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김훈/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9/08/27 [16:23]

Q 도대체 아내에 대한 좋은 것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고 상처를 준 것만 기억이 되어 너무나 괴롭습니다.


A ‘내 안의 트라우마 치유하기(healing trauma)’ 책의 저자 피터 A. 레빈은 많은 기억은 특정한 지각의 유형으로 실제 사건에 대해 상당히 신뢰할 만한 묘사가 될 수도 있지만 여러 개의 다른 사건들에서 가져온 관련 없는 자료들을 조합해 만들어낸 상상에 불과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기억의 발명’의 저자 이스라엘 로젠필드는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것은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상상으로 재창조한 것이다. 과거는 현재에 알맞은 방식으로 개조된다.”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매일 일어나는 경험 중에서 자신이 기억하고 싶어하는 것을 선택해서 통합하여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기억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이 정확하고 진리라고 생각하면서 그것을 확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별히 상처를 받았을 때의 기억은 강한 과거의 감정과 이미지와 연결되어져 있어서 조작이 되어지기 쉬운데 사람들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한 여자분이 남편에 대해서 엄청난 미움을 가지고 있는데 그분의 남편에 대한 기억은 좋은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 여자분은 남편에 대해서 부정적 감정이 생긴 후에 새로 생기는 사건에서는 부정적인 요소들만 선택해서 강한 부정적 감정과 연관지어 새로운 부정적 기억을 만들어 온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기억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게 된 것입니다.
 
그 여자분의 결혼 전의 이야기를 질문을 통해 물어 보았을 때 신기한 것은 결혼 전의 연애시절의 이야기도 부정적 기억으로 남겨져 있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서로가 사랑해서 연애 결혼을 했음에도 말입니다. 이처럼 기억은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고 작위적으로 조작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상처받은 나의 기억을 떠올려서 강한 감정을 자주 느껴보는 것은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에게 필요한 부정적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것이 더 강한 부정적 감정을 유발하여 또 하나의 조작적 기억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윌리엄 그레이는 청소년 범죄 아이들에게 행동을 교육시키는 실험에서 아이들이 인식을 할 때 감정적 어조가 연합이 되었을 때 변화를 보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쉽게 잊어버리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것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기억도 감정과 연합될 때 강하게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관계에 적용한다면 상처를 입힌 대상에 대해 감정과 연합하여 남아 있는 기억은 오래 갈 수 있다는 것이고 비슷한 경험을 하면 기억의 작용으로 인해 상처가 더 깊어질 수 있고 그것을 진리로 생각하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의 기억 속의 상처들이 아주 강한 감정들과 연결되어 있을 때 이것이 나의 과거의 어떤 감정적 기억과 연관되어 있는지를 찾아보고 그 경험과 현재의 경험을 분리시키는 작업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실제 내가 경험했다고 믿는 진실이 진실이 아니라 옛 기억의 상처에 오늘의 경험이 함께 조합되어 새로운 기억으로 만든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부정적 기억이 또 다른 부정적 기억을 만들지 않도록 상처를 잘 치유하여서 조작적인 부정적인 기억으로부터 나를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김훈|호주기독교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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