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 컴플렉스

김훈/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9/03/29 [10:16]

Q. ‘나는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해’ ,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어떻하지’ , ‘사람들로부터 거절을 당하는 것은 너무나 끔찍한 일이야’, 또는 ‘사람들에게 페를 끼치면 안돼’ ‘ 모든 사람들을 사랑해야 해’ 라는 것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그래서 너무 피곤하고 힘드네요.

 

A. 착한 사람 컴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은 과거의 잘못된 경험으로 인해 형성된 독특한 신념이 있어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려고 애쓰면서 살아간다. 이들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는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특히, 종교적인 틀 안에서 사람을 사랑하고 미워하면 안되고 용서해야 하고 존중해야 하며 상처를 주면 안된다는 교육을 받은 사람들, 또는 엄격한 부모 밑에서 부모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 늘 순종을 하면서 살았던 사람들에게서 또는 어린 시절의 외상으로 인해 이런 컴플렉스가 나타나기가 쉽다.
 
이 사람들의 실제는 자기 중심적인 사고 안에서 거절받지 않고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사람들에게 사랑의 행동을 행하는 것일 수 있다. 어찌보면 진정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보다는 자신을 위한 자기 중심적 목적을 가지고 타인에 대한 사랑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고 헌신적이고 착한 사람들이 모두 이기적인 자기 중심적 태도에서 착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인정이 없이도 인류를 위한 거룩한 희생과 숭고한 정신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컴플렉스를 극복하고 더 한층 나아가 자아실현과 인류 공헌의 높은 차원으로 자신을 승화시켜서 진정한 인류애에 도달하며 인간 사회에 깊은 기여를 하는 경우가 있다. 마더 테레사와 같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많은 사람들은 ‘착한 사람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원치 않지만 친구가 하는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보증을 섰다가 고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같이 가기 싫은데 옆집 사람이 부탁해서 소개팅을 대신 나가서 황금 같은 주말 시간을 다 보내고 피곤에 지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은 학교에서 시험을 쳐야 하는데 친구를 데려다 주다 늦어서 학점을 못 받고 낙제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나이든 병든 할머니를 모시느라 젊은 시절을 다 보내고 가난하고 외로운 중년의 삶을 살아가면서 신세 한탄에 이른 사람도 있다.
 
자신이 원하고 느끼는 것은 무시한 채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온갖 책임을 지면서 살아왔는데 자신이 지불한 대가가 너무나 큰 것을 본다.
  착한 사람 컴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은 사람들의 작은 인정과 칭찬에 목말라하고 그 인정과 칭찬이 있을 때는 더 많은 희생과 봉사를 하면서 자신이 얼마만큼 지치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지를 모른다.
 
그렇다. 타인의 인정과 칭찬을 받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계속되거나 큰 손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 되면 그때 자신을 인정해 주지 못하는 타인으로 인해 원망과 분노가 생겨나게 된다. 그럴 때 용기가 없는 착한 사람은 갑자기 하던 일을 그만두어 버리고 잠적해 버리거나 관계를 단절해 버린다.
 
때로 용기가 있는 사람은 타인에게는 화를 내지 못하고 가까운 가족이나 아주 가까운 친구에게 분노를 홍수처럼 쏟아내게 된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내는 착한 사람으로 인해 당황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인정과 칭찬을 받기 위해 착한 사람이 꼭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할 수 없는 일에 ‘노’라고 말하고 할 수 있는 일에 ‘Yes’라고 말하며 나의 경계선을 지키고 그리고 타인의 경계선을 존중할 때 훨씬 더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타인의 필요를 위해 나의 감정이나 생각을 무조건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필요를 존중하되 나를 존중하여 필요하다면 정중하게 거절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착한 사람’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이다. 모든 사람을 사랑함으로 진정성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몇 사람이라도 친밀한 관계를 건강하게 세워나가는 사람이다.〠


김훈|호주기독교대학 학장, 호주 한인 생명의 전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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