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신음에도 귀 기울이시는 하나님
집시들에게 음악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통로로...
 
노인영/크리스찬리뷰
▲ 동유럽 헝거리 집시 자녀들에게 간식을 함께 나누며 복음을 전하는 노인영 선교사 ©노인영  


부르심과 정착


2016년 4월 헝가리 선교사로 파송돼 어느덧 3년이 되었다. 16년째 사역하고 계신 선임 선교사님을 보며 존경심이 저절로 든다. 하나님이 부르시고 사명 주셔서 뜨거운 마음으로 선교의 길로 왔지만 부딪히는 외국의 현실은 녹녹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물론 시행착오를 겪으며 살아가는 중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북동쪽으로 250km 정도 떨어진 샤토러여우이헤이(sátoraljaújhely)라는 곳이다.
 
헝가리 인구 1천만 명중 10%인 100만 명이 집시이다.그 중 3천여 명의 집시가 우리가 사는 이곳에 살고 있다. 사실 우리는 선교의 ㅅ 글자도 잘 모르는 초짜 선교사이다.
 
하나님이 주신 음악적 재능으로 일하고 먹고 살던 우리에게 하나님의 갑작스런 부르심이 있었고 거기에 즉각적으로 순종해서 선교사로 파송 받았다.
 
“땅 끝까지 이르러 증인이 되라”(행 1:8)는 말씀에, “가라”(마 28:19)는 말씀에, “창조한 자를 오게 하라”(사43:7)는 말씀에 순종한 것이다.
 
집시들을 처음 만났을 때 우리 가족은 억지로 숨을 참아야만 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외국인에게 느꼈을 암내... 그런 냄새... 그것보다 한 차원 더 힘든 집시만의 특유의 냄새, 집안에 물이 나오지 않아서 자주 씻지도 못하고 옷도 깨끗하게 빨지 못해서 나는 특유의 냄새... 아직도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조금은 익숙해지고 있다.

 

▲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 부르는 집시 청소년들 ©노인영    

 

▲  펠슈레그메츠 지역의 집시 교인들이 예배를 마친 후 마당에서 교제하고 있다. ©노인영    


우리는 집시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통로로 음악을 가르치며 사역하기 위해 이곳에 온 평신도 선교사이다. 그러나 일 년을 함께 동역하며 지내보니 재능있는 집시들을 찾는 일이 어려웠다.
 
어쩌다 재능있는 집시를 발견해도 끈기도 없고 열심히 하려는 의지도 없다보니 매번 우리의 시도는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집시에 대해 잠깐 소개하자면 북부인도에서 발생되어 유럽을 중심으로 유랑생활을 하는 민족이다. 헝가리 집시들은 대부분 정착 집시로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다.
 
헝가리인들은 백인이고 집시들은 흑발, 흑안이다. 헝가리에서 3년간 살아보니 집시들은 헝가리인들에게 천대받고 무시당하며 살고 있었다. 몇몇 헝가리인들과 얘기를 해봐도 집시에 대한 반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집시민족의 게으름과 여러 가지 생활태도들로 인해 생기는 반감이었다.
 
이방인인 우리의 눈에도 집시의 그런 단점은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 사실이라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민족성을 인정해 주어야 하는 것인지 계속해서 변화하도록 종용해야하는 것인지 가끔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헝가리에는 교회가 마을마다 잘 세워져있다. 하지만 집시들은 교회에 못 가기도 하고 안가기도 한다. 위에서 말한 대로 헝가리인들의 보이지 않는 멸시와 무시 속에 주눅 들고 그런 눈치를 보며 예배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집시들은 하나님을 알 수도 없고 믿을 수도 없는게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를 이 땅에 보내셨구나 다시 한번 확인하기도 한다. 하나님은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으신다는 걸 새삼 깨닫는 중이다.
 
어느 날 우리 딸 은혜가 학교에 다녀오더니 울면서 얘기했다. 아이들이 너는 한국집시냐고 했다는 것이다. 우리도 백인이 아닌 황인종이니 그렇게 보여질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부모로서 마음이 짠했다
 
우리 딸 은혜는 초등학교 5학년 나이(12살)에 헝가리에 왔다. 학기제가 다르기에 4월부터 9월이 될 때까지 학교에 갈 수 없었다. 그리고 헝가리 언어를 못하기에 학교규정상 1학년으로 입학해야만 했다.
 
6살의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하는 은혜는 선생님처럼 키가 커서 학교에서 찍어오는 사진을 볼 때 나의 마음이 안쓰러웠다. 그래도 밝게 아이들을 도와주며 일 년을 잘 지내주었다.
 
1학년을 마치고 방학 동안 월반 시험 준비를 했고 열심히 해준 덕분에 지금은 키도 조금 비슷한 5학년에 다니고 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자기 친구 또래보다 3년이나 낮은 학년이지만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고 아이에게 얘기해 주고 있다.
 
아이들의 학습능력은 정말 뛰어난 듯하다. 우리 부부는 아무리 열심히 외워도 금새 잊어버리는데 은혜는 한번 듣고도 쉽게 따라한다. 그래서 은혜는 더 많이 힘들다. 왜냐면 엄마 아빠 사역에 때로는 통역도 해주고 설교원고 틀린 곳도 봐주며 바이올린으로 찬양반주도 돕는다.
 
하나님께서 왜 이리 늦은 나이에 우리를 사역자로 부르신 걸까? 하는 의문을 품기도 하지만 그래서 우리에게 아주 큰 동역자 은혜를 딸로 주셨구나 하는 생각에 큰 위로가 된다.

 
사역의 시작

 
2017년 4월 헝가리에 온 지 일 년이 되던 부활주일 계란을 삶아서 집시마을로 전도를 나갔다. 선임 선교사가 계신 지역을 떠나 샤토러여우이헤이로 이사하게 되었고 한국 사람은 우리 가족 셋뿐인 곳에서 우리 가정의 첫 사역이 시작된 것이다.
 
이날 이후 날마다 집시 아이 한 명이 우리 집을 찾아왔다. 어떤 날은 보드게임도 하고 어떤 날은 과자도 먹고 함께 교제하기 시작했다. 동생도 데려오고 친구도 데려오며 시작된 주일의 모임, 딱딱한 예배가 아닌 서로 사랑을 나누는 친목을 목표로 한 모임이었다.

 

▲ 오인영 선교사가 집시 어린이들에게 악보 읽는 법과 음악을 지도하고 있다. ©노인영    


찬양을 가르치고 함께 축구도 하며 초대교회와 같이 과자와 음료를 나누어 먹으며 지냈다. 한 번은 소포로 받은 라면을 끓여주었는데 이들의 입맛엔 많이 매웠던 모양인지 많이 좋아하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우리에겐 귀한 것이었지만 이들에겐 맛이 없는 것이라니...
 
서로의 문화가 다름을 인정해가는 큰 계기였다. 그렇게 일 년을 지내면서  아이들이 늘어나서 장소가 비좁아 여러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집을 보수공사하고 넓힐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그곳에서 40여 명의 아이들과 함께 예배하고 있다. 

 
두 번째 사역지 펠슈레그메츠(felsöregmec)

 
어느 날 보수 공사를 돕던 집시형제(졸리)가 12km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쉬워하며 이사심방을 하게 되었는데 그 마을(felsöregmec)은 집시들이 대부분이고 헝가리인은 손에 꼽을 만큼 사는 곳이었다.
 
하나님은 졸리 형제의 이사를 통해 펠슈레그메츠에 사는 집시들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미리 예비해 놓으신 것 같았다. 그렇게 시작된 졸리 형제 집에서의 예배, 처음엔 비좁은 방에 모여 5명 식구로 시작된 예배가 20여명으로 늘어났고 집이 너무 좁아 집 앞마당에 서서 예배하며 일 년을 여기저기 전전하다가 감사하게도 이번에 교회 처소를 마련하게 되었다.
 
마당에서 드릴 때 혹여 비라도 올까봐 걱정했고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말도 찬양도 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하나님은 이곳저곳 전전하며 예배하던 우리를 불쌍히 여기셨던지 한 자매를 통해 교회처소를 마련할 물질을 주셨다.
 
성경에 나오는 과부의 두 렙돈....
 
헌금한 이 자매 역시 과부이며 아들과 함께 넉넉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누구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전부를 하나님께 드린 것이다. 선교사로 살면서 하나님은 정말 우리의 작은 신음에도 귀 기울이고 계심을 날마다 느낀다.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많은 사소한 일들이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있었다. 다 기록할 수 없지만 때를 따라 도우신 하나님의 은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야하나 하는 순간들도 있었다.그때마다 붙잡아주신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일,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일, 그건 바로 땅 끝까지 이르러 증인이 되라는 말씀이다.
 
이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맡은 자리에서 복음을 전하고 선교사를 위해 기도하는 무릎선교사, 사명 받아 선교지로 나아가는 파송선교사로서의 사명들을 잘 감당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기도제목

  1. 홍택수, 노인영, 홍은혜 우리 세 식구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성령충만
  2. 펠슈레그메츠교회가 잘 설립되고 정착하도록
  3.집시들 중 믿음있는 리더들이 세워질 수 있도록
  4.집시합창단 창단을 위해 인재들이 발굴되도록
  5.집시사역에 필요한 물질과 기도의 후원이 부족함이 없이 채워지도록

 
2019년 4월

  헝가리 집시 선교사 홍택수, 노인영, 홍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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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4/29 [12:52]  최종편집: ⓒ christian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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