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영사로 부임한 호주 시드니

전 시드니총영사 이휘진의 해외 단상 3

이휘진/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6/11/28 [11:20]
▲ 총영사 관저에서 열린 개천절 행사 전경.     © 크리스찬리뷰

광산 개발

와이용(Wyong) 사업만 하더라도 지역구 의원은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해 후보자의 선거공약에 석탄광 개발을 반대하는 입장을 천명하곤 했다.
 
Barry O’Farrell NSW 주 총리는 환경보호를 위해 석탄광 개발에 반대한다는 포괄적 입장을 표명한 바 있으나, 당선된 후에는 주의 재정 확보, 지역주민의 고용 증진 등 현실적 이유를 내세워 와이용 사업에 호의적인 자세로 입장을 선회하게 된다.
 
관할 정부부서인 기획환경부의 조건부 승인 단계에서 다른 복병이 대두되었다. 광산과 인근 항구를 연결하는 철도망의 건설을 위한 부지 사용을 위해 소유주인 원주민에 대한 보상 문제가 대두되었다.
 
원주민위원회는 턱없이 비싼 보상을 요구하고 나온 것이다. 지난 1년간 개발업체와 원주민위원회 간의 협상이 진행되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 업체는 우회로를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에 있다.
 
바이롱, 흄 광산은 개발을 추진한지 아직 5년이 되어 가고 있다. 광산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이해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한 절차이다. 주민들은 광산 개발에 따르는 먼지, 소음, 물의 오염 등을 우려한다.
 
젊은 층은 고용기회 제고 등으로 환영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법규에 따라 5km 이내의 주민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청문회 과정에서 이들을 설득하고 회유하는 것이 큰 장애가 된다. 이런 장애를 극복해 호주 내 최초로 우리가 운영하는 광산이 조만간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1960년대 호주에서 발간된 ‘Lucky Country’라는 책이 잘 알려져 있다. 호주는 넓은 대륙에 맑은 공기, 풍부한 자원으로 운 좋은 나라라는 것이다. 땅덩어리가 한반도의 36배가 되니 얼마나 큰가. 호주의 많은 땅이 사막인 불모지라고는 하나, 사막에는 무궁무진한 지하자원이 묻혀 있다고 한다.
 
우리보다 소득이 2.5배나 많은 이 나라에서는 이러한 자원을 파서 팔면 부족할 것이 없이 잘 살 수가 있다. 호주는 다른 대륙에서 떨어져 있어 경쟁과 유행에 다소 둔감한 것 같기도 하다.
 
호주인들은 술, 운동, 도박을 좋아한다. 럭비, 크리켓에 열광하며 5-6월의 State of Origin 럭비경기는 만사를 제치고 본다. 과거 어떤 총리는 크리켓을 좋아해 3-4일 동안 진행되는 크리켓을 보기 위해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한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이 사회가 술, 도박, 운동만 좋아하는 나라가 아니라는 이들의 진지한 면모를 보고 놀란 적이 있으며 ‘이러한 부류의 인사들이 사회를 이끌고 있구나’ 생각하였다. 업무상으로 가끔 Lowy Institute, Australian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등의 세미나에 가 보면 퇴직한 분들도 많이 뵈는데 국내외 정세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호주와 난민 정책
 
그들은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대한 전문가의 발표를 듣고 연구를 하면서 글을 쓰고 하는 등 유용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의 경우 퇴직하면 손을 놓고 등산이나 다니면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는가.
 
시민들은 사회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시민의식이 높은 것 같다. 호주에서 가장 큰 국제이슈 중에 난민 문제가 있다. 앞에서 언급하였지만 호주는 연간 난민 1만3천 명을 받아들이는 쿼터를 설정하고 있다.
 
주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 중동지역 출신이 다수이다. 이들은 주로 인도네시아를 거쳐 북부의 해상으로 오고자 한다. 문제는 호주의 국경선이 워낙 넓다 보니 해안경비를 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다수의 난민들이 오는 도중에 배가 전복되어 익사하고 이러한 내용이 뉴스로 보도되면 NGO, 시민단체들은 난민들을 접수하거나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라고 정부에 압력을 행사한다. 지난 노동당 정부는 북부 해안으로 들어오는 난민문제로 골머리를 썩었다.
 
2013년 중반에 노동당 정부는 파푸아뉴기니 정부와의 합의하에 PNG의 마누스 섬과 또 다른 남태평양 소국인 나우루에 수용소를 설치해 일부 난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시행키로 하였다. 이에 대해 자국의 책임을 다른 나라에 전가한다는 비난이 제기되었고 수용소에 어린아이들을 수용하는 것은 비인도적인 처사라고 시민들은 정부를 비난하였다.
 
이에 더해 PNG의 대법원이 수용소 설치의 불법성을 판결함에 따라 사태가 더욱 꼬이게 되었다. 이러한 비난이 있지만 현 연립정부의 대처로 과거와는 달리 해상난민이 제어되어 있는 상황이다.
 
호주는 자국민의 보호를 외교의 최대 우선순위로 하고 있다. 자국인이 해외에서 납치, 감금되어 있을 경우 이를 보호하고 구제하기 위해 최선의 외교력을 기울인다. 알자지라 방송의 이집트 특파원으로 근무하다 이집트 정부에 체포되어 재판을 받는 자국인 기자를 석방시키기 위해 외교장관 등 고위급 인사는 최대의 외교채널을 가동한다.
 
네덜란드를 출발해 멜버른으로 오던 말레이시아 국적기 MH가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격추되어 30여 명의 호주인이 사망함에 따라 호주는 선도적으로 격추현장을 답사하여 조사하고 유엔에서 비난결의안의 초안을 만들어 통과시키고 하는데 앞장섰던 것이다.
 
외교라는 것이 추상적인 것이 아니고 자국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과 같이 보다 국민에 다가가는 외교를 하고 있는 모습을 실감 있게 볼 수 있다.
 
우리 정부로서도 과거에 비해 국민들의 해외여행이 늘어나고 정부의 대국민서비스를 강조하면서 해외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사고에 신속히 대처하고 주재국과의 협조를 강화하기 위해 경찰주재관을 많이 파견하고 있다.
 
현재 전 공관에 약 70여 명의 경찰이 파견되어 있으니 단일 부처로서는 제일 많은 주재관인 셈이다. 국민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으로 이외에도 대형사건 지원을 위해 신속 영사단 파견, 외국에서 돈이 없이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긴급구난제도 등이 있다.
 
한국 여행객·워홀러·유학생
 
호주에는 연간 약 20만 명의 한국인이 방문하는데 호주 최대의 도시이며 관문인 시드니로 주로 들어온다. 시드니에서 오페라 하우스, 하버 브리지, 본다이 비치, 갭 파크 해안 등 시내와 인근의 블루 마운틴을 탐방한다.
 
다수의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관계로 사건 등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영사관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사건들은 주로 주말에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직원들은 교대로 당직 전화기를 들고 다닌다.
 
호주에서는 이런 여행객에 의한 사건보다는 워킹 홀리데이에 참가하는 젊은이(통상 ‘워홀러’로 약칭함)들에게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2013년 말 호주에 온지 두 달이 되지 않은 20대 초의 젊은 여성이 새벽에 공원을 가로질러 출근하다가 현지의 건장한 젊은 남성에게 살해되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였다. 호주는 단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이십대 외국 워홀러 약 20만 명의 체류를 받아들이고 있다. 워홀러들은 호텔, 식당, 농사일, 육가공공장 등에서 번 돈으로 여행을 다니며 영어도 익히고 견문을 넓힌다.
 
우리는 호주와 1995년 이 협정을 체결하였다. 청년 실업이 늘어나는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연간 약 3만 명에 이르렀다. 영국, 대만에 이어 많은 숫자이다. 이 최초의 한국인 워홀러 살해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같은 달에 한국인 워홀러에 의해 다른 워홀러가 살해되는 비극이 또 일어나서 우리의 언론에 크게 보도되고 호주는 안전하지 않은 나라라는 인식이 퍼지게 되었다.
 
퀸즈랜드 정부로서도 사태의 수습을 위해 브리스번 시장이 장례식에 참석하고 위령비를 공원에 세워주었으며 추모기금을 모으는 등 나름대로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본다.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 재판과정을 보면 범인의 정신감정 판정에 따른 재판의 지연 등으로 신속하게 재판이 이루어지지 않아 우리의 마음을 졸이기도 하였으나 상당 시간이 지난 범인의 정신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감정이 나와 안도가 되었다. 아시아계에 대한 편파적, 인종차별적 판단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공관의 업무 중에 공공외교가 중요하다고 하였고 한국문화원, 교육원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총영사로서는 동포사회의 행사에 참석하는 일도 많지만, 현지의 학교나 대학교를 방문해 한국의 현황, 양국 관계, 주요 외교적 문제에 대한 설명을 하고자 노력하였다.
 
부임하고 나서 시드니에 소재하는 주요 대학교의 총장을 예방하였다. 호주의 대학은 약 40개가 있다. 대학교는 재학생이 약 4-5만 명이 되니 규모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그중 약 1/3이 외국인 학생이라고 한다. 중국이 약 15만 명으로 제일 많으며 그다음은 인도, 베트남, 한국 순이다. 한국의 유학생은 2.5만 명에 달한다.
 
호주 최대의 명문은 시드니대학교로 1852년에 설립되었다. 법대, 의대 등 학과가 잘 알려져 있다. 시드니대학, NSW대학, UTS, 맥콰리대학의 정치, 법대 교수들도 예방하여 친분을 쌓은 다음 특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또한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Barry O’Farrell NSW 주총리, 스키피오네 NSW 주경찰청장을 예방하였다. 주총리는 훤칠한 키의 단정한 모습에 호감을 가는 인상으로 친절하게 맞이해 주었다.
 
부패 스캔들
 
내가 시드니 한인사회의 현황, 양국 관계 일반과 석탄광 개발 문제 등 현안에 관해 설명하고 재임 중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데 대해 자신도 NSW와 한국의 경제관계가 중요한 만큼 재임 중에 한국을 방문하는 기회를 찾도록 하겠다고 언급하였다.
 
다음 해인 2014년 4월에 부패 스캔들에 말려 주총리 자리에서 물러났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 대단한 부패라고 할 것도 없다.
 
이 주총리는 임기 4년으로 2011년 선거에서 당선되어 당선 축하 선물로 자신의 출생연도와 같은 1959년산 Penfolds를 1병 받았던 것이다. 시가 약 3,000불에 상당하는 고급 포도주이다. 이것이 나중에 부패방지위원회 ICAC에서 발견되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은 받은 적이 없다고 하였으나 위원회 측은 그의 감사메모가 쓰인 엽서카드를 증거로 제시함에 따라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것이다. 당시에 부패방지위원회의 권한은 대단하였으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었다.
 
한국을 방문한 바 있고 우리의 석탄광에 대해 호의적으로 지원해주던 에너지 장관도 부패혐의를 받고 장관직을 물러나게 되었다. 에너지장관은 관저 오찬에도 참석해 우리의 관련 기업체 주재원들과도 광산개발에 관한 현황과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지원을 약속한 바 있었다. 이 부패사건은 호주 사회의 투명도, 반부패 의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되는 일이다.
 
시드니의 각국 총영사관

 
여러 국가의 국민이 거주하는 시드니에는 다수의 총영사관이 설립되어 있다. 38개의 상주공관과 40개의 명예영사관이 있다. 정기적인 영사단 모임은 없었지만 영사단의 이해를 전달하는 등 이익보호를 위해 영사단장을 두고 있다. 재임 중에는 장기 근속한 덴마크총영사가 단장직을 수행 중이었다.
 
영사단으로서는 다른 나라에서 근무 시에 비해 시드니에서는 불편한 사항이 몇 가지가 있어 제기되었으나 해결되지는 않았다. 통상적으로 본국의 주요 인사 영접을 위해 공항에 갈 일이 있는데 외교단 전용 주차장이 없고 외국 귀빈을 위한 공항귀빈실 사용이 무료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나라나 대체로 이런 편의를 제공하는데 호주에서는 없다는 것이 비정상적이었고 호주의 외교부에 수차례 제기하였으나 공항이 민영화되어 어쩔 수 없다는 반응만 들었다.
 
시드니의 시내에는 주차료가 비싸서 공관직원들도 기차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다. 시내에는 영사단용 주차장을 두고는 있으나 최근에 와서 시내의 경전철 공사와 자전거 도로 공사 등으로 많은 영사단용 주차장이 없어져버려 근무 환경이 악화되었다고나 할까.
 
우리는 미국과 중국,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권의 외교단과 가까이 지냈다. 이들은 작은 나라에서 대사를 지낸 공통점이 있어 나와 더욱 친밀하였다. 미국 총영사는 엘살바도르 대사를 지낸 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부대사를 역임하였고 아랍 전문가인 중국 총영사는 시리아, 요르단에서 대사로 있다가 부임하였으며 내가 이임할 즈음에는 사우디 대사로 내정되었다.
 
일본 총영사는 이라크에서 대사로 근무한 바 있다. 험지에서 대사로 마친 다음에 보상 차원에서 시드니와 같은 생활여건이 좋은 지역에 부임한 것으로 보인다. 대사 역임 후에 총영사를 하게 되니 총영사의 관할 구역이 있고 총영사의 고유한 업무가 있어 호주 대사의 업무와는 구별되고 대사의 지시를 받는 상하관계는 아니지만 우리 정부를 대표해 주재국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대사와는 그 관계가 다소 미묘한 측면이 있다.
 
▲ 민주평통호주협의회와 시드니한인회가 마련한 이휘진 시드니 총영사 이임 송별식을 마친 후 기념촬영.     ©크리스찬리뷰
 
감사드리며

 
시드니 부임 시에는 교민사회가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울 것이라는 소문을 들은 바 있고 내심 걱정이 많았으나 관저를 개방해 다수의 교민행사를 하면서 교민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애환을 같이 공유하는 가운데 상호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고나 할까. 그래서 나로서도 재임 중에 보다 많은 성취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대사관의 업무는 주로 외교부를 상대로 하는 정무관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교민 상대하는 것만큼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임 발령을 즈음하여 교민사회에서는 나의 이임을 상당히 아쉬워하면서 연장운동을 하겠다고 했다. 나는 감사하지만 그렇게 하면 나의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고 말리며 공무원은 상부의 결정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한인회와 민주평통호주협의회는 공동으로 한인회관에서 동포 100여 명을 초청한 가운데 송별 만찬을 개최해 주었다. 이외에도 비공식으로 한인사회에서 식사를 초청하는 등 신경을 써 주었다. 한인들은 종래에는 한인단체가 이렇게 성대하게 송별을 아쉬워하는 프로그램을 가진 적이 없다고 언급하였다.
 
지난 5년여 간 험지에서 땀을 많이 흘렸고 시드니에서는 사건에 마음을 졸이고 교민들과의 부드러운 관계를 만들기 위해 뛰어 다니다 보니 어느새 가냘픈 몸매가 더욱 가냘파져 있었다. 이제 몸의 건강을 위해 다소 휴식을 취하며 과거를 회상하고 정리한 다음에 2막을 준비해야겠다는 각오를 하고 시드니를 떠났다.
 
이 기회에 성원해주신 시드니 동포사회 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아울러 감사패를 만들고 작별을 아쉬워한 기관의 명칭을 적어본다.
 
한인회, 민주평통호주협의회, 조국사랑독도사랑호주협의회, 재향군인회(공로휘장), 북한인권개선호주운동본부, 호주한국문학협회, NSW Police Force, Australian Council of Korea Veterans Association, Orana Regional Development, The UN Association of Australia Peace Program, Strathfield Council, Auburn Council.
 
귀임 후 얼마 안 되어 스트라스필드 시장은 NSW 주의회가 나의 공로에 감사하는 내용의 결의를 통과하였다고 알리면서 결의문을 보내왔다.〠

이휘진|전 시드니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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