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주의란 무엇인가?

영지주의(gnosticism)와 이단 (1)

정동섭/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8/04/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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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경에서는 그리스도인을 가장 미혹하는 신앙의 양태를 영육이원론의 영지주의로 지목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체로 임하심을 부인하는 자라. 이것이 미혹하는 자요 적그리스도라”고 하였다(요일 1:7).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예수는 신화다>나 <다빈치코드> 등은 모두 영지주의의 현대적 부활이라는 성격이 농후하다. 뉴에이지운동의 범신론적 성격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허호익, 2016).
 
영지주의란 영적 지식(gnosis)을 추종하는 동방 종교와 희랍철학과 신지학(theosophy), 그리고 그리스도교 신앙의 혼합형태로 주후 80년부터 150년 사이에 초대교회와 경쟁했던 가장 강력하고 위협적인 운동이었다. 영지주의는 엄격한 의미로 보면 종교도 아니고 순수하고 단순한 철학도 아니었으며 일종의 밀의적인 민중신앙이다.
 
영지주의(靈知主義)는 교회사 최초로 출현한 이단 가운데 하나다. 영지주의는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하나는 기독교 이전부터 존재해 온 영지적인 사고와 개념 또는 분위기를 지닌 종교운동을 가리키는 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고, 다른 하나는 2세기에 널리 유포되었던 기독교 이단종파를 가리키는 좁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영지주의는 기본적으로 “특별한 지식을 통한 영혼의 우주적 구속을 가르친 사상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이성호, 2012).
 
영지주의는 무엇이며, 어떻게 일어나서, 누가 무엇을 주장했는가? 당시 교회는 영지주의에 어떻게 대처했으며 왜 이단으로 간주했는가? 현재 한국에는 어떤 영지주의 이단이 활동하고 있는가?
 
이단은 정통을 전제로 한다. 정통은 기원적이고 이단은 반영적이다. 기독교는 절대적 진리를 표방하고 심오하고 놀라울 만큼 신비스러운 메시지를 선포했다. 처음부터 기독교는 구원과 영생이 믿음으로 말미암고 그 믿음이 그리스도 나사렛 예수 즉, 역사적 개인(인격)이신 분에 대한 것을 믿는 것을 의미했다. 그 분의 생애, 죽음, 부활, 그리고 재림하신다는 의미는 각 기독교인에게 생사를 걸 만큼 중요한 진리였다(브라운, 2001).
 
정통은 일반적으로 우선순위를 역사에 두지만, 이단은 지식적 이해에 둔다. 그래서 정통은 신학자들 가운데 보다 신학적이지 못하고 보다 역사적인 마음을 가지게 하지만, 이단은 보다 신학적이고, 보다 철학적이고, 보다 추상적이다.
 
골로새서와 요한일서는 영지주의와 가현설주의(decetism)에 대한 항거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유대교주의와 율법주의와 함께 영지주의는 초대교회의 위협적 이단으로서, 믿음과 관련하여 지식을 과대평가하였다.
 
20세기 전반까지 Irenaeus, Tertullian, Hippolytus, Epithanius와 같은 이단전문가들(heresiologists)은 영지주의자(Gnostics)에 대한 일차적 정보원이었다. 이들은 영지주의자들이 성경의 의미를 조작하고 왜곡하여 기독교를 오도하는 것에 대해 격렬하게 비난하였다.
  그들은 특히 창세기와 요한복음, 그리고 바울서신을 자기들 목적을 위해 왜곡하였다. Irenaeus와 같은 교부는 영지주의와 기독교의 종교적 혼합을 교회에 대한 공공연한 위협으로 간주하여, 영지주의자들의 성경해석을 왕의 아름다운 그림을 분해하여 여우의 그림으로 짜맞추는 것에 비유하였다.
 
우리는 영지주의라 부르는 사상이 고대세계를 휩쓸었던 극단적, 철학적, 영적 경향의 한쪽 측면일 뿐임을 알아야 한다(브라운, 2001).
 
영지주의가 일어났던 때는 사도들이 이미 세상을 떠나고 사도들의 신앙을 계승한 초대교회의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교회가 어렵사리 자리를 잡아가던 상황이었다. 교회에 침투한 영지주의 사상으로 인하여 초대교회는 크게 몸살을 앓게 되었다. 초대교회 속으로 침투한  영지주의는 ‘영지주의 이단’을 형성하여 교회의 참 복음을 심각하게 위협하였다.
 
초대 교회 당시 교회에 가장 큰 해악을 끼친 대표적인 이단들은 영지주의, 마르시온주의, 그리고 몬타누수주의이다. 여기에 대하여 교회는 신앙의 준칙을 확립하고, 감독의 사도권을 교회 내에 정착시키고, 정경을 확정함으로 응전하였다. 초대교회는 이단의 공격에 대하여 정경화, 신조화, 직분의 확립을 통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지켰다.
 
이단은 기본적으로 성경의 본질적인 가르침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을 더하거나, 그것에서 본질적인 교리를 빼는 것을 의미한다(계 22: 18-9). 영지주의와 몬타누스주의(신령한 예언)는 전자에 해당하고, 마르시온주의자들(구약적 요소를 제거)은 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알렉산드리아의 클리멘트(Clement, 150-215)가 남긴 기록에 의하면, 영지주의의 창시자는 시몬 마구스(Simon Margus)라는 인물이다. 시몬 마구스는 사도행전 8:9-13절에서 등장하는 마술사 시몬과 동일인물이며, 그는 마술을 행하여 사람들을 크게 놀라게 하는 재주를 부렸고, 많은 인기를 얻자 자신이 사람의 형태로 나타난 신이라고 주장하며 사람들이 자신을 경배하도록 만들었다. 시몬은 자신이 겉으로는 사람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하나님이라고 가르쳤다. 
 
영지주의와 정통 기독교는 거의 동시대에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이성호, 2012). 영지주의 사상이 교회에 침투하여 초기 기독교를 심각하는 위협하는 이단 세력이 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흔적을 성경에서 찾을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버가모에 있는 교회에 보내신 편지의 내용 중에 “니골라 당의 교훈을 지키는 자들이 있도다”(계 2:15)라는 내용이 있다. 이것이 초대교회에 침투한 영지주의와 관련된 흔적이다.
 
‘니골라당’(Nicolaitans)이라는 말은 초기 영지주의의 지도자 니콜라스(Nicolas)라는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니콜라스는 안디옥 출신으로서, 사도들에게서 신앙을 전수받고 집사의 직분을 받았으나 결국 이단의 길로 빠지고 말았다.     
 
성경 외의 문헌에서도 니골라당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 있다. 순교자 저스틴(Justin Martyr, 165년 순교)이 Trailians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용 중에 “니골라당을 멀리 하십시오. 어리석은 자들입니다. 그들은 쾌락을 사랑하지만 중상적인 혀를 놀립니다”라고 말하는 내용이 나타난다. 초대교회의 대표적인 변증가 이레니우스(Irenaeus, 125–202)가 저술한 책「Adversus Haereses」에도 다음과 같이 영지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니골라당은 사도들에 의해 집사직을 처음으로 받은 자 니콜라스를 추종하는 자들이다. 그들은 무절제적인 방종한 삶을 살고 있다. 이런 자들의 특징에 대해서 요한계시록에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영지주의라 부르는 사상은 고대세계를 휩쓸었던 극단적, 철학적, 영적 경향의 한쪽 측면이라 할 수 있는데, 영적 형태로써 20세기의 실존주의를 닮았다고 할 수 있다(브라운, 2001). Mary Baker Eddy(1821-1910)의 '크리스찬 싸이언스‘(Christian Science)는 현대판 영지주의이다.
 
역사가 소크라테스 (Socrates the historian, 5C.)가 남긴 기록에서도 초대교회가 영지주의로 인하여 어려움을 당했다는 기술되어 있다. 소크라테스는 사도 요한이 성경에 남긴 다음의 말씀이 그 당시 교회에 침투한 영지주의 이단 사상을 물리치기 위해 했던 말이라고 기술하였다.
 
 “사랑하는 자들아 영을 다 믿지 말고 오직 영들이 하나님께 속하였나 시험하라 많은 거짓 선지자가 세상에 나왔음이니라. 하나님의 영은 이것으로 알찌니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체로 오신 것을 시인하는 영마다 하나님께 속한 것이요. 예수를 시인하지 아니하는 영마다 하나님께 속한 것이 아니니 이것이 곧 적그리스도의 영이니라 오리라 한 말을 너희가 들었거니와 이제 벌써 세상에 있느니라.”(요일 4:1-3)   
 
1. 기독교 영지주의
 
1945년 이집트 나그함마디 지방에서 영지주의 문서가 대량 발견됨으로써 영지주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처음에는 영지주의가 초기 기독교 내에서 발생한 하나의 기독교이단사상이었다고 여겨졌으나, 최근에 간행된 활발한 연구결과에 의해 영지주의는 기독교 밖에서 시작되어 고대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크게 미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교회에 침투한 영지주의 사상으로 인하여 초대교회는 크게 몸살을 앓게 되었다. 초대교회 속으로 침투한 영지주의는 교회의 참 복음을 심각하게 위협하였다.
 
교회사에서 영지주의가 문제된 것은 2세기 이후였다. 영지주의는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가? 영지주의의 뿌리는 무엇인가?

  ⑴동양 종교 유래설이다. 조로아스터교, 신비종교, 점성술, 마술 등 동양종교에서 그 뿌리를 찾는다.
  ⑵헬라사상 유래설이다. 기독교 신앙이 신플라톤 철학의 흙탕물로 오염되었다고 보는 견해다. 동방종교인 불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Edward Conze).
  ⑶유대교 유래설이다. 유대교의 금욕적이고 묵시적인 종파 에세네파의 이원론적 세계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⑷기독교내부 유래설이다. 기독교내부의 이단적 사상에서 유래했거나 1-2세기에 번창한 기독교의 한 형태라는 것이다.
  ⑸고대종교 및 사상의 혼합설이다. 기독교전파과정을 통해 일어난 일종의 혼합현상으로 보는 것이다. 기독교 이전부터 존재했던 종교혼합주의가 기독교 안에 침투해 복음을 변질시키려 했던 것으로 본다.
 
기독교로 개종하는 과정에서 페르시아의 이원론, 동양의 신비종교, 헬라 철학, 유대교 사상 등 여러 요소가 기독교 교훈에 혼입되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 기독교 영지주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지주의 사상이 교회에 침투하여 초기 기독교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이단 세력에 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흔적을 우리는 성경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버가모교회에 보내신 편지의 내용 중에 “니골라 당의 교훈을 지키는 자들이 있도다”(계 2:15)라는 내용이 있다. 이것은 초대교회에 침투한 영지주의와 관련된 흔적이다(정이철).
 
 ‘니골라당’(Nicolaitans)이라는 말은 초기 영지주의 지도자 니콜라스(Nicolas)라는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니콜라스는 안디옥 출신으로, 사도들에게서 신앙을 전수받고 집사의 직분을 받았으나 결국 이단의 길로 빠졌던 사람이다.
 
영지주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 안에 신성이 공유되고 있다고 여기는 현대의 뉴에이지 운동의 원형이었다. 한국인들이 기독교에 개종할 때 무속신앙과 기독교 신앙을 혼합한 것과 비슷하다 할 것이다.
 
2. 영지주의의 일반적 특징
 
영지주의는 지식을 의미하는 헬라어 Gnosis에서 유래하였다. 일반적 지식이 아니라 신비적 합일을 통한 앎을 의미한다. 영지주의는 그 성격상 밀의적인 혼합종교이므로 그 교리와 제도와 의식이 너무나 다양하여 한 마디로 규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영지주의 자체는 복잡하고 다양하지만 공통된 일반적 특징을 몇 가지 간추려보자.
 
⑴영육이원론(dualism): 모든 영지주의는 이원론에 기초에 두고 있는데, 영의 세계와 물질의 세계, 영혼과 육체는 서로 존재론적으로 대립의 관계에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영육 이원론은 영혼은 선하고 육체는 악하다는 선악이원론으로 귀결된다. 이러한 존재론적 윤리적 이원론이 그대로 신론, 인간론, 기독론, 구원론에 적용된다.
 
영지주의자들은 인간이 고통을 당하고 죽는 까닭은 인간이 이 악한 물질세계에서 악한 육신을 입고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본다. 육신은 악하기 때문에 육신을 사랑해서는 안 된다. 인간 육신을 적대시하고 천시하는 영지주의는 서로 다른 두 가지 극단적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 극단적인 금욕주의로서 일체의 육식과 결혼을 금한다. 둘째, 이와는 정반대로 육신은 전혀 쓸모없는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짓을 해도 상관없다는 윤리적 방탕주의(반율법주의)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신앙적 고행이나 금욕은 구원에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허호익, 2016).
 
영지주의에 의하면, 구원은 영적 각성을 통해 인간의 영혼이 육신의 굴레에서 해방되어 영적 본향으로 귀향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육체적 죽음과 그리스도의 육체적 부활에 대한 믿음을 통해 죄사함을 받아 영육 간에 구원을 얻는다는 기독교의 구원론을 조잡한 것으로 배척한다. 영적 세계로의 귀환이라는 신화론적 구원론에 집착한다.
 
⑵육체의 감옥에 유폐된 영혼. 영지주의에 따르면, 인간은 원래 천상의 영적 존재였다. 천상의 영적 존재였던 인간은 자신 안에 있던 ‘신적 불꽃’을 상실하고 지상의 물질세계로 추방되어 고통과 죽음의 운명을 지닌 육신의 감옥에 유폐되었다.
 
그래서 이들은 육신을 영혼의 감옥이라고 보았다. 사람은 자신의 추방과 유폐의 과정조차 망각한 채 살아가고 있다고 가르친다.
 
⑶구원은 영적 깨달음에서 온다. 구원은 영적 지식의 각성에 의해 이뤄진다. 영적인 인간임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육체의 감옥에 갇힌 인간이 자신이 영적 존재라는 각성에 이르게 되어야 구원을 얻는다. 영적 각성은 영적 지식을 통해 가능하다, 따라서 영지를 중시한다.
 
영지, 영적 비밀에 대한 지식을 중시한 것이 영지주의의 가장 큰 특징이다. 지성적이며 과학적인 지식이 아니고 직관적이며 직접적인 지식, 신적인 것에 참여함으로 얻는 영적인 지식을 말한다. 합일의 지식이며 구원의 직접적인 경험이다. 자신의 현재 상태로부터 해방과 구원을 성취하는 자기인식(깨달음)의 행위이다.
 
영지주의 이원론은 구원론과 밀접한 연관을 갖게 된다. 우리의 영혼은 물질(육체)에 갇혀 있다. 따라서 이 영혼이 육체에서 해방되는 것이 진정한 구원이다. 이 구원을 얻기 위해서는 참다운 지식이 필요하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득도(깨달음)를 해야 구원을 얻는 것이다.
 
영지주의에 따르면(지방교회와 구원파가 영지주의다), 진정한 구원은 우리의 믿음이나 행함이 아니라 참 지식의 소유 여부에 달려 있다. 그 결과 영지주의자들은 윤리에 대해 부정적이고 소극적이었다. 그들은 율법에서의 해방과 양심의 해방을 강조한다. 이 지식은 특별한 사람들에 의해서 비밀스럽게 전수된다고 주장하였다.
 
영지주의는 신비적 지식을 통해 구원을 성취하려 한 종교운동이다. 영지주의는 상징적인 의식, 신비적인 예식, 무술적인 형식의 가르침을 도입하여 사변적 우주론을 대중화했다. 우주론적 신화, 헬라와 동양의 이교적 철학사상, 기독교의 진리를 융합한 대중운동이었다.〠 <계속>

정동섭|가족관계연구소장; 사이비종교피해대책연맹 총재;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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