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영사로 부임한 호주 시드니

전 시드니총영사 이휘진의 해외 단상 2

이휘진/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6/10/24 [12:55]
▲ 이휘진 전 시드니총영사 부부.     © 크리스찬리뷰


한국과의 관계는 1889년부터 호주 선교사들이 파견되어 선교, 계몽, 봉사활동을 하였다. 주로 부산, 경남지방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한국전이 발발할 즈음 양국 간에는 국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호주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17,000명의 병력을 파견하였으며 이중 339명이 전사하고, 1,2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러한 희생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써 총영사관은 참전용사와 가족을 초청한 보훈 오찬을 개최하고 있다.
 

▲ 이휘진 총영사(오른쪽)가 한국전 참전용사 초청 보훈 오찬 행사에서 평화의 사도 메달을 수여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 크리스찬리뷰


참전 기념비는 양국 정부와 교민사회의 기부로 2000년대에 들어 캔버라, 시드니, 골드코스트에 세워져 있다. Olwyn Greene 여사에 대해서는 동포사회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매년 9월 하순에 생신을 맞아 꽃을 보내어 축하를 하거나 생신 잔치를 베풀어 드린다. 이 여사의 부군은 한국전에 참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32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한 Greene 중령이다. 90줄에 접어든 나이임에도 손수 운전해 시장을 보고 한인 주최 참전용사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The name’s still Charlie》라는 남편을 회고하는 저서도 출간하였다.
 
나는 시드니와 골드코스트에서 연례적으로 개최하는 대규모 참전용사 보훈 오찬 외에도 지방에 거주하는 관계로 이러한 보훈 오찬에 참석하기 어려운 참전용사를 위해 Cairns, Taree, Orana 등지에도 방문하여 소규모의 오찬을 베풀고 감사를 표시하였다. 이분들은 우리 정부의 성의에 대해 심심한 고마움을 표시해 나는 마음이 뿌듯하였다.
 
사실 호주의 전국 일간지나 ABC 방송에 우리의 행사 등이 보도되기는 아주 지난한 일이다. 이들 지방을 방문해 참전용사와 더불어 하는 행사를 하는 계기에는 그 지방의 신문사, 방송사가 와서 인터뷰를 하고 신문 및 방송에 보도를 하니 그 홍보효과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 한국전에 참전하여 32세에 전사한 그린 중령의 부인 올윈 그린 여사. 그는 남편의 영웅적인 이야기를 13년간 집필하여 1993년 ‘그대 이름은 아직도 찰리’라는 책을 출간했다.     © 크리스찬리뷰


호주의 입장에서 한국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분야는 역시 경제이다. 양국은 경제적으로 보완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호주의 석탄, 철광석 등 원자재와 쇠고기 등 식품을 수입하고 자동차, 전자제품 등을 수출하고 있다. 호주의 입장에서 한국은 제4위 무역대상국으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다.
 
2014년 12월 양국 간 FTA가 발효되어 경제관계를 더욱 격상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Tony Abott 정부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이 최대의 교역 대상국이므로 이들 국가와 차례로 FTA를 타결하였다.
 
나는 1997년 8월부터 수도인 캔버라에 소재한 대사관에서 2년 반을 근무한 경력이 있으므로 호주 근무가 두 번째이다. 캔버라는 인구 30만에 불과한 자그마한 행정수도로 우리는 농담 삼아 캔담사라고 불렀다. 백담사처럼 적막한 곳이어서 그렇게 하였다.
 
우리가 1997년 11월 금융위기를 당하고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1998년에는 본국의 정부 대표단이 출장을 오지 않아 더욱 적막하였다. 당시 시드니에 거주하는 교민들의 숫자가 약 3만 명을 웃돈다고 하였고 한인들은 캠시를 중심으로 살고 있었다. 그 당시와 비교해 보니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교민사회의 수나 질적인 면에서 많이 성장하고 있었다.
 
교민사회도 캠시를 벗어나 생활여건이 더 나은 스트라스필드, 이스트우드, 버우드, 어번, 채스우드 등지로 분포되어 있었다. 또, 한인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3명의 시의원이 활동하고 있었다. 시는 기초자치단체로서 광역 시드니에는 43개의 Council이라고 불리는 시가 있었다. Council은 인구가 적게는 4만, 많게는 30만 이상으로 다양하며 인구비례에 따라 시의원의 숫자도 달랐다.
 
약 3만 8천에 이르는 인구를 가진 스트라스필드에는 수 년 전에 한인시장이 배출된 바있다. 여기에서는 4년 임기의 6명의 시의원이 1년 임기의 시장을 자체적으로 선출한다. 2015년 9월에 한인시장이 다시 당선되어 한인사회의 정치력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직 아시아계의 정계 진출은 부진하다. 타민족 중에서는 베트남계가 남부 호주의 총독으로 임명되어 재임 중에 있다. 중국계, 말레이시아계 중국인이 연방과 주의 비례대표인 상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직 아시아계는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연방의회의 하원에 당선된 바가 없으니 그 벽을 실감할 수가 있다.
 
뉴질랜드 교민사회에는 3선의 한국계 의원이 활동하면서 한인사회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인다. 호주에서도 이제 차세대가 정치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동포사회가 힘을 합해 밀어 주어야 할 것이다. 호주의 정계에는 20대부터 일찍 진출해 40대가 되면 장관직을 역임하는 중진의원이 된다. 정계와 더불어 동포의 진출이 약한 언론계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다. 민주사회인 만큼 언론의 영향력이 강하다.
 

▲ ‘그대 이름은 아직도 찰리’ 책자     © 크리스찬리뷰


언론을 통해 동포사회의 활동에 대한 홍보와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도 현지 언론인 초청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정치, 경제부 기자나 중진급 언론인을 초청해 한국을 홍보하고 관심을 제고하는 것이다. 그 숫자가 많지 않아 여전히 제한이 있다.
 
2015년부터 언론학 전공 대학생 10여 명을 방한 초청하는 프로그램을 동포사회에서 시행하고 있다. 동포사회의 기금과 한국언론재단의 후원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예비 언론인의 한국 방문을 통해 호감도를 높이고 좋은 인상을 가지도록 한다. 이 사업이 지속되어 한국의 실정을 보다 많이 이해하고 알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2011년 한·호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시드니에 문화원이 개설되었다. 문화원은 전시, 공연, 강좌 등의 활동을 통해 한류를 홍보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중추기관이다. 매주 목요일 저녁에 개최되는 한국 영화 상영회, 초·중등학생의 월례 문화원 견학, 문화원에서 개최되는 동포미술 전시회, 우리의 상여문화 전시회, 월례 K-pop 공연, 한식, 한지공예, 서예 등 강좌 등을 실시하고 있다. 문화원이 학교를 방문해 우리의 문화예술을 알리고 학생들의 참여를 도모하는 ‘찾아가는 문화원’ 행사도 시행 중이다.
 

▲ 시드니한국문화원이 개최한 K-Pop 컨테스트     © 시드니한국문화원


이제는 아시아계를 중심으로 한 현지의 젊은이들의 K-pop 등 한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같은 열기가 있는 것은 아니나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다문화방송인 SBS 라디오의 아시아 팝 코너에서는 70% 내외의 음악이 K-pop이다. 2015년 10월 빅뱅 아이돌 스타가 공연하였을 적에는 시드니 스타디움의 13,000석이 매진되는 바람에 당초 1일 공연이었던 일정을 하루 더 연장하기도 했다.
 
한국어의 보급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어는 2013년 중반 노동당 정부의 말기에 5대 아시아 중추 언어에 포함된 바있다. 현지의 초·중등학교 60여 개교 약 8천 명의 현지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운다.
 
2017년부터 대학입학자격시험인 HSC에 한국어 초급과정이 포함되어 있어 배우는 학생의 숫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육원은 1989년 설립되어 초기에 한인사회 2세대에 대해 한국의 언어, 문화, 역사를 교육하기 위한 역할을 주로 하였으나 이제는 현지사회에 한국어를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5년도는 우리의 역사상 연대기적으로 의미 있는 해이다. 해방과 분단 70주년, 한국전 65주년,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가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외적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통일, 북한인권 문제 등에 관한 행사를 추진하였다.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북한의 인권 실태를 1년여에 걸쳐 조사를 한 후 2014년 3월 보고서를 공표하였다. Michael Kirby 위원장은 호주 연방 대법관을 역임한 명망 있는 인사로 시드니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Kirby 위원장은 한국이 북한의 인권에 대한 관심을 적게 가지고 있고 한국의 언론도 유엔인권 보고서의 발표를 많이 보도하지 못하였다고 실망감을 토로하였다. 사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열악한 여건에서 천신만고로 탈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시로 들어서 북한 인권의 열악상에 대해 어느 정도 면역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시드니 동포단체인 북한인권개선 NGO는 Kirby 위원장을 초청한 가운데 지난해에 출범식을 가지고 북한인권주간행사를 개최해 북한인권영화인 <The Crossing>을 상영하고 탈북 천재 피아니스트의 공연, 탈북민의 연방의회 증언 주선 등 행사를 가졌다. <The Crossing> 상영회는 주의사당에서 개최되어 다수의 주의원들이 관람하였으며 북한인권의 열악상에 대한 인식을 크게 제고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 가지 큰 업적은 시드니 한인지역구 연방의원의 협조를 얻어 북한 인권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성과가 있었다.
 

▲ 시드니한인회와 광복회 호주지회가 공동주관한 3.1절 96주년 기념식.     © 이휘진


16기 민주평통호주협의회는 적극적으로 활동하였는데 국내의 북한정치 전문가를 초청한 강연회, 북한인권법 초안 작성 및 논의, 연방의원과의 협력 채널 구축을 통한 북한인권법 상정추진 등을 하고 있다.
 
각종 동포사회의 행사에 참석해 활동을 격려하는 이외에 NSW, Queensland 주정부와 협력하여 우리 지상사와의 연례경제간담회를 개최하였다. 시드니에는 코트라를 비롯해 우리의 주요 기업 30여 개가 지사를 설치하고 있다. 지상사는 나름대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영사관의 주선으로 개최되는 주정부와의 간담회를 통해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경제 동향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는 기회를 가졌다. 우리의 호주에 대한 투자는 주로 석탄, 철광, 아연 등 광물 자원 분야이다. 광물 자원의 확보(resource security)를 위해서이다.
 
NSW 주에는 우리 기업이 추진하는 3개의 석탄광 개발 프로젝트가 있다. 와이용, 바이롱, 흄 프로젝트이다. 이중 광물자원공사가 추진하는 와이용 석탄광 개발사업은 시드니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추진되었으니 근 20년이 가깝게 지났다. 수년 전부터 승인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막바지 단계에서 걸림돌에 부딪치곤 하였다. 양국 간의 주요 현안으로 제기되어 몇 년 전부터 양국 정상회의에서도 의제로 상정되어 호주 측에 원만한 진행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곤 하였다.
 
호주 측은 ‘허가권은 연방정부의 소관사항이 아니고 주정부의 관할’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임하였다. 사실 광산 개발 문제는 정치인의 입장에서 보면 환경보호 문제와 관련되어 상당히 민감한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

이휘진|전 시드니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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