 선교 중심지로 나가고자 한다는 비전 선포에는 굳건한 의지가 보였다.
 
다른 어느 지역과 다르게 분열 없이 하나로 연합된 모습이 오늘을 가능케 했고 앞일을 가능케 할 것이다.
 
캄장신 대학 건물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구조와 구색도 많이 갖추었다. 그러나 10년 후에 캄보디아인을 이 대학의 정교수로 세우고 이곳이 이 나라와 주변 국가에서 선교센터로 자리 잡으려면 교수 사택, 유치원 설립, 체육시설 및 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예배당 건립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많은 기도와 물질의 후원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 헤브론병원 로비를 가득 메운 환자들.     © 크리스찬리뷰


‘짠니’가 사는  뚜얼 마을
 
“지금은 병원에서 제법 떨어진 마을로 갑니다. 거기엔 짠니가 삽니다. 짠니가 누구냐고요? 쌈디는 헤브론병원에서 심장 수술을 받은 아이 이름입니다. 거리는 가까운 것 같은데 도로 사정이 안 좋아 시간이 좀 걸립니다.”
 
김우정 선교사가 2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며 버스에서 안내 방송을 했다. 
 
마을 입구에 우리 일행을 마중 나온 짠니와 짠니 엄마는 매우 다정하게 우리 일행을 반겨주었다. 처음으로 짠니를 보았지만 매우 밝아 보였다. 어린이들은 누구나 귀엽다. 비록 거주시설이나 환경은 우리가 보기에는 너무 열악해 보였으나 주민들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그들의 웃는 모습은 부드러웠고 어린이들은 한편으론 부끄럼까지 타는 듯 했다.
 
우리는 준비한 작은 선물 보따리들을 들고 학교와 사원을 지나 한참을 걸어 마을 깊숙이 들어갔다. 가는 도중 다른 마을 건너편에는 비구름이 몰려오고 있어서 걱정이 앞섰다. 비가 오면 엄청나게 쏟아지고 그럴 경우 잘못하면 가는 길이 물에 잠길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 기억나자 걱정이 생겼다.
 
짠니가 사는 집에 도착하여 동네 사람들과 우리 일행은 함께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상도교회 당회원 12명은 3팀으로 나누어 가가호호방문을 하며 예수를 전하고 축복기도와 선물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헤브론병원에서 지원해 준 현지인 통역 세 명과 동행하여 의사소통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방문하는 집집마다 짧지만 간절한 기도가 이어졌다. 우리의 방문이 예수님 사랑의 작은 밀알이 되길 간절히 구했다. 그리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해 더욱 편안한 환경이 제공되길, 그 통로에 우리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그래서 그들과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사랑을 깊게 체험하는 날들이 빨리 오길 기도했다.
 

▲ 헤브론병원은 지난 9월 초 CT 촬영기를 설치했다.     © 크리스찬리뷰


마을로 들어갈 땐 그토록 멀던 길이 나올 때는 왜 그리도 가깝던지. 그냥 뭔가 짐을 내려놓은 듯했다. 물론 들고 갔던 작은 선물 보따리를 내려놓았으니 그런 것 같았다. 
 
이곳에 와서 그들이 사는 모습을 직접 보고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우리들이 해야 할 숙제를 안고 돌아간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마을을 떠나려는데 먹구름이 몰려 오면서 소낙비가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우리들의 행사를 마치기라도 기다렸다는 듯 무섭게 비가 내렸다.
 
그러나 비가 올 것 같아 걱정했던 우리들에게 행사 내내 좋은 일기를 허락하신 하나님,  “쁘레야, 어꾼”(하나님 감사합니다)
 

▲ 아침 QT를 마친 후 회진을 도는 의료진들.     © 크리스찬리뷰


따께오 적정 기술센터
 
오늘은 선교지 탐방 마지막 날이다. 프놈펜에서 버스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따께오 적정 기술센터를 운영하는 김기대 선교사의 선교 현장을 방문하는 날이다. 적정 기술이란 대안 기술이라고 한다. 자연의 자원들을 이용하여 자본이나 시설이 부족한 캄보디아 농민들이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자립하도록 돕는 기술을 말한다고 한다. 김 선교사의 메시지 주제어는 자립이었다.
 
수의사인 김기대 선교사는 한국에서 동물병원 병원장으로 지내다 2000년 캄보디아로 왔다. 그 후 Neighbor of Cambodia를 캄보디아에 설립하여 현재까지 농촌지역사회개발과 교육, 교회개척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어떤 특정교회와의 연계는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특정교회와의 연계가 선교지에 맞지 않는 요구들로 인해 선교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라고 할 때 일부 한국교회의 탐욕적 선교활동을 되새기게 하여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현재 ISAC(Institute of Sustainable Agriculture & Community Development)학교를 세워 이삭학교 내 농장을 통해 사역에 필요한 재정을 자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자연 농업식 양돈과 양계, 그리고 채소를 키우며 농촌지도자들을 육성하고 있다.
 
무지, 질병, 가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캄보디아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농촌마을 사람들을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귀한 선교의 현장이었다.
 

▲ 리조트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캄보디아 장로교 신학대학 전경.     © 크리스찬리뷰


또한 4개 마을을 통하여 영적,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온전한 변화와 개발을 위해 교육하고 훈련하여 온전히 변화된 성경적인 모델 마을을 만들려고 한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며 협동조합을 만들어 유통과 판매를 작게나마 시작하고 있었다.
 
김 선교사는 캄보디아 곳곳에 크리스찬 이장들을 세우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즉, 캄보디아 농촌교회를 자립, 자정, 자치의 교회로 이루어가길 원하고 있다. 나는 그 대목에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캄보디아에 와서 가장 많이 본 모습 중 하나는 바로 젊은이들이 아무런 일 없이 침상에 누워 있는 모습이었다. 그들을 깨우쳐 자립시키고자 하는 비전은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이 직업(job)이나 방향을 못잡고 있는 시점에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 있겠다 싶었다.
 

▲ 캄보디아 장로교 신학대학교를 소개하는 이교육 박사.     © 크리스찬리뷰


다음은 김 선교사가 보내 온 기도 제목을 그대로 전한다.
 
1. ISAC학교를 위해, 학교 내에서 진행 중인 농장과 학생들을 위해서, 스텝들의 헌신과 신앙적 성숙을 위해서,
 
2. 개척된 3개 교회의 성장과 자립, 사역자들의 헌신과 성도들이 믿음이 잘 자라도록,
 
3. 지역농가 가정경제 지원을 위한 양돈, 양계, 원예 협동조합 설립이 잘 이루어지도록, 이를 통해 하나님 나라가 임하는 일들이 이루어지도록,
 
4. Business as Mission의 좋은 모델들이 만들어져서 지속 가능한 선교의 모델이 만들어지도록,
 
5. 진행 중인 유치원과 2018년 준비 중인 초등, 중등, 고등학교 설립을 위한 교사 양성을 위해서,
 
6. 학교 사역을 위해서 협력하게 될 God's Teacher단체와 여기서 파송된 선교사 가정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ISAC학교를 떠나며 생각했다. 내가 들은 캄보디아 대학살의 주범인 폴 포트도 농촌의 자립을 자신의 정치 이념으로 삼았다고 들었다. 자신의 공산주의 이념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김기대 선교사의 농촌자립은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함이다. 결국 이념은 공유할 수 있으나 누가 그 이념을 인도하느냐가 역사를 바꾸는 것 같다.  다시 한 번 우리의 믿음을 되돌아보게 된다.
 

▲ 최승일 목사(가운데)가 대학원장 이교육 박사(오른쪽)와 기숙사 시설을 둘러 보았다.     © 크리스찬리뷰


충에크 대량학살센터
 
킬링필드의 현장인 충에크는 폴포트 정권 때 대량 학살된 캄보디아의 여러 집단 무덤 중 한 곳이다. 프놈펜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 귀국 행 비행기를 타기 전 우리 일행이 방문했다.
 
사회적 네트워크 구조에 관심이 많았던 하버드대학교 교수였던 스탠리 밀그램은(Stanley Milgram) 여섯 단계의 분리(six degrees of separation)의 논리에서 전 세계 사람들은 6단계 안에서 다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아프리카 오지에 사는 사람도 관계를 잡아가다 보면 5명의 연결을 통해 그와 연결된다는 논리이다. 매우 타당성이 있다.
 
전 세계 수십억 인구도 6번의 연결로 이어지는데 1천만 명의 캄보디아인들은 6번까지도 안 넘어가는 관계들이 많았을 것이다. 즉, 현존하는 사람들과 매우 가까운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상상해 보자. 우리들의 부모, 형제, 조카, 친척, 그리고 학교 동창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거나 죽임을 당했다면,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니고 계속 죽어간다면 어땠을까? 나는 아마 제정신이 아니었을 것 같다. 바로 41년 전, 내가 여기서 그런 일을 겪었다면 나의 젊음과 그 이후의 삶은 온통 공포로 낭비되었을 것 같다.
 

▲ 상도교회 당회원들 캄장신에서 기념촬영.     © 크리스찬리뷰


지금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캄보디아인들은 아직까지도 그 무서운 피의 대학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고 있을 것이다. 정말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닐 것이다.
 
충에크 센터 여기저기를 걸어 다닐 때 이어폰 너머로 땅속에서 외침이 들리는 듯 했다. “우리가 이렇게 죽어갈 때 너희는 어디 있었느냐?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 네가 믿는 그 하나님은 이 공포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우리가 그토록 찾았을 때 어디 있었느냐? 너는 아느냐, 그 하나님이 무엇을 하고 계셨는지”라고.
 

▲ 킬링필드의 현장인 ‘충에크 대량 학살센터’에 들어서면 정면에 위령탑이 보인다. 이곳은 프놈펜에서 남동쪽으로 약 15km 떨어져 있다.     © 크리스찬리뷰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나야 했었는지, 하나님께서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주님은 분명 그때 이곳에 계셨고 보셨다. 왜냐하면 분명한 사실은 이 세상은 주님의 뜻대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 모든 일을 주님이 허락하시진 않는다고 믿는다. 세상은 주님이 허락하는 일이 있고, 허락하지 않은 일들도 일어나지만 그래도 세상의 모든 일은 주님의 뜻 안에서 돌아가고 있다.
 
나는 호숫가를 걸으며 이 순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려는 게 무엇인지를 들으려 하는 것이, 왜 그리 불행한 일들을 일어나게 하셨는지를 묻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주님의 뜻을 분별할 능력은 없다.그러나 하나님께서 이들이 깊숙이 묻힌 이 땅위에 서게 하심은 분명 하나님의 뜻이 있음을 믿는다. 왜냐하면  이 자리에 서 있는 것도 주님의 뜻이니까 그런 것이다.
 

▲ 헤브론병원에서 수술받은 짠니가 살고 있는 깜뽕스프 뚜얼 마을을 상도교회 당회원들이 찾았다. 당회원들은 짠니와 그의 가정을 축복하고 격려했으며, 세 팀으로 나누어 마을 전도를 실시했다.     © 크리스찬리뷰


일정을 마치며
 
짧은 시간에 여러 선교사들을 만났고 많은 활동들을 보았다. 방식에는 차이가 있으나 한결같은 것은 선교사들은 이 땅에 하나님의 사랑의 통로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선교사들의 활동 하나하나는 가까운 자신의 부모, 형제들의 죽음을 바라보며 극한의 공포로 떨며 살아온, 그리고 아직도 그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래서 희망이라는 단어 자체마저 잊어버린 캄보디아 국민들에게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묻혀진, 닦고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그 피를 씻어주고 그들도 하나님의 자녀임을 깨닫게 하고, 그래서 그들에게 주님께서 주시는 꿈을 보여주려 한다고 느꼈다. 먼저 믿는 자들이 된 우리는 선교사들이 만들어 준 통로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면 된다. 그리고 느끼면 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 따께오 적정 기술학교를 설명하는 김기대 선교사. 이곳 농장은 자연농업식 양돈과 양계, 태양열, 농사, 식육가공 등 캄보디아 농촌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선교 현장이다.     © 크리스찬리뷰


귀국 행 비행기 속에서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계속 인용되는 미국 시인 딜런 토마스(Dylan Thomas)의 시가 생각났다.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작자가 아버지의 임종을 앞두고 쓴 시라고 한다.
 
내용은 문자 그대로 ‘인생의 끝에 분노하라’는 것이다. 해석의 차이가 있겠지만 인생의 마지막을 그냥 물러서지 말라는 뜻으로 들었다. 분노까지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노년이라고 해서 꾸던 꿈을 접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 꾸던 꿈을 접는 경우가 많다. 이루기엔 얼마 남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사도행전에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말세에 내가 내 영을 모든 육체에 부어 주리니 너희의 자녀들은 예언할 것이요, 너희의 젊은이들은 환상을 보고 너희의 늙은이들은 꿈을 꾸리라.” (사도행전 2:17)
 

▲ 자연순환농법으로 기르고 있는 돼지.     ©크리스찬리뷰
 
그렇다. 나이가 들면 꾸던 꿈을 자녀에게 주면 된다. 그 자녀는 또 그들의 자녀에게, 바로 예수님이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 제7차 캄보디아 사진선교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헤브론병원에서) -1     © 크리스찬리뷰
▲ 제7차 캄보디아 사진선교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헤브론병원에서) -2     © 크리스찬리뷰
▲ 제7차 캄보디아 사진선교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헤브론병원에서) -3     © 크리스찬리뷰


선교사들이 피로 물든 그 흙을 씻겨주면 하나님께선 분명 그들에게 꿈을 보여주실 것이다. 하나님께서 얼마나 그들을 사랑하시는지를 깨닫는 꿈을! 그리고 우리에게도 함께 계속 꿈을 꾸라고 말씀하실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 사랑을 받았으니까.
 
이제, 캄보디아 복음화를 위해 꿈을 꾸며 기도하자! 〠

글/심재하|(서울) 상도교회 장로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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