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과 인도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In his heart a man plans his course, but the LORD determines his steps.”(잠언 16:9)
 
호주에 살다 보니 한국을 오가는 사람을 많이 봅니다. 예전에는 대한 항공 타고 시드니와 서울을 오고 가던 지극히 단순했던 여행 경로가 요즘은 많이 다양해졌습니다. 한국 국적기도 아시아나가 추가됐고, 호주의 퀀타스 항공을 비롯해,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홍콩, 등 여러 비행기를 타고 다양한 도시를 거쳐서 오고 갑니다. 
  
자기의 길을 계획하라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여행을 계획하는 일이 중요해집니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도중 어느 곳에 체류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이런 일이 없도록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여행사를 통해, 여러 형편을 고려해서 상의한 후 여행 또는 비행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통상은 출발지, 경유지, 목적지를 도착할 날짜에 맞춰서 설계하게 됩니다.
  
인생을 설계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자기 인생을 자기가 계획하고 살아가면 행복한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사실은 자기가 계획해서 자기 인생을 사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부모나 집안이 계획한 길을 갈 뿐인 사람도 있으니까요.
 
살아온 관성에 의해서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자기 계획에 맞춰 자기 인생을 사는 사람은 아주 성숙한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계획과 인도하심 
 
때로 자기의 길을 자기가 계획한다는 부분과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는다는 부분이 모순되는 듯 보입니다. “계획을 빈틈없이 철저히 한다”와 “계획을 다 내려놓고 인도하심을 기다린다” 사이에서 머뭇거려서는 안 됩니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철저히 계획하십시오. 그러나 하나님의 인도하심 앞에서는 아무리 철저히 세운 계획도 포기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선하신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상반되게 우리의 계획은 불완전하며, 때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역사할 수 없도록 기계적으로 설계될 수도 있습니다. ‘계획하다’라는 말의 원어 뜻은 ‘엮는다’ ‘꿰뚫다’ ‘짜다’ 입니다.
 
여기에서 ‘공작하다’, ‘음모하다’, ‘계산하다’, ‘상상하다’, ‘추정하다’는 뜻이 나왔습니다. 자꾸 계획하다 보면, 어떻게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한 발전입니다. 계획이 지나치면 음모가 될 수 있고 계획자는 괴물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계획할 것인가
 
계획은 사람이 세웁니다. 그러나 나의 계획을 하나님이 계획을 하시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해 하나님의 뜻을 따라 계획해야 합니다.
 
때로 다 이해할 수 없더라도, 하나님의 주권적 섭리에 순종하는 여유를 지니고, 드러난 말씀의 직접적 간접적 지시를 따르고, 주변 환경과 사람의 필요를 잘 분별해서 행하려 한다면, 내가 충분히 계획하면서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충분히 수용하는 계획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로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섭리하시고, 우리가 분별하여 행하는 모든 일이 합력하여 결국은 선을 이루게 된다는 사실을 믿습니다(로마서 8:28). 그래서 앞을 보며 내가 계획하면, 뒤돌아볼 때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보게 됩니다. 
 
‘인도하다’는 원어의 기본 의미는 ‘세운다’이고, 여기에서 ‘고정하다’, ‘확정하다’, ‘적용하다’, ‘지시하다’, ‘제공하다’, ‘적합하다’ 등의 온갖 좋은 의미가 파생했습니다. 계획하는 삶이 가질 수 없는 훨씬 많고 좋은 축복이 그 안에 있으니, 철저히 계획하시되, 인도하심을 따르십시오. 당신의 계획이 인도하심을 중히 여기고 세운 계획이라면, 하나님도 그 계획을 기뻐하시며 인도하실 것입니다.
 
“주여, 자신의 삶을 낭비하지 않는 철저한 계획자 되게 하시고, 우리보다 우리의 삶을 더 잘 아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순종자 되게 하소서.”
 
믿음 위에 자신을 세우고 성령으로 기도하는 나의 사랑하는 이, 소명인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현저히 보이는 철저히 계획된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

서을식|버우드소명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