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유람선'이 아니라 '전투함'이다!
인터뷰 홍관표 원로목사 ‘지성과 감성 그리고 깊은 영성의 사람’
 
글|김환기,사진|권순형
▲ 항상 기쁨으로 사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말하는 홍관표 목사는 90세 졸수연(卒壽宴)을 앞두고 있다.     ©크리스찬리뷰
 

'노인과 어르신'의 차이는 무엇일까? 노인은 나이만 먹은 사람이고, 어르신은 나이 값을 하는 사람이다. 노인은 추억을 먹고 살고, 어르신은 꿈을 먹고 산다. 노인은 늙은 사람이고, 어르신은 존경 받는 사람이다.
 
이번 달은 시드니의 어르신 한 분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는 1931년생 양띠이니, 한국 나이로 88세이다. 1979년 4월 4일, 호주 장로교 소속 '한인장로교회'의 청빙을 받아 이민목회를 시작했고, 1981년 4월 19일 '시드니중앙장로교회'를 개척하여, 그곳에서 21년간 목회를 성공적으로 하고, 2001년 12월 15일 명예롭게 은퇴함으로 시드니 최초의 '한인 원로목사'가 된 홍관표 목사이다.

가족 (家族)

2018년 1월 16일, 시드니 조정 클럽(Sydney Rowing Club)에서 그를 만났다. 그의 몸과 마음은 언제나 올곧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모습은 멀리서도 쉽게 알아 볼 수가 있다. 오늘은 ‘김이진 사모’와 함께 나왔다.  인사를 마치고, 평상시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했다.


▲ 아들 홍성기 강도사에게 목사 임직예배에서 목사 가운을 입혀주는 홍관표 목사(2013.10.19)     ©크리스찬리뷰

 
- 건강의 비결이 무엇입니까?
 
"건강의 비결이 뭐 따로 있겠습니까, 항상 기쁨으로 사는 것이죠. 저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새벽기도를 하고, 약 40분 정도 걷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매일 신경을 써서 식사를 잘 챙겨 줍니다."
 
옆에 앉아 있던 사모가 고개를 끄떡이며 활짝 웃음을 짓는다.
 
- 어떻게하면 기쁘게 살 수 있나요?

 
"성령 충만하면 됩니다. 저는 모든 것에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에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큰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자녀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아들과 딸이 주 안에서 모두 잘 살고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딸은 미국 산호세에서 '어린이사역'(CM)을 하고 있고, 사위는 장로입니다. 할아버지, 아버지, 사위 3대에 걸쳐 한 교회를 모두 장로로 섬긴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들은 시드니에서 목회를 열심히 잘하고 있습니다."
 
아들 홍성기 목사는 2012년 1월 1일, 시드니에서 ‘나눔과 섬김 교회’를 개척했다. 싱가포르에서 사업하던 중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헌신을 했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여러 곳에서 청빙을 받았지만, 아버지의 말씀에 순종하여 시드니에 교회를 개척했다.
  그
는 1.5세대로 시드니에서 자랐고, 사회 경력도 20년이 넘는다. 이민 1세대의 신앙의 뿌리를 이어가며, 다음 세대에 비전을 가지고 사역하고 있다.
 
또한 20년의 사회경력을 바탕으로 ‘사회와 교회’, ‘삶과 믿음의 ‘조화와 일치’를 추구하는 목회를 하고 있다.
 
"저는 우리 가정을 로얄 훼밀리(Royal Family)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택하신 하나님의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올해 80살이고, 결혼한지 55년이 되었습니다. 55년 동안 한결같이 함께 동행하며 기도하고, 동역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저는 1948년 북한에서 내려와서 개혁주의 신앙을 갖고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월남할 때도 하나님께서 기적적으로 인도하여 주셨는데, 한상동, 주남선, 손양원 목사님들이 세우신 신학교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교수와 사무장으로 봉직하다가 하나님께서 시드니로 보내 주셔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지요"
 
- 손주는 몇명입니까?
 
"아들에게는 딸과 아들이 있습니다. 손녀는 시드니대학에서 메디칼을 전공하고 있고, 손자는 이번에 대학에 들어갑니다. 미국의 딸은 딸.딸.딸입니다. 큰 손녀는 장학생으로 시카고 트리니티 대학교 의대에 다닙니다. 농구도 아주 잘합니다. 둘째는 이번에 대학에 들어갔고, 셋째는 고등학교(High School)에 다니고 있습니다."

김이진 사모

 - 홍 목사님 식사는 어떻게 하시나요?
 
 
"목사님은 모든 것을 잘 드십니다. 아침에는 양식을 좋아하고, 낮에는 주로 한식을 드십니다. 우리 집은 검소해서 버리기 아까운 것은 저녁에 먹습니다."


▲ 홍관표 목사는 김이진 사모와의 사이에 성기, 희정 남매를 두었는데 희정 씨(뒷줄 오른쪽 2번째)는 미국 산호세로 출가했다.(2011)     ©홍관표
 
- 남편으로 목사님의 점수를 주신다면?
 
"목사님은 목사로서는 엄하시지만, 남편으로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과거에도 저에게 잘했지만 지금은 더 잘하십니다. 아침식사는 목사님이 준비하십니다. 목사님과 저는 아침 운동도 같이 합니다.
 
또한 목사님은 자녀들에게는 아주 부드럽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잘못해서 매질하라고 부탁하면 때리지 못하고 왔다갔다 하시다가 끝납니다. 왜 때리지 못했냐고 여쭤보면, 때릴 데가 없다고 합니다."
 
- 목사님 자랑 좀 해주시죠.
 
"같이 살다 보면 가끔 의견 충돌이 일어나 다툴 때가 있습니다. 저는 꽁한 성격입니다. 한 번 틀어지면 말을 하지 않습니다. 제가 분명히 잘못한 것을 알면서도 절대 잘못했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목사님은 저와는 정반대입니다. 3분도 가지 못하고 화해합니다.
 
본인이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잘못했다고 합니다. 55년 동안 저는 한 번도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옆에서 빙그레 웃고 있던 홍 목사가 말을 거든다.
 
"그런 것도 못하면 진짜 남자가 아니지요. 저는 다툼이 있을 때마다 주님의 고난을 생각하면서 제가 다 품어 버립니다."
 
- 사모님 자랑 좀 해주시죠.
 
"사모는 내조를 참 잘합니다. 교회에서 사모가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게 동역했습니다. 나서지 않고 가정 안에서 내실을 기하는 사람이지요.”
 
김이진 사모가 말을 이어간다.
 
"요즘에야 사모들이 자신의 달란트를 사용하여 봉사하지만 우리 때만 해도 사모가 조용한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모는 가정을 잘 돌보고, 목사님을 내조하면 된다고 생각했지요. 목사님이 실수하면 용서가 되어도, 사모가 잘못하면 문제가 크게 됩니다. 정말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저는 원래 활동적이었는데, 시드니에서 와서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 홍관표 목사는 동역자 김이진 사모와 금년에 결혼 55주년을 맞았다     ©크리스찬리뷰

 목회 (牧會)
 
- 한국목회와 이민목회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저는 한국에 있을 때 4개 교회를 개척을 했고, 고신대학교에서 봉직하다 이곳에 왔습니다. 대체적으로 한국 교회의 성도들은 목사를 잘 섬기고, 열정이 있습니다. 개척한 교회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교회를 건축할 때면 재산과 결혼반지까지 팔아 하나님께 드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민교회는 개인적이며, 자기중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에 전적으로 헌신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 오늘날 한국교회는 어떤가요?
 
"작금의 한국교회는 성장 중심의 물량주의로 나가고 있습니다. 과연 주님을 위한 '비전'인지, 개인의 '야망'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교회가 성공주의, 세속주의로 나가고 있어서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는 무조건 많이 모이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모여서 변화되고, 회개운동이 일어나, 말씀으로 양육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크리스찬리뷰 칼럼을 교육에 중점을 두고 쓰려고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똑바로 교육하면, 교인들이 변하여 교회를 잘 섬기게 됩니다. 교회의 문제는 '말씀와 교육' 부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와 교민
 
- 한인교회와 교민을 위해서 한 말씀해 주시죠.

 
"목회자가 말씀에 바로 서서 원칙대로 목회하면 교인들은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목회자의 생명은 진실에 있습니다.  진실이 곧 믿음이죠. 물론 목회자에게만 국한된 말은 아닙니다. 교인들도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모든 시험과 문제는 말씀의 부재에서 나옵니다. 교회는 유람선이 아니라 전투함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좋은 군사로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입고 선한 싸움을 싸워야 합니다.
 
초창기 교민기관들은 교회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요즘은 서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것 같습니다. 교민사회에서 교회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믿음 안에서 하나 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청교도 정신이 성경에 근거한 믿음이었던 것처럼 말이죠. 하나님의 말씀을 떠나서, 인간의 욕망 위에 뭔가를 세우는 것은 사상누각과 같습니다. 자기를 부정하고 상대방을 높이고, 모든 일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 해야 합니다.
 
작년에 동성애가 합법화가 되어 시드니는 점점 소돔과 고모라 성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교회에 있습니다. 교회가 말씀 위에 바로 섰다면, 이런 일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 다문화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호주가 다문화사회라고 하지만 시드니를 벗어나면 아직도 인종차별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문화 사회에서  호주화보다는 복음화가 되어야 합니다.
 
기독교인으로 예수를 닮아서 종의 위치에서 세상을 섬겨야 합니다. 예수님도 ‘이 땅에 섬기러 오셨지, 섬김을 받으러 오시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예수의 제자된 우리들도 종의 정신으로 살아야 합니다. Servant란 말은 Service와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이란 섬기는 사람입니다.
 
인도네시아에 총독부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프랑스 선교사는 상류층 중심의 선교를 했고, 이슬람교 사람들은 밑에서부터 소외된 계층 중심으로 선교를 했습니다.
 
지금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이슬람교 국가가 되었습니다. 종의 자세로 사람을 섬기면, 사람들이 감동을 받아 복음화됩니다. 저는 그렇게 살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너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고 했습니다. 빛과 소금은 자기 부인을 해야지만 빛을 발할 수 있고, 짠 맛을 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자기부인을 한 만큼, 세상이 복음화 될 것입니다."
 
지사충성 (至死忠誠)
 
- 은퇴 전와 은퇴 후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은퇴 전에는 사역의 연속이라서 기도, 심방, 말씀 준비 등 정말로 바빴습니다. 벌써 은퇴하고 20년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은퇴 후 10여 년 동안은 현역 못지않게 바빴지만, 이제는 후배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하나님과 독대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 목사님의 비문에 무슨 말씀을 쓰시기 원하십니까?
 
"저를 가장 사랑하고 아끼고 끌어 주셨던 분은 한상동 목사님입니다. 그분의 좌우명이 ‘지사충성’(至死忠誠)입니다. 계시록 2:10절 ‘죽도록 충성하라’는 뜻입니다. 비문에 그 문구를 꼭 넣고 싶습니다.
 
하용조 목사는 ‘사명자에게 은퇴란 말은 없다’라고 했습니다. 성경에도 은퇴란 말은 없습니다.
 
바울도 에베소 장로들에게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 20:24) 말씀하고, 그의 마지막 서신인 디모데후서에서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딤후 4:7-8)라고 했습니다.
 
사명자는 '죽기까지 충성했다'지, '은퇴했다'라고 하지 않습니다. 저도 그렇게 살다가 하나님 앞에 가려고 합니다. 크리스찬리뷰 칼럼도 죽을 때까지 쓸 작정입니다. 발행인이 그만 쓰라면 어쩔 수 없지만요.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씩 다른 교회 장로들에게 성경 공부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는 하나님께 '지사충성'하다가 '의에 면류관'을 받는 것이 '최고의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에필로그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인데,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희극 배우 찰리 채플린의 말이다. 사람도 가까이서 볼 때와 멀리서 볼 때가 다르다.


▲ 은퇴를 한 달여 앞두고 시교협 정기총회에서 성찬식을 집례하는 홍관표 목사. (2001)     ©크리스찬리뷰
 
나는 오랫동안 먼발치에서 홍관표 목사를 보았다. 교회와 교민사회의 어르신이지만, 가까이 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분이라고 생각했다. 홍 목사 앞에서 자못 실수라도 하게 되면 여지없이 꾸지람을 들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교인들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았다.
 
부득불 홍 목사 집에 전화할 일이 있으면, 전화하기 전에 먼저 기도했다고 한다. 
 
"하나님, 제발 사모님이 받게 해주세요”
 
나는 오늘 그를 가까이서 보았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부드럽고, 유머도 많고, 배려심도 있는 우리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다. 어르신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주제 넘는 일이기에, 그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홍관표 목사는 ‘날카로운 지성’과 ‘부드러운 감성’ 그리고 ‘깊은 영성’으로 무장된 ‘하나님의 사람’이다.〠

글/김환기|크리스찬리뷰 영문편집위원, 호주구세군본부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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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1/30 [10:46]  최종편집: ⓒ christian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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