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숲
글|김명동,사진|권순형 | 입력 : 2018/09/27 [15:22]
겨울 산에 와서 그 연약한 갈대들이 당당히 숲이라 불리는 까닭을 알겠다
그 줄기가 튼튼해서가 아니었다 나이테가 굵어서가 아니었다
매서운 칼바람이 몰려올 적마다 앞 엣 놈이 넘어지면 뒤 엣 놈이 받아서 함께 쓰러지며
같은 동작으로 다시 일어서는 탄력의 떼춤을 보았다
혼자서 겨울 먼 길을 갈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갈대숲에 와서 비로소 나를 받쳐준, 혹은 함께 쓰러지던 무수한 허리들이 그리워
오늘은 나도 편지를 써야겠다.
글/김명동|크리스찬리뷰 편집인, 세계모던포엠작가회 회원 사진/권순형|한국사협 자문위원, 시드니지부장
<저작권자 ⓒ christianreview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