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정을 끝장낸 라티푼디움
 
최성은/크리스찬리뷰
주전 509년 브루투스에 의해 시작된 로마의 공화정은 옥타비아누스가 원로원으로부터 아우구스투스 칭호를 받는 주전 27년까지 482년간 계속되었다. 이 기간 동안 로마는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여 소규모 도시국가의 신세를 면했고 그리스, 마케도니아, 시리아, 카르타고를 차례로 정복하면서 지중해 주변을 모두 차지하는 거대한 나라가 되었다.

로마의 공화정은 원로원, 민회, 관료그룹이라는 세 바퀴로 달리는 자동차였다. 원로원은 표면적으로 집정관의 자문기구였으나 구성원이 대부분 귀족이나 고위관료 출신인데다 임기 또한 종신이었으므로 그 권위와 영향력이 막강하였다. 

민회는 귀족과 평민, 군인과 상인 등 다양한 멤버로 구성되었고 집정관을 비롯한 관료들의 선출, 법률제정, 재판, 전쟁 등 국내외 주요현안들을 논의하고 결정하였다.  관료그룹은 공무원들이다. 집정관, 감찰관, 법무관, 조영관, 재무관 등이 있었고 비상시 전권을 위임받아 통치하는 독재관과 평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호민관이 있었다.
 
집정관은 최고위 관료로서 귀족대표 한 명과 평민대표 한 명으로 구성되었고 행정과 군사에 관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감찰관은 원로원 의원의 임명, 비난받는 의원의 제명, 품행이 좋지 않은 사람에 대한 시민권 박탈등의 일을 하였다.
 
법무관은 집정관이 자리를 비우는 경우 행정업무를 대신 처리하였다. 조영관은 도로, 공중목욕탕, 식수, 식량, 축제나 행사의 운영 등을 맡아 보았고  재무관은 나라의 재정업무를 다루었다.
 
이처럼 원로원, 민회, 관료그룹이 솥발처럼 벌려서서 서로를 견제하고 균형을 유지하면서 다스리는 정체가 공화정이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로 로마에 인질로 잡혀온 바있는 폴리비우스는 공화정을 대하고 감동한 나머지 <로마가 짧은 시일내 부국강병을 이루고 지중해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제도 때문이다>라고 격찬했다.
 
마키아벨리 또한 공화정을 <인간의 자유를 완벽히 구현할 수 있는 위대한 제도>로 믿고 자신이 직접 경험한 당시의 정치적 병폐를 이로써 풀어 보고자 애썼다.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이다. 아름답고 귀한 것일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피와 땀과 눈물이 배어있기 마련이다. 로마를 키운 공화정, 수많은 현인들로부터 위대한 제도로 높임을 받는 공화정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자리를 잡고 궤도에 오르기까지 오랜 시간에 걸친 수고가 있었다.
 
기득권을 포기할 수 없다고 버티는 귀족들과(파트리키) 주권재민을 외치는 평민들(플레브스) 간에 오랫동안 격렬한 투쟁이 있었던 것이다.
 
평민들은 심지어 전쟁중 임의로 철수하면서까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여 관철시켰다. 그 과정에서 호민관제도가 도입되고(주전 495년) 12표법이 제정되었고(주전450년), 집정관 중 한 명은 평민으로 한다는 리키니우스 법이 통과되었으며(주전 367년) 평민회의 결정도 원로원의 승인과 관계없이 효력을 발생한다는 호르텐시우스법이 만들어졌다(주전 287년).
 
귀족과 평민 간의 길고 긴 투쟁은 상호 이해와 포용이라는 찬란한 로마정신을 생산했다. 로마는 이 SPQR의 깃발을 들고 마침내 지중해를 제패하였다.
 
영원한 것은 없다고 했던가. 정복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의 땅은 경작할 사람이 없어 폐허로 변했고 이를 헐값에 사들인 귀족들은 라티푼디움(대농장)을 소유하게 되었다. 라티푼디움은 노예들에 의해 경작되었으므로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들은 갈 곳이 없었다.
 
로마군의 중추를 이룬 중무장 보병은 대부분 자영농민 출신들인데 이들이 완전히 몰락하게 된 것이다. 보다 못한 그라쿠스 형제가 나서 토지의 소유제한 등 개혁을 추진했지만 라티푼디움을 가진 귀족들과 부자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쳐 실패하고 살해당했다.
 
귀족들과 평민 간의 갈등이 깊어져 내전상태가 되었으나 원로원과 집정관은 이를 수습하지 못했다. 기회를 노리던 카이사르, 안토니우스, 옥타비아누스 등의 삼두정치가 시작되고 최후의 승자가 된 옥타비아누스에 의해 제정이 열리면서 공화정은 막을 내리게 된다.
 
브루투스가 두 아들의 피를 바쳐 열었던 공화정이 탐욕의 산물인 라티푼디움에 의해 끝장난 것이다. 〠                                                                                      

최성은|시드니선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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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0/24 [14:14]  최종편집: ⓒ christian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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