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선교사의 꿈을 보물찾기 하듯 찾으렵니다
부산 수안교회 부임한 엄정길 목사
 
글|송기태, 사진|권순형
▲ 호주 이민목회 17년을 마감하고 호주 선교사 왕길지 목사가 부산에 세운 수안교회로 부임한 엄정길 목사.     © 크리스찬리뷰

사랑에 빚진 교회

“사실 호주 올 때는 이민목회에 대한 비전이나 특별한 계획이 있어서 온 것이 아닙니다. 젊은 나이에 그냥 해외 나가서 한국 아닌 다른 세상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38세 때 호주로 나왔습니다.
 
이번에 부임하는 수안교회는 제가 부목사로 사역하던 곳이었는데, 그 당시 시드니제일교회 홍길복 목사님께서 강단 교류로 수안교회로 오셨습니다. 홍 목사님을 모시고 다니면서 호주에 대해 처음으로 마음을 열게 되었습니다.
 
호바트제일교회가 시드니제일교회에 의해 세워졌는데, 시드니제일교회 부교역자들이 가서 사역하다가 한국의 IMF 여파로 유학생이 많이 떠나면서 호바트 교회가 어려워졌습니다. 호바트교회를 메인으로 돕던 시드니제일교회도 어려웠습니다.
 
그때 홍 목사님께서 저희 교회 이만규 목사님에게 부교역자 한 사람 소개해달라고 하셔서 제가 호주에 처음 오게 된 것입니다. 호바트제일교회서 7년 사역했습니다.”
 
이후 멜번에서 10년을 사역하다 엄정길 목사(멜번중앙교회)가 다시 한국 교회로 부임한다. 그가 부임하는 부산 수안교회는 1905년 호주 선교사인 왕길지(넬슨 엥겔) 목사가 세운 교회로 112년 다 되어가는 유서 깊은 교회이다.
 
수안교회와의 인연은 그의 모교인 동래고등학교 가까이 있다는 것과, 대학 4학년 때 신대원 시험치기 위해 노회 전도사 고시와 면접 보러 간 교회가 수안교회였다. 신대원 3년 마치고 전임 사역자로 부임했던 교회도 수안교회이다. 그렇게 맺어진 수안교회와 관계는 그가 호바트 제일교회로 부임했을 때, 7년 동안 한 달에 100만원씩(당시 호주화 750불) 선교비로 보내주기에 이르렀다.
  
호바트라는 특성상 부흥하기 힘든 입지조건이라 재정도 자립하기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 100만 원은 그의 목회 사역에 씨앗과 같은 것이었다. 부산으로 부임하기 전에 가진 엄정길 목사의 일문일답이다.   
 
- 목사님 오랜만입니다. 목사님의 개인적 성장과정에서 신앙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먼저 들려주십시오.
 
“저는 한국 전쟁 기간 동안 부모님 모두가 북한에서 내려 온 전형적인 이산가족의 후손입니다. 4대째 신앙의 가정이고 제 자녀는 5대째가 되는 비교적 신앙의 연조가 깊은 가정입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기독교 신앙은 제 생활에 있어서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신앙적 프리미엄을 이미 얻은 장점도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 영적 절박함이라는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목회자가 되기로 서원했던 때는 고등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성탄절을 앞두고 교회에서 친구와 철야기도를 하다가 방언이 터지고 그날 밤 하나님 앞에서 서원을 하였고 그 이후 목회자가 되는 일에 고민이나 갈등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그 날 밤의 은혜를 생각하면 가슴이 뛸 정도로 저에게는 강력한 성령님의 임재를 체험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부산대) 장로회 신학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1994년도에 목사 안수를 받았습니다. 1991년에 결혼을 하여 슬하에 2녀를 두고 있습니다.
 
참고로 신앙의 연조는 내가 더 오래 되었으나 제 아내는 20대에 예수를 믿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생생하게(?) 주님을 만나고 동행하는 아내를 보면 오히려 신선한 도전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 목회자의 꿈을 일찍부터 키우셨는데, 혹 목회자의 길을 걷지 않았다면 어떤 길을 걷고 싶었습니까?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이라면?
 
“사실 어릴 적 꿈은 교육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부산대 사범대에 원서를 넣기도 했었는데, 면접 날 가지를 않고 교회 학생들을 데리고 산성에서 놀다 왔습니다. 예비 소집일에 부산대에 갔다가 높은 경쟁률에 그만 겁에 질려 면접 가기를 포기했고 그렇게 재수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교회 선배가 말하기를 신학을 공부하려면 그 전에 철학을 전공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듣게 되었고 그래서 교육자의 길을 포기하고 철학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때 그 선배는 교회에 대하여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이었는데, 저에게는 매우 적절한 조언을 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교육자가 되지 못한 특별한 아쉬움은 없고 목회자가 되어 가르치는 것이 주요 사역이니 더 감사한 일입니다.”
 
▲ 30대 후반, 호바트제일교회에 취임한 엄정길 목사는 7년여 동안 호바트에서 이민 목회 사역을 했다.     © 크리스찬리뷰

고난은 극복되기 위해 있다
 
- 이제까지 이민교회와 신학교를 책임 맡아 오면서 많은 아픔과 상처를 겪으셨을 터인데, 들추고 싶지 않겠지만, 상처입고 절망하는 후배 목회자들이나 성도들에 이렇게 아프고 쓰라리게 절망하고 적이 있다는 간증도 적지 않을 터인데요.
 
“목회자가 사역의 현장에서 소위 실패라고 불리는 사건이나 혹은 시행착오를 겪게 만드는 몇 가지 선행적 요소들이 있습니다. 목회자의 교만, 비전의 불일치, 현실감 없는 야망, 다양한 오해, 무능력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들이 사역의 현장에서 고난이라는 이름으로 목회자로 하여금 쓰라린 아픔과 좌절을 겪게 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저 역시 다른 이민 목회자들처럼 혹독한 이민 목회의 아픔과 상처를 경험하였습니다. 특별히 멜본에서 겪었던 일들은 목회자로서의 정체성에 혼란을 줄 만큼 충격이 큰 것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건강에도 신호가 오고 우울증과 대인 기피증 등 지금 생각해 보아도 아찔할 정도로 목회적 위기가 컸습니다.
 
그런데 제가 확실히 경험하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성경에서 증거하는 ‘고난이 주는 유익함과 축복’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신앙생활 속에서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많이 주고받은 내용이지만 실제 고난의 현장 속에서 목회자라 할지라도 흔들릴 때가 참 많이 있습니다.
 
제가 고난 속에서 탈진할 지경에 이르렀고 우리 가족과 교회도 다 같이 탈진할 정도로 위기감을 느꼈을 때 당시 저희가 임대하여 쓰던 호주교회 목회자는 바닷가에 있는 자신의 별장을 소개하면서 가족들과 가서 쉬라고 배려해 주었고, 호주 장로님은 정신과 상담을 주선하면서 도움을 주려고 했습니다. 참 고마운 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와 제 아내는 이런 고마운 제안들 가운데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았고 오직 하나님의 은혜만을 구했습니다. 시 40편에 나오는 ‘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에서 건질 분은 오직 하나님’뿐임을 기억하고 아프면 아픈 대로, 눈물 나면 눈물 나는 대로, 괴로우면 괴로운 대로, 억울하면 억울한 대로 인내하면서 문제의 사슬을 내가 풀려고 하지 않고 주님의 손에 맡겼습니다.
 
지금도 당시의 일을 생각하면 하루하루를 어떻게 버텼나 할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고 눈 앞이 아찔할 정도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제 아내는 몸이 미이라가 되는 듯 몸에 수분이 쫙 빠져가는 것이 보였고 병원에 두 번이나 교회 집사님 차에 의지해 응급실에 가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받는 상처도 컸는데 특히 둘째 딸은 그 정도가 상상을 넘을 정도였습니다.
 
그 당시 얼마나 절박한 위기를 느꼈는가 하면 이러다 가족 중 누군가를 한 사람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밤마다 잠을 자지 못할 정도였고 주일이 오는 것이 두려울 정도였습니다.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과 무정함과 교활함에 지쳐 아무도 없는 곳으로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불신감이 컸습니다.
 
하지만 그런 엄청난 시련과 고난 속에서도 부어지는 하나님의 은혜, 붙들어 주시는 성령님의 은혜가 너무 너무 강하고 생생하였기에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성령님의 역사가 얼마나 강하고 생생하였는가 하면 4대째 정통 장로교 신앙에서 성장한 저의 신앙적 뿌리를 흔들 정도로 강력하였습니다.
 
결국 모든 문제의 본질은 영적인 것과 연결되기에 주님과 씨름하면서 주님께 모든 주도권을 드려야 합니다. 그러면 반드시 하나님께서 당신의 방법으로 그리고 당신이 정하신 때에 움직입니다. 그리고 힘들고 어려운 목회의 현장일수록 가족의 가치를 더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결국 하나님 다음으로 힘이 되는 것은 가족입니다. 가족들과 더 시간을 내어 함께 하고 서로 격려해야 합니다.
 
저는 지금도 제 아내가 저를 살렸다고 믿을 정도로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집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하나님은 고난의 때, 고난의 현장에서 내가 생각하지도 예상하지도 못한 일들을 교회와 신학대학이라는 현장 속에서 놀랍도록 당신의 일들을 행하셨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지 못하는 것은 혹 하나님 앞에 교만으로 남을 까 해서 여기까지만 이야기 합니다만 고난을 믿음으로 인내하며 주님 앞에 죽을 각오로 납작 엎드리면 반드시 하나님은 고난을 유익으로, 고난을 은혜의 사건으로, 고난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일로 이끌어 주신다는 것입니다.
 
상처는 아프고 상처는 언젠가 아물지만 흔적은 남아 있습니다. 척박하고 쉽지 않은 이민 목회 현장에서 ‘환란의 떡과 고생의 물’을(사 30:20) 먹으며 영적 몸부림을 치는 모든 사역자들이 고난의 현장을 믿음과 인내로 잘 극복하기를 원합니다.”
 
▲ 한·호 선교 126주년(2015. 9)을 맞아 부산 3개 노회 임원들이 호주를 방문, 엄정길 목사가 안내를 맡았다. (오른쪽 가운데 줄 2번째가 엄정길 목사)     © 크리스찬리뷰

치유와 회복의 목회
 
- 그동안 열악한 환경에서도 훌륭하게 목회를 해오셨는데, 개인적을 경험하신 목회의 기쁨, 목회의 고통도 말씀해 주십시오.
 
“개인적 목회의 기쁨은 제 사역의 현장에서 임한 하나님의 강력한 역사하심이었습니다. 확실히 하나님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기대하고 때로는 스스로 만들어 놓은 그런 하나님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 주었습니다.
 
제가 목회자로서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 좀 의아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민 목회의 현장 그것도 절박한 고난의 상황 속에서 저희 가족은 하나님을 새롭게 만났습니다.
 
그렇게 찾아오신 하나님은 너무도 생생했고 너무도 강력했고 너무도 자유로왔고 너무도 놀라운 일들을 행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생생하게 보여 주시기도 하고 생생하게 알려 주시기도 하고 그래서 남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어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목회적 기쁨을 또 한 가지 말씀 드리자면 호바트에서 7년 그리고 멜번에서 10년의 이민 사역의 현장을 어렵고 열악하고 힘든 상황에서 비교적 잘 감당할 수 있어 기쁩니다. 두 번의 교회 사역과 한 번의 신학대학 사역 모두 개척자로서 시작하였는데 돌이켜 보면 저희가 떠날 때는 다음 사역자에게 어느 정도 준비된 상태로 리더십의 교체를 이룰 수 있어 기쁩니다.
 
목회의 고통이라면 대부분 목회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목회자가 생각하는 비전과 방향이 있는데 잘 따라 주지 않거나 정말 말도 안 되는 오해가 진실처럼 퍼져 나가거나 목회자의 진심을 왜곡하거나 해서 목회자 개인이나 사역의 현장에서 겪게 되는 고통이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지나고 나면 별 일이 아닌데 그래서 서로가 조금 더 인내하고 조금 더 이해하면 되었는데 일이라는 것이 터지려고 하면 아주 사소한 것에서 터지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래서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통하여 훈련도 잘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 2013년 5월부터 SCD 멜본 캠퍼스를 책임맡은 엄정길 목사. 지난 4월, 7명의 첫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현재 60여명의 학생들이 학부와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 이제 호주 생활을 정리하시면서 호바트와 멜본의 목회를 회고해 주시고 SCD 멜번 신학교 사역에 대한 말씀도 들려주십시오.
 
“저는 1999년 2월부터 2006년 1월 말까지 호바트 제일교회에서 사역을 하였습니다. 당시에는 한국 교회를 제외하고는 식품점이나 식당 등 한국과 관련한 것들이 거의 없는 지역이었습니다. 교민들도 많지 않은 상황이었고 교회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으나 훗날 교민들이 이구동성으로 했던 저에 대한 이야기가 ‘참 열심히 했다’는 평가를 하더군요. 아마 나이가 젊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목회 환경과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시행착오도 많이 있었지만 호바트에서의 7년 사역은 비자 문제, 교회 사역, 호주 연합교단 재가입, 타스마니아 교민 대표 등 능력은 없지만 그냥 최선을 다했던 시간이었고 나름 보람이 컸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리더에게 리더십을 잘 인계하고 떠났다는 감사함이 있습니다.
 
특별히 제가 이번에 부임한 수안교회에서 7년 동안 호바트 제일교회 사역을 위해 월 100만 원씩 선교비를 보내 주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담임 목사님께서 두 번 방문한 것을 제외하고는 당회원 어느 분도 다녀가시지 않고 선교비를 보내 준 것은 제가 평생 잊지 못할 정도로 큰 사랑의 빚을 지고 있던 증거였습니다.
 
선교지를 7년 동안 계속하여 지원해 준다는 것은 대단히 큰 인내와 수고가 필요한 일입니다. 수안교회의 7년 지원이 있었기에 오늘의 호바트제일교회가 있었다고 봅니다. 수안교회는 그 정도로 성숙하고 저력 있는 교회였는데 저는 수안교회가 반드시 지난 날의 그 저력과 사랑의 능력을 회복하리라 믿고 있습니다.
 
멜본에서도 타스마니아 호바트에서의 상황과 정말 비슷할 정도의 목회 상황이었지만 상대적으로는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멜본신학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다가 현재의 교회를 맡게 되었고 그렇게 10년이 되어 갑니다.
 
호바트에서도 멜본에서도 대부분의 이민 목회자들이 겪는 고통과 눈물, 좌절과 실패를 저 역시 통과의례처럼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역의 현장 곳곳에서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은총의 섭리가 너무도 또렷해서 돌아 보면 에벤에셀의 은혜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3년 5월부터 멜본에서 시드니 신학대학 멜본 캠퍼스를 시작하였습니다. 제가 이 일을 맡을 만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하나님께서 맡겨 주셔서 한 학기 동안의 준비 과정을 거쳐서 신학대학을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4월에는 처음으로 7명의 졸업생이 배출되는 감격을 누렸고 현재 60명 가까운 학생들이 학부와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신학대학을 하면서 교회적으로, 개인적으로 오해도 받고 아픔도 겪었지만 지금 돌이켜 보아도 후회는 되지 않고 이 일을 맡겨 주신 하나님께 감사 드릴 뿐입니다. 
 
살아 가면서 해야 할 일이 있고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그 일에 쓰임을 받는 것은 은혜요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멜번 교역자 협의회에서 많이 기도해 주시고 조언해 주시고 격려해 주셨기 때문에 신학대학도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지난 17년 동안의 이민 목회와 신학대학 사역을 결산하면서 제가 제 자신에 대하여 평가를 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자신 있게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저는 제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이나 야망을 위해 사역을 하거나 이용을 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저 하나님께서 나같이 부족한 사람을 사용하시기 위해 불러 주셨고 맡겨 주셨고 감당하게 해 주신 그 은혜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 한호 선교 126주년을 맞아 부산 3개 노회 임원들이 호주를 방문, 호주에서 첫 번째로 한국에 파송한 데이비스 선교사가 사망하자 청년연합회가 그를 기리어 빅토리아 총회 바깥 벽에 설치한 기념명판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앞 줄 오른쪽 엄정길 목사)     © 크리스찬리뷰

- 그럼 이제 한국 교회에 부임하셔서 하고 싶은 비전과 주로 중점적으로 하시고 싶은 일은 어떤 것입니까?
 
“상세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제가 부임하는 교회는 적지 않은 아픔을 겪었기에 가장 시급하게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치유와 회복’의 관점에서 사역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교회의 에너지를 정상적인 방향으로 표출하지 못했는데 치유와 회복을 통하여 교회의 본래적 사명에 충실할 수 있게 하나님의 지혜를 구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세대(next generation)에 대한 교회적 관심을 집중하여 교회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이 부분은 대부분의 교회들이 경험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인데 제가 부임하는 교회는 그간의 교회 사정으로 인해 잡은 물고기, 있는 물고기조차 잃어버리는 아픔을 겪어 왔습니다. 신앙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다음 세대를 잘 일으켜 미래의 건강한 교회를 만들어 가는데 사역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부임하는 교회는 호주 선교사(왕길지 목사)에 의해 세워진 교회입니다. 지금 교회 역사가 112년이 되었는데 지난 100주년 때는 멜본에 있는 투락교회(Toorak Uniting Church)와 자매 결연 협정서를 맺기도 했을 정도로 호주 선교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윈스턴 처칠이 했던 유명한 명언 ‘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처럼 수안교회도 지난 과거의 역사적 바탕을 소중히 여겨 한·호 선교와 관련한 교회 역사관을 만들어 후세들에게 잘 전달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엄정길 목사는 목회지를 한국(부산 수안교회)으로 옮기기 전 본지와 시드니에서 만나 고별 인터뷰를 가졌다.     © 크리스찬리뷰

목회는 파트타임이 아니다
 
- 목회자로서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목회자이니 목회와 관련된 것들이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사도들처럼 ‘말씀과 기도에 전혀 힘쓰는 것’ 즉 본질에 충실한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요즘 목회자들이 목회 외적인 일들에 관심을 빼앗길 때도 많지 않습니까?
 
그런 면에서 목회자의 자기 관리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가운데 영성 관리가 참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예전에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목회자는 평생 두 가지를 매일 질문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침에 교회에 나가면서 이 교회가 하나님의 교회가 맞는가? 하는 질문과 하루를 마감하면서 ‘내 목회가 하나님이 기뻐하는 목회가 맞는가?’하는 질문입니다. 둘 다 참 의미 있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목회와 신학이라는 두 가지 일을 하면서 영적 에너지가 많이 분산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제 한국에 가면 온전히 목회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말씀 준비와 성경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려고 합니다. 주님이 필요해서 사역을 맡기셨기에 사역의 현장에서 10년 후 혹은 20년 후도 주님께 드릴 열매를 가득 안고 설 수 있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그리고 주님으로부터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라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평가가 아니라 주님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성경이 가르쳐 주는 진리입니다.
 
로이드 존스 목사님은 “목회는 파트 타임이 아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목회자는 하나님이 주신 소명에 의해 평생 교회와 목회만을 고민하는 사역자라고 봅니다. 목회가 직업이 되지 않고, 고난을 회피하지 말며 기교에 신경을 쓰기보다 훌륭한 인격의 가진 사람이 먼저 되는 것이 중요하고 봅니다.”
 
- 이제 호주를 떠나면서 호주 성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인사라도 한마디 해 주십시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호주는 세상에서 살기 좋은 나라로 손꼽히는 나라입니다. 제가 있는 멜본만 하더라도 최근 십 년 동안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로 여러 차례 선정될 정도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이곳 빅토리아 주만 해도 최근 10년 동안 문을 닫은 교회만 해도 수백 군데라고 합니다.
 
최근 호주 통계를 보면 기독교인의 수가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호주가 전체적으로 세속화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런 면에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이곳에 살고 있는 우리 한인 크리스찬의 사명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빅토리아 주는 한국 선교의 최선봉에 선 지역입니다. 부산·경남지역의 많은 교회와 학교, 병원 등이 호주 선교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통하여 세워졌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복음에 빚진 자로서 그리고 그 사랑의 빚을 많이 지고 있는 우리들로서 호주 교회를 다시 영적으로 일깨우는 사명이 우리 한인 크리스찬들에게 있다고 봅니다.
 
아울러 지난 17년 동안 저는 호주 교인들의 특별한 사랑을 많이 입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사역을 하더라도 호주교회를 위해 많이 기도하고 한·호 선교의 더욱 발전된 관계 수립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 엄정길 목사는 17년 동안의 이민목회 가운데 각종 교계 행사에 참석, 연합하는 일에 앞장섰다.     © 크리스찬리뷰

마지막으로 이제 사임하는 멜본중앙교회 교우들에게 감사하고 참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신학대학에 많은 에너지를 집중시키느라 상대적으로 교회에 관심이 약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아내의 말처럼 가족보다 더 목회자를 사랑하는 교인들이라는 평가를 받기에는 저의 부족함이 너무 컸음을 고백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조그마한 다툼도 한 번 하지 않고 묵묵히 사랑으로 섬겨주신 교우들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말할 수 없는 어려운 고난 속에서도 함께 울며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 주신 성도님들에게 정말 감사했고 정말 사랑한다는 마음을 지면으로나마 전합니다.
 
아울러 한·호 선교에 관한 많은 자료와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크리스찬리뷰에 경의를 표하며 크리스찬 리뷰의 무한한 발전을 기원 드립니다. 〠

글/송기태|크리스찬리뷰 편집국장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copyright ⓒ 크리스찬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입력: 2017/07/25 [11:50]  최종편집: ⓒ christianreview
 
 
포토 포토 포토
만남과 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