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무서운 선거였다

김명동/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8/06/27 [14:37]
▲ 소중한 한 표가 대한민국을 미래를 바꾸었다. ©국민일보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6월 13일 제7회 동시지방선거, 6월14일 러시아 월드컵 개막식.
 
세계를 주목시킨 역사적인 회담과 전 세계 축구인의 대회 사이에 낀 6.13 지방선거가 드디어 끝났다. 어느 선거 때보다 주목받지 못한 선거가 이번 지방선거가 아닐까 싶다.
 
사실 이번 지방선거는 6-7일 마지막 공표일 즈음에 발표된 여론조사에 의해 이미 끝난 선거였다. 과거 선거처럼 부동층 향방이 어디로 흐를 것인가에 대한 분석보다는 여당 후보가 50%를 넘을 것인가? 60%를 넘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며, 어느 정당이 2등할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렸던 선거였다.
 
표심은 어디로 향하고 있었을까?
 
전국이 온통 파란 물결로 뒤덮였다. 투표율도 60.2%를 기록하며 23년 만에 60%를 넘어섰다. 지난 6월 13일 치른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나온 결과다. 더불어 민주당은 시·도지사 17석 중 14곳, 재보선 국회의원 12석 중 11석을 각각 휩쓸었다.
 
표심은 어디로 향하고 있었을까?
 
지방선거에 대한 지상파 방송사 3사의 심층 출구조사 결과로도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정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자신은 살기 팍팍한데 다른 사람들은 줄을 잘 타거나 뒷배가 있어 잘되는 경우를 보면서 분노한다. △대선 패배 이후에도 똑같은 인물을 내세워 이미지를 더 망친 것 같다. △뽑을 사람이 없다.
 
총체적으로 누적됐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나의 현상이 아니라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부터 시작된 흐름이 최순실 사태를 거치며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대북 문제도 트럼프가 협상에 참여한 이후 마음이 바뀌었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민주당의 당선자 중 별다른 경력 없이 당선되는 사례를 보면서 허탈해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 투표소 ©국민일보  

새로운 쪽에 기대
 
자의든 타의든 선거를 앞두고 정당과 후보와 관련돼 발생하는 불미스런 일들은 선거판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대선을 앞두고 아들의 병역 문제가 불거져 고배를 마셨다. 정동영 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도 선거 막판에 내뱉은 ‘노인 폄하’ 발언으로 예상보다 훨씬 큰 표 차이로 낙선했다. 새누리당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옥새파문’이라는 희대의 코미디극을 연출하는 바람에 제1당 자리를 민주당에 내줬다.
 
이게 정상적인 국민감정의 발로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 보궐선거에서는 그 어떤 비리와 추문도 통하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의혹이라는 ‘대형 악재’가 폭로됐음에도 자유한국당을 외면한 표심은 요지부동이었다.
 
이어 민주당 실세 의원의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이 터졌는데도 한국당은 반사이익을 얻지 못했다.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기막힌 가정사에 얽힌 욕설 파문과 여배우와의 추문 의혹이 선거판을 휘저었는데도 경기도민들은 그에 흔들리지 않았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등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크리스찬리뷰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선거였다. 어쩌다 우리 국민들의 표심이 이렇게 변했을까. 그 답은 한국당에서 찾아볼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분명 전세를 뒤집어 놓을 만한 대형 악재들이 연이어 터졌음에도 끝내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한국당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전쟁의 승패는 적을 아는 일이 더없이 중요하나 그에 앞서 자신을 얼마만큼 정확히 아느냐에 달렸다. 이런 이치를 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말할 나위 없이 선거에 나선 후보들조차 외면했다.
 
게다가 선거를 코앞에 두고서는 분열까지 일으켜 한국당 후보들이 ‘홍준표 리스크’ 운운하며 홍 대표의 지원 유세가 도움이 안 되니 선거 현장에 나타나지 말아 달라는 ‘홍준표 패싱론’을 들고 나왔다. “홍준표 미워서 한국당 못 찍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위장평화쇼’ 발언이 대표적 막말로 지적된다. 경남 창원에서 열린 한국당 필승 결의대회에서 자신을 규탄하는 시위대를 보며 “창원에 빨갱이들이 많다. 성질 같아서는 두들겨 패고 싶은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 민주당 지도부가 상황실에서 승리를 확신하며 엄지 척하고 있다. ©국민일보  
 
당 대표의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말이었다. ‘홍준표 패싱’ 분위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홍 대표의 막말이 연일 이슈가 되면서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사이에서 홍 대표의 지원 유세를 피하는 기류가 형성됐다. 당의 수장이 선거지원유세도 하지 못하는 딱한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또 있겠는가. 홍 대표는 6월 14일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도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당이 앞으로 내놓을 ‘회심의 패’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 철저하게 냉정해지는 것과 내부 분란을 억제해 강한 적 앞에 스스로 보강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모두가 사심을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문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막말에 민심 더 안 좋아져
 
6.13 지방선거 앞두고 터졌던 정태옥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 간다)’ 발언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대부분 이 발언 때문에 남경필 전 경기도 지사와 유정복 전 인천광역시장이 표를 잃었다 전 경기도 지사와 유정복 전 인천광역시장이 표를 잃었다는 얘기다. 실제 선거결과를 살펴보면 해당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완벽한 승리를 거둬 ‘이부망천’발언이 선거판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음을 짐작할 수 있다.


▲ ©국민일보    

자유한국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이던 정태옥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인천은 제대로 안 된 직업을 갖고 오는 사람이 모이는 곳” “서울에 살던 사람이 양천구, 목동에서 잘살다가 이혼하면 부천 정도로 간다” “부천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 남구 쪽으로 간다” 등의 발언을 했다.
 
정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순식간에 퍼졌고 해당지역 시민들은 물론 전국적으로 비난이 빗발쳤다. 이 막말 사건이 한국당 지지층 이탈과 민주당 지지층 결집을 낳고, 표류하던 수도권 민심을 민주당으로 기울게 한 ‘굳히기 요인’이 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아울러 막말 논란 파문이 워낙 커지는 바람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사생활 추문이 상대적으로 덜 돋보이게 됐다는 점도 민주당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부망천 사건은 정 의원이 탈당계를 제출하면서 일단락됐지만 논란은 지방선거 내내 지속됐다.
 
정치인들에게 있어서 말실수는 되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오점을 남기곤 한다. 특히 선거 기간에는 특히 더 말조심을 해야 하지만 정치인들의 말실수는 끊이지 않았다.
 
최저임금 논란

 
기자가 묵고 있던 숙소 가까이에 24시간 운영하는 대형 마트와 아담한 편의점이 있었다. 내게는 그곳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주방시설을 갖춘 숙소였기에 늦은 밤에도 필요한 생필품을 구애받지 않고 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조그마한 즐거움이 깨지고 있었다. 24시간 운영하던 대형 마트가 밤 9시가 되면 불을 끄고 장사를 멈추었다. 그리고 편의점을 방문하고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었다. 거짓말처럼 깨끗하게 그곳이 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한동안 그 앞에서 허탈한 마음 감추지 못하고는 먼 거리에 있는 또 다른 편의점으로 걸음을 옮겨야 했다.
 
그곳으로 향하는 중에 일전에 마트에 들렀을 때 그곳 직원으로부터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밤새 영업 할 수 없어 제한적으로 영업을 한다”는 말이었다. 결국 편의점의 경우도 인상된 최저임금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고 했다.
 
정부는 2018년 최저임금을 2017년의 6,470원보다 16.4% 인상한 7,530원으로 결정해 시행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한 달 평균 근로시간 209시간을 적용했을 때 한 달 급여는 157만 3,770원이다.
 
진보의 길에 놓인 새로운 과제
 
6.13선거에서 의미를 둔다면 1년 전 탄핵 정국에서 치른 대선보다 진보의 위력이 더욱 강화됐다는 점이다. 6.13 선거판을 뒤흔들었다. 현재의 흐름대로 한반도 긴장이 풀리고 민생마저 안정시킬 경우, 진보 천하는 상당 기간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당장 경제문제에 있어서 풀어야 할 현안들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6.13 선거는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묻혀 주목도가 낮았다. 선거 이후 핵심 쟁점이 민생. 경제 쪽으로 흐를 경우 부정적인 여론도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실업률, 물가 등 그동안 한반도 문제 등에 묻혀있던 민생 현안들이 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질 게 확실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6.13 선거의 완승을 주도한 한반도 정세 또한 불안 요소로 꼽을 수 있다. 현재의 분위기대로 종전협정이 체결되고 북한이 국제무대에 나오는 것은 이미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됐다. 반면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협상이 자칫 삐걱거릴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유례없이 훈풍이 불던 한반도 정세는 급격히 냉각될 수 있다. 이 경우 다시 보수 진영이 안보 문제를 부각시키며 되살아날 수 있다.
 
사회적 과제도 만만치 않다. 6.13 선거에서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다양한 의견들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수렴하느냐의 문제도 있다. 광화문광장과 서울시청광장에서는 노동계, 통일대학생, 여성단체 등에서 연일 집회를 열고 있다.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긴 자와 패한 자, 모두 유권자 마음을 정확히 읽고, 두려움을 갖고 국정에 임해야 할 것이다. 배를 띄우는 이도, 뒤집는 이도 국민이다.
 
광화문 러시아 월드컵 응원현장 가보니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의 첫 경기가 치러지는 6월 18일 오후 4시 서울광화문광장은 붉은 인파로 붐볐다. 응원 콘서트가 열리고, 광화문 광장엔 500인치 대형 스크린이 설치가 됐다. 경찰은 통행로를 확보하고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병력을 배치했다.
 
한 스태프는 응원구호를 외쳐달라고 주문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경기 시간이 다가올수록 몰려든 사람들로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퇴근 후 다 같이 응원하러 온 넥타이부대부터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붉은 머리띠를 한 사람, 한국을 응원하는 외국인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태극기를 흔드는 아들을 목마 태우고 다니며 취재를 나온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적지 않게 받은 한 외국인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날 광화문광장에는 한국의 상대팀 스웨덴 응원단도 자리를 잡고 있었다.
 
선수들이 입장하고 먼 이국땅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시민들은 승리를 기원하며 한 마음 한 뜻으로 대형 태극기를 펼쳤다. 오후 9시 경기가 시작되자 응원북을 신나게 두드리며 연신 ‘대한민국’을 외쳤다. 거대한 함성은 광화문광장을 넘어 밤거리로 울려 퍼져나갔다.
 
▲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과 스웨덴과의 조별예선 첫 경기가 열린 6월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광장에서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태극전사의 선전을 기원하며 열띤 거리응원을 벌였다. 대한민국이 0대1로 패했다. ©세이프타임즈

경기 초반 10분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 등 잇단 대표팀의 분전으로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시민들은 몇 번의 득점 찬스가 있을 때마다 선수들을 위해 혼신의 힘을 쥐어짜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득점 없이 전반전이 끝나자 저마다 경기 결과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시민들은 다시 열정은 담은 응원봉을 흔들며 긴장감이 도는 눈빛으로 경기를 응시했다. 후반 19분 스웨덴이 페널티킥을 얻자 응원석에선 아쉬움의 탄식이 쏟아져 나왔고 입을 맞춘 듯 두 손을 모았다.
 
‘대한민국’과 ‘조현우’를 외치며 악몽의 순간이 찾아오지 않길 기원했다. 그러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심판 판정에 유감을 드러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후반 27분경 이승우가 교체 투입되자 응원단은 새로운 기대감을 키웠지만 드라마틱한 결말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는 졌지만 시민의식은 빛났다. 마지막까지 응원의 박수를 보낸 시민들은 주변정리를 깨끗하게 끝마치고 응원석을 떠났다. 
 
에필로그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이번 선거 결과에, 목회자들은 비슷한 평가를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이 잘했다기보다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의 실책으로 여당이 반사이익을 누렸다고 봤다. 한국당은 ‘국정농단’ 정권을 창출해놓고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문재인 정권의 발목을 잡는데 더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기자는 이번 현장취재를 통하여 막말 파동에 주목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쉽게 뱉어버린 말들 때문에 빚어지는 오해나 불신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누가 어쩌다 예의 바르고, 품위 있는 말을 쓰면 다시 한 번 그 사람을 쳐다보며 감탄할 만큼, 요즘 우리의 언어  생활은 퍽도 거칠고 삭막해졌음을 자주 절감한다.
 
너도나도 바쁘게 살다보니 별로 생각할 시간이 없다고 해도, 우리는 매일 잠깐씩 일부러라도 틈을 내어,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가 자신의 언어생활을 점검해 보고 늘 잘 준비된 말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말을 할 때마다 마음의 준비를 하며 꾸준히 자신을 성찰해 간다면 아무래도 부정적인 말보다는 긍정적인 말을 더하게 될 것 같다. 자기와 남을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는 좋은 말, 선한 말만 골라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남을 비난하고 상관도 없는 일에 끼어들어 흥분하거나, 불평과 짜증과 푸념으로 시간을 보낸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겠는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우리는 얼마든지 말의 질을 높일 수가 있고, 이것은 곧 삶의 질을 향기롭게 높이는 것이라 생각된다.〠

김명동|크리스찬리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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