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W 농촌지역 가뭄 호소 그 이후

글|주경식,사진|권순형 | 입력 : 2018/11/28 [17:28]
▲ 본지에서 모금한 가뭄 호소 성금을 더보 지역의 목축인 고든 씨 부부에게 전달했다.(사진 오른쪽부터) 권순형 발행인, 고든-오드리 부부, 객원기자 주경식 목사.     © 크리스찬리뷰

1902년 이후 1백 년 만에 찾아온 최대의 가뭄으로 인해 NSW주 지역이 100% 가뭄피해 지역으로 공식 발표되었고, 이후 이 소식을 접한 크리스챤리뷰사는 가뭄지역을 취재하기 위해 더보(Dubbo)를 방문했다(*자세한 기사는 크리스챤리뷰 2018년 9월호 참조). 

취재를 하면서 보고 느꼈던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 가뭄으로 인해 목축지의 땅은 타 들어가 누렇게 뜬 채 쩍쩍 갈라져 있었고, 풀을 뜯을 수 없는 양과 소들은 말라 비틀어진 모습이었다. 
 
다행히 민간구호단체들과 호주교회들에서 보내온 건초더미로 연명을 하지만 물기가 없는 마른 건초를 먹는 소와 양들은 물을 마셔야 하는데 오죽하면 걸을 힘이 없어 물 양동이 있는 곳까지 못 걸어오고 마른 땅에 누워있는 양들도 많았다.
 
우리가 취재했던 목축인 고든(Gordon Tremain)씨가 못 걷는 양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오토바이를 탄 채 무릎에 양을 싣고 운전을 해서 물양동이 옆에 양을 놓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 걷지 못하는 양을 오토바이에 태워 이동하는 목축인 고든 씨.     © 크리스찬리뷰

한인 교회와 커뮤니티의 도움
 
이런 기사를 내보내고, 한인교회들과 한인커뮤니티에 “NSW주 농촌지역 가뭄호소”기도 및 모금을 부탁했다. 사실 많은 한인들이 호주정부로부터 여러 가지 복지혜택들을 받으며 호주에 살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호주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큰 관심들을 못 두고 살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한인들이 한인 커뮤니티 안에만 머무르고 있고, 언어가 달라 이러한 소 식들을 심각하게 접할 기회가 적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 죽어가던 황토빛 들판이 초록 들판으로 다시 태어나 파릇파릇하다.     © 크리스찬리뷰

그러나 감사하게도 몇몇 한인교회들과 개인들이 모금에 동참해 주었다. 총 $4,820을 모금했다. 모금으로 동참하지 못한 분들도 기도로 도왔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 지난 8월 취재한 더보의 고든 씨 목장은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죽음의 농장이었는데(왼쪽 사진), 3달 후 다시 찾은 목장은 살아 있는 푸른 초원으로 변화되어 있었다.     © 크리스찬리뷰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스트라스필드 카운슬과 라이드 카운슬에서도 이미 뉴 사우스 웨일즈(NSW) 가뭄지역 농민들을 위해 큰 금액을 도네이션했다. 이런 정성들 때문인가?
 
본지에 모금된 성금을 전달하기 위해 지난 11월 18일 다시 더보 (Dubbo)에 도착해 목초지를 본 우리 일행은 파릇하게 돋아난 새싹들을 보며 감사의 기도가 나왔다.
 
지난 번 만났던 목축인 고든씨를 3개월여 만에 다시 만났다. 그때보다 수척해 보였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일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는 기자의 인사말에 감사하게도 많은 비가 오지는 않았지만 간간이 왔던 소량의 비로 목초지가 살아나고 민간 구호단체에서 도네이션 받은 건초더미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농장을 둘러 보았다. 아주 커다랗게 자란 파란 풀들은 볼 수 없었지만 군데군데 짧게 돗아난 파릇파릇한 새싹들을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지난 8월과 비교해 보면 굉장히 커다란 변화로 보여졌다.
 
지난 8월에는 많은 땅들이 누렇게 떠 죽어 있거나 심지어 가뭄에 땅이 쩍쩍 갈라져 있던 곳도 많았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땅에 습기가 있어 보였다. 심지어 파릇파릇한 풀들도 군데군데 보기 좋게 일어나고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감사가 일었다.

▲ 더보(Dubbo)지역의 목축인 고든 씨(왼쪽)와 부 오드리 씨 부부     © 크리스찬리뷰

농부의 또 다른 눈물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모금액 중 2천500불을 고든 씨에게 전달했다. 이것은 한인교회와 한인 커뮤니티에서 도네이션 받은 성금이고 이것은 한인들의 진심이라고 말을 보탰다.
 
성금을 받는 고든 씨와 그의 아내 오드리(Audrey Tremain)씨의 눈이 빨갛게 붉어졌다. 큰 금액이 아니어서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고든 씨와 아내 오드리 씨는 한인 커뮤니티의 진정을 받아들이는 것 같이 보여졌다.

▲ 푸른 초원으로 변한 들판에서 양떼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성금을 받아든 고든(Gordon)씨는 우리 취재진을 집안으로 안내했다. 잠시 커피라도 한잔하고 가라는 것이었다. 같이 동행했던 더보(Dubbo)에서 워킹홀리데이 학생들을 위해 사역을 하는 동원익 목사와 함께 고든(Gordon)씨의 다이닝 테이블에 앉았다. 
 
“지난 번 너희가 전화했을 때는 바람만 불고 비가 오지 않았다. 그 후 며칠 후에도 천둥만 치고 비가 오지 않더니만 한 두 주 후에 비가 조금 오기 시작했다. 아마 20mm 정도씩 몇 차례 내린 것 같다. 그것만 해도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던지... 저길 봐라 누런 땅이 제법 파릇파릇해지지 않았느냐? 너희가 시드니에 비가 내릴 때마다 잊지 않고 전화해줘서 고맙다.”
 
고든(Gordon)씨가 상기된 목소리로 고맙다고 연거푸 인사를 해온다. 그랬다. 더보(Dubbo)를 뒤로 하고 시드니로 돌아오는 날 리스고우(Lithgow)를 지나는데 비가 흩뿌려 반가운 마음에 거기도 비가 오느냐고 전화를 했다. 그 후로도 시드니에 비가 오려고 하면 그곳 상황은 어떤지 몇 번인가 전화를 했었다.
 
지난 8월에 우연히 모텔에서 만나 취재했던 아니타(Anita Burcher) 씨는 더보(Dubbo)에서도 300km나 더 내륙으로 들어가는 나이마지(Nymagee) 아웃백에 거주한다.
 
더보(Dubbo)로 향하기 전 우리가 11월 18일 더보(Dubbo)로 갈 예정이라고 연락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는 농장에 수입이 없어서 농장일 외에 다른 곳에서 12시간 교대로 일을 해서 올 수가 없다고 한다. 하는 수없이 그녀에게 계좌번호를 보내 달라고 했다.
 
계좌번호를 묻는 기자의 말에 설마했는데 자기에게도 성금이 전달된다는 말에 놀란듯 그녀의 목소리가 촉촉해졌다. 아마도 감격해서 목이 매인 듯하다.
 
아니타 씨에게 시드니제일교회 루디아 여선교회에서 추가로 보내온 5백 불 등 2차례에 걸쳐 2천 불을 송금했다. 
 
아래는 그녀가 보내온 메시지이다.

▲ 나이마지(Nymagee) 아웃백에서 목장을 경영하는 아니타 씨는 가뭄 성금을 전달받고 “한인 교회와 커뮤니티에 감사한 마음을 널리 전해 주길 바란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 크리스찬리뷰

“당신들이 다시 더보(Dubbo)로 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기쁘다. 하지만 나는 안타깝게도 농장에 수입이 없어 다른 곳에서 이번 주말부터 다음 수요일까지 12시간 교대작업을 하기에 갈 수가 없다.
 
그러나 너희 한인 커뮤니티에서 가뭄모금을 했다는 소식은 너무 놀랍다. 시간이 있으면 Newcastle Video Solutions에서 제작한 Drought effected sheep in Cobar (코바지역의 가뭄피해 양)을 한번 봐주면 좋겠다. 
 
짧은 동영상이지만 털 깎은 우리 농장의 양을 취재한 것이다.  다시 한번 너희 한인 커뮤니티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널리 전해 주기 바란다!” (Please extend my thanks for the amazing support your community has shown us).
 
비록 많은 액수를 모금하지는 못했지만, 한인 교회와 커뮤니티가 호주 농부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마음을 같이 하여 비 오기를 함께 기도할 뿐 아니라 모금에 동참해준 것이 고맙고 감사하다.
 
고든(Gordon Tremain)씨 부부와 아니타(Anita Burcher)씨에게는 한인교회와 커뮤니티가 그들의 참 이웃이라고 여겨질 것으로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해온다.〠
 
글/주경식|크리스찬리뷰 객원기자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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