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김훈/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9/02/26 [12:30]

Q: 저는 모든 사람들에게 잘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 사람들 안에서 칭찬도 받고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지만 제가 자유롭지 못하고 잘 거절도 못하는 모습이 너무 싫습니다. 왜 나는 나의 주장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맞추어 주며 살고 있는지 왜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고 있는지 내 자신이 한심하고 답답하네요.

 

A: 많이 힘들고 어려우실 것 같습니다. 심리검사 중에 ‘에고 그램’(ego gram)이라고 하는 교류 분석 심리 치료에서 창안된 자아상태를 파악하는 검사 도구가 있습니다. 그 검사 도구의 한 측면은 우리 안에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측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건강한 사람은 ‘자유로운 아이’의 모습이 ‘순응하는 아이’의 모습보다 조금 더 점수가 높습니다. 사회에 너무 순응하기보다는 소신있고 조금은 자유롭게 살아가야 건강하다는 것입니다.
 
자유로운 아이의 점수가 너무 높게 나오면 그 사람은 자기 중심적인 사람이어서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유아독존’ 적이 성향이 있는 사람인 반면 ‘순응하는 아이’의 점수가 너무 높게 나온 사람은 자아가 없고 다른 사람에게 의존 성향을 보이는 사람입니다.
 

저의 내담자는 에고 그램을 처음 검사했을 때 ‘순응하는 아이’의 점수가 ‘ 자유로운 아이’의 점수보다 더 높게 나왔습니다. 그 이유는 어렸을 때의 철없이 어리기에 당연히 몰라서 일어났던 사건으로 인해 크게 혼이 났습니다. 아직도 그 사건이 생생하게 기억날 만큼 본인에게는 평생의 삶을 지배하는 큰 사건이었습니다. 이렇게 사회화 과정에서 자유롭고 눈치 없는 신성한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존중을 받기보다는 잘 하지 못한 것과 실수에 대해서 부정적 피드백을 많이 받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아파하고 힘들어 하시는 분들을 상담을 통해서 살펴보면서 그분들이 했던 철없던 행동들을 보며 어른들이 야단을 치기보다는 잘 타일러 주거나 재미있게 웃어 주거나 또는 기발함에 감탄해 주며 그 상황에 나타난 창의력에 기뻐해 주었다면 현재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생각해 보면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그런데 여전히 그런한 일들이 우리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더욱더 가슴이 아픈 일이라 생각합니다.
 
‘상처입은 내면 아이 치유’의 저자 존 브레드 쇼는 어린 아이들 모두에게는 신성하고 놀라운 (wonderful) 내면 아이의 모습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것은 경이로움과 낙천주의, 순진함, 의존성, 감정, 쾌활함, 자유로운 활동, 독특성, 사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놀라운 아이가 자라면서 상처와 학대 및 수치감 등으로 서서히 그 가치로운 것들을 잃어버리고 눈치 보며 순응하며 수치심과 죄책감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어린아이들에게 있는 놀라운 긍정적 가치들은 사라져서는 안되고 더 많이 계발되고 다듬어져야 하는 좋은 성품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아이들의 좋은 특성들을 없애려고 했던 나쁜 존재가 어른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상처들을 경험하게 된 아이들은 아쉽게도 상처와 함께 자신에게 있는 귀한 좋은 점들도 잃어버리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사라진 경이로운 내면 아이의 모습을 어른이 된 이제라도 찾고 싶어서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특히, 중년기가 되었을 때 하는 돌발행동들은 어쩌면 깊은 무의식 속에 자신에게 사라진 경이로운 내면아이의 모습을 찾고 싶어서 나타나는 과잉 행동들이 아닐까라고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잃어버렸지만 아직도 내 안에 남아 있는 경이로운 아이의 모습을 지금이라도 끄집어내어 더 많은 사랑을 표현하고,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자유로움을 누리며, 순수함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훈|호주기독교대학 학장, 호주 한인 생명의 전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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