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틈 사이에 서라

이태형/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0/01/29 [11:49]

나라가 어지럽다. ‘조국 사태’로 인한 갈등과 혼란이 온 나라를 덮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여당과 야당은 물론, 보수와 진보로 국민들의 마음은 심하게 갈라져 있다. 갈수록 양측의 틈이 커져만 가는 데도 갈라진 틈 사이에서 ‘하나 됨’과 ‘연합’ ‘화해’를 외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 사회와 정치를 바라보는 교회와 기독교인들의 견해도 극명하게 갈라져 있다. 하루에도 수없이 ‘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해 정치적 주장이 담긴 메시지를 받는다.
 
같은 사안에 대해 너무나 다른 메시지를 읽다 보면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일부 교인들이 보내는 카톡 메시지는 너무나 거칠다. 정제되지 않은, 독설에 가까운 메시지들이 크리스찬들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살포되고 있다.
 
여러 기도 모임에서도 정치적 내용이 담긴 기도가 드려진다. 중보기도 모임을 갖다가 갑자기 정치적 주장을 펼치는 기도를 드리는 사람으로 인해 모임이 엉망진창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서로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음에도 배려는 없다. 주장만 있을 뿐이다.
 
그런 일방적 주장들이 때로는 카톡 메시지를 통해, 때로는 기도를 통해 발산되는 것이다. 사랑과 화해, 그리고 주님이 그렇게 강조했던 하나 됨은 실종된 지 오래다. 각자의 견해를 갖고 기도하며 주님의 뜻을 펼친다고 뛰어들면서 점점 틈새는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말 교회는, 크리스찬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갈라진 틈 사이에 서야 한다. 갈라진 홍해에 서 있는 모세와 같이 양측으로 갈라진 이 땅의 군중들 사이에 서야 한다. 모든 견해의 차이를 뛰어넘어 무너진 곳을 막는 사람이 돼야 한다. 그래야 일치가 가능하다.
 
한국교회와 크리스찬들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이 땅을 위하여 성을 쌓으며 성 무너진 데를 막아서서 나로 하여금 멸하지 못하게 할 사람을 내가 그 가운데에서 찾다가…”(겔 22:30) ‘이 땅을 위해 성을 쌓고, 성 무너진 데를 막는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크리스찬들은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다. 사실 크리스찬이 됐다는 것은 다르게 살기로 결정했다는 말과 같다. 교회는 세상과 다르게 살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다. 그렇다면 작금의 한국의 현실에 대한 접근도 세상과는 달라야 할 것이다.
 
모두가 틈을 벌리는 행동과 주장을 할 때, 크리스찬들은 분연히 갈라진 틈 사이에 서서 무너진 그곳을 막아야 한다. 중보기도란 말 자체가 틈 사이에 끼어 일치와 화해를 이루는 기도가 아닌가.
 
갈라진 틈에 서기 위해선 긍휼함 외에는 다른 어떤 감정도 배격해야 한다. 감정에 휘둘리면 주님의 거룩한 성품에 참여하지 못한다. 거룩한 기도가 나올 수 없으며 결국 성령의 열매를 맺을 수 없다.
 
모세는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 간의 갈라진 틈 사이에 나아가 중보함으로써 하나님의 분노의 징계를 막을 수 있었다. 그는 심지어 하나님 편에도 서지 않고 생명을 걸고 갈라진 틈 사이에 나아감으로써 민족을 구했다. 지금 우리에게는 모세 같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제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한 걸음 물러서서 주님이 말씀하신 하나 됨에 기초해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하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그 다르고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상의 상황을 바르게 보고 불붙은 세계 너머에서 오는 비전을 살아낼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한 걸음 물러서는 능력이다.
 
따라서 한 걸음 물러서는 능력은 행동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라는 요청이다.”(에마뉘엘 카통골레와 크리스 라이스의 ‘화해의 제자도’에서)
 
‘수동적 능동’의 자세로 2020년, 갈라지고 무너지는 한국 땅을 가슴에 품고 오직 이 땅에 주님의 말씀만이 온전히 이뤄지게 기도하고 헌신하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필요한 때다.〠

 

 

이태형|현 기록문화연구소 소장, 고려대 사학과 및 미국 풀러신학대학원(MDiv) 졸업, 국민일보 도쿄특파원,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 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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