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코러스 2016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찬양 사역의 여정

김정혜/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6/09/26 [11:45]
▲ 샤인코러스의 대구 동산병원 호스피스 병동 연주회.     © 샤인코러스

뜻밖의 부르심

대구 동산의료원 원목실장 오정윤 목사께서 지난해 7월 시드니에 잠시 체류할 때 샤인코러스의 연습 현장을 지켜보며 뜻밖의 제안을 했다.
 
“동산의료원을 방문하여 샤인 코러스의 연주를 환우 와 의료원 관계자들에게 들려주세요.”
 
이 제안에 우리는 모두 갸우뚱했다. 쟁쟁하고 뛰어난 연주자들의 연주가 가득한 고국땅에 우리와 같은 아마추어 합창단의 연주가 왜 필요한가 싶었다.
 
그러나 오 목사는 “샤인의 소리는 달라요. 천상의 소리같아요”라며 ‘동산이야기’라는 동산의료원 100년 선교 역사를 담은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감동했다.
 
“저렇게 귀한 선교 역사의 현장에 보잘 것 없는 우리를 쓰시겠다는데...” 함께 그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은혜라고 여겨졌다.
 
“네, 갈께요”
 
준비의 어려움과 은혜  <비행기값 (여비) 마련>
 
샤인코러스 단원들은 반 정도가 20대 학생들이고 나머지 반은 60대 중반까지의 장년층으로 힘들게 일하며 공부하는 보통의 이민자들, 학생 또는 유학생들이다. 동산의료원 측에서 연주 제반사항과 숙식을 책임진다고 해도 가장 큰 경비인 비행기값을 마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이 일을 위해 기도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일이니 물질도 주시리라’.
 
이러한 취지를 이해한 여러 지인들의 도움과 아들레이드장로교회(담임목사 문광식)의 감사헌금, 그리고 한인단체의 기금이 더해져서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단원들에게 항공료의 일부를 적절히 보조해 줄 수 있었다.
 
단원들의 개인 일정 조정
 
학생들이 많은 우리는 사역기간을 방학기간인 7월 초로 잡고 직장과 일터에서의 스케쥴 조정, 시험 일정 변경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휴가를 맞추어갔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생겨 한국사역이 불가능한 단원들이 생겨났다. 특히 베이스 파트는 세 명이 빠지게 되어 타격이 컸다. 최상의 연주를 들려주고 싶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단원으로 활동하다가 한국에 돌아가서 성악을 전공하고 있는 도윤상 군이 대구에서 함께 연주하기 원한다고 연락이 왔다. 준비하시는 하나님, 감사합니다!
 
▲ 대구 평강교회 연주회     © 샤인코러스

대구 사역
 
동산병원 선교관에 모인 우리는 먼저 병원 투어를 했다. 선교박물관, 의료박물관들을 돌아보고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모두 깊은 감회에 젖었다.
 
특히 호주에서 나고 자란 2세들에게는 놀랍고 신기한, 감동적인 교육의 장이었다. 대구 최초의 교회인 제일교회 선교관(예전 본당 건물)에서는 당회원들의 요청에 따라 짧은 연주를 했다. 울림이 역사의 현장으로 그 흐름 속으로 퍼져나갔다. 모두 비행기를 타고 온 여독으로 피곤했지만 우리는 다음날 아침부터 찬양 사역을 위해 연습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매일 아침 기상은 6시, 각자 모든 준비를 끝내면 7시 반에 교직원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8시경부터는 함께 모여 자체적으로 경건회를 했다. 이 시간을 통해 우리는 뜨겁게 말씀과 삶을 나누며 기도함으로써 매일 부어주시는 은혜로 날마다 사역을 힘차게 감당할 수 있었다.
 
시드니에서는 갖기 어려운 참된 교제의 시간이 되었다. 오전 11시에 소아과 병동에서 작은 연주회를 가졌다.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엘리베이터 앞의 넓은 복도에서 전자피아노와 함께 연주했다. 어린 환우와 부모들 그리고 의료진들이 지켜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어떤 환우는 노래소리를 따라 3개 층을 헤매다 찾아와서 듣고 울면서 말했다.
 
“오늘 이 찬양을 듣게 하시려고 하나님께서 저를 이 병원에 입원케 하셨나봐요” 우리는 가슴이 먹먹했다. 오후에는 모든 남은 일정을 위한 연주 준비를 구체적으로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7월 3일(주일), 연주가 세 번 있는 날이다. 오전 환우음악회 때 환우들은 연주를 들으며 감격하고 울었다. 자신을 위해 그 먼 호주땅에서 찬양을 들려주려 와서 너무나 고맙다고 했다. 천국의 찬양을 맛보았다고 했다.
 
“네, 함께 천국에서 또 만나요. 함께 찬양해요!”
 
오후에는 대구 제이교회에서 오후예배 시간에 연주회를 가졌다. 오 목사가 울림이 좋은 예배당을 가진 교회들을 섭외했는지 연주하면서 행복했고 우리 자신에게 부어주시는 은혜로 더 좋은 연주를 할 수 있었다.
 
2곡의 앵콜송까지 선사했고 급히 이동하여 다음 장소인 평강교회로 향했다. 평강교회 본당의 울림은 여느 연주회장을 방불했다. 깨끗하고 영롱한 소리를 적당한 울림과 함께 경험했다. 단원들은 많이 피곤한 상태였으나 하나님께서 다시금 일으켜 세우시고 역사하셔서 우리는 그 날 중 가장 좋은 연주를 할 수 있었다.
 
리셉션 시간을 통해 청중들과 대화했다. 계명대학교 부총장으로 은퇴한 한 장로께서 다가와 “평생 음악회를 다녔지만 기립박수는 오늘 처음 쳤어요”라며 극찬해 주어 단원들의 피로가 말끔히 씻어지는 듯했다.
 
계속되는 연주회를 통해 단원들은 청중과 교감하는 연주회를 깊이 체험했다. 반주자 중 한 명이면서 피아노 솔로를 맡은 이경헌 군은 교회 연주 때는 찬송가 편곡을, 병동 연주에는 만화 영화 주제곡을, 마지막 연주 때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함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7월 4일(월), 이날은 인공신장실 연주회가 오전에, 암센터 연주가 오후에 있는 날이다. 인공신장실에서 투석하던, 무표정하고 지친 얼굴들이 생기가 돌 때, 암센터에서 찬양을 들으며 모든 분들이 울며 은혜를 나눌 때, 우리 모두를 왜 이곳에 보내셨는지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단원들도 모두 울며 찬양했다. “은혜 아니면 나서지 못하네…” 아픔과 기쁨과 감동… 이 모든 감정이 뒤섞여 한동안 우리는 잠잠히 있었다.
 
그 가라앉은 감정을 가슴에 안고 계명대학 성서캠퍼스 투어를 다녀왔다. 계명대학은 아름답고 커다란 궁과도 같고 정원과도 같았다. 저녁 식사 후 우리는 여느때와 같이 연습하고 의상을 손질했다.
 
7월 5일(화), 오전은 호스피스 병동 연주, 늦은 오후에는 대구 시민 및 환우, 교직원들을 위한 제일 큰 연주회가 있는 날이다. 호스피스 병동 연주 전에 우리는 다짐했다. 어제처럼 울지 않기로. 그들에게 사랑, 위로, 기쁨과 소망을 전해줄 수 있기를 소원하며 연주했다. 웃음도 선사하고자 그 전날 코믹한 노래에 율동 연습을 많이 했던 터라 그 효과도 본 것 같았다.
 
오후에는 마지막 연주회를 위한 리허설에 집중했다. 그동안의 연주회는 보통 1시간 안팎이었는데 이번엔 2시간 연주회라서 부족한 부분을 연습할 것이 많았다. 동산병원이 청라언덕에 지어졌기에 그 장소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가곡 ‘동무생각’도 연습했다.
 
동산병원 대강당은 울림이 별로 없어서 연주하기가 어려웠다. 청중이 가득 자리하고 나니 실제 연주시간에는 피아노 소리조차 우리에게 잘 들리지 않았다. 때문에 너무나 긴장한 나머지 서로 어긋나는 실수를 했으나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심으로 청중들은 뜨거운 호응을 해주셨다.
 
특히 마지막 곡 ‘동무생각’을 함께 부를 때는 우리 모두가 한 민족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의료원장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모든 단원들에게 귀한 선물도 주고 의료원 목걸이와 브로치도 기념으로 전했다. 교수식당에서의 만찬 시간에는 2년 후 계명대병원(지하 5층 지상 20층으로 현재 공사 중)이 완공되면 기념식할 때 와서 연주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 밤 우리는 모든 사역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마음속에 담았던 간증과 감사가 풍성한 밤을 보냈다.
 
마지막 날은 대구투어가 예정되어 있었다. 오전에 흐리던 날씨가 정오가 되면서 장대비가 되었다. 우리는 팔공산에서 점심식사와 티타임을 갖고 구름덮인 아름다운 산에서 대구 사역의 모든 일정을 마감했다.
 
▲ 대구 동산병원 환우예배     ©샤인코러스
 
대구 찬양선교 후기
 
우리가 다녀간 후 동산병원에서는 오랜 기간 멈춰졌던 모닝코러스가 재개되었고 병원 곳곳에 성화걸기 작업이 시작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117년 전에 뿌려진 믿음의 씨앗이 더욱 크게 열매맺는 날을 보리라.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찬양합니다. 평생토록 영광 받으소서. 할렐루야!
 
▲ 캔버라 우리교회 연주회     ©샤인코러스
 
캔버라 찬양 사역
 
대구 사역을 끝내고 몇 주간의 휴식을 가진 후 연습을 재개할 즈음 금년에 창립된 캔버라우리교회에서 연락이 왔다. 창립 후 첫 외부행사로 샤인코러스를 초청하고 싶은데, 캔버라에는 교민들을 위한 문화행사가 절실하다고 했다. 우리는 올해 사역이 많은 편이라 잠시 고민했으나 부르심에 순종하기로 했다.
 
지난 9월 17일, 전세버스로 오전에 출발하여 오후 1시캔버라 일정을 시작했다. 캔버라 교인들이 정성껏 준비한 점심 식사를 마치고 곧장 리허설을 가졌다. 연주장소인 웨슬리 유나이팅교회는 250석 규모의 현대식 건물로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가졌으며 좋은 파이프 오르간도 있어서 특별순서로 오르간 연주도 넣을 수 있었다.
 
또한 캔버라우리교회 황준희 사모가 플룻 전공자이기에 특별연주도 해주었다. 캔버라우리교회 청년들은 자신들의 전공을 살려 다각도로 연주회를 섬겼다.
 
올해 샤인코러스 연주회는 기본 레퍼토리인 교회음악에 전래동화로 지은 곡, 캐롤을 흥미있게 편곡한 곡 등의 코믹한 곡들이 첨가되었다. 매 섹션마다 재미있는 곡으로 시작한 덕분인지 청중들은 열린 마음으로 연주를 감상했고 감동을 느끼는 폭도 더 깊어보였다.
 
연주회 후 리셉션 시간에 호주인들과 교인들 남녀노소가 각자의 소감을 밝혔는데 공통점은 “내년에도 꼭 와주세요!”였다. 캔버라 교민들이 얼마나 문화사역에 목말라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에필로그
 
자신의 작은 도시락을 주님께 내어드렸던 소년처럼, 우리의 작은 자의 정성을 바쳐 주께 쓰임받길 원하며 시드니 변방에서 조용히 시작했던 샤인코러스가 벌써 14살이 되어 간다.
 
그동안 주님은 우리의 부족함과 연약함, 어리석음에도 불구하고 자라게 하시며 순종케 하셨다. “그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때면 “주께서 쓰시겠다 하라”는 말씀이 생각났다.
 
매년 정기연주회(무료) 및 다양한 곳에서 찬양토록 이끄셨고, 작년부터는 사역의 지경을 다른 도시로, 해외로까지 확장시키셨다. 하나님의 계획하심과 인도하심이 놀라울 뿐이다.
 
우리의 이야기가 여러 사역을 준비하는 하나님의 일꾼들에게 작은 보탬이라도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맺는다.〠

김정혜|샤인코러스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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