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르포 캄보디아 헤브론메디컬센터, 눈물의 찬양 5

글|김명동,사진|권순형 | 입력 : 2018/03/28 [11:24]
하나님의 선택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

▲  캄보디아 헤브론병원 심혈관조형실에서 근무하는 간호부장 이명규 선교사               © 크리스찬리뷰

심혈관조영실은 이명규 선교사(63. 간호부장)가 환자들과 온종일 씨름하는 곳. 때로는 기도와 눈물이 부어지는 사랑터다. 
 
“심혈관조영실에 오는 환자들은 거대한 기계에 다소 긴장하는 표정이 많아요. 그렇기에 긴장돼 있는 대기자들에게 무서움을 덜어주는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하고, 직접 기도를 인도할 때도 있어요. 하여튼 아무리 바빠도 이들을 대할 땐 하나님께 하듯 했습니다. 일 중심으로 살지 않으려고 노력했고요.”
 
유난히 사랑 많고 다정다감한 이 선교사는 모든 환자들과 현지 간호사들에게 인기가 많다. 따사로운 마음으로 다가가는 이 선교사에게 그들은 마음을 활짝 열어 준다. 이명규 선교사가 헤브론병원에 온 것은 2014년 6월.
 
“병원 은퇴를 앞두고 앞으로의 사역을 위하여 기도원에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찬양을 부르는데 ‘헤브론’이란 이름이 자꾸 떠오르는 거예요. 그 찬양을 부르면서 눈물을 흘렸어요. 때마침 세브란스병원에 있는 후배한테 전화가 왔어요.
 
‘선생님, 캄보디아에 헤브론병원이 있는데 헤브론병원에 가시면 어때요? 그 순간 깜짝 놀랐죠. 그 헤브론병원에 계시는 선교사(내과전문의) 자제분이 다쳐서 세브란스병원으로 치료하러 왔는데 헤브론병원에 대해 얘기하더라는 거예요. 곧장 내려가 만났죠. 그분은 헤브론병원이 심장센터를 만들고 심장수술실과 심혈관조영실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경력 간호사가 급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줬어요. 그런 후 2013년 9월 한국에서 김우정 원장을 만났습니다.

원장님은 기계들이 기증이 되어 오고 있는데 내년 4월경이면 설치가 끝날 것이니 도와달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당시만 해도 캣룸(심혈관조영실) 경력 간호사가 드물었거든요.”
 
평범하게 신앙생활을 하던 이 선교사에게 하나님은 강력한 도전을 주셨다. 그녀는 “60이 가까운 사람이 가서 뭘 할 수 있을까, 갈등도 있었지만 원장님이 도와달라고 말씀하셨을 때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려 순종했다”고 말했다. 
 
“원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눈물이 났어요. 원장님은 헤브론병원에 목숨을 거신 것 같았어요. 얼마나 하나님이 헤브론병원을 원하셨으면 부족한 나까지 불렀을까. 그냥 창피한 줄도 모르고 울었어요.”
 
이 선교사는 비록 부족하지만 하나님의 선택과 부르심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으리라 믿었다.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선교사는 망설임 없이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명규 선교사가 예수님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CCC(대학생선교회)에서 활동하던 작은 언니로부터였다. 언니의 끈질긴 권유에 못 이겨 교회구경이나 한번 해보자고 나온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날 그 시간 이후 그녀의 삶은 하늘과 땅처럼 변했다.
 
이 선교사는 언니가 교회에 같이 나가자고 권유할 때마다 “내가 뭐가 아쉬워서 교회를 다니겠느냐”며 면박을 주기 일쑤였다. 하지만 언니는 기회만 있으면 신앙을 가지라고 권했다.  이 선교사는 자신에게 번번이 면박을 당하면서도 싫은 내색 한번 보이지 않고 정성을 다해 전도하는 언니에게 자신도 모르게 이런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언니, 내가 감히 신자 될 자격은 없지만 교회가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이나 해봅시다.”
 
선교지 생활은 쉽지 않았다.

▲ 심혈관조형실에서 장비에 대해 설명하는 이명규 선교사      © 크리스찬리뷰

“오자마자 수술이 시작됐는데 이곳 현지인 간호사들과 협력이 돼야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언어가 부족했어요. 캄보디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까 여기에서 오는 고통이 컸고요. 게다가 일 년에 심장수술팀이 네 팀이 옵니다. 여섯 팀까지 올 때도 있고요. 여기에 성형외과팀을 비롯해서 여러 수술팀들이 많이 와요. 그 일정을 소화해 내려면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이 정도 규모가 되면 굉장히 바빠요.”
 
이 선교사는 “이곳 캄보디아의 간호능력(간호교육수준)이 떨어진 관계로 간호교육과 시스템 정착이 많이 요구되는 상황이다”며 “각 분야에 3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선교를 마음에 품은 간호사를 언제나 환영한다”고 말했다.
 
▲  낮은 자리에서 환자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항상 즐겁다는 이명규 선교사                   © 크리스찬리뷰

그녀는 “이곳 의료 현실들, 시스템이나 장비, 인적자원들이 부족하다보니까 손을 쓸 수 없는 환자들이 너무 많다”며 “그런 환자들을 그냥 돌려보낼 때는 의기소침이 되고 내내 마음이 무겁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그렇지만 보람도 많다.
 
“캄보디아에는 심장질환 환자가 아주 많아요. 16살인 심장질환 환자 짠니는 청진기 없이도 왼쪽 심장 위에 손을 대면 ‘슉슉’ 소리가 들릴 정도로 피의 역류가 느껴졌는데 치료되어 훌쩍 큰 모습으로 병원을 방문했을 땐 정말 기뻤습니다.
 
19살의 환자는 교과서에서만 보던 전형적인 곤봉형 손톱, 발톱을 보였어요. 1차 수술 후에 혀를 내보이며 ‘색깔이 바뀌었어요’하며 혀를 내밀어 보일 때 많은 선교사님들이 눈물을 보였죠. 그 환자는 2차 수술을 받고 병원에서 감사의 간증까지 하였어요. 힘든 일은 치료시기를 놓쳐서 병을 해결할 수 없는 안타까운 환자들이 아직도 많다는 거예요.”
 
기자는 이명규 선교사를 바라보았다. 아기자기할 것도 없어 보이는 60대의 노인, 그에게서 이렇게 깊고 그윽한 정과 사랑이 많이 쏟아져 나오다니, 그것은 감사와 겸손과 꿈이 담겨진 사랑이었다.
 
이 선교사가 마지막으로 한 말.
 
“낮은 자리에 환자들과 함께 있으니 외로운 선교현장이지만 항상 즐겁게 지냅니다. (계속)

글/김명동|크리스찬리뷰 편집인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광고
광고

  • 포토
  • 포토
  • 포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