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넓고 곡식은 많다

기독교 인문학 산책 (35)

최성은/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8/01/30 [12:46]
이집트는 남북이 1,100km, 동서가 1,200km, 면적은 무려 100만 평방 km가 넘는 광대한 나라이다. 동은 홍해와 시나이 반도, 서는 리비아, 남은 수단, 북은 지중해에 닿아 있다. 그러나 국토의 97%는 사막이며 사람이 살거나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은 4만 평방km에 불과하다. 
 
게다가 기후는 일 년 내내 비가 오지 않는 전형적인 사막기후이다. 연평균 강우량은 겨우 150-200mm 밖에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집트가 고대 지중해 주변의 수많은 나라의 곡식창고 역할을 한 것은 순전히 나일강 덕분이다.
 
나일강은 남북을 유유히 종단하면서 논과 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사막에서 날아온 모래의 염분을 씻어 내고 하구의 델타지역엔 매년 엄청난 양질의 토사를 실어다 주었다.
7월부터 10월까지 계속되는 나일의 범람기가 끝나면 농부들은 땅의 물기가 걷히는 대로 파종하기 시작하여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었다.
 
이집트는 일 년 내내 하늘만 쳐다 보는 천수답 가나안과는 달리 논밭에 물대기를 발로 쓱싹 해치울 만큼 관개시설이 잘되어 있었고 농사짓기에 수월한 곳이었다.(신 11:10-12)
 
나일강 하구의 비옥한 델타(삼각주)지역에서 생산되는 밀, 보리등 곡식과 과일과 채소는 어머어마했다. 지중해와 홍해에서는 도미, 방어, 농어, 가자미, 오징어, 새우, 낙지, 뱀장어 등이 잡혔다. 소, 양, 닭 등 식용으로 사용되던 가축들도 엄청났다.
 
이집트 사람들이 자기 나라를 ‘움므 둔야’(세상의 어머니)라 부르는 이유는 바로 이 양식의 풍성함 때문이다. 광야를 가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걸핏하면 “누가 우리에게 고기를 주어 먹게 하랴 우리가 애굽에 있을 때는 값없이 생선과 오이와 참외와 부추와 파와 마늘을 먹은 것이 생각나거늘 이제는 우리의 기력이 다하여 만나 외에는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도다”(민 11:4-6) 하며 불평을 터뜨린 이유도 바로 이집트의 양식에(먹거리)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헬라, 로마, 비잔틴, 이슬람,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차례로 이집트를 차지하려 덤볐던 이유도 바로 이 차고 넘치는 양식 때문이었다.
 
창세기에 의하면 아브라함, 이삭, 야곱 등 족장 3인은 모두 극심한 흉년을 겪었다. 아브라함과 야곱은 흉년을 애굽에서 피했고 이삭은 블레셋(그랄)에 머물렀으나 속셈은 애굽으로 내려갈 작정이었다(창 26장).
 
그들의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애굽은 실로 땅은 넓고 곡식은 많은 곳이었다. 하나님도 이집트의 풍성한 양식에 주목하셨다. 그리고 이집트를 자기 백성의 기근의 피난처로 사용하셨다.
 
현대 이집트 사람들은 이런 음식을 먹는다. 에이쉬(aish)는 밀가루 반죽을 화덕에 구워낸 빵이다. 공갈빵처럼 속이 비어 있어 풀로 채워 먹거나 찍어 먹는다.
 
풀(ful)은 누에콩을 갈아서 끓인 죽 같은 것이다. 여기에 레몬즙, 오일, 칠리소스, 소금, 커민 등으로 맛을 낸다. 코샤리(koshari)는 이집트식 비빔밥이다.
 
병아리 콩, 렌틸 콩, 마카로니, 스파게티, 쌀밥에 튀긴 양파와 토마토 소스를 올려 비벼 먹는다.
 
2011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 시민혁명이 이집트에 이르러 무라바크의 독재정권을 무너뜨렸을 때 외신들은 이를 ‘코샤리 혁명’이라 하였다.
 
바로 이 음식에서 딴 것이다. 쿠프테(kufte)는 양고기 꼬치이며 타미야(taamiya)는 콩과 야채를 갈아 경단으로 만들어 튀긴 크로켓이다. 카르카데(karkadeh)는 히비스커스 꽃잎을 우려낸 물이다. 설탕을 타서 음료수로 마신다.
 
요셉이 형들을 위해 차린 식탁은 이렇게 구성되었을 것이다. 식탁 중앙에는 에이쉬를 담은 바구니가 놓였을 것이고 풀을 담은 공기는 각자에게 제공되었을 것이다. 이집트 왕실의 최고급 와인을 곁들여 코샤리, 쿠프테, 타미야, 야채 샐러드 등이 차례로 서빙되었을 것이다. 
 
카르카데를 마시며 왁자지껄 흥겨웠을 잔치가 형들은 돌아가는 상황이 불안해서, 요셉은 울음을 참느라, 베냐민은 너무 많은 음식에 질려 제대로 즐길 수 없었을 것이다.〠                                                                                      

최성은|시드니선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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