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의 동행자

강승찬/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7/06/26 [11:48]
엘리야는 갈멜산에서 승리한 후 위기를 맞이한다. 하나님이 도와 주셔서 승리했지만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한 여자 때문에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위기를 경험한다. 엘리야는 광야의 로뎀나무 그늘 아래 누워 죽기를 간청했다. “주여, 나를 그만 데려가소서. 나는 내 조상보다 더 나을 것이 없습니다!”

엘리야는 당시 영적 리더였고, 하나님의 대언자였지만, 이세벨의 핍박 속에서 그의 에너지는 다 소진되어 버렸다. 하나님을 향한 그의 믿음과 수많은 기적의 체험들도 더 이상 엘리야를 지탱해 주지 못했다. 요즘 말로 하면 ‘탈진 증후군’으로 시달린 것이다.

성경은 하나님이 영적으로 탈진하여 위기에 처한 엘리야와 어떻게 동행하며 그를 도와주셨는지 묘사하고 있다. 하나님은 탈진하여 지쳐 쓰러진 엘리야에게 천사를 보내셨다. 천사는 에너지 음료처럼, 잠시 엘리야에게 인스턴트의 힘을 얻도록 보낸 것이 아니었다. 엘리야는 천사를 만나 위로 받고 새 힘을 공급받아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서 이전과 같이 칠전팔기의 사나이로 즉시 사역을 시작해야 했던 것도 아니었다.

천사는 엘리야에게 믿음이 부족하다고 비난을 퍼붓지도 않았다.  천사의 임무는 위기에 처한 엘리야의 조용한 동행자가 되는 것이었다(왕상 19:5-18). 천사의 첫 번째 방문은 엘리야에게 물과 빵을 주며 먹게 하고 푹 자게 했다. 두 번째 천사의 방문은 엘리야의 말을 경청하며 먹고 쉬도록 내버려 두었다. 세번째 천사의 방문은 엘리야가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나자 이제 일어나 처음 하나님을 만났던 곳으로 가서 하나님을 새롭게 만나라고 할 일을 지시해 주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이 보여주신 ‘위기 상황에서 동행자’의 좋은 모범이었다.

위기에 처한 사람은 스스로 올바른 방향을 찾아갈 기력이 없다. 이때 위기를 당한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은 지금 탈진한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여 공급해주고, 안정을 찾도록 격려해 줄 사람이다. 더 나아가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눠지고 동행해 줄 사람이다. 더 이상 기도조차 못할 만큼 탈진한 그의  손을 잡고 기도의 자리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위기(crisis)라는 말은 ‘나누다’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크리나인’(krinein)에서 파생되었다. 그래서 위기를 “어려운 상황과 시간 또는 위험한 과정의 정점이나 결정적인 전환점”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우리의 인생에 위기가 언제 발생하는가? 위기는 내가 뭔가를 더 이상 변화시킬 수 없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그것을 견디어 내야 하는 상황에서 위기는 반드시 찾아온다.

그러므로 위기에 처한 사람의 동행자는 경청하고, 함께 있어주고 해결방안을 함께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위기에 빠진 사람에게 자신의 해결책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설령 탈진하고 낙심해서 더 이상 믿음있는 행동을 보이지 못할지라도 비난하지 말고 그가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도록 격려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명심할 것이 있다.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고 지원하되,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서 무리하게 책임지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구원자가 아니라 동행자이기 때문이다. 구원자의 역할은 항상 예수님께 넘겨 드려야 한다.

엘리야는 인내로 동행해 준 천사 덕분에 다시 새 힘을 얻었고 하나님을 새롭게 만났다. 결국 위기는 엘리야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는 기회가 되었다. 엘리야는 예언자로서 자신의 사명을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후계자 엘리사를 세우게 되었다.  

결국 위기는 우리를 성장시키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도와준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하나님을 새롭게 만나게 해 주는 기회를 제공한다. 위기 때에 동행자를 얻게 된다면 그 위기는 기회로 바뀌게 된다.〠

강승찬|시드니새생명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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