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어린이 수술하러 평양에 갔어요!

김수경/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8/08/29 [16:58]
▲ 4살 동갑내기 여자 아이가 첫 수술을 받고 필자인 김수경 선생과 기념촬영했다. ©두라인터내셔널    

설레는 마음으로 평양 도착

2018년 6월 2일 오전, 베이징 공항 2터미널! 런던 히드로 공항을 출발, 오랜 비행시간에 몸은 피곤하고 지쳐있었지만 아이들을 수술한다는 마음에 오히려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밤 비행기로 출발한 캄보디아 의사 네 명과 라오스에서 NGO 사역 중인 영국인 콜린, 남편(이석희, 두라인터내셔널) 모두를 이곳에서 만나 함께 평양에 가기로 했다.
 
우리가 약속한 장소에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모인 우리는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한듯 너무나 반가워했다. 나와 네 명의 캄보디아 의사는 특히 북한 방문이 처음이기에 더 기뻐했을 것이다.
 
남편을 포함해 그곳에 모인 ‘7명’이란 숫자가 행운의 상징이자 완벽을 의미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가 북한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하나님의 선물은 아닐까 생각했다.
 
의료 소모품으로 가득한 짐들과 한바탕 씨름하며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올랐다. 이륙과 동시에 북한의 조선뉴스와 공연단의 연주가 방영되었고, 잠시 후 창 밖으로는 유유히 흐르는 압록강이 보였다. 드디어 북한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두 시간 만에 도착한 순안공항에서 우리를 반긴 것은 다름아닌 까다로운 세관 검사였다.
 
세관원들은 우리에게 휴대폰, 뜨개질 키트, 디자인 책, 의료용품 등 하나하나 용도가 무엇인지 물었고, 그 때문인지 처음의 설렘은 초조함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걱정도 아주 잠시, 그들은 두라인터내셔널이 유럽에서 북한 장애 청소년 공연을 한 것을 단번에 알아 듣고는 친절을 베풀었고, 잠시 후 모든 짐이 무사히 통과되었다.

▲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두라인터내셔널 의료팀을 환영한 장애인련맹, 해외동포국 직원. ©두라인터내셔널    
 
공항 대합실에는 장애인 연맹 직원이 마중 나와 있었다.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고 곧바로 평양 시내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차창 밖으로는 논과 들에서 밭을 가꾸는 농민들의 손길이 보였고, 그 중에는 중·고생처럼 보이는 어린 학생들이 나무 그늘에서 쉬다가 버스 안의 우리와 눈이 마주치자 신기한 듯이 바라보기도 했다.
 
평양 시내 한복판의 해방산 호텔에 도착했다. 신기하게도 바로 옆 건물에 텔레비전에서 보던 노동신문사가, 몇 블럭 뒤에는 김일성 광장이, 그리고 길 건너엔 대동강 철교가 보였다. 이곳은 우리가 머무는 일 주일 동안 점점 익숙한 거리가 되어갔다.
 
기대감과 함께, 시작 전 준비
 
▲ 수술 첫날 캄보디아 의사와 함께 한 필자(가운데). ©두라인터내셔널    

6월 3일(일), 다음 날부터 시작될 수술 준비를 위해 평양 시내에 있는 옥류아동병원을 방문했다. 장애자보호련맹 직원은 우리에게 병원의 부원장과 마취 과장, 실무 담당자를 차례로 소개해 주었고 함께 병원을 둘러보았다.
 
▲ 캄보디아 마취의사가 수술에 앞서 어린이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두라인터내셔널     © 크리스찬리뷰

수술실을 점검하고 마취 기계와 약물을 확인한 후 수술할 아이들이 입원해 있는 병동으로 발길을 옮겼다. 마침내 감격적으로 아이들을 만나는 첫 만남, 설레임과 기대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이 아이들을 보기 위해 피곤하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기쁨으로 온 것이 아닌가! 그들이 나를 이곳으로 이끈 힘이었다.
 
41명의 아이들이 어머니 혹은 애육원(고아원) 선생님과 함께 입원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는 황해도에서 버스로 4-5시간 걸려서 온 아이들, 수술을 한다는 소문을 듣고 온 평양에 거주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생후 50일 된 신생아에서 16살 된 아이들, 우리의 첫 만남은 서먹서먹 그 자체였다.
 
아이들에게 나는 조선인 외모이지만 말투가 전혀 다른 낯선 아줌마로 보였을 것이고, 그 외에도 처음보는 동남아 사람과 영국인이 한꺼번에 병실에 등장했으니 말이다. 우리가 아무리 미소로 대해도 아이들은 어리둥절하고 당황해했다. 그와 달리 부모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기대, 희망이 뒤섞여 있었다. 자녀의 수술 앞에서 긴장된 모습을 감출 수 없었던 듯 보였다.

▲ 캄보디아 의사가 북한 의사를 집도하게 하고 가르치는 장면. 캄보디아에서 수련받았던 여의사(가운데)이다. ©두라인터내셔널  

이 아이들은 평범한 이들과는 조금 다른 얼굴을 갖고 있기에 학교에서 외면당한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의사의 손길이 닿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일까 짐작이 되었고, 아이를 안은 엄마들의 표정에서 행복과 기쁨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 병실에 여섯 명씩 거의 한 층 병동을 가득 채운 방들에서는 기적이 싹트고 있는 듯 하였다.

▲ 필자는 수술받을 아기 엄마들과 수술에 대한 상담과 아이들의 건강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라인터내셔널

아이들의 상태와 건강을 확인하고 수술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나갔다. 첫 수술 대상으로는 세 살인 금옥이로 정했다. 얼마나 예쁜 아이인지 두 눈망울이 초롱초롱하고 피부가 맑았다. 황해도 사리원의 애육원(고아원)에서 보모 선생님이 보호자로 왔다.〠 <다음 호 계속>

김수경 |임산부 초음파(Ultrasound) 스페셜리스트(Sonographer), 영국  St George's Hospital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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