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형 작가의 ‘하트 투 하트: 호주-한국-캄보디아’ 사진전에 부쳐

따뜻한 렌즈로 분출한 사랑의 힘

글|송기태, 사진|윤기룡 | 입력 : 2017/02/27 [12:46]
▲ 시드니한국문회원에서 열린 하트 투 하트 사진전을 관람하는 호주인     © 크리스찬리뷰

130년 대하드라마

이 글을 쓰기까지 필자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다. 첫째는 ‘쓸 수 있느냐?’보다 너무나 익숙한, 너무나 당연한 작가와 작품에 대하여 사족같은 ‘흰소리’로 작품의 존엄성을 훼손할까 앞서는 두려움이 앞섰다.
 
두 번째는 ‘사진전’하면 으레 밝고 화려한 광선에 담긴 서정을 담기 마련인데, 그런 낭만적인 서정의 여유와는 거리가 먼, 눈이 시리도록 리얼한 삶의 현장을 그토록 치열하게 담아낸 장면을 어줍잖은 몇 줄의 글로써 들으나마나 한 ‘졸리운 주례사’같은 말로 가늠하기엔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쓰기로 했다. 왜냐고? 우리의 130년 대하 드라마이자, 앞으로 계속 쓰여져야 할 역사이기 때문이다.
 
120년 전, 호주 선교사들에게 사랑의 빚을 진 우리의 기독교가 이제 캄보디아에 ‘그 사랑 갚기’ 10년으로 이어지는 이 드라마는 한국 기독교의 ‘사도행전 29장’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가 사진으로 기록되고 전시되는 것은 한·호 기독교 역사와 한국 의료선교 역사에 적지 않은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서 하나 더 질문하기로 하자. 한 사람이 한 가지 일에 한평생 열정을 쏟으면서 몰두하면 어떤 일을 해낼 수 있을까?

▲ 하트 투 하트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시드니한국문화원 전시장 입구     © 크리스찬리뷰
 
권순형 작가를 보면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그는 17세에 사진에 입문하여 첫 출품한 사진으로 대상에 입선된 이후 사진과 뗄 수 없는 숙명적(?) 삶을 살아왔다. 시드니 자연경관을 촬영한 ‘시드니 풍물사진전’을 계기로 호주에 이민 온 후에도 카메라는 그 몸의 일부였다. 그가 잠시 호주 지사 책임을 맡았던 <크리스찬타임즈>, 그리고 지금은 그의 아이콘이 된 <크리스찬리뷰>라는 언론 활동도 ‘사진 인생 권순형’을 중심축으로 놓고 보아야 그의 인생에 씨줄과 날줄이 풀린다.
 
<크리스찬리뷰> 창간 이후 줄곧 몰두한 한·호 기독교 역사 탐험도, 기자들의 글발과 그의 사진발이 있었기에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하다. 그가 각종 행사들을 유치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공연을 비롯한 여러 문화활동이나 한국의 대통령들이 국빈 방문했을 때나 시드니 올림픽, APEC 등 굵직한 국가 행사들의 결정적인 현장 역시 그의 렌즈를 통하여, 기록되었기에 호주 한인 기독교 역사는 물론 한인 이민사의 중요한 기록물로 남겨질 수 있었다.
 
물론 기록물은 아무 것이나 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작품성과 수월성이 따라야 하는데, 그의 작품은 당연히 대하 드라마의 기록물로 손색이 없다. 이는 2014년 제8회 세계 한인의 날 재외동포 사진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함으로써 ‘재외동포 최고의 사진작가’로 공인 받았다고 할 수 있다.
▲ 단행본     © 크리스찬리뷰
▲ 도록     ©크리스찬리뷰

따뜻하고 그리운 풍경들

이렇게 공인된 작가의 작품이 시드니한국문화원에 전시되어 2월 16일(목) 오프닝 행사를 열었다. 그의 손길로 재생된 옛 사진들 17점이 뭉클하게 한다.
 
‘재래식으로’ 아이를 받아내는 출산 장면부터 담은 부산·경남 일대 초기 호주 선교사들의 기록사진들이다. 올망졸망한 가족사진부터 기념사진, 활동사진, 풍물사진에 이르기까지 “흑백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 “선교사는 예술가여야 한다”는 ‘선교사 자격론’을 하나 덧붙여주는 옛 선교사들의 체취에서 그들의 역사의식까지 함께 배울 수 있었다. 사랑에 빚진 120년은 그렇게 쌓여져 이제 캄보디아로 그 빚을 갚을 때가 된 한국기독교이다.
 
2007년 헤브론 병원이 개원되면서 우리가 받은 ‘사랑의 빚’을 캄보디아 땅에 갚기에 나섰다. 당연히 이자를 듬뿍 얹어서 갚는 것이 기독교의 원리이다.(이에 대하여는 이번에 편찬한 책 <헤브론 병원 24시>에 잘 나와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2015년 <크리스찬리뷰> 발행 25주년을 맞이하여 그 실록을 채록하기 위해 권 작가는 카메라 가방을 캄보디아로 날았다. 그리고 그 현장을 치열하게 담아냈다. 아무렇게나 아무에게나 카메라를 들이댄 것이 아니다. 무려 7차례에 걸쳐 24시간 불침번을 서듯 밤을 새워가며 구석구석을 담아낸 것들이다. 

▲ 일신기독병원에 세워진 매견시 목사의 기념비 앞에서 민보은 선교사와 매견시 선교사의 증손녀 조지아 씨. 뒤에 부산진교회가 보인다.이번 전시 작품중 하나이다.     © 크리스찬리뷰
 
그가 담아낸 작품들은 2만 6천 점 이상이나 찍었지만 최종적으로 고르고 골라 36점만 골랐다. 이 고르고 고른 작품들은 하나같이 ‘역사의 순간’이 머문 것들이다. 그만큼 그의 작품마다 ‘순간의 포착’이 능숙했으며, 숨가쁘게 달고 있는 각종 의료기기도, 욱신욱신한 아픔도, 무시무시한 암 덩어리까지도 ‘인간의 처절한 고통’이 아닌, 그것을 이겨낸 ‘짜릿한 아픔’으로 담아낼 만큼 그의 렌즈는 따뜻했다.
 
물론 그 따뜻함은 ‘하나님의 치유하심, 선교사들의 헌신, 작가의 치열함’이란 3박자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중에 어느 하나라도 결핍되면 따뜻함은 차가움, 냉정함, 무시무시한 공포로 나타날 것이다.
 
이번 전시회를 주관한 안신영 시드니 문화원장은 “이번 전시회는 한국과 호주를 묶어주는 ‘역사의 띠’와 같고, 아울러 한국과 캄보디아가 함께 나누는 ‘나눔의 장’으로써의 의미가 있습니다.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어디서엔가 좋은 일을 하며 희생하고 헌신하는 분들(선교사들)에게 위로가 되는 전시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런 전시회를 통하여 한국, 호주, 캄보디아 3국이 미래에 협력하는 플랫폼이 되기를 소망합니다”라고 밝혔다.

▲ 캄보디아 헤브론병원의 새벽을 여는 환자들. (전시 작품중)     ©크리스찬리뷰
▲ 호주 선교사들의 인도주의적 활동을 담은 사진들을 감상하는 관람객들     ©크리스찬리뷰

역사는 흐른다
 
30여년 동안 한국에서 의료선교사로 사역하다 15여년 전 은퇴하여 호주로 온 바바라 마틴(민보은) 선교사는 옛사진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한국 사람들은 아주 친절하고, 너그럽고, 강한 결단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비전있고 나누려는 열정도 있습니다. 한국은 경치도 아름답고 독특한 문화를 가진 나라입니다, 저는 1964년 10월 설악산에서 울긋불긋한 단풍, 웅장한 바위, 맑은 물을 보며 처음으로 ‘진정한 가을’을 체험했습니다.
 
오늘 이 사진들을 대하니 저에겐 ‘제2의 고향’인, 사랑하는 한국이 불꽃처럼 그리워집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처럼 ‘마음과 마음으로’ 만난 따뜻한 렌즈는 사랑을 뿜어내고, 그것은 힘으로 모아져 또 다른 역사를 세워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진전에서 볼 수 있었다.

▲ 캄보디아 헤브론병원에서 심장수술 받은 어린이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     © 크리스찬리뷰
 
그는 5월이면 캄보디아로 들어가 헤브론병원 내에 스튜디오를 만들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이미 대부분의 장비는 현장에 갖다 놓았는데, 그곳에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평생 갖고 싶었던 ‘사진 한 장‘ 찍어서 액자에 담아주는 ‘사진 선교’를 펼쳐갈 예정이라고 하였다.
 
선교란 거창하고 큰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자에게 냉수 한 그릇 대접”하는 것도 예수님께 해드린 것이라고 그분이 인정하셨듯이, 권 작가에게는 사진 한 점이, 병들고, 헐벗고, 굶주리는 캄보디아 환자들에 대접하는 뜨거운 여름날의 시원한 냉수 같은 사랑이리라. 이것이 그에겐 ‘
사진 선교’의 새 장을 여는 개척자의 길이기도 하리라.       
 
윤상수 시드니 총영사는 미국 사진작가 안셀 아담스가 한 “사진에는 반드시 하나 포함되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순간의 인격’이다”라고 한 말을 인용하며, “오늘 전시된 이 작품들은 희생과 다른 사람들을 돕고 섬기고자 한 인격, 국가와 국가 간에 기나긴 우정을 보여줍니다”라고 피력했다.

▲ 개막식에 참석한 각계 인사들이 담소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 개막식에 참석한 프레드 나일 의원과 윤상수 시드니총영사(가운데)     © 크리스찬리뷰
▲ 바바라 마틴(한국명 민보은) 선교사 전시작품 앞에서 기념촬영.(왼쪽부터 승원홍 장로, 권순형 작가, 민보은 선교사, 최유찬 장로).     © 크리스찬리뷰
 
덧붙여 ‘사진의 인격성’은 추억과 기억, 나눔과 섬김, 선교와 국교를 묶는 거대한 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유구한 역사의 선을 이어주는 굵은 점을 찍어가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거대한 ‘대하 드라마의 사진작가’가 우리 가까이에,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를 통해 기록될 장래의 실록들을 기대해본다. 

글/송기태|크리스찬리뷰 편집국장
사진/윤기룡|크리스찬리뷰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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