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넘어 연합하는 공동체를 향하여

글|주경식,사진|권순형 | 입력 : 2019/11/25 [10:43]

 

 

▲ 쏜리연합교회에서 영어목회를 하고 있는 박웅걸 목사. 그는 어디에 가든지 절대 다수보다는 항상 소외된 소수에 관심을 둔다.     ©크리스찬리뷰

 

휴머니스트(Humanist)


쏜리힐크레스트연합교회(Thornleigh Hillcrest Uniting Church, 이하 쏜리연합교회)에서 영어목회를 하고 있는 박웅걸 목사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기자가 박웅걸 목사(Rev. Hugh Park)를 알고 지낸 것은 십 년도 넘는다. 그는 개인적으로 기자와 같은 신학대학에서 가르치기도 했고, UTC(United Theological College)의 선배이기도 하다. 그를 한 마디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는 이 시대의 진정한 휴머니스트라 할 수 있다.
 
휴머니스트를 어떻게 정의 내리느냐에 따라 여러 의미들이 있을 수 있지만, 그는 진정한 의미에서 휴머니스트이다.  휴머니스트를 학문적으로는 인문주의자 또는 인간에 대해 깊은 이해와 박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정의 내리기도 하지만 기독교 안에서는 부정적으로 신본주의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기자가 박웅걸 목사를 휴머니스트라 부르는 데에는 그 이유가 있다. 그는 가슴이 따뜻하고 진솔한 사람이며 격식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박애주의자이다. 그는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솔직하게 몇 시간이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몇 안되는 기자의 친구이기도 하다. 

 

▲ 쏜리연합교회 전경     © 크리스찬리뷰
▲ 쏜리연합교회는 페난드 힐스 로드 대로변 담 밑에 위치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친구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한 번 꺼내 보도록 하자. 오래 전에 박 목사를 기자가 잘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소개할 일이 있었다. 그래서 기자는 박웅걸 목사를  지인에게 이렇게 소개했다. 

 

▲ 예배를 마친 후 쏜리연합교회 교인들이 본당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2019. 11.10)     © 크리스찬리뷰


 
“이분은 시드니에서 제가 참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배님이십니다(실제 박 목사는 기자보다 훨씬 나이가 많다).” 그리고 몇 마디 더 보태려고 하는데 박 목사는 대뜸 기자의 지인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선배 아닙니다. 우리는 그냥 친구입니다. 나이가 뭐 벼슬입니까? 그냥 우리는 같이 늙어가는 좋은 친구입니다.”
 

순간 기자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한국 사회가 어떤 사회인가? 나이와 지역과 학연에 따라 은근한 서열이 매겨지는 사회가 아니던가? 그러나 그는 그러한 형식과 관습에 얽매이는 사람이 아닌 것을 그때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 외에도 여러 에피소드가 있지만 그는 제도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그러면서도 인간에 대해 깊은 이해와 고민을 가지고 있는 박애주의자이자  인도주의자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이 시대의 휴머니스트라 할 수 있다.

 

▲ 한국인 성도들이 예배 중 특별찬양을 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권위 없이 권위 있는

 
목사의 이미지 하면 한 여름에도 흔히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미지를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그는 청바지를 즐겨 입고 때로는 반바지 차림으로 약속장소에 불쑥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편한 모습으로 유쾌한 이야기를 기자와 몇 시간이고 나눈다.
 
그에게서 전통적인 권위(?)들을 찾아보려고 해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그와 진솔한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면 그가 갖고 있는 인간 이해와 타자와 약자들에 대한 공감과 긍휼의식에 대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곤 한다.
 
그를 통해 권위란 스스로 세워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 심연 깊은 곳에서 스스로 우러나와 공감될 때 상대방을 인정하게 되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는 권위를 스스로 부정하지만 그를 잘 알고 지내는 사람들은 그의 인간미(?)와 따뜻함에 그에게 스며들게 된다.

 

그는 1991년 시드니로 왔다. 호주에 오기 전에는 평촌교회에서 외국인노동자(불법체류자) 사역을 했다.

 
“제가 평촌교회에서 외국인노동자 사역을 할 때 인생과 인간에 대해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장신대 신대원에서 M.Div 과정을 공부하며 전도사로 평촌교회에 외국인 노동자 사역을 했습니다.
 
전도사로 사역을 한다고 했지만 세상에 참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부대끼고 그들과 교제하면서 인간과 인생에 대해 눈이 많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저의 인생에 축복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삶은 바쁘고 힘들었지만 그때 제가 인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고 그때 제가 배운 것은 저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는 젊은 날 평촌교회에서 외국인 노동자 사역을 한 것이 그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고백한다. 그는 진정으로 인간에 대한 공감의식과 연대의식을 갖고 있는 목회자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개인적으로 그의 주위에 있는 어렵고 약한 자들을 남모르게 돕고 있다.

 
귀 뚫은(?) 목회자

 
1980년대 말 한국 기독교계 안에는 호주의 ‘New Tribe Mission’ 학교는 값싸게 신학과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학교로 꽤 알려져 있었다. 박 목사도 그 소식을 접하고 1991년 시드니로 공부를 하기 위해 왔다.
 
그는 Mt Druitt에 있는 ‘New Tribe Mission’에서 2년간 공부를 한 후 상급과정에서 공부를 더 하기 위해 1993년 UTC(United Theological College)에 입학한다. 그리고 UTC에서 B.Th , M.Th 과정을 마치고 1999년 호주연합교단(Uniting Church Australia)을 통해서 영주권도 받게 된다. 호주 연합교단의 지원을 직접 받아 호주 영주권을 받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그가 연합교단 내에서 얼마나 인정받은 사람이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 쏜리연합교회는 매 주일 설교를 스크린에 한국어 자막을 띄운다.     © 크리스찬리뷰


그리고 2000년 10월에 모트데일 연합교회(Mortdale Uniting Church)에서 첫 번째 영어 목회를 시작했다. 그는 그곳에서 4년 6개월간 열심히 목회했다. 그 당시 기자가 그를 처음 봤을 때 한쪽 귀에 귀걸이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한국 정서로는 이건 뭐지(?) 당연히 선입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평신도 젊은이들 가운데 귀를 뚫고 귀걸이를 한 남자들은 간혹 보긴 했지만 한국인 남자 목사가 귀를 뚫고 귀걸이를 한 것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속으로 “이분 참 독특하네!” 하는 생각과 동시에 다른 한국인들 눈치 안보고 용감히(?) 귀걸이를 하고 있는 이분을 보면서 궁금하기도 했다. “패션으로 한 것인가? 아니면 본인이 서구식으로 앞서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인가?” 궁금하기는 했지만 차마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몇 해 지나고 나서 우연히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이유를 알게 되면서 그는 기자에게 더 매력있는 사람으로 비쳐지게 된 것이다.
 
“모트데일 연합교회에서 호주 젊은이들과 가까이 지내려고 무척 노력했습니다. 호주 젊은이들과 그들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이 쉽지 않죠. 그런데 어느 날 그 친구들이 저에게 장난으로 Hugh(박웅걸 목사의 영어 이름)가 귀를 뚫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해 왔습니다. 아시다시피 호주 남자 젊은이들 가운데 귀걸이를 한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이 제가 어떻게 반응하나 보려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친구들이 믿지 않았죠. Hugh는 절대 못 뚫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실제 귀를 뚫고 나타나니까 놀라더라구요. 저를 보고 막 웃고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젊은이들과 소통하기 위한 목회적 이유로 용감하게 귀를 뚫었다. 그리고 모트데일 연합교회에서 목회하는 동안 그는 한쪽 귀에 귀걸이를 하고 다녔다. 그때 그를 본 한국사람들은 기자처럼 분명 그를 의아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이렇듯 자유롭고 소신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2005년 7월에 라이드 연합교회(Ryde Uniting Church)로 오게 된다.

 
한국말로 영어하기

 
웨스트 라이드(West Ryde)에 위치하고 있는 라이드 연합교회(Ryde Uniting Church)는 호주에서 그의 두 번째 목회지였다. 모트데일 연합교회의 구성원이 주로 호주 백인들이었다면 라이드 연합교회는 백인, 통가인, 중국인들로 구성된 일종의 다문화로 들어서는 교회였다. 그가 이곳에서 목회하면서 점차 한국인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 매년 봄에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바자회. 수익금 전액은 선교비로 사용한다.     © THUCA

 

▲ 쏜리연합교회당 입구 마당에서 매년 열리는 성탄절 캐롤 행사.     © THUCA
▲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교육관에서 열리는 커뮤니티 플레이 그룹     © 크리스찬리뷰

 

▲ 교인 수련회에서 박웅걸 목사가 기타를 치며 찬양을 인도하고 있다. ©THUCA    


그전에도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는 라이드 연합교회에서 목회를 하면서 다문화목회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늘어나는 한국인 성도들을 보면서 그들이 영어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그 자신도 영어로 목회를 하고 있지만 모국어가 아닌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본 경험이 있어 이것에 대한 공감의식이 남달리 컸다. 그래서 지역사람들과 한인 성도들을 위해 영어교실을 열어 그들의 영어 향상을 돕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도 꾸준히 영어공부를 하고 있지만 본인이 고생해서 터득한 영어를 어떻게 하면 한국인들에게 나눌 수 있을까 늘 고민해 왔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인터넷 사이트에서 영어 때문에 고민하는 한 학생을 상담해 주게 되었다.
 
얼마 후 우연히 그 사이트를 다시 방문하고 그는 깜짝 놀라게 되었다. 그의 상담내용이 얼마나 인기가 있었느냐 하면, 폭발적으로 불과 며칠 사이에 6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조회했던 것을 보게 된 것이다. 그 후 그는 한국사람들이 영어 때문에 정말 고민들을 많이 하는구나 깨달았다. 그래서 계속해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에 영어에 대한 팁과 학습 방법 등 그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그동안 올린 글들을 기초로 그는 <Hugh의 한국말로 영어하기>라는 책을 2009년 5월에 출간했다.
 
그는 호주 한인교계에서 영어를 가장 잘하는 몇 안되는 목회자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호주의 크고 작은 행사에 통역과 번역일로 자주 불려 다닌다. 지난 10월에는 한호 선교 130주년 기념행사로 호주 선교사들과 그들의 자녀들과 같이 그들이 선교하고 자랐던 경남지역과 부산지역을 방문하며 통역을 했다.
 
기자도 그 행사에 같이 참석하며 2주 동안 그와 즐거운 교제를 나누었다. 그는 10년 전 한호 선교 120주년 행사에서도 통역자로 섬겼다. 그를 알고 있는 호주 선교사들은 그의 영어실력을 넘어 그의 유머와 인간미에 끌려 이번 130주년 기념행사에도 그가 왔으면 하고 요청들을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과 단체들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물리치지 않고 가능한 그가 가지고 있는 달란트를 한인사회와 사람들을 돕고 섬기는 데 기쁘게 사용하고 있다.
 
이렇듯 한마디로 그의 목회 관심의 출발점은 “타자를 위하여다.”(concern for others) 그 스스로 밝히듯이, 그는 천성적으로 사람들을 좋아하고 사람들을 돕는 게 그의 천직이라고 믿고 있다.

 
타자를 위하여

 
그의 목회 관심의 출발점은 ‘타자를 위하여’이다. 아니 그의 인생관의 출발점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을 듯 싶다.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는 인간에 대한 긍휼과 공감의식이 녹아 있다. 그가 한국에서 장신대 신대원 다닐 때 장애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어느 날 큰 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로 걸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휠체어에 의지했던 장애인 친구를 그가 업고 학교 수업을 같이 듣고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했던 이야기는 그의 동기들은 다 알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이다.
 
지금도 그 친구를 인간적으로 물질적으로 돕고 있다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을 통해서 들으면서 가슴이 훈훈해졌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그는 주위의 약자들과 소수의 편에 서는 것을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라고 믿는다. 그가 성경을 바라보는 관점도 이러한 관점으로 바라본다. 하나님의 관심은 언제나 크고 많은 다수가 아니라 약하고 잃어버린 소수의 편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목회를 하고 그래서 99마리 양들을 잘 돌본다 하더라도 선한 목자는 아닙니다. 성경에서 선한 목자는 99마리 양을 놔두고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서는 게 선한 목자의 모델입니다.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찾지 않고 돌보지 않는다면 그는 선한 목자가 아니죠. 그래서 예수님도 성경에서 99마리 양을 놔두고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찾기 위해 온 산과 골짜기를 헤맨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가 강조하듯이, 선한 목자는 99마리의 양들을 잘 돌보는 게 선한 목자가 아니다. 오히려 성경에서 강조하는 선한 목자는 그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주목하고 그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아서 온 힘을 기울이는 것이 예수님이 강조하는 선한 목자이다.
 

그런데 이 시대는 많은 양들만 목회하려고 아우성이다. 크고 많은 게 장땡이고 소위 성공한 것이다. 그래서 목회자들도 길 잃은 한 마리 양에 주목하기보다는 99마리 양이 더 중요한 것이다.
 
“제가 이곳 쏜리연합교회에 와서 목회하자 한인 성도들이 예배에 참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제가 하는 영어 설교를 100% 이해하며 들을까? 고민이 되었죠. 물론 영어가 자연스러운 1.5세나 2세들이라면 염려가 안될 텐데 연세가 있으신 분이 참석하시는 것이었습니다.

 

▲ 쏜리연합교회는 언어와 문화를 넘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다문화교회를 지향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들이 예배에 참석은 하지만 소통이 정확히 되지 않고 있다면 저들이 예배에서 길 잃은 양들이 아닐까? 이에 제가 영어설교를 작성한 후 그 영어 설교를 한국어로 번역을 해서 예배 때마다 띄어 주고 있습니다.”
 
그는 어디에 가든지 절대 다수보다는 항상 소외된 소수에 관심을 둔다. 이것이 그의 목회적 관심의 출발점이고 인간 이해의 동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문화목회 외에는 소망이 없습니다

 
2015년 현재의 쏜리연합교회로 청빙 받기 전 그는 멜번의 한 연합교회에서도 청빙이 있었다. 원래 멜번에 있는 교회에 더 큰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 쏜리연합교회에서 청빙이 들어왔고 쏜리교회의 리더들과 미팅을 한 후 그들이 한 말이 박 목사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쏜리 지역사회도 차츰 타문화 인구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제 저희 교회도 다문화교회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망이 없습니다.”
 
박 목사는 그때 놀랐다고 회상한다. 아니 어떻게 90% 이상 백인들로 구성된 이 교회에서 열린 마음으로 자기들을 정확히 진단하고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는지 놀라울 뿐이었다.

“앞으로 교회가 다문화교회로 바뀌지 않으면 소망이 없다는 리더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 이 교회다! 하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당시 쏜리연합교회는 70-80명 정도의 호주연합교회에서는 제법 규모가 있는 교회였다. 그런데 이 교회의 리더들이 앞으로 자기들의 교회가 다문화교회로 변하지 않는 한 소망이 없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한다.
 
평상시 그 자신도 다문화목회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 라이드연합교회에서 어느정도 다문화목회를 실험했었다. 그런데 쏜리연합교회 리더들이 앞으로 교회가 다문화교회로 변화되지 않으면 차츰 이 지역사회와 다가오는 세대에 소망이 없다는 말은 박 목사가 쏜리 연합교회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 파푸아뉴기니에서 14년 동안의 사역을 마치고 귀국한 마이클-레이첼 웨이크필드 선교사 가족을 위해 쏜리연합교회 당회원들이 중보기도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현재 쏜리연합교회의 성도들은 그야말로 다문화 성도들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성도들의 주류는 백인 호주 교인들이지만, 현재 다양한 민족의 성도들이 함께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인도, 베네수엘라, 독일, 폴란드 심지어 최근에는 이란인 두 사람에게 세례를 베풀었다. 한국인 가정은 무려 15가정이나 출석하고 있다.
 
“얼마 전에 이란 사람 두 사람에게 세례를 베풀었어요. 저희가 운영하는 영어모임에 참석하던 사람들이었는데 친해지자 제가 복음을 설명했죠. 그런데 다행히 복음을 받아들이고 세례를 받겠다고 해서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릅니다.


그 가족이 영어모임에 나오는데 그 중 한 사람은 작년에, 한 사람은 올해, 두 사람에게 세례를 베풀고 저희 교회 성도가 되었죠. 교회에서도 큰 행사였고 그 이란 가족이 지금 열심히 저희 모임들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갑자기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말씀이 생각났다.
 
요한 계시록에 보면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에서 아무라도 능히 셀 수 없는 많은 무리가 흰옷을 입고 손에 종려 가지를 들고 보좌 앞과 어린 양 앞에 서서”(계 7:9) 예배 드리는 모습이 나온다.
 
나라와 민족과 언어를 떠나 연합하여 함께 예배드리는 이 모습이야 말로 천상의 모습이 아니던가?

 
언어와 문화를 넘어 연합하는 공동체로

 
쏜리(Thornleigh) 지역은 시드니 북쪽(North Shore)의 비교적 중산층 백인들의 비율이 높은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지역에 있는 교회가 타 민족을 환영하고 문화를 넘어서(cross over) 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자신들을 열어놓는다는 게 쉽지 않다.
 
“쉽지 않죠. 그런데 저희 교회의 장점이 참 ‘너그럽다’는 것입니다. 성도들이 참 관용적입니다. 이분들이 이렇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면 불가능하죠. 물론 제가 예배시간에 자주 여러분의 마음을 오픈하고 문화를 넘어서라고(cross over) 설교도 하고 성경공부 시간을 통해 어떻게 타문화에서 온 사람들을 환영할 수 있을까? 하는 훈련들을 많이 했죠.
 

▲ 예배를 마친 후 모든 성도들과 인사를 나누는 박웅걸 목사     © 크리스찬리뷰


그래도 이분들의 마음이 오픈되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죠. 호주교회는 이미 고령화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고령화된 교회를 극복하는 길은 빨리 교회가 문을 열고 다른 민족과 함께 열린 공간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말 뿐만이 아니라 진짜 다문화교회가 되지 않으면 수년 내에 위기를 맞을 교회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래서 쏜리연합교회는 새로운 이민자들에게 리더십도 이양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공유하고 있다. 비단 목회자뿐만 아니라 새로온 이민자들로 장로들과 의회원들도 세워야 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이제 곧 한국인 장로도 세워질 계획이다.
 
“다행히 저희 교회 당회에서 많이 하는 말이 리더십을 이양해야 한다는 말을 그렇게 많이 합니다. 그래서 새로 이민 온, 물론 저희 교회에 출석한지 약 5-6년 정도 되긴 했지만 말레이시안 이민자에게 저희 교회 재정을 맡겼습니다.
 
교회재정이 얼마나 중요한 일입니까? 절대 놓기가 쉽지 않죠. 그런데도 새로운 이민자 멤버에게 교회재정 전체를 맡긴다는 것은 이 교회가 얼마나 포용적인가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곧 한국인 장로도 세워질 계획입니다.”
 
이뿐 아니라, 쏜리연합교회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다문화교회를 지향하고 있다. 해마다 다문화 축제의 날을 정해 놓고 음악회 등을 개최해서 지역사회의 각 민족 이웃들을 교회로 초청해서 그들과 함께하는 행사들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은퇴한 전문 영어교사가 가르치는 영어교실을 매주 목요일 오전(9:30-11:30)마다 운영하고 있다. 이란인 가족은 이 영어교실을 통해 교회에서 세례를 받게 된 경우이다. 그리고 교회 성경공부(수요일 오전 9:30-11:00, 목요일 저녁 7:30-9:00)들을 통해 타문화에서 온사람들을 어떻게 교회가 환대하고 환영하는가에 대해 심도 깊은 고민들을 하고 있다.
 

이러한 성경공부모임은 쏜리연합교회가 다문화교회로 세워지는 기초적인 역할을 감당했다. 많은 교회가 하고 있지만 특히 쏜리 연합교회는 매해 바자회를 통해 얻어진 수익은 전액 선교와 구제에 사용되고 있다.
 
호주 지역교회가 선교사 가정을 두 가정이나 파송하고 지원하는 경우가 드문 형편에서 쏜리연합교회는 가히 모범적인 교회라고 할 수 있다.
 
“가능하면 새로운 문화권의 이민자들이 교회에 많이 와서 함께 예배에 참석하면 좋겠습니다. 언젠가는 그들의 언어가 스크린에 함께 띄어지고 다양한 언어로 함께 예배하는 것도 상상해 봅니다. 제가 꿈꾸는 것은 모든 언어와 모든 민족이 함께 연합하여 교회를 세우는 것입니다. 이제 제가 목회할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이 교회에서 제가 마지막 남은 열정을 쏟아 부어 다문화교회로 함께 나아가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에필로그

 
지난 9월 호 ‘크리스찬리뷰’ 커버 스토리로 보도한    ‘한호선교 130주년 기념, 잊혀진 은혜의 증인들’의 주인공 엘리슨 크로프트 선교사는 현재 쏜리 연합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그녀는 전쟁의 상흔이 지워지지 않은 1960년 한국에 도착해서 남편과 함께 마산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시드니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 10월 한호 선교 130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무려 59년 만에 다시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그녀와 쏜리연합교회 성도들에게 타문화와 한국에 대해 크나큰 도전 의식을 심어 주었다. 그래서 내년 10월 쏜리연합교회에서는 타문화체험 단체 한국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 한호 선교 130주년 기념예배에서 경남성시화운동본부 대표회장 오승균 목사로 부터 선물과 화환을 받은 엘리슨 크로프트 선교사.     © 크리스찬리뷰


약 25명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박 목사는 성도들의 의견을 듣고 몇 가지 목적을 두고 타문화체험 한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먼저는 한국 여행을 통하여 타문화인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것. 두 번째는 호주 선교사가 한국에 세운 교회들을 탐방하며 한국교회를 이해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의 명산들을 감상하는 것을 넣었다.
 
내년 한국 여행에 이민자 이란인 가족은 한국 방문을 두 손 모아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디 내년 여행이 쏜리연합교회가 다른 문화를 더욱 포용하고 다른 민족들을 수용하여 함께 연합하여 나아가는 좋은 결과들이 있기를 소망해 본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교회가 감소되고 있는 현실에서 쏜리연합교회가 모범적인 다문화교회로 세워져 미래의 대안적인 교회의 모델이 되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글/주경식|크리스찬리뷰 편집국장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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