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과 기독교
 
김환기/크리스찬리뷰
이창동 감독, 그는 총 다섯 편의 영화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감독의 대표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그의 첫 작품은 ‘초록 물고기’(1997), 마지막 작품은 ‘시’ (2010)이다. 중간의 세 작품은 ‘박하사탕’(1999), ‘오아시스’(2002), 그리고 칸에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아 더 유명해졌던 ‘밀양’(2007)이다.
 
이창동
 
이 감독의 작품은 기독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의 약력을 보면 기독교인이란 말은 없다. 경북대학교 사범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교사로 재직하던 중,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소설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영화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하여 제3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시나리오상을 받았다. 그 후 영화감독으로 데뷔하여 세 번째 작품인 '오아시스'를 발표한 후, 1년 4개월 동안 참여정부의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2004년 장관직에서 물러나 영화계에 복귀한 그는 네 번째 작품인 ‘밀양’으로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을 영화인들 마음에 각인시켰다. 하지만 기독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영화였다. 그의 작품은 종교적 차원이 아닌, 인간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현실에서 기독교가 생명력을 잃고 화석화되어 가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작품세계
 
그는 기독인이 아닌 관점에서 기독인의 믿음이 삶과 많이 동떨어져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데뷔 작품을 제외한 나머지 네 작품 모두 기독교가 등장한다. ‘박하사탕’에서는 불륜을 저지르면서 기도하는 여인을 통해서 기독교의 '이중성'을 지적했고, '오아시스'에서는 현실에 맞지 않는 목사의 기도를 통해서 기독교의 '피상성'을 꼬집었으며, 밀양에서는 하나님은 사랑하지만 사람은 용서하지 못하는 '믿음의 역설'에 대하여 묘사했다.
 
마지막 작품인 '시'에서 죽은 아이를 위한 신부의 설교는 지극히 '의례적이고 형식적'이었다. 정녕 기독교는 현실과 관계없는 관념적이고 사변적인 종교인가?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현실의 문제를 이길 수 없는 소망은 ‘죽은 소망’이 아니겠는가! 남을 용서하지 못하는 사랑, 이 역시 ‘죽은 사랑’이 아닌가!  오늘날 교회가 살았다고 하지만, 죽어있어 책망받는 ‘사대 교회’와 같지는 않은가?
 
밀양(密陽)
 
기독교인에 의해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작품은 '밀양'이다. '비기독교적인 영화'를 넘어서 '반기독교적인 영화'라는 비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밀양은 인간에 관한 이야기지 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영화는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과 함께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밀양(密陽)은 '은밀한 햇볕'이란 뜻이다. 그녀는 새빛을 찾기 위해서 밀양에 갔지만, 안타깝게도 그곳에서 아들이 유괴되어 살해된다. 교회는 그녀에게 어둠 속의 한줄기 빛이었다. 그녀는 신앙으로 절망의 자리에서 일어 설 수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그녀는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살해범을 용서하러 감옥에 간다.
 
신애의 예상과는 달리 감옥에서 아주 평안히 지내는 살해범을 마주한다. 피해자인 자신은 아직도 아파하는데, 가해자인 살인범은 “하나님의 용서를 받아 평안하다”고 한다. ‘자신이 아직 용서하지도 않았는데, 하나님이 먼저 용서했다고?’ '도대체 하나님이 무슨 권리로 그럴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참을 수 없었다. 교회에서 난리 피우고, 교인 집의 유리창을 깨고, 집회도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야외 집회 중 신애는 ‘거짓말이야’라는 노래를 튼다. "설교도, 기도도, 믿음도 모두 거짓말이야"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신애가 집 마당에서 머리카락을 직접 자른다. 카메라는 흩날리는 머리카락에 초점을 맞추고, '은밀한 햇볕'은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마당을 비친다.
 
햇볕은 희망이다.

김환기|크리스찬리뷰 영문편집위원, 호주구세군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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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2/28 [09:36]  최종편집: ⓒ christian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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