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통해 수감자 회복 꿈꾸는 에너자이저

커·버·스·토·리 (사)기독교세진회 이사장 정지건 장로

글|정연희,사진|권순형 | 입력 : 2018/11/27 [18:00]
▲ 이화약국 대표이사 정지건 장로는 최근 창립 50주년을 맞은 기독교세진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상도역 5번 출구를 나와 5~6분 정도를 걷다 보면 이화약국을 만날 수 있다. 이화약국은 약사들 사이에서도 ‘꿈의 직장’이라 불리며 매년 수많은 약사들이 지원하는 곳이다.
 
또한 환자들 사이에서도 이화약국은 약사들의 실력 또한 출중하기로 소문나 매일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화약국 건물 1층에는 이화약국, 이화한의원, 이화치과가 있고 2층에 이화 피부과가 있어, 한 건물에 병원과 약국이 모두 모여 있는 구조다.
 
오늘의 주인공은 이곳 이화약국의 대표이사인 정지건 장로다. 그는 최근 창립 50주년을 맞은 (사)기독교세진회(이하 세진회)의 이사장이다.
 
정 장로를 만나기 위해 우선 피부과로 향했다. 병원 안은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로 붐볐다. 안내 데스크로 가서 장로님을 뵙기 위해 왔다고 하니, 병원 뒤쪽의 집무실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안내 받아 간 곳은 사실 집무실이라기엔 한 가정이 살 것 같은 2층짜리 독립주택이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좁은 마당 한 가운데 커다랗고 멋진 감나무 한 그루가 우뚝 솟아있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문을 두드리니 따뜻하고 커다란 미소를 가진 정 장로가 문을 열며 기자를 반겼다.
 
정지건 장로는 1946년생으로 올해로 일흔 셋이지만,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건강한 마음과 체력을 가졌다. 큰 키와 꼿꼿한 허리, 바른 자세에서 나오는 건강한 에너지가 정 장로를 더 젊게 느껴지게 했다.
 
그 비결이 무엇인가 하니 그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화요일과 금요일, 일주일에 두 번 테니스는 꼭 빼놓지 않는다고 한다. 인터뷰 내내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던 정 장로는 유일하게 카메라 앞에선 약한 모습을 보였다.

▲ 이화약국 전경     ©크리스찬리뷰
 
인터뷰 기사를 위해 장로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야 했는데, 사진 찍기를 청하니 부끄러워했다.
 
“내가 일흔이 넘어서니까, 아무리 잘 찍어도 인물이 안 나와요.”
 
인터뷰 내내 소탈한 웃음을 터트리다가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긴장하는 것이었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정 장로의 이야기 곳곳에선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묻어났다. 덕분에 훈훈한 분위기 가운데 인터뷰가 진행됐다.

▲ 원로장로 추대식을 마친 후 정지건 장로와 가족들 (2014. 2.16) ©상도교회    

이화 : 1. 성질, 양식, 사상 따위가 변화함
         2. 다스려 깨우침
         3. 이치대로 살아간다
 
올해로 74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화약국은 일제시대 때 이화제약회사에서 일했던 정 장로의 선친(故정광웅 집사)이 세웠다. 그 후 의약 분업으로 인해 이화 피부과는 따로 설립되었다. 피부과가 세워진 지는 올해로 20년 정도 됐다.
 
정 장로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약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현재 이화약국과 이화피부과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화약국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엔 상도교회가 있는데, 이화약국 만큼이나 상도교회와 정 장로의 인연 또한 깊다.
 
그도 그럴 것이 이화약국과 상도교회가 있는 이곳 상도동은 그가 어릴 적부터 나고 자란 곳이다. 본래 상도동과 함께 근접한 흑석동과 노량진은 무덤으로 가득했다. 그 장례를 지내기 위해 무당들이 들끓었던 동네였다.
 
충청도에서 상경한 정 장로와 할머니는 20명 남짓한 사람들과 힘을 합쳐 이곳 상도동에 상도교회를 세웠다. 적은 사람들끼리 마음 맞춰 시작한 교회가 지금에 이른 것이다. 무덤과 무당들이 많았던 상도동, 흑석동, 노량진 주변엔 큰 교회만 5개에 이른다.
 
정 장로는 47세라는 젊은 나이에 임직했다. 그와 함께 23년간 성가대장을 했다. 그 가운데서도 재정부장, 당회서기, 관리부장을 도맡아하며 오롯이 한 교회를 위해 헌신했다. 장로가 되고 나서 처음 한 일은 주변의 다른 교회를 찾아가 문을 두드리는 것이었다.
 
그만큼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 관심이 많았고, ‘하나 됨’과 ‘연합됨’에 대해 늘 고민했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걱정이 맺혔다. 이러한 관심과 고민 가운데서 정 장로의 사역들은 꽃피기 시작했다.
 
‘할렐루야’(하나님을 찬양하라)라는 말은 누구나 다 알잖아요. 그래서 ‘할렐루야’라는 주제로 함께 모여 찬양하기 시작했어요.

▲ (사)기독세진회 창립 50주년 감사예배에서 찬양하는 알루스 남성 중창단. ©상도교회    

주일예배가 마치면 곧장 돌아가는 교인들을 붙잡아 함께 교제하고 찬양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상도교회 알루스 중창단이 됐다. 올해로 23주년을 맞이하는 알루스중창단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
 
그리고 호주 이민교회들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해 한호 기독문화협회 이사장이 되어 ‘할렐루야 찬양단’을 조직하고 10년 이상을 호주에서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2009년 10월까지 호주에서 <Sydney Phil Master Choir Concert>를 개최했다.
 
사회에서 소외되는 수감자와 피해자의 가정들에 눈을 돌리게 된 것 또한 ‘하나됨’과 ‘연합됨’에 고민의 연장선이었을 것이다.
 
정 장로는 노량진교회 강신원 목사의 소개로 세진회(법무법인 인가 사단법인 기독교 세진회)에 몸담게 된 지도 10년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현재 CBMC(한국기독실업인회)에 부회장이자 기독사업인으로서 청년창업과 크리스찬 리더양성에도 관심이 많다.
 
CBMC에서는 매주 기독사업인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며 ‘하나님을 기쁘시게, 가정과 일터를 행복하게’(마 6:33)라는 표어 아래 함께 기독교 가정과 일터의 미래를 고민한다.
 
이 가운데서도 이화테니스협회장과 서울시테니스협회장을 지내며 테니스 대회를 개최하거나 회원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는 것 또한 빼먹지 않는다.

▲ 정지건 장로는 한국기독실업인회 중앙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정지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는 말은 정 장로와 같은 삶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40년 넘게 테니스를 쳐 온 정 장로는 ‘한국 대 중국 친선 테니스대회’에서 60대 연령 대표로 출전할 만큼 실력자이다. 대체 이러한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 칠순기념 테니스대회에서 우승패를 받은 정지건 장로. ©정지건  

다음은 정 장로와 일문일답이다.
 
- 정말 바쁜 생활을 하고 계신데요. 주로 이곳 집무실에서 생활하시나요?
 
“네. 아침 일찍 집에서 나오면, 거의 밤늦게 들어가게 되는 것 같아요.”
 
- 바쁜 생활가운데서도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역시 테니스이신가요?
 
“그런가? (웃음) 별다른 식이조절을 하지도 않으니. 그리고 제가 테니스를 좀 오래 치긴 했죠. 40년 넘게 테니스를 친 건데, 요즘도 화요일이랑 금요일은 아무리 바빠도 테니스를 치려고 노력해요.
 
사실 제가 이화테니스협회장으로 있어요. 지난주 상하이에서 테니스대회가 열렸는데, 70대 대표로 출전해서 우리 팀이 우승했어요.”
 
- 세진회가 50주년을 맞는다구요. 늦었지만 세진회 이사장 임직 (2018. 2.18)도 축하드립니다.
 
“네. 벌써 그렇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 제14대 세진회 이사장 이취임식을 마친 후 기념촬영 (2018. 2.18) ©상도교회    

 -교정선교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세진회가 어떤 곳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세진회는 여태까지의 응보적인 관점이 아닌 회복적 사법의 정의 가운데서 사회의 범죄자들과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교정사역이에요. 처음에는 뭔지도 모르고 가입했는데, 10년간 가만히 보니 이건 꼭 해야겠더라구요.
 
쉽게 말하면 세진회는 나라에서 죄를 짓잖아요. 그러면 너는 10년이다 20년이다 법무부에서 판결을 내려 감옥을 보내놔요. 그런데요. 그 뒤끝은 어떤가요. 남편이 감옥에 가면 부인은 뭐먹고 살아요? 애들은 어떻게 되고 교육은 어떻게 되나요?
 
이런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으니, 교회 다니는 양심 있는 판검사들이 이 사람들을 돌보기 위해 만든 것이 세진회에요. 제일 높은 대법원장 같은 사람들이 세진회를 만든 거에요.
 
세진회 사역의 쟁점은 재범률을 낮추는 것과 자녀들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가에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안 계실 때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희들이 주로 교도소에 가거나 가족들을 돌보는 일들을 합니다.
 
그중에서도 교도소에 예배를 드리러 갈 때마다 놀라운 것은 교회에서의 예배를 볼 때보다도 교도소에서 예배를 볼 때 수감자들의 눈이 반짝반짝거리는 거에요. 그곳에 가면 기사에 나온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너무도 순수하게 예배에 집중하는 걸 봐요.
 
예배에 대한 태도는 보통 교회들보다 더 나을 때가 많아요. 게다가 그 사람들(수감자들)이 와서 찬양하는 걸 보면 아주 감격스럽고 감동적이에요. 예배가 끝나고 악수를 하면 몸 이곳저곳에 난 문신들을 보며 제가 ‘아유 이거 뵈기 싫어. 그만해.’하면 그들이 쑥스러워하며 ‘죄송합니다.’해요. 이런 순수한 모습들이 참 아이러니하죠.
 
그래서 전 아무리 죄를 졌어도(물론 죄값을 받는 것과 별개로) 예배에서 만큼은요, 찬송하고 말씀을 듣는 것을 모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죄만 보면 괘씸할 수 있지만, 예배를 통한 회복이 이후에 일어날 수 있는 재범을 막을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 2018 정기 연주회를 마친 알루스 남성 중창단. ©상도교회    

- 세진음악회, 세진회에서도 음악회가 열린다구요? 
 
“세진회에서는 일 년에 한 번씩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세진회 50주년이 되는 해인 올해는 세진 음악회가 제39회를 맞아 12월 4일 오후 7시 반에 서초동 사랑의교회에서 음악회를 열게 됩니다.
 
남자 한 팀, 여자 한 팀이 참여하는데 남자 팀은 여주 소망교도소에서 35-40명, 여자 팀은 청주여자교도소에서 40명 정도가 나옵니다. 나머지 사회에서도 나사로청소년의집 레인보우, 서울 바로크 싱어즈, 이화 챔버 콰이어, 명지 참 빛 선교단이 참여합니다.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학생들, 특히 신학생들이 많이 와서 들었으면 좋겠는데, 이곳에서 죄수들이 노래하는 것을 듣는다면 찬양이라는 것이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죄수들의 노래이지만, 전문성악가들의 노래와는 또 다른 감동이 있을 거예요.
 
아무리 음악을 전문적으로 잘해도 감동을 줄 수 없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데 작년 음악회에서도 ‘나는 훨훨 날아가고 싶어요’라는 곡을 여자 죄수들이 노래를 하니까, 보는 사람들 모두가 눈물을 흘리는 거에요. 죄수들 가운데 뛰어난 음대생 하나 없지만, 그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모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어요. ‘아 이런 음악도 있구나!’ 발견하게 될 거에요.”

▲ 세진회 이사장 취임식 이후 부인 이상심 권사와 함께©상도교회    

 - 세진회 활동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만남이나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세진회에서 잡지를 출판해요. 가끔 제가 거기에 편지를 쓰는데, 그 편지를 보고 수감자들이 연락이 올 때가 있어요. ‘나가면 꼭 한번 보고 싶다’라고요.”

▲ 한호기독문화협회가 시드니타운홀에서 개최한 선교음악회 전경. 시드니코리안필하모닉 합창단과 오스트랄리안 오케스트라가 협연했다.(2007. 5     ©크리스찬리뷰

 
▲ 주일예배(상도교회)를 마친 후 최승일 목사와 환담하고 있는 정지건 장로(왼쪽).     © 크리스찬리뷰

- 호주엔 어떻게 가게 되셨나요?
 
“제가 상도교회에서 장로가 되자마자 시작한 일은 주변 교회의 목사님들을 찾아가 함께 식사하는 것이었어요. 옆의 교회들이 서로를 알고 친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죠. 그렇게 다 함께 모여 시작된 것이 다섯 교회(노량진교회, 상도교회, 송학대교회, 남양교회, 큰은혜교회)의 연합이었어요.
 
우연한 기회로 다섯 교회의 목사님들과 함께 호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호주 이민교회를 만났어요. 당시만 해도 한인교회가 많지 않았는데, 호주 이민사회와 이민교회에도 연합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가만 보니 호주 사람들은 음악을 좋아하는데, 지원해주는 사람들이 없는 거예요. 그렇게 또 시작하게 된 것이 ‘할렐루야 찬양대’에요.
  
‘할렐루야’라는 말은 누구나 다 알잖아요. 그래서 ‘할렐루야’라는 주제를 가지고 호주 사람들을 불러 모아 찬양팀을 꾸리게 되었어요. 그렇게 호주의 10개의 교회가 모여 매년 한 번씩 음악회를 열었지요. 저는 매년 5만 불이라는 돈을 후원하며, 호주에 가서 음악회를 개최했어요.”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사역에 대한 전망이나 올 해 꿈꾸시는 비전이 있으신 가 궁금합니다.
 
또한 특별히 호주 이민사회에 대한 관심이 깊으신데, 이 잡지를 보게 될 크리스찬리뷰 독자들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한호기독문화협회 이사장을 맡으면서, 호주이민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그때만 해도 30~40개밖에 안되었던 이민교회들이 지금은 20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호주교회들과 협력이 잘되고 발전되었으면 좋겠어요. 사실상 서로 다양한 교파에서 이민온 목사님들이 합심하기란 쉽지 않고, 저 또한 5만 불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없어, 호주에서의 음악회도 중단된 상황입니다. 그래서 제 후임자 또한 나오지 않고 있어요. 
 
호주 할렐루야 음악회 활동이 지속될 수만 있다면, 호주 교민사회에 교회들의 분쟁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음악회의 가장 큰 장점은 호주사람들을 불러 함께 모을 수 있는 것이니까요.
 
호주 교민사회와 교회들에 대한 여러분들의 지속적이고 따뜻한 관심과 지원들이 필요합니다. 〠

글/정연희|크리스찬리뷰 객원기자 (한국)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광고
광고

  • 포토
  • 포토
  • 포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