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판문점 깜짝 회동에 부쳐

주경식/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9/07/29 [15:33]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북쪽 지역으로 넘어갔다 함께 남쪽으로 넘어오고 있다. ©국민일보    

 


경박한 언론의 평가

 

지난 6월 30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을 했다. 트럼프는 본인 스타일로 주류 언론들을 통하지 않고 트위터를 통해 제안을 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받아들임으로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만남이었다.
 

이것을 두고 언론에서는 많은 말들이 오고 갔다. 그간의 트럼프의 행보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미국의 언론들은 긍정적인 보도보다는 ‘깜짝쇼’니, ‘차기 대선을 바라보고 하는 정치적인 쇼맨십’으로 폄하하려고 하는 보도들을 내놓았다. 한국의 보수 언론들과 남북한의 화해와 한반도의 통일을 반가워하지 않는 세력들도 이 ‘역사적인 현장’과 ‘극적인 재회’보다는 트럼프 깎아내리기에 열을 올리기에 바빴다.
 
이런 언론들은 군사적 대립으로 늘 긴장이 감돌고 있는 비무장지대에 군복이 아니라 양복을 입고 나타난 문 대통령과 트럼프의 상징적 의미를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는 것일까? 
 
기자도 개인적으로는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함부로 내뱉는 거친 말들이나, 그동안 걸어왔던 그의 도덕적인 품성들을 볼 때 미국의 제일 지도자로서는 품성과 인성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북쪽 판문각으로 향하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국민일보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미국의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한반도의 문제에 호의적이며 깊이 관여하고 있다. 모든 언론사들이 동의하듯이,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판문점을 넘어 북쪽의 땅을 밟은 대통령은 트럼프가 처음이었다. 비록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그이지만, 트럼프이기 때문에 이런 역사적 순간이 이루어진 것이다.
 
휴전선을 가운데 두고 남한과 북한이 갈라진 지 벌써 70년이 되었다. 이러한 슬픈 역사 앞에  화해의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안타깝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화해의 무드가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에 온 것이다.

 
역사적인 순간, 역사적인 날

 

▲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끝내고 나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국민일보    


그러므로 2019년 6월 30일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할 수 있다.  평범하지 않은 트럼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트럼프는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을 만나 북쪽 땅을 밟은 후 김정은과 함께 남쪽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문 대통령과 함께 남·북·미 3국의 정상이 판문점에서 함께 회동한 것이다.
 
이것은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해 세계사적으로 기념비적인 날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은 트럼프와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은 좋지 않은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좋은 만남을 개척하는 트럼프의 남다른 용단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덕담했고 트럼프는 후에 “오늘 일어난 일은 한국에 좋은 일이고 북한에도 좋은 일이고 전 세계에도 좋은 일이다.” 라고 선언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지난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에 물꼬를 트는 역사적인 순간이고 무엇보다도 한민족에게는 감격스러운 날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트럼프가 기지를 발휘하여 김정은을 갑자기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문재인 정권하에서 형성된 남북한의 최소한의 신뢰가 쌓여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랫동안 한국의 정권은 미국적 시각을 가지고 북한을 바라보았고, 그 시각이 고착화되는 데에는 군사정권의 영향이 지대했다. 심지어 이명박, 박근혜 정권하에서는 전쟁설까지 맴돌았다.
 
한국의 보수집단은 한반도 평화는 오직 전쟁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북한을 궁지에 몰아 아사시켜야 한다는 비인도적인 말들도 내뱉고 있다.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가? 같은 민족을 아사시켜 말살시켜야 한다는 말들이 어떻게 나올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러한 호전적인 말들은 그동안의 군사정권하에서 반공을 국시로 삼아 북한을 뿔 달린 악마로 묘사하여 정권유지를 해왔던 발로이다. 
 
이러한 생각들은 이승만이 미군정을 등에 업고 사용한 말들이며, 박정희, 전두환 군사 독재정권이 자신들의 권력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을 탄압하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이다. 이들은 자신의 정권유지를 위해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몰아 수 없이 죽였으며, 순진한 국민들에게 북한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조성해 여론을 이끌어 왔다. 
 
이러한 역사를 계속 이어가자는 자들은 증오와 분리의 정치를 이용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기회주의 집단인 것이다.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언론이 되어야

 
트럼프가 자신의 차기 대선을 위해 교활하게 지금의 한반도국면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함에도 한반도의 영구 평화와 남북의 평화통일을 위해 우리는 트럼프가 필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언론은 이 세계사의 역사적인 순간을 편향된 시각에서 북, 미 지도자에 대한 비판적 위주의 논조로만 시니컬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호주의 주류 언론들도 판문점의 역사적 회동을 비평적 어조로 묘사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미국언론의 받아쓰기 수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배석자 없이 53분간 회동을 가지면서 사실상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라는 표현이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    


몇 주 전에는 한 교민 매체에서 이번 북미 깜짝 회동을 바라보는 호주 언론들의 비평적인 내용들을 특별한 논조 없이 번역해서 게재한 것도 보았다. 물론 호주 주류 언론들이 이번 판문점 깜짝 북미회동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하는 것을 알려주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이번 회동을 바라보는 교민들에게 긍정적인 소망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호주의 백인들은 우리 한국인이 얼마나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을 원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만약 한반도의 비극과 현실을 자기 집의 일로 여기는 공감의식이 있는 언론인들이라면 이번 판문점 깜짝 회동을 남의 집 불 구경하듯이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순간을 트럼프 깎아내리기나 김정은 ‘가십거리’식으로만 기사를 퍼 날라서는 안될 것이다.  이것은 우리 한국 민족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의미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영구 평화는 종국엔 우리 힘으로

 
이번 판문점 깜짝 북미회동은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을 가져오는 비공식적이지만 가장 실속있는 만남으로 남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 한반도의 비극과 아픔을 아는 한국 민족이라면 이번 깜짝 회동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만남인지 알고 있다.
 
아무리 트럼프와 미국이 남북문제의 중요한 키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종국에 가서는 오직 남북한 정부와 남북한 국민만이 이 일을 이룰 수 있다.
 
이번 판문점 깜짝 회동에 대해 미국과 세계의 많은 방송이 트럼프의 치기 어린 행동으로, 차기 대선을 위한 정치적 쇼맨십으로 폄하하더라도, 7천500만 남북한 국민과 세계에 흩어져 있는 750만 코리안 디아스포라(2016년 기준)는 이 역사적 광경을 가슴 졸이며 지켜봤다. 
 
이것은 우리의 일이며 우리 민족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남과 북이 하나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베 정권은 총성 없는 무역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이외에도 남과 북이 하나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세력들이 도처에 많이 있다. 
 
심지어 남한의 기독교계 안에서도 그런 움직임들을 볼 수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균형 잡히고 바른 신앙을 가진 그리스도인이라면 제국주의적 입장에 대해 비판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의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남북한의 통일을 결코 원하지 않아 왔다. 일본 또한 한반도의 영구분단이 자국의 이익에 유익함으로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 앞에는 부둥켜안고 함께 가야 하는 남북한 7천500만 같은 민족이 있다. 이 민족의 앞길은 오직 우리가 개척해야 한다. 외세에 힘에 의해 분단된 70년의 세월을 이제는 접고 서로 치유하며 민족의 자주성과 단결의 힘으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판문점 깜짝 회동은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주경식|크리스찬리뷰 편집국장, 호주비전국제 대학 Director
사진제공=국민일보

 

 
광고
광고

  • 포토
  • 포토
  • 포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