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버님 장례식은 잘 마쳤습니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아름다운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참석하지 못한 아드님은 아버님이 시드니에서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제가 아버님을 처음 만난 것은 작년 2006년 12월 수용소에서입니다. 수용소에 오시기 전 아버님은 경미한 교통사고가 있었습니다. 경찰이 아버님의 신분을 조사하던 중 불법체류자임이 밝혀져 수용소에 오게 되었습니다. 아버님이 밖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지난 7개월 동안 아버님과 대화하면서, 사려 깊고 좋은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님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깊었던 분입니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연고자가 없는 까닭에 누군가 아버님을 대신해 주어야만 했습니다. 아버님은 독촉하는 담당자에게 답변을 하지 않고, 저와 상의한 후에야 제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 주었던 분입니다. 제 이름을 바로 말해 줄 수도 있었지만 혹시 저에게 피해될까 봐 걱정했던 것입니다. 수용소 안에서 정식 비자를 받기 위해 서류 준비를 하고 있던 지난 6월 중순 경에 갑자기 배에 통증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수용소 내에서만 치료하다가 통증이 심해지자 리버플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습니다. 위에서 시작된 암이 간까지 퍼졌다는 엄청난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버님은 아주 건강하셨던 분이기에 믿을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 후 아버님은 병원에서 약물 치료를 받았습니다. 병원 측에서는 수술을 하지 않고 약물 치료로 고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정말 감사한 것은 아버님에게는 통증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암의 통증을 간접적으로 경험했지만, 얼마나 고통스럽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래 전 친형님께서 위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 고통이 얼마나 심했던지 저에게 빨리 죽게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이 있다면, 아마 죽기 전의 고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버님께서는 그런 고통이 전혀 없었습니다. 약물치료의 한계를 느낀 병원 측에서 6월 21일 수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수술 이틀 전에 이민국 직원이 방문하여 아버님에게 인도적인 차원에서 ‘영주권’을 주었습니다. 수술 후 아버님을 다시 만난 것은 6월 25일입니다. 가지고 갔던 음식도 먹지 못하고 초췌한 모습으로 누워 있었습니다. 간호사를 만나 수술 결과에 대하여 물어 보았으나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 때에도 아버님은 전혀 통증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7월 7일 밤 8시경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버님이 십 분 전에 임종하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잠을 자는 것 같았습니다. 유품을 정리하다가 어릴 때 찍었던 아드님의 사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13년간 떨어져 살았지만 언제나 아드님을 마음에 품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모발폰에서 발견한 전화번호로 중국에 연락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밤 어머니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드님께서는 우시며 전화하시는 어머님 옆에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어머님과 아드님에 대하여 아무 것도 모릅니다. 전화선을 타고 오는 어머니의 흐느낌 속에서 어머님이 착하신 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버님을 통해 아드님 역시 사려 깊고 좋은 사람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버님에 대하여 아드님께서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장례식에 35명의 하객이 참석했고, 5명의 목회자가 순서를 담당했습니다. 수용소에 있는 동료들도 4명이나 참석했습니다. 슬펐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았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장례식이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기독교인들은 장례식이 ‘천국입성예배’이기 때문입니다. 내일 저는 아버님의 ‘유골’을 가지러 갈 것입니다. 아버님이 좋아하실 것 같은 장소에 ‘유골’을 뿌리려고 합니다.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부자'의 관계는 인륜이 아니라 천륜입니다.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이루어진 관계란 뜻입니다. 이제는 아버님을 용서하시고, 아버님에 대한 좋은 추억만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아버님은 정말 좋은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축복이 어머님과 아드님에게 항상 함께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김환기|크리스찬리뷰 영문편집위원, 호주구세군본부 <저작권자 ⓒ christianreview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