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 우리 손에 오기까지

성경의 정경화 과정

주경식/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8/12/28 [12:31]
신학은 ‘성경’만 가지고는 할 수 없는 학문임을 이미 앞에서 살펴보았다. 성경이 신학의 중요한 자원 (resource)임은 분명하지만, 신학을 하기 위해서는 성경 이외에 ‘전통(역사)’, ‘경험’, ‘이성’도 신학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자원(resource)임을 알았다.
 
그러나 신학의 여러 가지 자원 중  성경은 가장 핵심 되는 자원임에는 분명하다. 성경이 없이는 우리는 바른 하나님 상(想)을 그릴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성경을 특별계시라고 부르는 것이다.
 
유한하고 제한적인 인간이 어떻게 무한하고, 초월적인 하나님을 알 수 있을까? 그것은 하나님 당신 스스로 인간의 역사 안으로 들어 오셔서 자신을 드러내 보여 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당신 스스로 드러내 보이신 것을 ‘계시’(revelation)라고 부르고 특별히 성경이라는 보물을 통해서 인간의 역사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신 것을 우리는 ‘특별 계시’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성경은 하루 아침에 이 땅에 떨어진 것은 아니다. 성경이 “정확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우리에게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초대교회의 오랜 역사적 과정들을 거쳐서야 비로소 정경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먼저 이것을 신학적인 용어로는 ‘성경의 정경화’라고 부른다. 초대교회가 신앙의 규범과 표준으로 삼는 성경의 정경화 작업에는 몇 가지 원칙들이 있다. 누가의 말대로 초대교회 당시에는 예수에 관한 이야기들을 기록하려고 붓을 든 사람들이 많았고 초대교회는 실제로 여러가지 문서들이 유통되었다.
 
우리 중에 이루어진 사실에 대하여 처음부터 목격자와 말씀의 일꾼된 자들이 전하여 준 그대로 내력을 저술하려고 붓을 든 사람이 많은지라.(눅 1: 1-2)
 
신약성경의 정경화
 
초대교회는 예수에 관한 교훈과 행적들이 사도들을 통하여 구전(입으로 전해진 이야기)으로 전해졌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남에 따라 사도들이나 예수에게서 직접 말씀을 들은 사람들이 하나, 둘씩 죽기 시작하자 기록의 필요성을 느끼고 제법 많은 사람들이 붓을 들어 기록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도  꽤 많은 문서들이 초대교회 때 유통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붓을 들어 예수에 관한 이야기들을 기록했다고 다 정경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그 가운데는 허무맹랑한 문서들도 많았고 신빙성이 의심되는 문서들도 있었다.
 
초대교회의 고민은 유통되는 이 문서들 가운데 어떤 것이 정확 무오하고 신앙의 표준으로 삼을 수 있는 문서 인가를 가려내는 일이었다. 다시 말해  정경으로 구분하는 작업이 초대교회가 당면한 시급한 문제였었다. 원래 정경(canon)이라는 말은 그리스어 카논(kanwn)에서 왔는데 이말은 ‘곧은 막대기’라는 뜻이다.
 
카논은 칸나(canna), 즉 갈대 (reed) 라는 말에서 파생된 용어인데, 갈대는 인류가 제일 처음 무엇을 재는 척도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그러므로 정경이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다른 것들과 비교해 볼 때 표준(standard)이 되고 신뢰할 만한 규범과 모범이 된다는 의미이다. 초대교회는 많은 문서들 가운데 신앙의 규범과 표준으로 삼을 만할 문서들을 어떻게 구별해 낼 것인가를 두고 오랜 기간 동안 고민해 왔다.
 
교회가 성도들의 신앙의 표준으로 삼을 정경으로 구분하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무려 교회가 세워진 지 3세기 반이 흘러서야 카르타고 회의(397)에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신약 성경 목록인 신약성경 27권을 정경으로 결정하였다.
 
정경 결정은 어떤 개인이나 교회공의회에서 독단적으로 결정된 일이 아니었다. 모두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정경 결정은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성령께서 역사하셔서 이루어진 일이라고 받아들인다.
 
정경 결정은 당시 초대교회에서 먼저 거룩한 책들로 인정받아서 수용되어져 읽혀온 책들을 선별하였고 후에 공의회들을 거치며 교회회의에서 이를 인정하는 자연스러운 역사적 흐름을 통해 결정된 것이다.
 
4백 명이 넘는 초대교회의 감독들은 오랜 세월 동안의 긴 회의 과정을 거쳐 정경을 가리는 몇 가지 중요한 원칙들을 세웠다.  정경을 결정하는 데에는 중요한 세 가지 원칙이 있었다.
 
첫 번째는 사도성이다. 즉 사도들과 직접, 간접으로 영향을 받아 기록된 책인가?가 중요한 원칙이었다.
 
정경의 표준원칙으로 사도성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예수께서 택하신 사도들은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먹고 마시고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불리움을 받은 특별한 교제권 안에 있던 제자들이었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목도한 자들이었고 하나님의 신적인 대리자로 그리스도에 의해 파송받은 자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전한 내용은 독특한 의미와 권위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사도들의 기록만 정경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었다. 사도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사람들에 의해 기록된 문서도 사도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정되었다. 마가나 누가 그리고 예수의 동생 야고보는 초대교회의 사도는 아니었지만 그들이 기록한 문서를 정경 안에 포함시킨 것은 그러한 예들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보편성이다. 그동안 교회에서 보편적으로 거룩한 책으로 인정을 받아 읽혀져 왔는가이다.
 
누가의 기록대로 초대교회 때 예수의 행적을 기록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붓을 들었고 많은 신앙문서들이 그리스도인 공동체 안에 유통되었다. 이처럼 초대교회에서는 다양한 신앙문서들이 각 시기와 장소에 따라 자유롭게 읽혀지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각 지역의 공동체안에서 자연적으로 통일된 인식들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신앙문서가 성도들을 거룩한 그리스도인의 생활로 인도하는 것을 보고 성도들은 신적인 권위가 신앙문서에 있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자연스레 그것을 통하여 성경은 스스로 초대교회 공동체 안에 남을 수 있게 되었다. 초대교회의 공동체 안에서 성도들에게 신앙의 표준을 제시하고 구원과 삶에 영향을 끼친 문서들이 스스로 보전되어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세 번째는 신적인 권위를 입증하는 증거가 있는가? 다시 말해 하나님의 영감(성령의 영감)으로 기록된 책인가이다. 
 
성경은 스스로 성령에 의해 기록된 책임을 천명한다(딤후 3:16-17, 벧후 1:21). 그렇기 때문에 초대교회 공동체는 문서들을 회람하는 가운데 자연스레 신적인 영향력이 있는 문서들을 가려낼 수 있었고 그 문서 스스로 하나님의 말씀임을 천명하는 성경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성경을 읽음으로 하나님을 발견하게 되고 성령의 도움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자로 깨닫게 되며, 신앙의 진리를 확신하게 될 때 그 문서들은 정경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반면에 정통적인 신앙에 배치되거나 터무니없고, 허황된 이야기들로 가득찬 문서들은 자연스럽게 공동체 안에서 안 읽혀지고 제외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성경 스스로가 성령의 영감으로 기록된 신적인 권위를 스스로 입증하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긴 역사적 과정들을 거치면서 신약성경 27권이 정경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물론 신앙인들은 이런 역사적 과정도 하나님의 주권 하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믿음으로 받아들인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딤후 3:16)
 
예언은 언제든지 사람의 뜻으로 낸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의 감동하심을 받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받아 말한 것임이라.(벧후 1:21)
 
구약성경의 경우
 
구약의 경우는 신약과는 다르다. 초대교회에서는 이미 유대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구약에 대하여 인정하는 태도가 있었다. 많은 신약성경에서 구약성경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간주하고 언급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독교가 유대교로부터 상속받은 것은 구약성경이다. 비록 예수 그리스도를 메시아로 받아들이는 데는 실패했지만 유대인들은 구약성경을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선민인 자신들에게 주신 약속의 말씀으로 받아들였다. 지금도 유대인들은 누구든지 구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구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은 구약성경에 대한 예수 그리스도의 태도이다. 예수께서는 친히 구약 읽기를 즐겨하셨으며 구약의 예를 들어 자신의 사역을 증명하셨다.
 
신약의 많은 부분에서 예수께서 구약을 언급하며 구약에 기록된 언약의 말씀이 자신을 통하여 어떻게 성취되었는지 보여 주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예수 당시와 교회 초기 시기에는 구약이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39권 성경목록으로 아직 정경화 된 시기는 아니었다. 주후 70년 예루살렘 멸망과 성전이 불타 없어지게 됨으로 유대인들은 그들의 신앙중심을 성전중심과 제사중심에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중심으로 바꾸어야만 했다.
 
그래서 그 당시 유대교에서는 거룩한 문서들로 읽혀지었던 책들은 있었으나 지금의 구약 39권의 목록으로는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AD 90년경 얌니야에서 열린 얌니야 회의로 지금의 구약성경 39권을 확정하게 되었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초대교회에서는 유대교에서 형성된 39권의 구약을 자연스럽게 구약정경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주경식|크리스찬리뷰 편집국장, 호주비전국제 대학 Director, 전 시드니신학대학, 웨슬리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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