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 종교와 하등 종교

최순실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정동섭/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7/01/31 [11:34]
▲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과 조기 탄핵, 재벌 총수 구속을 촉구하는 주말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국민일보

우리나라는 지금 비선 실세 최순실의 지시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한 것으로 드러나 큰 혼란에 빠져있다. 그 결과 온 국민은 대통령에게 배신을 당한 것에 대한 분노와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국민은 ‘서글픈 마음’ 정도가 아니라 집단우울증에 걸렸다. 국민은 전국적으로 13차례의 촛불시위를 통해 좌절감을 분출하고 있다.
 
취임 초 박 대통령은 모든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시키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런데 그는 비선 실세를 통해 국정을 운영하는 비정상적 정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우리 개개인에게 종교와 신앙이 얼마나 중요한 기능을 하는가를 실감하고 있다.
 
행복심리학자들은 사람의 행복에 필수적인 요소로 사람(관계)과 밥(음식), 종교, 그리고 대화를 꼽고 있다.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오손 도손 대화하는 것보다 더 행복한 장면을 떠 올리기가 어렵다. 그런데 그 배후에 어떤 종교를 믿느냐가 우리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학자 폴 틸리히는 종교를 인간의 “궁극적 관심사”(ultimate concern)라고 표현하였다.
 
종교적 세계관은 왜 중요한가? 한 사람의 정신적 세계를 지배하는 세계관, 즉 종교는 삶을 지배하는 정신적 지주와 같다. 우리의 믿음과 언행은 세계관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세계관은 마치 우리가 쓰고 있는 선글래스와 색안경과도 같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다. 종교는 우리에게 의미와 목적을 제시한다. 종교는 사람들에게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갖게 하며, 인간의 경험에 가장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중대한 삶의 뼈대를 제시한다. 따라서 종교는 삶의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며,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좌우한다.
 
세상에는 전통적인 정통 기독교와 같은 고등종교가 있고 무속신앙과 (신천지, 안상홍증인회, 구원파, 천부교, 통일교 등) 사이비기독교이단을 포함하는 하등종교가 있다. 고등종교, 즉 바른 교훈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약속한다. 그러나 천부교와 신천지, 영세교의 경우에서처럼 하등종교는 삶을 병들게 하고 피폐케 하며 불행하게 만든다. 하등종교는 추종자에게 자기 가족만의 이기적인 복을 약속한다. 

▲ 최태민 씨(왼쪽)와 새마음봉사단 박근혜 총재(오른쪽)     ©크리스찬리뷰

그래서 최순실은 자기 딸과 언니, 조카의 부귀영화를 위해 대통령을 이용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이비종교의 피해자이다. 그러나 그는 하등종교의 영향을 받아 온 국민에게 엄청난 아픔을 안겨준 가해자가 되었다. 고등종교는 우리를 “성령 안에 있는 의(올바른 관계)와 평강과 희락(기쁨)”(롬 14:17)으로 인도하지만, 사이비종교는 그 추종자를 혼란과 파괴와 불행으로 이끌 뿐이다.
 
예수님은 거짓 선지자를 삼가라고 경고하시면서, 교주의 언행의 열매를 보면 그가 사기꾼이라는 것을 분별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마 7:20). 무엇보다도 바울은 거짓선지자들은 마땅치 않은 것을 가르쳐 가정을 무너뜨린다고 경고하였다(딛 1:11). 베드로는 사이비종교 지도자들이 모두 무식한 자들로서(벧후 3:16) 연약한 심령에게 거짓된 “구원의 확신”을 주입시킬 뿐 아니라, 탐심과 호색의 비윤리적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예언하였다(벧후 2:1-3).
 
최태민은 거짓과 위장의 화신이었다. 그는 경찰, 영세교 교주 및 칙사, 목사로 신분세탁을 했고, 이름도 일곱여덟 차례 바꿨다. 최순실도 최서원으로 개명을 했다. 성형수술을 매우 적극적으로 했다. 가정생활이 복잡했다. 마지막 아내 임선이는 다섯 번째 부인이었다.
 
최태민은 전혀 신학을 한 적이 없는 돌파리 목사였으며, 자신을 칙사, 단군, 미륵이라고한 유사 무속인이었다. 그를 만난 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아 ‘타고난 사기꾼’ ‘최면술사’ ‘흰 양복의 백구두’ ‘안하무인’ ‘오만불손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최태민은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엄청난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는 박근혜 앞에서 육영수 여사의 ‘현몽’을 들이대며 최면술을 사용해 박 대통령에게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닌’ 운명이라고 각인시켰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게 아니라 너의 시대를 열어주기 위해 길을 비켜주었다는 걸 네가 왜 모르느냐. 너를 한국, 나아가 아시아의 지도자로 키우기 위해 자리만 옮겼을 뿐이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 나를 통하여 항상 들을 수 있다. 내 딸이 우매해 아무 것도 모르고 슬퍼만 한다.”
 
심리적 혼란에 빠진 박근혜 앞에서 육영수 여사의 영혼이 자신에게 빙의되었다며 그녀의 표정과 음성을 그대로 재연했다. 이것을 보고 놀란 박근혜가 기절하고 입신을 경험했다고 한다.
 
최태민이라는 무당 주술사는 박근혜에게 최면을 걸어 그녀의 삶을 조종하고 지배하였다. 최 씨 일가는 이단종교집단이 그러하듯 박 대통령을 통채로 폭 감싸 안았다. (필자도 구원파 이단에 빠져있던 8년간 교주 유병언의 지시를 따라 그의 꼭두각시처럼 생활했었다).
 
최태민은 주로 “당신은 아시아 지도자가 될 것이다”라는 이론 정신교육에 치중했다. 그의 딸 최순실과 사위 정윤회는 그에 덧붙여 ‘공주’로 박근혜를 떠받들면서 야금야금 영역을 넓혀갔다. 같은 여성이라는 장점을 살려 박근혜의 시리얼부터 옷, 재산, 조언자, 그리고 말동무를 거쳐 ‘연설문 수정’과 ‘인사결정’, ‘통일정책’까지 챙기기에 이르렀다.
 
▲ JTBC 단독보도에서 최순실 씨의 최측근인 고영태 씨는 최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손보는 일까지 했다고 증언했다.     © 크리스찬리뷰
 
검찰조사에 의하면, 대통령은 사소한 일까지 일일이 최순실에게 물어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교주는 박 대통령이 가족을 가까이하면 대통령이 되는 것이 부정탈 수 있다며  친동생 지만과 근령을 멀리하도록 유도하였다. 게다가 박 대통령에게는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게 드러났다.
 
무속신앙에 빠진 박 대통령에게는 최순실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종교적 신앙은 우리의 삶에 총체적 영향을 미친다. 건강한 종교는 가족관계를 강화시켜주지만, 사이비종교는 가족관계를 단절시키고 가정을 무너뜨린다.
 
최태민은 ‘대통령의 딸’을, 그리고 최순실은 ‘대통령’을 이용해 권력을 행사했다. 최순실은 사이비종교 교주의 후계자로서 돈과 권력에 집착했고 그 권력을 실제로 누렸다. 최근 최태민의 전도관(천부교), 신천지, 구원파 등의 관련설이 등장하고 있는데, 사리사욕을 본질로 하는 사이비종교와 명분을 중요시하는 정치와 함께 ‘유착’ ‘공생’해서는 안 된다. 공생이 불가한 이유는 그 결과가 ‘공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에서 종교적으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가? 사이비종교는 거짓의 아버지 사단의 조종을 받아 “도둑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는 것”뿐이다.(요 10:10)
 
우선적으로 우리가 자신의 종교를 선택할 때 유념해야 할 것은 내가 나가는 교회의 지도자(목사)가 제대로 신학교육을 받은 준비된 영적 지도자인가를 분별하라는 것이다. 성경은 최태민이나 박태선, 이만희, 박옥수, 정명석과 같은 ‘무식한 자’들이 성경을 억지로 해석해 마땅치 않은 교리를 가르쳐 가정을 무너뜨린다고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벧후 3:16). 그러나 건전한 종교는 우리의 삶에서 여러 가지 순기능을 한다. 바른 교훈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유익을 준다.


▲ 최순실 국조특위 청문회가 개최됐지만 속 시원히 밝혀진 것 없이 오히려 궁금증만 증폭됐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의원들의 부실 질문과 증인들의 불성실 답변, 핵심 증인들의 불출석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 국민일보

첫째로, 건강한 종교는 의미와 목적을 제시한다. “너희 중에 고난당하는 자가 있느냐? 그는 기도할 것이요. 즐거워하는 자가 있느냐? 그는 찬송할지니라”(약 5:13). 가장 행복한 부부는 함께 기도하는 부부다. 종교활동에 적극적인 학생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학업성적도 좋을 뿐 아니라 대학 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사람은 가족과 나라, 그리고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의미를 찾는다.
 
둘째로, 종교는 사회적 지지를 제공한다.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새 계명을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
 
우리는 교회에서 사람들과 교제하면서 자아수용을 경험하고,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법을 배운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친교활동이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온천수 구실을 한다. 종교는 소속되고픈 욕구, 포함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오직 선을 행함과 서로 나눠주기를 잊지 말라.”(히 13:16)
 
셋째로 종교는 심리적 성숙과 통합을 증진한다. 자기이해와 성격통합, 갈등해소에 도움을 준다. 하나님의 은혜를 믿는 사람들, 그러니까 하나님은 사랑과 자비와 보살핌으로 우리를 구원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높을 뿐 아니라 결혼생활도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로, 종교는 인생의 고통과 역경에 대한 독특한 대처방법을 제공한다. 신앙은 고통과 죽음, 그리고 환란에 대처하게 도와준다. 사후의 삶에 대한 믿음은 정신건강에 직접적으로 일관되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고통에는 뜻이 있다. 기독교는 결국에는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 만사가 잘 될 것이다”라는 희망을 제시한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그 뜻대로 부르심을 받은 자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기 때문이다(롬 8:28).
 
다섯째, 건전한 종교는 건강한 생활방식을 제시한다. 일상생활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계명의 형태로 제시한다. 술, 담배를 덜 소비하게 하며 절제된 생활습관을 따르게 한다. 범사에 감사하게 한다. 사이비종교는 사람으로 비정상적인 삶을 살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매순간 더 행복하고, 사교적이며, 활기차고, 자족할 줄을 안다.

▲ 국정농단 의혹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최순실 씨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 국민일보
 
사도 바울은 고백한다. 
 
나는 어떠한 처지에서도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배웠노라”(빌 4:11). 

이것이 지도자는 물론 국민도 하등종교를 멀리하고 고등종교를 선택해야 마땅한 이유이다.〠


정동섭 교수|사이비종교피해대책연맹 총재, 가족관계연구소장, 강남중앙교회 협동목사,  Ph.D.
사진제공=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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