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그리스도를 믿느냐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선한 모습이나 의로운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반드시 그리스도를 믿어야만 선하게 살고 의를 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우리가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아주 고매한 인격을 갖춘 무신론자도 있고, 마음을 다해 사회를 위하여 봉사하며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사는 타종교인들도 많습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우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런 의문을 갖게 됩니다: "성경은 모든 사람이 부패한 상태요 사람에게는 선한 것이 전혀 없다고 선언하는데, 이것이 어찌된 일인가?" "성경의 가르침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주위에 선을 행하는 사람도 많고 훌륭한 도덕성을 지닌 사람도 많은데 성경은 어째서 인간의 부패와 타락만 이야기하는 것일까?" 그러나 이런 의문은 성경의 가르침을 올바로 깨닫지 못한 데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성경은 분명 모든 인간의 부패성을 가르칩니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선을 행하는 자는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롬 3:10-12). 그러나 이러한 부패성은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판단에 근거한 부패성이며, 따라서 사람의 눈에 드러나 보이는 현상과는 반드시 같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하는 것입니다. 죄악된 사람의 눈에 흠결이 없이 깨끗하고 순결하게 보인다고 해서,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반드시 순결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사물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각 그 자체가 이미 죄로 인하여 불순해져 있으니, 온전한 판단이 불가능한 것입니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라는 성경의 진술은 완전한 하나님이 사람을 보실 때에 그러하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보기에는 아무리 의롭게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도, 하나님의 완전하신 판단에는 의인이라고 인정받을 존재가 하나도 없다는 말씀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시각에서는 오직 완전무결한 의인만이 그 의로움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흠결이 있어도 그 사람은 불의한 자로 낙인찍힐 수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여기서 ‘전적 부패’(total depravity)와 "완전 부패"(utter depravity)라는 두 가지 용어를 명확히 구별하여야 할 것입니다. ‘전적 부패’란 ‘전면적(全面的) 부패’를 의미하며, 이것이야말로 하나님 앞에 드러나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곧, 사람의 모든 면이 흠결과 부패한 모습을 지니고 있어서 어느 한 부분도 하나님 앞에서 순결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지성", "감성", "의지" 등 모든 방면에 부패성이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어느 부분도 창조될 때의 의로운 모습을 100퍼센트 유지하고 있는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성도 본래 창조될 때의 순전하고 의로운 모습을 100퍼센트 유지하지 못하고 있고, 감성도, 의지도 마찬가지로 불순물이 뒤섞여 있는 상태라는 것입니다. 물이 가득 들어 있는 병에 빨간색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그 빨간색 잉크가 병의 물 전체에 퍼져나가게 됩니다. 그처럼 잉크로 물들었으니 그 물병의 물은 더 이상 순도 100퍼센트의 물이 아닙니다. 잉크 방울이 물 전체에 확산되어 있어서 육안으로는 분간되지 않으나, 빨간 잉크의 영향력이 전체에 퍼져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하나님이 바라보시는 인간의 부패한 모습이며, 이런 상태를 가리켜 "전적 부패" 혹은 "전면적 부패"라 부르는 것입니다. 칼빈 선생은, "사람의 부패가 어느 한 부분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영혼의 어느 부분도 그 치명적인 질병에 저촉되지 않은 채 순결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 없다"고 진술하는데, 인간의 ‘전적 부패’, 혹은 ‘전면적 부패’의 상태가 그러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완전 부패’와는 다릅니다. ‘완전 부패’란 마치 빨간 잉크 그 자체처럼, 사람이 보기에도 선하고 순결한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고 완전히 부패한 모습만 있는 것입니다. 사탄의 상태가 이와 같다고 하겠습니다. 사탄에게는 선한 면이 조금도 없이 완전한 악과 완전한 부패뿐이니 말입니다. 〠 원광연|크리스찬리뷰 영문편집위원, 주의영광교회 담임목사 <저작권자 ⓒ christianreview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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