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숲
 
글|김명동,사진|권순형

  
                                                                                                       ▲     © 권순형


겨울 산에 와서
그 연약한 갈대들이 당당히
숲이라 불리는 까닭을 알겠다


그 줄기가 튼튼해서가 아니었다
나이테가 굵어서가 아니었다


매서운 칼바람이 몰려올 적마다
앞 엣 놈이 넘어지면
뒤 엣 놈이 받아서 함께 쓰러지며


같은 동작으로 다시 일어서는
탄력의 떼춤을 보았다


혼자서 겨울 먼 길을
갈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갈대숲에 와서 비로소
나를 받쳐준, 혹은 함께 쓰러지던
무수한 허리들이 그리워


오늘은 나도
편지를 써야겠다.



글/김명동|크리스찬리뷰 편집인, 세계모던포엠작가회 회원
사진/권순형|한국사협 자문위원, 시드니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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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27 [15:22]  최종편집: ⓒ christian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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