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에서의 오순절

정원일/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7/09/20 [18:13]
행사 참석차 이스라엘을 다녀 오게 되었다. 2013년에 마지막으로 다녀왔으니 근 4년여 만의 방문이다. 이번 여행은 이스라엘 남단의 아쉬켈론과 예루살렘, 북부의 하이파 지역을 다니며 유대인들을 초청해 한국의 문화 행사를 보여주고 관계 회복을 도모하는 기독교 사역단체의 봉사 활동이다. 
 
 
아쉬켈론은 브엘쉐바라는 성경의 유명한 장소와 가까운데 위치해 있다. 가자 지구와 인접해서 분쟁이 있을 때 심심찮게 폭탄이 떨어지곤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야외 특설 공연장을 마련해 1천여 명이 참석해서 한류를 즐겼다. 예루살렘에서는 약 3천500명이 참석했다. 
 
내가 아는 히브리대의 교수도 초청했고, 예루살렘의 사역 단체 대표와 랍비도 참석했다. 하이파에서는 한류와 K팝을 좋아하는 10대와 20대들을 비롯해 홀로 코스트 생존자들이 참여해 1천500명이 들어가는 큰 공연장을 채웠다.
 
이번 방문은 특히 예루살렘 탈환 50주년 기념 행사와 더불어 오순절 절기 행사에 맞춰 계획되었다. 근 2천 년 동안 흩어져 있던 이스라엘이 UN의 결의로 1948년 건국하게 됐을 때,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의 겨우 세 부분으로 분리된 비좁은 지역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 후 20년 후인 1967년 6월. 흔히 6일 전쟁이라 불리는 주변 아랍국가와의 전쟁을 통해 AD 70년 로마에게 멸망 후, 처음으로 예루살렘을 탈환하게 되었다. 
 
이스라엘은 이 전쟁을 근대의 최고 가는 ‘다윗과 골리앗의 전쟁’이라고 자랑스러워 한다. 올해가 바로 예루살렘 탈환, 5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예루살렘에서는 ICC라고 불리는 유명한 국제 컨벤션 센터에서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 참여한 유대인들은 신기한 듯, 마련해 놓은 부츠에서 한복도 입어보고 촬영을 하고, 붓으로 글씨를 부채에 새겨 넣는 프로그램에 줄을 서 순서를 기다린다. 
 
히브리 곡에 맞춘 노래와 춤을 추는 곳에는 많은 유대인들이 몰려 사진과 동영상을 찍기도 하고 흥에 겨워 을 추며 분위기에 흠씬 젖어 가고 있었다. 기타를 치고 악기를 대동한 한인 밴드는 그들이 서 있어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한류는 이미 젊은 학생들과 함께 온 친구와 가족들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시간이 되어 막이 오르고, 예루살렘 탈환 50년을 기념하는 1967년 6일 전쟁 당시의 영상과 유대인들의 핍박에 대한 한국 기독교인들의 위로와 화해의 의미를 담은 영상은 이미 자리를 꽉 채운 유대인들에게서 탄성과 뜨거운 박수를 끌어내고 있었다. 이곳은 시설과 규모에 있어 최고급 수준의 공연장이어서 시작과 함께 몰입하는 집중력이 자연스럽게 제공되었다. 
 
예루살렘의 회복에는 유대인의 자긍심의 회복이라는 큰 의미가 있다. 마치 우리가 잃어 버린 나라를 되찾은 1945년 해방을 연상하듯이, 2000여년 만에 되찾은 주권의 회복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감격이 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나의 왼쪽 옆자리에는 호주 시드니 유대인 박물관에서 열렸던 학술대회 강사로 초청되었던 히브리 대학의 교수인 Dan Porat이 초대되었고, 또 오른쪽 옆자리에는 안과 의사이며 랍비인 Moshe라는 이름의 유대인 가정이 자리하였다. 
 
Dan Porat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두 한국에서 왔느냐며 감탄하고 감동적이라며 박수를 치고 머리를 여러 번 끄덕였다. 한국 전통 의상과 부채춤을 보며 정말 아름답다고 칭찬하며, 점잖게 앉아 있던 그가 급기야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모쉐는 친근하게 말을 건네고 이 공연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하며 금방 친해지게 되었다. 그의 부인은 한국인이다. 미국에서 만나 결혼하고, 한국에 지원하여 파견된 미군(유대인)으로 3년 가까이 한국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이들은 공연 후에도 너무나 감동적이라면서, 내일 해 뜰 때 회당에서 예배가 있는데 오면 좋겠다는 제안에 새벽에 다른 몇 분과 함께 방문하게 되었다. 이방인을 향한 유대인의 초청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예루살렘의 유대인들은 오순절에는 밤에 온 가족이 통곡의 벽에 모여 기도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밀려들고 군데 군데에선 함께 춤을 추고 그들만의 음률을 따라 소리높여 노래를 부른다. 늦게 온 친구가 둥글게 돌며 뛰는 그룹에 들어 오면 반갑게 얼굴을 쓰다듬고, 청년들의 즐거움에는 다른 이들이 대신할 수 없는 유대인들만의 특권과 기쁨이 느껴진다. 이들에게는 수 세기에 걸친 아픔과 그것을 위로하기 위한 자신들만의 공감대와 믿음 안에 쌓여진 공동체적 문화가 있다. 
 
오순절 저녁 유대인들의 향연은 말씀 속에서 기쁨을 찾는 비결의 통로를 보는 듯하다. 통곡의 벽과 인접한 Jewish Quarter라고 불리는 금싸라기같은 성전 산의 한 자락에 위치한 랍비의 가정 회당에서 새벽 4시 30분부터 시작된 예배는 3시간 30분 가량 이어졌다. 그저 시편과 말씀, 룻기 전 장을 읽고 토라 두루마리를 꺼내 읽는 것이 전부였다. 
 
악기도 없고 따로 성가대도 없지만, 그들의 묵상과 통독에는 깊은 집중력이 있다. 머리를 밀고 옆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정통 유대교의 어린 아이들도 여럿 참석했는데 새벽에 졸릴만한데도 얼굴은 빛나고 스스로 성경을 읽는 그들의 모습엔 어른들도 따라 하기 힘든 말씀에 대한 진지함이 있다. 
 
룻기를 함께 읽은 후 랍비 모쉐는 “하나님이 주신 그 시대의 말씀은 이방 여인이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토라는 오늘도 이 시대에 동일하게 오늘의 토라로 날마다 새롭게 쓰여지고 있습니다.”라고 짧게 강론을 하였다. 
 
그리고 그는 나의 손을 잡고 다른 유대인들과 함께 손을 잡고 통곡의 벽의 유대인들처럼 함께 뛰고 나는 알 수 없는 그들의 운율로 노래를 시작하였다. 마치 ‘당신들과 우리는 함께 하나님의 백성입니다.’라고 환영하는 마음을 고백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예루살렘 탈환 50주년을 기념하는 예루살렘에서의 오순절은 또 다른 성령의 감동을 창조하고 있었다.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을 탈출하고 삼 개월이 지났을 때, 모세를 시내 산에 불러 연기와 불과 진동과 나팔 소리 가운데(출 19장), 대면하여 직접 말씀하셨던 창조주 하나님은 오늘도 말씀 묵상하는 자들에게, 오순절에 성전에 모여 기도하며 하나님을 기뻐하며 예배하는 어린 아이들의 심령 속에도 하나님의 지혜가 임하도록 개인적으로 직접 말씀하신다. 성령 하나님은 하나님의 나라를 하나님만의 파격적인 방법으로 세워 가신다. 
 
하나님은 늘 올곧은 성실하심으로 우리에게 교훈하신다. 이스라엘의 조상인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여 모리아 산(지금의 예루살렘)으로 이삭을 데려가 결박하고 자식을 번제물로 드리는 파격을 행했다. 
 
가족 모두를 끌고, 살던 고향을 떠나 알지도 못하는 이방 땅으로 떠났던 그는 파격에 대해 이미 전력이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아버지를 믿고 떠난 이삭은 서슬 퍼런 칼로 자신을 마치 짐승 도살하듯 내려치는 아버지의 무서운 눈빛을 이삭은 평생 기억하게 됐을 것이다. 이 순간에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내가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하고 그의 파격을 칭찬하셨다. 
 
그리고 그에게 “천하만민이 너로 인해 복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약속하셨다. 이삭은 늘 양보하는 겸손한 삶을 살았다. 파격을 행하는 자와 파격의 제물이 되는 자가 늘 공존하는 것이 하나님 나라의 원리라면 세상의 불평등은 그다지 억울하지 않은 세상의 이치로 간주될 수 있다. 
 
하나님의 더 큰 파격은 그의 독자를 제물 삼아 이곳 예루살렘의 골고다 십자가에서 아들을 죽인 것이다. 겸손한 예수님을 택해서 아들을 제물로 죽이는 일을 실행하신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파격의 스토리로 가득하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택해 하나님의 나라를 우리에게 알게하셨다. 소수 민족의 아픔을 수 세기에 걸쳐 겪게 하면서 급기야 6백만이 순한 양처럼 번제물로 드려지는 홀로코스트를 통해서 이스라엘이 20세기 세계의 지도 안에 다시 들어 오게 하셨다. 하나님만의 방법으로 이 시대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 가시는 또 다른 파격이시다. 
 
2017년 예루살렘의 오순절에 유대인들에게 들려 주는 화해와 위로의 메시지는 순한 어린 양같은 한국 기독교인들의 헌신을 번제물로 올려드리는 또 하나의 하나님 나라의 파격과 같다. 하나님의 토라는 오늘 이 시대에도 하나님의 음성에 귀기울이는 자들에게 성령의 지혜로 이렇게 날마다 새롭게 쓰여지고 있다. 〠

정원일 Christians for Israel – National Directo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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