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화
 
김훈/크리스찬리뷰

Q: 내 남편은 합리화를 너무 잘 합니다. 무슨 잘못을 했어도 다 합리화하면서 피해갑니다. 그런 남편을 보며 화가 나기도 하고 늘 그런 모습으로 외롭게 살아가는 모습이 아주 가끔은 처량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요?  

A: 심리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프로이크의 정신 분석 이론 중에는 ‘방어 기제 (defence mechanism)’라고 하는 대표적인 개념이 있습니다. 방어기제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외부 사람들이 자신의 갈등을 보지 못하도록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속이는 술책을 말하는 것인 데 그 중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삶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어 기제 중 하나가 ‘합리화’입니다.
 
합리화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들의 문제 행동 및 사고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은 문제를 고치는데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문제의 뿌리를 알아야 그 문제의 근본적인 것을 다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의 원인이 합리화로 가려질 때에는 문제를 다룰 수 없게 됩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문제는 존재할 수 밖에 없고 그것에 대해서 이해해 주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됩니다. 물론 문제 상황을 이해하고 고통을 공감해 주는 것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한 성인이 어린 시절의 이성에 의한 성추행이나 성학대의 두려움으로 인해서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동성애를 선택한다고 할 경우 마땅히 그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이나 경험에 대해서는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 바른 것이거나 꼭 선택해야 하는 삶 또는 동의해야 하는 삶이 아닐 수 있습니다.
 
진정으로 자신이 가진 문제를 고치기 위해서는 ‘나는 이렇기 때문에 이럴 수 밖에 없어’라고 하는 ‘합리화’라고 하는 방어 기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합리화는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직면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리고 성장을 위한 변화를 회피하게 할 뿐 아니라 자신의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게 합니다. 인류 최초의 합리화는 성경의 ‘아담’의 말을 통해서 볼 수 있습니다.
 
아담에게 생명 나무의 열매를 왜 따먹었냐고 물어 보았을 때 아담은 대답합니다. “당신이 주신 여인이 따 먹으라고 해서 먹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나님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용서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와에게 그 책임을 전가시켰습니다. 이처럼 합리화는 자신의 잘못된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변화해야 하겠다는 의지 대신에 환경이나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게 만듭니다.
 
필자는 종종 상담자들을 수퍼비젼합니다. 사례들을 듣고 상담자가 좀 더 효과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끔 초보 상담자들이 혼란스러움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분명이 심증으로는 그리고 내담자의 증상을 통해서는 내담자의 문제가 보이는데 말로 합리화하는 내담자로 인해 내담자는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을 뿐더러 문제를 직면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 청소년이 자신은 부모님과 사이가 아주 좋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부모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희생을 많이 하고 있는 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부모님과의 좋은 기억을 이야기해 보라고 하자 좋은 기억을 하나도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사실은 그리 좋은 관계는 아니지만 부모님과 사이가 좋다고 합리화하는 것으로 인해, 내담자로 하여금 부모님과의 관계의 진실을 직면하지 못하게 한 것입니다.
 
한국의 한 이단교회 목사의 유명한 예화가 있습니다. 그는 LA에 가서 도박을 하면서 아주 많은 돈을 잃어 버리고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분은 교회 강단에서 “내가 교회 건축을 위해 얼마나 고민이 많았으면 도박을 다 했겠냐”라고 했다고 합니다. 전혀 합리적이지 못한 합리화의 모습입니다.
 
누구나 모든 일과 선택에 있어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를 위해서 그리고 진정한 나를 만나기 위해서는 합리화를 벗어 버릴 수 있는 용기와 진실을 직면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김훈|호주기독교대학 학장, 호주 한인 생명의 전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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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2/28 [12:36]  최종편집: ⓒ christian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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