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어린이 수술하러 평양에 갔어요!
 
김수경/크리스찬리뷰

▲ 다음 날 수술 받을 어린이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한 의료진. 어린이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하루의 마지막 일과였다. ©두라인터네셔널    

첫 수술, 마치 기적 같은 날

첫 수술이 예정된 6월 4일(월) 아침, 모두 긴장과 기대로 옥류아동병원에 도착했다. 수술 준비가 숨가쁘게 진행되면서 마취팀, 수술팀 그리고 행정팀 그 누구 하나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장애인련맹도 많은 어려움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준비해왔기에 첫 수술에 대한 기대와 초조함으로 가득해 보였다.
 
마침내 모든 수술 준비를 마치고 수술 팀원들이 수술대 앞에 모였다. 첫 수술의 성공 여부는 한 주간 진행될 수술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안전이 최우선이었다. 그래서인지 차분함과 진지함을 넘어 침묵에 가깝게 수술이 진행되었다. 두 시간이 흐르면서 금옥이의 수술은 아주 성공적으로 끝났고 모두 안심하며 기쁨으로 팀 전체 분위기가 활기로 바뀌었다.
 
첫 수술 후 의료진은 A, B팀으로 나뉘었고 나는 수술장을 오가며 마취 팀과 수술 팀의 의사 소통을 도와 긴장감을 줄이려 노력했다. 다행히 각방 마취 팀이 영어로 원활히 소통하며 협력해 나갔다. 이미 캄보디아에서 두 차례 연수를 다녀온 성형외과 윤 선생과 황 선생이 캄보디아 의사들과 훈련이 되어 있었다.
 
마취 팀 김 선생 역시 곁에서 배우고 있었다. 아마도 이들이 작년 11월에 이어 올해 3월 캄보디아 연수를 했기에 가능했던 팀워크였다. 이들이 프놈펜 CSC(Children’s Surgical Centre)에서 연수를 받으면서 과연 평양에서 시골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토순 수술을 할 것이란 걸 상상했을까? 정말 믿기지 않는 기적 같은 일들이 그들 앞에서, 우리 앞에서 실현되고 있었다.
 
특히나 윤 선생이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단번에 느껴졌다. 그녀는 적십자병원에서 파견되어 이 병원에서 숙식을 하고 있었다. 너무 피곤한 탓에 안구 경련을 보이면서도 티내지 않고 병실과 수술실을 뛰어다녔다. 정말 따뜻한 마음을 가진 좋은 의사를 만날 기회를 주심에 감사했다.  
▲ 어린 나의의 엄마가 아이의 건강상태를 걱정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두라인터네셔널          

나는 그녀에게 리틀 짐(Little Jim) 이라고 애칭을 붙여주었다. CSC Dr. Jim의 열정이 그녀에게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캄보디아 의사들은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수술해 주기 위해 조금도 쉬지 않았다. 이런 캄보디아 의사들의 열정이 옥류병원과 북한 의료진들에게 도전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마취 팀 의사들 역시 마취를 안전하고 충분히 길게 하는 법을 가르쳐주며 옥류 마취 팀에 큰 도움이 되었고, 외과의사들 역시 틈틈히 이론과 실기를 가르치며 의료진들의 호흡이 맞아갔다.

▲ 황해북도 인민병원 앞에서 원장 및 의사들과 함께 기념촬영한 두라인터내셔널 의료팀.©두라인터네셔널

오후가 되자 의료진들 사이에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가르치며 농담이 오가기도 하고 분위기가 더욱 편해졌다. 오전에 소독 들어간 도구들이 십여 분 늦게 나오면서 기다리던 간호사와 의사는 아직도 열기가 있는 수술복을 입으면서 확실한 멸균 사우나식 수술을 한다고 해서 웃음 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팀원 모두가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는 시간과 커피 마시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어찌나 열정적으로 수술을 하는지 첫날 9명 모두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수술 후 아이들의 회복에도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감사했다.
 
모든 수술이 끝나고 병실을 회진하며 아이들 상태 점검과 주의사항 전달을 하는데, 부모와 의료팀 사이의 서먹함이 줄어들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첫날 수술이 성공적인 걸 보면서 앞으로의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일정을 확인하고 석양을 보며 내일 떠오를 태양을 기대하며 우리는 퇴근했다.

아이들 이야기
 
6월 5일(화), 8명의 아이들 수술이 잡혀 있었다. 먼저 전 날 수술을 받은 아이들을 보기 위해 병실로 갔다. 오전에 수술받은 아이들은 벌써 회복되어 식사가 가능해서 즐거워했고, 오후에 수술받은 아이 중에는 아직 붓기가 남아 부드러운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같은 방에 아직 수술을 기다리는 아이에게도 기대를 엿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병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금방 친구를 만들며 활기로 가득찼다. 역시 아이들이 있는 곳에는 웃음도 함께한다. 수술 받은 아이의 부모들은 얼굴에 환한 안도감으로 우리 팀을 맞이했다.하루 사이 우리팀과 환자 보호자들의 벽이 허물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보호자들에게서 신뢰의 눈짓과 몸짓을 느낄수 있었다.
 
한 엄마가 우리의 손을 꼭 잡고 전한 말이 있다.
 
“아이가 수술이 잘 되어 이제 말이 새지않고 정확히 발음할 수 있어 친구들에게 따돌림 받지 않을 것이다”라는 것이다. 그동안 이 엄마의 가슴이 얼마나 아팠을까 조금 상상이 되는 순간이었다.
 
병원을 찾아온 아이들 중 수술을 받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할머니가 8살 손녀를 데리고 왔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니 다운증후군으로 말을 잘 하지 못했다. 할머니는 손녀가 수술을 받으면 말을 잘 할 거라 생각해서 데리고 온 것이었다. 할머니께 다운증후군은 수술이 필요하지 않고 언어와 특수교육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수술을 못하는 것을 많이 아쉬워하며 되돌아갔다.
 
▲ 캄보디아 마취의사와 함께 황해북도 소아병원 수술실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두라인터네셔널    

또 다른 아이는 태어난 지 겨우 두 달이 지난 아이였다. 아이가 3개월은 지나야 수술이 가능하다는 말에 아이의 엄마는 못내 아쉬워하며 어떻게 안되겠냐 물었다. 너무 일찍 수술하면 재수술의 가능성이 높다고 설득하였다. 스무 살이 갓 넘은 이 엄마의 소원도 곧 이뤄지길 기도했다.〠 <계속>

‘두라 인터내셔널’이란 이름의 의미
‘두라’는 백두산과 한라산의 줄임말로 남과 북이 반 세기 넘어 한 세기 가깝도록 분단된 슬픔과 가족들이 헤어져 만날 수 없는 아픔에서 벗어나 평화와 화해, 통일을 소망하며 지어진 이름이다.

김수경|임산부 초음파(Ultrasound) 스페셜리스트(Sonographer), 영국  St George's Hospital 근무



copyright ⓒ 크리스찬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입력: 2018/09/28 [11:07]  최종편집: ⓒ christianreview
 
 
포토 포토 포토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