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인간의 이성, 그리고 신학
쉽게 풀어 쓴 기독교 신학 (1)
 
주경식/리스찬리뷰
믿음은 인간의 이성과 신학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많은 경우에 있어 그동안의 한국교회의 풍조는 “무조건 믿기만 하라”는 암묵적인 규율(?)이 있었다. 의심하고 질문하고 회의하면 믿음이 없고 큰 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취급해 왔었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 의심이나 질문하는 것은 불경건한 일로 치부해 버렸다.
 
내가 16세 때 세례 문답을 받을 때이다. 그 당시만 해도 세례를 받기 위해서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을 가지고 세례교육을 받았다. 세례 교육이 끝나는 날 목사님과 장로님 몇 분 앞에서 마지막 세례문답을 할 때 목사님이 마지막으로 질문하고 싶은 것이 없냐고 세례 문답을 받는 사람들에게 물어왔다. 
 
그때 나는 평상시 궁금했던 것을 질문하였다.
 
“목사님! 우리 나라에는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등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복음이 이때 한국에 들어오지 못해 이분들은 복음을 들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복음을 듣지 못해서 예수를 믿을 기회가 없었을 테인데,.. 이분들은 모두 지옥에 가나요?” 
 
중학교 3학년 학생의 당돌한 질문에 약간 당황한 듯, 목사님은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이 녀석! 쓸데 없는 질문 말고 너나 잘 믿어!” 하고 대답하신 기억이 있다. 정말 궁금해서 드린 질문이었는데, 그렇게 면박 비슷하게 해주었던 목사님의 대답은 아직까지도 꺼림직하게 기억되고 있다.
 
설명하기가 너무 복잡해서 그렇게 대답을 하셨는지, 아니면 평상시 그런 고민과 생각은 갖고 계시지 않다가 갑자기 그런 엉뚱한 질문을 받는 바람에 당황해서 그러셨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어린 마음에도 ‘무조건 믿기만 해라!”는 바른 신앙으로 연결해 주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교회 안에는 믿음을 갖는 데에는 인간의 이성이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인간의 이성과 신학이 믿음을 병들게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왜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었을까?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짐작하기로는 믿음은 “의심없이 믿어야 하는 것”인데 질문하고 의심하는 것은 믿음을 병들게 할 수 있다는  인간의 이성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쓸모없는 논쟁만 늘어놓는 사변적인 질문이나 신학은 믿음에 별 도움이 되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순수한 믿음에 반하여 그리스도를 단순한 자유 해방가나 민중 선동가로 폄하하는 자유주의 신학사상들은 자칫 신앙에 득보다는 실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모든 이성작용과 신학하는 자세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직한 질문과 올바른 이성작용은  신앙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하고 성서가 무엇이라 대답하는가 끊임없는 연구의 세계로  이끌어 주기도 한다.
 
자국어로 번역된 성서는 보통의 교육을 받은 사람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쉽게 읽는다고 모든 내용이 쉽게 이해되거나 해석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서를 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학적 통찰력 및 건전한 인간 이성이 필요하다.
 
오히려 신학적 기반도 없는 사람이 이성을 사용하지 않고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성서해석이야 말로 진짜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많은 경우에 있어 이단 사이비들의 가르침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섣부른 지식이 오해를 낳거나 잘못된 길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생무살인(生巫殺人) 즉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선’은 서툴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서툰 무당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말이다. 잘 알지도 못한 미숙한 지식으로 함부로 하다가 큰 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속담이다.
 
우리 주위를 보면, 신앙의 편견에 사로잡혀 하나님의 자유롭고 풍성한 것들을 맛보지 못하고 닫힌 세계에 갇히게 하여 사람을 옥죄게 하는 종교인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얕고 편협한 지식의 결과이다. 오히려 바른 이성과 신학은 믿음을 풍성하게 해주고 성서에 대한 바른 지식과 진리들을 경험하게 해준다.

주경식|호주비전국제 대학 Director, 전 시드니신학대학, 웨슬리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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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2/28 [11:03]  최종편집: ⓒ christian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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