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기부로 선교에 동참하자!

사진 선교 캄보디아 헤브론병원

글|심상보,사진|권순형 | 입력 : 2018/04/23 [17:37]
▲ 캄보디아 헤브론병원에 사진 선교차 방문한 심상보 목사, 권순형 발행인, 한의사 이규영 선생(왼쪽부터)     © 크리스찬리뷰

오래 전에 크리스찬리뷰에서 읽었던 몇 개의 작은 글귀들이 쏙 들어왔다. '사진 선교사를 모집합니다.' 호기심에 그 글을 읽으니 헤브론병원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사진으로 현지인 환자들의 사진을 찍어줄 사진사들을 찾는다는 글이었다.
 
사진 선교사? 사진으로 선교를 돕는다는 신선한 발상이 내 마음에 이해되기까지 한동안 그 기사를 스크랩하여 두고 있었다. 그 후 이 글이 또 다시 나왔을 때에 그 일이 실제로 가능한 좋은 일이 될 수 있겠다 싶어 캄보디아를 가기로 결심했다.
 
장난감으로 시작된 사진놀이
 
사실 유년기 시절부터 사진기를 무척이나 갖고 싶어 했었다. 그러나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던 어린 꼬마가 사진에 대해서는 배울 곳도 없고 사진기를 가질 수도 없었기에 그냥 생각으로만 품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떤 어린이 잡지 속에서 유난히 눈에 들어온 광고가 있었으니 그것은 카메라 광고였다.
 
안 그래도 카메라를 갖고 싶어 했었기에 그 광고가 더욱 눈에 꽂혔다. 그러다가 몇 년 동안 돈을 모아 실제로 사기도 했다. 처음으로 사진기란 것을 손에 쉬어본 그때의 기분이라는 것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 사진기는 거의 장난감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필름을 넣어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고 실제로 인화까지 할 수 있었다.
 
비록 화질이나 색감도 형편없었지만 웬만한 기본적인 기능들은 있었기에 어린 내가 사진찍기를 연습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중학교 시절에는 직접 사진반에 들어가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빛이니 감도니 조리개니, 셔터 속도, 등 기초까지 제법 많은 것들을 배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용돈이 생기면 읍내 사진관까지 나가 사진기를 빌려 동네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어서 인화하여 팔아 또 다시 사진기 빌리는 돈을 마련하곤 했다. 그래서 원없이 카메라를 만져본 추억이 있다.
 
오랫 동안 잊고 있었던 사진에 대한 생각이 다시 일어 난 것은 결혼하고 아이의 아빠가 된 후였다. 작은 자동 카메라로부터 디지털 카메라, DSLR에 이르기까지 여러 카메라들과 렌즈들을 경험해 보았다. 이렇게 그저 취미로만 즐겼던 사진찍기가 선교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캄보디아까지 가게 되었으니 마음이 많이 설레기도 했다.
 
카메라로 세상을 보는 일
 
이번 캄보디아행이 혼자였다면 무얼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전혀 모른 채로 헤맬뻔 했다. 다행히 크리스찬리뷰 권 발행인께서 동행했고 사진에 관심 있는 또 다른 한의사 한 분이 동행하였기에 훨씬 수월하고 외롭지 않은 여정이었다.

▲ 헤브론병원 3층에 있는 사진 스튜디오에서 만난 환자들.     © 크리스찬리뷰

이미 '헤브론병원 24시'라는 권 발행인의 다큐멘터리 사진전이 호주나 한국, 캄보디아에서도 열려 왔기에 병원에서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불편하거나 어색한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들고 병원 여기저기를 누비고 마을과 골목을 다니며 사진을 찍는 일, 그리고 현지 환자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부족한 빛의 양을 어떻게 잘 활용하여 수십 분의 일초 안에 선명한 화질로 담아내는 일, 병원에 드나드는 현지인들과 아이들의 까만 눈동자 안의 비친 표정을 한 순간에 포착하기는 내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새벽 일찍부터, 아니면 그 전날 밤부터 병원에 들어와 다음날의 진료를 기다리던 멀리서 온 환자들, 어디가 아픈지 칭얼대는 어린 아이를 안고 밤새껏 가로등불 아래서 서성이는 아이의 부모들, 가난하고 고달픈 삶이 묻어나는 저들의 표정을 카메라로 담아내는 것, 골목과 시장에서 만난 평범한 프놈펜의 사람들, 아이들, 저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내고는 싶었는데 실제로 카메라 스크린으로 들어온 후의 결과는 늘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그냥 내 눈으로만 보고 내 눈 속에만 담아두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의료 선교사들
 
▲ 캄보디아인 남자 간호사가 입원환자를 보살피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말로만 듣고, 글로만 보았던 헤브론병원의 모습들, 그리고 병원을 중심으로 오고 가는 수많은 사람들, 그 주변에 흩어져있는 살아가는 풍경들을 보는 것, 그리고 그 광경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었다. 특히 헤브론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의사, 간호사 교사들과 교제하며 그들의 섬김을 듣고 보는 것은 더 더욱 훈훈한 장면이었다.
 
원래의 자리에서 살았더라면 분명히 풍족한 삶과 넉넉한 삶을 누릴 수도 있었을 것인데 온갖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여전히 부족한 환경마저도 감사함으로 여기며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진 못지않은 좋은 장면이었다.
 
평신도 선교사로 소정의 선교훈련을 받고, 교회로부터 파송을 받아 적게는 수년, 많게는 십 년이 넘도록 헌신해 온 의료 선교사들과 일반인 선교사들과의 교제 속에서 참으로 많은 부끄러움까지도 느끼게 되었다. 호주에서 너무 많은 것들을 누리며 너무 잘 살고 있어서 죄송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무언가 빚을 진 심정으로 무언가를 더 하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아무 것도 없었다. 사진 몇 장 찍는 것이 그 분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언젠가 다시 온다면 저들의 섬김과 헌신이 좀 더 효과를 발할 수 있는 선교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내 머리 속을 채웠다.
 
가장 마음속에 남아있는 장면은 현지인 마을을 직접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헤브론병원에서 심장병 수술 받은 어린이들의 집을 일일이 방문하여 그 아이들의 건강과 발육상태, 학습, 신앙상태까지 꼼꼼하게 체크하는 심방에 동행했다.

▲ 헤브론병원 CAP(Care After program)탐이 심장수술받은 어린이 가정을 방문하여 건강과 발육상태, 교육, 신앙상태 등을 점검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한 아이를 위해 온 의료진들이 함께 수술하고, 수 시간을 달려 그 아이들을 방문하여 아이와 그 가족들을 돌아보는 심방팀들의 수고, 단 한 번의 방문이 아닌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그 환자 아이와 가족들이 육과 영이 치료되고 소망을 찾아가는 모습은 실제로 카메라라는 기계만으로 담기에는 더 더욱 부족했다.
 
이러한 헤브론병원의 사역을 보고 새삼 떠올린 성경구절은 바로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사도행전 16:31)는 것이었다.
 
한 아이를 통해 그 가정이 죽음에서 새 삶으로, 또는 절망에서 소망으로 변화된 삶을 살게하는 이 일은 수술 한 번 하는 일회적 일만으로 되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지속적으로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헌신하는 사랑으로 그 가족은 물론 온 마을 사람들과 그 이웃에게까지 선한 영향력이 되어 저들의 마음 문을 여는 좋은 동기가 되어가는 것을 분명히 보게 되었다.

▲ 오전·오후 일과를 마친 한인 선교사와 캄보디아 직원들은 로비에 모여 찬송을 부르며 기도하고 하루를 마감한다.     © 크리스찬리뷰

후에 들은 이야기로는 이런 수술환자들의 마을 중심으로 앞으로 현지인 목회자들을 심어 교회를 태동시키는 비전도 갖고 있다고 했다.
 
또한 마음에 담아온 장면은 헤브론병원의 선교사들이 단순한 의술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경건생활로 다져져 있다는 것이었다. 매일 아침마다 선교사들이 모여 큐티나눔을 한 시간씩 갖고, 각종 공예배를 빠짐없이 드리며, 매일 정오와 일과가 마치는 저녁 때는 병원 로비에 둘러서 찬양을 하면서 기도회를 가지는 것이다.
 
현지인 직원들이 찬양을 인도하고 오전 진료를 잘 마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또한 치료와 헌신이 필요한 환자들의 이름을 불러가며 기도하고 있다. 이런 진풍경이 매일 정오와 일과가 끝나는 오후 5시에는 어김없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세상 그 어떤 병원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 이곳 헤브론병원에서는 일상으로 이어진다.
 
하나님의 일하심
 
이전의 기사들과 사진들로 접했던 헤브론병원의 모습이 실제로 방문했을 때의 모습에서는 많이 달라져 있음을 보았다. 병원 건물이 증축되고 있었고, 간호대학 건물로 완공되어 학생들이 이미 기숙사와 강의실들이 사용되고 있었다. 이전 사진들에서는 환자들이 병원 바깥 도로 혹은 병원 마당에 대기하던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비와 햇빛을 가릴 수 있는 건물이 지어져 대기실 겸 대기자들을 위한 선풍기, 전등까지 구비된 것을 보았다.

▲ 헤브론병원은 지난해 11월부터 병원 증축(4,5층)공사를 진행 중에 있는데 이곳에서 호스피스 사역을 시작하게 된다.(헤브론병원 전면)     © 크리스찬리뷰
 
▲ 헤브론병원 후면       © 크리스찬리뷰

사실 몇년 전만 해도 병원 앞 진입로가 진흙탕 투성이의 비포장 도로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시멘트로 포장된 좋은 조건이 갖추어지고 있었다.
 
하나의 병원이 지어짐으로 그 지역사회가 달라지고, 수많은 사람들의 의료혜택을 받고 구원받을 수 있게 된 이 모든 역사가 바로 하나님의 일하심에 의한 것이다. 그 일하심에 도구로 쓰여지고 있는 한국인들, 한인 기업인들, 선교사들이 있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모여드는 봉사자들, 의료진들이 한 나라를 새롭게 세워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치 우리나라가 1세기 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일반인 선교사들
 
▲ 헤브론병원의 캄보디아 직원들은 매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희승 선교사(맨 뒤 가운데)의 지도로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크리스찬리뷰

또 한 가지는 몇 달, 혹은 길게는 1년, 이렇게 단기로 와서 봉사하고 섬기는 이들의 수고와 섬김이다. 대학교를 갓 졸업한 자매들이 취직을 뒤로 미루고 일 년간 이곳에 와서 병원 안의 여러 가지 업무를 돕고 있었다. 한 달, 또는 몇 개월간 단기적으로 와서 시설들을 정비하는 전문적인 인력들, 특정 수술을 위해 한국의 우수한 의료진들이 와서 수술과 진료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들었다. 이 외에도 자신의 재능과 기술들을 통해 병원의 사역을 직 간접적으로 돕고, 헌신하는 이들이 참 많았다. 이번에 함께 동행한 한의사인 이규영  선생도 자신의 재능을 이런 곳에 기부하고자 호주에서 한의사가 되기까지 공부한 분이었다.
 
병원이라고 해서 꼭 의사나 간호사만 일하는 것이 아니었다. 여러 가지 재능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여 선교에 동참하는 이들이 참 많았다. 어쩌면 이런 면에서 사진을 찍는 재능도 선교에 쓰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래서 더욱 감사했다.
 
호주에서, 혹은 한국에서 오랫 동안 생활하다보면 빠질 수 있는 안일함, 또는 나만의 평안함이 아닐까? 우리가 가치 없게 여기는 1달러가 선교지에서는 한 가족의 한 끼 혹은 하루치의 식량을 살 수 있는 값어치가 되기도 한다. 우리의 아이들이 얼마나 행복한 지, 그 가치를 모를 수도 있다.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배웠던 좋은 우리의 재능과 스킬들도 평안한 생활에 묻혀 묵혀두고 지나며 살게 된다.

▲ 현지 직원 싸디(Soun Sady, 가운데)와 함께 일하고 있는 김진화, 이찬송, 전서인 씨(왼쪽부터).      ©크리스찬리뷰
 
더 나아가 우리에게 복음의 씨앗을 뿌렸던 한 세기 전의 서양 선교사들의 헌신을 너무나 쉽게 잊고 산다. 그래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너, 나 할 것 없이 가능한 우리의 발길이 선교지를 향해야 한다고 본다. 가서 보고, 듣고, 경험함으로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한 감사는 기본, 가진 것을 나누고, 그것으로 또 다른 이들을 향한 헌신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그래서 아직도 최소의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것조차 못 누리는 이들을 돌아보고 저들도 복음을 접할 수 있는 간접적인 일이라도 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글/심상보|굿네이버스 미션 (Good Neighbors Mission), 목사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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