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B와 D 사이의 C이다. 호주 한인사회 최초의 부부(夫婦)와 부자(父子) 변호사

인터뷰 대한법률 정영택·최선애·데이비드 변호사

글|김환기,사진|권순형 | 입력 : 2018/05/28 [16:00]
▲ 호주 한인사회 최초로 부부와 부자 변호사로 알려진 정영택, 최선애, 아들 데이비드 변호사 가족.     © 크리스찬리뷰

지난 4월 16일 저녁, 정영택·최선애 변호사의 DAHAN 사무실을 찾았다. 두 사람은 부부이다. 정 변호사는 스트라 사무실에서, 최 변호사는 이스트우드 사무실에서 근무하다 퇴근 때 이스트우드 사무실에서 만난다. 사무실 입구에 쓰여 있는 'DAHAN'이란 의미를 알고 싶었다. 
 
"DAHAN은 자녀들의 이름입니다. DA는 아들 David의 약자이고, HAN은 딸 Hanna의 약자입니다. 처음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할 때 고민하다가 아이들 이름으로 짓게 되었습니다."
 
그는 18년 전 파라마타에서 변호사 사무실 문을 열었는데, 2004년 최승일 목사와 함께 중국 선교를 갔다가 박세록 장로를 만나 SAM 선교회 호주지부를 설립하게 되었다. 선교를 위해 넓은 공간이 필요하여 지금의 이스트우드 사무실로 이사했다.  이후로 무려 13년이 넘게 북방선교에 헌신하다가, 지금은 잠시 숨 고르는 시간을 갖고 있다.
 
최선애 변호사는 한국에서 상도교회를 섬기고 있는 최승일 목사의 여동생이다.
 
▲ 대한법률(DAHAN Lawyers) 대표 정영택 변호사     ©크리스찬리뷰

- 호주는 언제 오셨나요?
 
"저는 1976년에 왔고, 아내는 1977년에 왔습니다. 이민 1.5세대입니다. 원래 전공은 NSW대학교에서 전산을 전공했는데 적성에 맞지 않아 맥콰리 대학교에서 MBA를 공부했습니다.
 
1987년에 결혼하고, 아내의 권유로 법을 전공하여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최 변호사가 말을 이어갔다.
 
"저는 시드니대학교에서 IT를 전공했고 대기업에서 근무했습니다. 북방선교를 시작하면서 일을 그만두게 되었는데, 남편의 일을 도와주다가 저도 법을 전공하게 되어 얼마 전에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2007년부터 공부할 계획은 있었지만 여건이 안돼서 연기하다가, 남편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되어, 지난 달(3월)에 정식 변호사로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 호주에서 변호사가 되려면?
  
“호주에서 변호사가 되려면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첫째 법대를 졸업하고 로펌에서 일 년 이상의 인턴을 거치고 변호사 자격 취득 과정(PLOT)을 수료하면 변호사 협회에 등록되는 것입니다. 
 
둘째 학사 이상의 학위를 가진 사람이 Jurist Doctor(JD) 과정을 3년간 공부하면 법대를 졸업한 것과 같이 인정을 받습니다. 변호사에는 '법정변호사'(Barrister)와 '사무변호사'(Solicitor)가 있습니다. 법정변호사는 말 그대로 법정에 설 수 있는 변호사입니다. 사무 변호사는 소송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을 다루고 있습니다. 법정변호사와 사무변호사는 업무가 구분되어 있습니다.

▲ 최근에 정식 변호사로 등록한 대한법률의 최선애 변호사     © 크리스찬리뷰

- 호주 국선변호사란? (Legal Aid)
  
"호주에서 '국선변호사'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정부(Legal Aid Commission)에서 월급을 받고 근무하는 '국선변호사'와 개인 사무실을 갖고 있는 '국선변호사'가 있습니다. 정부 국선변호사의 인력이 부족하면, ‘개인 국선변호사’(Legal Aid Panel)의 도움을 받습니다."
 
개인 변호사가 국선변호사로 정부의 인정을 받으려면 실력과 경력을 갖추어야 한다.
 
정 변호사는 '국선변호사'이다. 그는 형사법과 가정법의 전문가이다. 특별히 한국인과 관련된 사건은 정부에서 그에게 의뢰한다. 몇 년 전에  ‘롱베이 교도소’에서 구세군의 도움을 요청한 한국인이 있어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정 변호사가 '국선변호사'로서 도와주었다.
 
- 자녀는... ?
 
▲ 지난 3월 잉글랜드대학(법대)을 졸업한 최선애 변호사 ©정영택      

"아들과 딸이 있습니다. 딸은 시드니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한국에서 신학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딸 아이는 졸업 후 진로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습니다. 일반 심리학은 하나님 없이 인간의 심리만을 다루기 때문에, 자신의 신앙과 많은 충돌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한국에서 신학대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목회를 한다고 해서 많이 걱정했는데, 이제 교수 쪽으로 방향을 돌려 한시름 놓았습니다."
  
"아들은 변호사입니다. 제가 아들에게 거는 기대가 너무 컸었습니다. 아들은 Primary는 King's School을 다녔고, High School은 시드니 그라마(Grammar)를 졸업했습니다. 아들이 대학에서 법을 전공한 것은 자기가 원한 것이 아니라, 제가 가라고 했습니다. 졸업 후 변호사는 되었지만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은 직업이라 많은 갈등을 했습니다.

▲ SAM 사역자들(한국, 미국, 중국, 호주)과 북한을 방문, 봉수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후 기념촬영. 오른쪽 두 번째가 최선애 변호사.(2010. 4) ©정영택    

어느 날 변호사를 그만두고 신학 공부를 한다고 해서 처음에는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자식 이길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은 신학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행복해 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법이란 기본 바탕이 있으니, 아마 목회도 잘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 새로운 계획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이스트우드와 스트라스필드에 사무실이 있는데, 하나로 통합하려고 기도 중에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젊고 유능한 후배들이 많이 배출되어서 한인 법조인이 주류 사회에서 자리 매김을 깊고 넓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법에도 전문분야가 있는데, 한인으로 전문적으로 일하는 변호사가 거의 없습니다.
 
아마 두세 사람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후배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려고 합니다.”
 
인터뷰 도중 때마침 변호사 아들 데이비드(David)가 들어왔다. 학교 갔다가 오는 길에 사무실에 들렸다. 아들은 훤칠한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갖고 있었다. 
 
▲ 데이비드 변호사는 인생의 새로운 목적을 위해 현재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 변호사를 그만두고 신학을 하게 된 동기가 있나요?
 
"사실 저는 제가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몰랐습니다. 몇 번의 단기 선교를 갔다 와서 하나님이 저에게 무엇을 원하시는 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복음을 전할 때 사람들이 변하는 것을 보고 너무 기뻤습니다. 제 인생의 목적을 찾게 되었던 것이지요.
 
변호사를 그만두고 신학공부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랜 기도 끝에 결단했고, 부모님도 승낙해 주셨습니다. 지금은 너무 기쁘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열정을 갖고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행복을 읽을 수 있었다.

▲ 안개낀 블루 마운틴을 배경으로 촬영한 정영택 변호사 가족. ©정영택     © 크리스찬리뷰

- 신학교를 졸업하고 무슨 일을 하고 싶나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나, 하나님의 뜻이라면 무슨 일을 하든지 상관없습니다."
 
- 선교사가 될 꿈은 없나요?
 
"선교에 대한 비전은 있지만 저는 호주가 좋습니다. 선교는 꼭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호주 내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부모님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저를 낳아 주시고, 잘 길러 주시고, 기도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고, 저의 앞길을 축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살겠습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정 변호사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억지로 눈물을 감추고 있었다.
 
-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정 변호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성격이 강하고 직선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들에게 많은 상처를 준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아들에게 칭찬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도 상처였습니다. 제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그런 것이지요. 아들과 같이 부둥켜안고 운 적도 있었습니다.

▲ 정영택 변호사 가족 인터뷰를 대한법률 회의실에서 진행했다.     © 크리스찬리뷰

이제 데이비드가 원하는 길을 갈 수 있게 되어서 저도 무척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잘할 것이라 믿습니다. 계속하여 아들을 위해서 기도하며, 후원할 것입니다."
 
엄마, 최 변호사가 인터뷰의 마무리를 해주었다. 
 
"데이비드는 마음이 소프트하고 너무 착해서 저는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 없이 순종만 해서 David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뭔지 몰랐어요. 이제 자기의 길을 갈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아들을 많이 축복해 주셔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모든 일들을 합력해서 선을 이루시는 주님을 찬양합니다. 아들의 앞길에 하나님의 축복이 항상 함께 할 줄 믿습니다."
 
호주에서 변호사가 되는 것도 어렵지만, 그만두기는 '더 어려운 것' 같다. 데이비드는 더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자식의 선택을 아낌없이 지지해 주는 부모 또한 어려운 선택을 했다. 세상 중심의 쉬운 선택이 아닌, 하나님 중심의 어려운 선택을 하였기에,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께서 반드시 정 변호사의 가정을 축복해 주실 것을 믿는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의 말로 인터뷰를 마칠까 한다. 
 
"인생은 B와 D 사이의 C이다." C는 선택(Choice), B는 출생(Birth), D는 죽음(Death)이다.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선택의 연속이다." 그래서 인생의 고민은 선택에 있다. 오늘의 나의 선택이 내일의 나를 만들기 때문이다.〠

글/김환기|크리스찬리뷰 영문편집위원, 호주구세군본부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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