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으로 나온 한센인들

선교 인도네시아 시타날라 한센인 마을 1

글|정지수,사진|권순형·정지수 | 입력 : 2018/04/25 [17:36]
▲ 국제의료봉사회 현옥철 목사가 한센인들의 곪은 발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소풍, 세상 밖으로’라는 주제로 인도네시아 시타날라 마을 한센인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섬기는 행사가 지난 4월 10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에는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과 한인교회들 그리고 호주와 한국에서 온 다양한 팀들이 함께 선교 활동을 펼쳤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는 최영미 선교사(임상병리사)와 웨슬리신학교 교수들과 학생들, 그리고 함춘환 선교사, 땅그랑 교민교회, 한마음교회, 늘푸른교회가 협력하였다.

▲ 인도네시아 시타날라 마을을 방문하여 주민과 인사 나누는 선교팀 일행 (함춘환 ·김성혜 선교사 부부와 정지수 목사(오른쪽 2번째)     © 크리스찬리뷰

호주에서는 호주맥켄지한센선교회가 동역했고, 한국에서는 한국기독교한센인선교회, 국제의료봉사회, 횃불 트리니티 신학대학원대학교, 선일교회를 비롯한 여러 교회들과 국민일보와 CGN TV가 힘을 합쳤다.
 
또한, 씨앗 국제학교 (대안학교)에서도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참여했다.  
 
시타날라 마을 한센인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7년 동안 섬겨온 함춘환, 김성혜 선교사 부부는 지난 4월 10일(화), 본격적으로 행사가 시작되기 전 마을을 방문해 한센인들의 안부를 물었고, 그 동안 병세가 악화된 자들이 있는지를 살펴 보고 이동 진료에 나오라고 격려했다.
 
국제의료봉사회의 현옥철 목사와 최영미 선교사가 이동 진료 팀을 맡아 사역을 감당했으며, 인도네시아 현지 웨슬리 신학교 재학생들이 진료팀을 도와 수고를 해 주었다. 이동 진료팀들은 한센인들의 곪아가는 부분을 깨끗이 닦아내고 약을 바른 후에 다시 붕대로 싸 주기도 했고, 다른 일반 병세가 나타나는지도 살펴 보았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한센인들도 다른 나라의 한센인들처럼 버림받았다. 무슬림들의 눈에도 한센병 환자들은 알라의 저주를 받은 자들이다. 그래서 외면하고 못 본 척한다. 함춘환 선교사는 시타날라 마을의 한센인들이 정부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로부터 재정 후원을 받는 것은 아직 이곳 인도네시아에서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재미있는 사실은 마을 한 곳에는 정부가 한센인들을 위해 지어준 집들이 있는데 이 집들에는 한센인들이 살고 있지 않았다. 집이 너무 작을 뿐만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지어서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집이라고 한다.
 
마을 회관도 형편 없는 창고와 같은 곳이었지만, 이곳 마을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고마운 곳이다. 마을 회관은 이동 진료소로 변신을 했고, 많은 한센인들과 가족들은 무료 진료를 받기 위해 줄을 섰다. 한국 의료팀들과 인도네시아 현지 의료팀들 모두가 열심히 한센인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돌보았다.
 
많은 아이들이 부모들을 따라서 이동 진료소를 찾아 왔다. 지루해 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한국에서 온 팀들이 종이 접기, 손톱 칠하기, 바람개비 만들기 등을 진행했다.
 
인도네시아 아이들은 처음에는 경계를 하다가 신기한 장남감들이 쏟아지자 얼굴이 아주 밝아졌다.
 
또한 점심 때에는 씨앗국제학교 학생들이 쓰레기 봉지와 집게를 들고 나가 마을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기쁜 일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배워가기 시작했다. 첫날부터 하나님의 사랑으로 우리들의 마음과 인도네시아 한센인들의 마음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4월 11일 오전에는 땅그랑 교민교회 (담임목사 김재봉)에서 특별한 집회가 있었다. 순서를 맡은 정지수(크리스찬리뷰 영문편집인), 양승오 목사(서울한국신학교 총장)가 나와서 선교에 대한 특강을 했다. 마지막 특강을 한 현옥철 목사는 땅그랑교회가 이미 한센인들을 섬기고 있고, 이번 행사도 적극적으로 도와 주어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그가 한센인들과 함께 소풍을 간다고 하자, 어떤 분이 많은 한센인들이 한꺼번에 놀이 공원에 가도 되냐고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 질문에 현 목사는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현 목사는 “그들도 같은 사람들인데, 왜 세상 밖으로 나가면 안 되는 것입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과 무관심이 그들을 세상 밖으로 못나오게 한 것이 아닙니까? 하나님의 사랑으로 그들을 품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선교의 출발점입니다”라고 말했다.
 
오후에 다시 시타날라 마을을 방문했다. 함춘환 선교사는 미국에서 지원금을 받아서 4명의 한센인들에게 의족을 구입해 전달해 주었다. 의족 가격이 미화 500달러 정도여서 한센인들 스스로 구입하기에는 쉽지가 않다. 함 선교사는 후원금이 들어오는 대로 단계적으로 의족을 만들어 나누어 주고 있다.
 
또한, 함 선교사는 가난한 한센인들이 자녀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장학금 지원 사역도 감당하고 있었다. 함 선교사는 장학금을 나누어 주며, 학생들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해 주었다. 무슬림 학생들이지만, 함 선교사의 기도를 받는데 별 거부반응이 없어 보였다.
 
7년 동안 지속적으로 섬기고 사랑을 나누어 주어서, 이들이 함 선교사 부부를 이제 한 가족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

▲ 한센인들의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 인근에 있는 시타날라 마을 입구.     © 크리스찬리뷰

▲ 한센인 가정을 방문하여 근황을 듣는 함춘환 선교사. 한센인은 새로운 의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크리스찬리뷰

▲ 한센병으로 다리를 절단한 한센환우들에게 의족을 전달한 김성혜 선교사.     ©크리스찬리뷰

▲ 슬렘인 한센인 자녀들에게 교육비를 지원하고 축복기도하는 함춘환 선교사.     ©크리스찬리뷰

전날과 같이 이동 의료 사역이 진행되었다. 전날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센인들 이외에도 주변에 사는 많은 환자들이 찾아와 마을 회관은 사람들로 넘쳐 났다.

▲ 안쫄 유원지로 소풍을 떠난 시나탈라 한센인 마을 가족들이 함춘환 선교사와 함께 흥겨운 게임을 즐기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이날 저녁에는 이곳 주민들을 위한 문화 행사가 특별히 준비되어 있었다. 웨슬리 신학교 학생들의 사회로 문화 행사가 진행되었는데, 클래식 악기 연주들과 중창과 솔로 등이 선보였고, 태권도 시범과 부채춤도 공연되어 많은 박수를 받았다.
 
4월 12일은 소풍 가기 좋은 날이었다. 시타날라 한센인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태우고 갈 전세버스 4대가 새벽에 마을 입구에서 마을 사람들을 맞이했다. 소풍 간다는 사실이 너무 기쁜 나머지 새벽 잠을 설치고, 해가 뜨자마자 집합 장소로 나온 사람들도 많았다.

▲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내기 전 참가자들의 모습.     © 크리스찬리뷰

한센인들은 버스를 타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의족 때문에 버스에 오르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소풍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은 소풍기념 단체 유니폼을 받아 입고 놀이동산으로 출발하였다.
 
놀이동산 입구에 도착하여 단체 사진을 먼저 찍고 식권을 나누어 받은 후에 가족이나 친구 단위로 나누어져 놀이동산 안으로 향하였다. 한센인 가족들 중에는 처음으로 소풍을 나온 가족들도 있고, 함춘환 선교사와 여러 차례 소풍을 나온 경험이 있는 분들도 있었다.
 
어린이들은 기쁜 마음으로 놀이동산을 뛰어 다녔고, 나이 드신 어른들도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또한 한센인 자녀들이 한국에서 온 젊은 청소년들과 함께 뛰어 놀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서로의 우정을 쌓아갔다.
 
끝날 시간이 되어 놀이동산 입구에 다시 모여 사진을 찍으며 오늘의 기억을 인생의 추억으로 만들었다. 모두가 모였을 때 참가자 모두에게 풍선을 나누어 주어 하늘 높이 날려 보내게 했다. 하늘 높이 날아가는 풍선을 보면서 인도네시아 시타날라 한센인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기쁨의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모든 사역을 마치면서 생각나는 구절이 있었다.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 (이사야 40:1)〠

글/정지수|크리스찬리뷰 영문편집위원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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