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감동의 시간들
한국 농아 선교 방문기
 
박영주/크리스찬리뷰
▲ 강화임마누엘농아인교회 창립 35주년 기념예배를 마친 후 설립자인 네빌 뮤어 목사 부부(앞줄 가운데)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박영주  

창립 35주년 맞은 강화임마누엘농아인교회

나는 33년 공직생활을 마친 요즘 직장생활할 때보다 더 바쁘게 지내고 있다. 그리고 고국을 방문하는 횟수도 예전에 비해 많아지고 있다. 이번 방문 목적은 인천광역시 강화도에 있는 임마누엘 농아인교회 35주년 기념예배 초청과 또 다른 농아교회들의 간증집회 초청 때문었다. 
 
강화도는 서울에서 약 1시간정도 떨어진 곳이다. 강화 임마누엘 농아인교회는 네빌 뮤어 (Neville Muir) 선교사가35년 전에 개척한 농아교회이다.
 
그는 호주 멜본이 고향이며 한국에서 설립한 국제농아인선교회 (Deaf Ministries International, DMI) 총재를 맡고 있다. 농아사랑으로 시작된 선교의 열정은 1978년 한국에 입국하면서부터 시작되어 농아교회 개척을 인천을 시작으로 춘천 다음 세 번째로 개척한 교회가 강화임마누엘 농아교회이다.
 
이번에는 부활절 기간에 강화농아교회를 방문하게 되었다. 특별히 네빌 뮤어 선교사와 릴 뮤어 사모 그리고 막내 아들 이앤과 오세황 선교사 부부와 함께 방문을 했다.
 
우리가 강화도에 도착했을 때 이두형 목사와 구미꼬 선교사 그리고 온 교인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부활절 감사예배와 강화임마누엘농아인교회 창립 35주년 기념 감사예배는 아주 특별한 예배였다. 예배시간 모든 순서는 시종일관 조용한 수화로 진행되었다. 약간의 건청인을 위해 구미꼬 선교사가 음성통역을 해 주었다.
 
설교를 맡은 뮤어 선교사는 한국 수화와 익숙한 몸 동작으로 설교를 이어 나갔다. 설교 내용 중에 나비효과에 대해 언급했다. 그 일화로 일본외교관 ‘스기하라 지우네’(1900년-1986년)에 대한 일화를 전해 주었다.
 
나는 오래 전에 일본 펜팔 친구 농아인 고꼬 이케다로부터 스기하라 지우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세계 2차 세계대전중에 많은 유대인들은 독일 나치정권의 박해를 피하기 위해 어느 나라든 가기를 원했다. 수천여 명의 유대인들이 독일을 탈출하기 위해 일본대사관 앞에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유대인들은 일본을 거처 제3의 나라로 가기 위해서였다.

▲ 네빌 뮤어 목사와 릴 뮤어 사모 그리고 막내 아들 이앤 (오른쪽부터) ©박영주    

스기하라는 그 당시 독일에 있는 일본 대사관 대사였다. 그는 독일에 있는 유대인들이 일본 본국에 잠시 머물 수 있는 비자를 줄 수 있는지 전문을 보냈다. 본국에서 돌아온 답신은 비자를 주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스기하라는 유대인들의 절박한 처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본국에 더 자세한 내용을 첨부하여 또 다시 전문을 보냈다.
 
그러나 유대인들에게 비자를 내 주지 말라는 같은 내용뿐이었다. 스기하라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저 많은 유대인들이 독일에서 핍박을 받고 죽어가는 보습을 보든지 아니면 일본 정부의 명령에 불복종하고 자신의 직권으로 비자를 승인하든지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마침내 그는 자신의 직을 걸고 비자를 승인하였다. 그 후 스기하라는 본국으로 송환되어  일본 정부로부터 파직을 당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수천 명의 유대인들이 독일의 박해를 피해 일본을 거쳐 제3국으로 피신할 수 있었다.
 
그 중 한 명인 유대인 젊은 청년은 일본과 중국을 거처 호주 멜본으로 이주하게 된다. 그리고 멜본에서 가정을 꾸려 3명의 딸을 낳아 평온한 삶을 살게 된다.
 
▲ 네빌 뮤어 선교사와 릴 뮤어 사모(앞줄), 뒷줄 가운데 필자, 이두영 목사(오른쪽)와 뮤어 사모 (강화임마누엘농아인교회 창립 35주년 예배 후) ©박영주  

그의 큰 딸 수잔 샤론은 청각장애인으로 태어났는데, 정통 유대교 가정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멜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수잔은 농아학교 교사였던 네빌 뮤어 선교사를 통해 전도를 받고 기독교로 개종했다. 그리고 지금은 회사에서 퇴직하여 국제농아인선교회 이사로 봉사와 농아선교를 하고 있다.
 
스기하라는 일본 판 쉰들러 리스트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분의 인권선행으로 오늘 우리는 수잔과 같은 동역자와 함께 농아인선교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참으로 은혜가 넘치는 말씀을 통해 강화농아인교회 모든 성도들이 기쁨을 얻었다.
 
설교에 이어 나는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로 동영상과 함께 수화 찬양으로 ‘사명’을 열창하고 함께 동행했던 오세황 선교사의 축도로 예배를 마쳤다.
 
정말로 감동이 시간이었다. 예배 후 모든 성도들이 하나님께 감사하며 서로 격려하고 포옹하며 그리고 칭찬이 이어졌다.
 
경주농아인교회·부산일신기독병원
 
부산에 가면 꼭 가 보고 싶었던 곳이 있는데 그곳은 바로 ‘일신기독병원’이다. 그동안 ‘크리스찬리뷰’를 통해 여러 번 소개한 적이 있는 ‘호주맥켄지한센선교회’를 자세히 알게 되었다. 나는 호주맥켄지한센선교회 설립 이후부터 후원자로 동참하면서부터 맥켄지 선교사가 부산에서 사역했던 역사의 현장을 꼭 방문하고 싶었다.

▲ 일신기독병원 내에 있는 제임스 노블 맥켄지 선교사 기념비 앞에서 ©박영주  

 
▲ 제임스 노블 맥켄지 선교사 기념비 앞에서 ©박영주  

일 년 전 가족들과 부산을 여행하면서 방문하려했지만 사전에 준비가 부족하여 다음 기회로 미룬 적이 있었는데, 서울을 떠나면서 호주에서 온 두 명의 청각장애인 자매,  오세황 선교사가 함께했다.
 
우리 일행은 부산을 방문하기 전 부산에서 가까운 경주농아교회의 초청으로 경주를 잠시 방문했다. 경주는 한국의 역사가 깊은 곳이라 한국의 전통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었다. 경주농아교회가 있는 곳도 역사보존지역이라 교회 건물이 한옥으로 지어져 있어 매우 신기해 보였다.
 
우리 일행은 전통한옥으로 지어진 경주농아교회에서 또 다른 느낌을 받으며 예배를 드렸다. 예배 후 교제하는 가운데 알고 보니 경주농아교회 사모는 내가 오래 전에 다녔던 서울에 있는 한국구화학교 선배였다. 우리는 기쁨을 두 배로 나누었다.
 
우리는 조부휘 목사와 성도들의 친절한 안내와 도움으로 경주 일대에 산재해 있는 역사 관광지를 편하게 돌아 볼 수 있었다. 호주에서 온 두 농아인은 한국 역사관 방문을 마냥 신기듯이 즐겼는데, 경주 일정을 마치고 조부휘 목사의 차량 봉사로 부산까지 갈 수 있었다.
 
▲ 일신기독병원 역사박물관에서 맥켄지가의 사람들 영상을 시청했다. ©박영주  


▲ 일신기독병원 역사관에서 설립자인 매혜란, 매혜영 자매의 흉상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박영주    

부산에서 먼저 간 곳은 일신기독병원 역사박물관이었다. 병원에 가기 전에 오세황 선교사가 병원 역사관 방문을 위한 공문을 보내어 방문을 약속한 상태였다.
 
일신병원에 도착했을 때 병원 선교회를 담당하는 이정화 전도사가 우리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일신병원은 호주 멜본 출신 제임스 노블 맥켄지 선교사 ( Rev .James N Mackenzie, 한국명 매견시)와 두 딸 매혜란( Helen P. Mackenzie, 1913-2012)과 매혜영  Catherine M. Mackenzie, 1915-2005) 자매가 1952년 9월 한국 전쟁중에 설립했는데,  현재는 부산지역에 4개의 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
 
우리는 맥켄지 선교사가 처음 병원 선교를 했던 건물과 주변을 둘러보면서 역사의 기록이 남아 있는 비문을 읽어 보았다. 그리고 역사관에서 선교사 가족들이 이루어낸 사진과 당시 사용했던 사무용품과 유품들을 보았고 그 동안 모아놓은 영상기록물들을 세세하게 시청했다.
 
한국과 부산을 사랑했던 맥켄지 선교사의 뜨거운 선교열정은 의료 선교를 통해 생생하게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 일신병원에서 지금까지 26만여 명의 신생아가 태어났고 수 많은 간호사들을 배출하여 국내는 물론 독일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나는 맥켄지 선교사와 가족들이 호주를 떠나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에게 찾아와 헌신적인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한 역사의 현장에서 감사와 감동으로 눈물을 참으려 했지만 눈물을 숨길 수 없었다.
 
▲ 일신병원 카페에서 서성숙 원장(왼쪽 2번째)과 함께 한 방문단 일행들. ©박영주  
 
때마침 점심시간이어서 병원 1층 찻집에서 일신기독병원 서성숙 원장 및 직원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일신병원이 부산지역에 끼친 영향력과 맥켄지 선교사 가족들의 한국 사랑과 민보은(Dr. Barbara Martin) 선교사의 헌신적인 덕담을 들을 때 따뜻한 그리스도의 사랑이 찻잔에 남아있는 온기처럼 내 마음속 깊이 전해졌다.
 
부산 UN 유엔기념공원
 
일신기독병원을 방문한 후 UN기념공원을 찾았다. 이곳에는 오웬 그린 여사의 남편인 한국 전쟁의 영웅 찰스 그린 중령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한국전쟁 당시 호주는 뉴질랜드와 함께 참전해  1만7천여 명의 장병을 파병했고 339명의 전사자와 함께 43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그 중 한 사람이 오웬 여사의 남편인 찰스 그린이다.
 
내가 그린 여사를 알게 된 것은 이휘진 시드니 전 총영사의 부탁으로 자서전를 전해 주는 일로 그린 여사를 만났다. 그 고마움의 답례로 그녀가 남편을 그리며 쓴 자서전 ‘아직도 그대 이름은 챨리’라는 책을 받았는데, 너무 궁금해서 집에 돌아와 단숨에 읽었다.
 
한국전쟁에서 남편을 잃고 그를 그리는 슬픔이 담긴 이야기는 책을 읽는 내내 눈물로 책장을 넘겼다. 그린 여사는 남편이 잠들어 있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가고 싶어했었다. 2년 전에 새롭게 단장한 박물관 안에 남편의 기록이 남겨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이가 너무 많고 거동이 불편해서 갈 수 없었다. 
 
▲ 유엔기념공원에 잠들고 있는 한국 전쟁의 영웅 찰스 그린 중령의 묘지를 찾아 헌화하고 기도하는 필자.        ©박영주    
 
나는 그녀와 약속을 했다. 다음에 한국에 가면 꼭 부산에 있는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해서 직접 그린 중령의 남겨진 기록물을 영상으로 촬영해서 보여 주겠다고.
 
그래서 나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유엔기념공원 박물관을 들러 전시된 기록물들을 자세하게 영상 녹화해 돌아와 그린 여사를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청음예닮선교회

 
청음예닮선교회는 여윤수 집사가 설립했다. 여 집사는 서울 종로 보신각 뒤 편에서 보청기 가게를 오래 전부터 운영해 오고 있다. 대학로 근처에 있는 작은자농인교회 안수집사로 섬기고 있는 그는 많은 농아인들에게 성능 좋고 보청기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일을 오랫 동안 해왔다. 이제는 보청기 보급을 국내를 넘어 동남아에 있는 캄보디아와 라오스 지역의 취약한 농아인들에게까지 후원하는 한편 청음예닮선교회를 통해 여러 농아선교사들을 후원하고 있다.
 
인천계산농아인교회
 
일 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인천계산농아교회 박재환목사로부터 초청을 제안받았다. 하지만 일정이 바빠서 다음 기회에 방문하기로 했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면서 박 목사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주일날 계산농아교회를 방문했다.
 
경인소속도로 부평 IC 옆에 있는 인천계산중앙감리교회 안에 계산농아교회가 있었다. 자그만하고 아름답게 꾸며진 교회였다. 오전 1부예배는 함께 동행한 오세황 선교사가 수어 설교로 ‘예수 안에 거하라’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고, 오후 2시 예배는 나의 간증집회로 진행됐다. 나는 짧은 시간을 이용하여 한국에서부터 호주로 이민와서 오늘에 있기까지 하나님의 은혜로 승리한 인생 간증을 증거하고, 수화찬양 You raise me up을 호주 수어로 찬양을 드렸다.  성령과 은혜가 충만한 특별한 예배였다.

▲ 호주인들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지하에 있는 ‘세종이야기’를 찾아가 한글 이름을 쓰며 한글 체험을 했다. ©박영주

나는 예배 후 박재환 목사에게 다른 지역 농아인교회와 차이가 무엇인지 물었는데, 그는 인천지역은 많은 공장들이 있어 농아인들이 넉넉한 직장생활과 교회 생활을 충실하게 잘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교회를 나설 때 박 목사와 많은 농아성도들은 다음에 한국에 오면 꼭 다시 방문해 달라는 요청을 받으며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나는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귀중한 시간 속에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며 주님의 제자처럼 농아교회가 있는 전국의 여러 지역을 탐방하며 느낀 것은 부족하고 보잘것 없이 작은 나를 반갑게 대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했고 긴 시간 동안 한국의 농아교회 탐방을 무사히 마치고 시드니로 돌아올 수 있어서 감사했다.〠

박영주|DMI 홍보대사, 시드니새순장로교회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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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29 [17:25]  최종편집: ⓒ christian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