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맛보는 한국 고추의 결실

글|주경식,사진|권순형 | 입력 : 2020/01/29 [11:53]
▲ 토마토 농장을 5년 전에 아들에게 물려주고 고추농사를 시작한 김창흥 장로는 평생 흙과 친한 흑예찬론자이다.     © 크리스찬리뷰

 

기자 일행이 와이(Wyee)에 위치한 김창흥 장로의 고추농장을 찾아가던 12월 10일은 기온이 40도를 웃돌고 햇볕이 강렬했다. 부룩클린(Brooklyn)을 포함한 센트럴 코스트지역 여기저기에서 난 산불로 인해 Pacific Hwy 고속도로의 시계는 20~30미터 앞도 안보일 정도였다. 
 
이글거리는 지열의 아지랑이와 타는 듯한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무더위 속에서도 김창흥 장로는 더위에 시들어진 고추나무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모터를 고치고 있었다. 그는 체스우드에 살고 있다. 와이까지의 거리는 왕복 200km이다. 이 먼 거리로 고추농사를 짓기 위해 그는 매일 왕복하고 있는 것이다.

 
토마토 대부에서 고추 농사로
 
그동안 김창흥  장로(열린문교회)는 수경재배로 일 년에 천 톤이 넘는 토마토를 수확하여 호주 울워스(Woolworth)에 납품하여 왔다. 그의 토마토 농장은 유명세를 타서 유튜브(YouTube)나 웨이브티비(Wave TV)등을 통해서도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수경재배 토마토농장을 이렇게 일구기까지 그동안 그가 겪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통해 치룬 값진 경험은 오래전에 크리스찬리뷰(2006년 1월호)와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 극심한 가뭄으로 시들어진 고추나무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트랙터를 몰고 농장 인근 개울가로 향하는 김창흥 장로.     © 크리스찬리뷰


이런 그가 지난해부터 고추농사를 시작했다. 이제 그가 토마토 농장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고추농사에 도전한 것이다. 왜 고추농사를 시작했냐고 물어봤다.
 
“그동안 했던 토마토 농장을 5년 전 아들에게 물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죠, 이제 뭘 하나? 저는 농사꾼입니다. 아직 기력이 생생한데 제 성격상 집에 있지 못합니다. 물론 골프도 치고 친구들도 만나고 하지만 제가 농장에 나와 있을 때가 가장 마음이 편합니다.

 

▲ 가뭄이 계속됐지만 정성껏 돌본 끝에 빨간 고추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그래서 슬슬 농사를 지으면 좋겠다 무슨 농사를 지을까? 생각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고추농사를 짓자 그렇게 결정한 것입니다. 많은 농사 중에 왜 고추농사를 생각했냐 하면, 그전에 무와 배추농사도 조금 지어봤습니다만, 그런데 고추농사가 나이들어 할 수 있는 메리트가 많은 농사입니다.
 
왜냐하면 고추농사를 하면 몇 개월을 쉴 수 있는 여유가 있습니다. 7월에 준비해서 파종하면 12월 말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추수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3월에 추수가 끝나면 다음 파종할 7월까지 약 4개월간 쉴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것입니다. 이때 여행도 좀 할 수 있고, 그래서 나이 먹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좋은 농사입니다.
 
그리고 고추는 보관이 용이합니다. 제가 하는 게 건조 고추입니다. 수확해서 깨끗하게 잘 말려서 고추가루를 만들면 오래 보관할 수 있습니다. 고추가루는 한국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작물 아닙니까?
 
김치는 모든 한국인이 먹는 음식이고 이 고추는 김치 담그는데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양념입니다. 그래서 무공해 고추농사를 지어 한국 교민들에게 좋은 고추를 공급하자고 결정한 것입니다.”
 
쉴 새 없이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그가 얼마나 땅을 사랑하고 농사일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기쁘게 살아가고 있는 가를 느낄 수 있었다.

 
흙 예찬론자

 
그는 천상 농부이다. 그는 원래 한국에서 대규모 목장을 운영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호주에 이민와서도 염소와 사슴을 키워 가공해서 한국에 팔기도 했다. 목축업에서 수경재배 토마토 농장으로 그리고 다시 고추농사에 도전을 하는 것이다.
 
“목장일이나 토마토 농사나 고추 농사나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일종의 다농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과 애정을 가지고 잘 키우면 동물이든 식물이든 다 보답을 합니다. 저는 흙하고 인연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는 집에서 아침을 먹으면 어디라도 가야합니다. 안 그러면 몸살이 나요. 그래 일이 없을 때도 전 집에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농장에 나와 잡초라도 뽑고 뭐라도 해야 맘이 편합니다. 그리고 보람도 있고... 저는 천성적으로 농사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 빨간 고추를 들어보이는 김창흥 장로.     © 크리스찬리뷰


그의 고백대로 그는 농사꾼이다. 그는 평생을 흙하고 친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흙 예찬론자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흙하고 친해져야 합니다. 그래야 건강하고 장수합니다. 현대인은 너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에 익숙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런 가공물은 인간의 건강에 안 좋습니다. 매일 흙을 만지고 흙에서 한번 걸어보십시요. 그럼 건강이 달라질 것입니다.”
 

▲ 천연퇴비를 먹고 자란 싱싱하고 영양이 풍부한 무공해 천연고추. 빨갛게 잘 익은 고추를 깨끗한 물에세 번 세척한 후 자연 건조 태양초 고춧가루를 만들어 낸다.     © 크리스찬리뷰


그는 실제 나이보다도 훨씬 젊어 보인다. 주름 없는 그의 구리 빛 얼굴과 검게 그슬린 피부가 그것을 증명한다. 그가 실제 나이보다 훨씬 건강해 보이는 것은 그가 매일 흙을 만지고 흙과 함께 생활했기 때문이리라.

 

숨쉬는 땅이 스스로 농사를 짓게 하라 

 

김 장로의 목장 경험부터 따지면 그가 땅과 함께 산 세월은 40년이 넘는다. 그는 어떻게 보면 땅에 대한 전문가이다. 주변 입지와 땅의 색만 보아도 이 땅이 어떤 땅인지 그는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이다. 땅과 함께 산 그의 ‘땅 철학’ 이야기를 들어보자.

 

▲ 천연퇴비를 만들기 위해 닭을 키우는 김창흥 장로. 방목하는 닭들이 오가닉(organic) 달걀을 생산해 낸다.     ©크리스찬리뷰

 

 

“인간이 농사를 지으려면 힘들어요. 땅이 스스로 농사를 짓게 해야 합니다. 지렁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땅이 가장 좋은 땅입니다. 지렁이가 살지 못하면 농사가 안됩니다. 땅에 지렁이가 많다는 것은 그 땅이 무기질도 많고 영양도 많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지렁이가 움직이면서 땅이 숨쉬게 되니까 건강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렁이가 산다는 것은 땅이 호흡한다는 거예요. 살아있다는 거예요. 땅이 호흡하게 만들어 주면 땅이 저절로 식물들을 살 수 있게 해줍니다.

 

이렇게 숨쉬는 땅이 스스로 농사짓게 만들어야 합니다. 내가 어떻게 농사를 지으려고 하기보다는 땅을 기름지게 잘 만들어 주면 식물이 저절로 잘 자라게 되요. 그게 농사에요. 제가 추구하는 것이 바로 이런 농사입니다.”

 

그는 땅의 이치를 꿰뚫고 있는 듯하다. 그가 이런 지식을 얻은 것은 과학을 연구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땅과 함께 생활하면서 실패와 여러 시행착오들을 거치면서 터득한 것일 것이다.

 

그리고 그 터득한 경험이 나중에 과학적 지식에 일치하는 것을 보고 더 확신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는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는 지렁이가 살 수 있는, 다시 말해 자연활동이 스스로 땅을 호흡하게 하고 정화하게 하도록 무공해 자연 퇴비를 사용하고 화학비료와 농약을 멀리하는 것이다.

 

무공해 농사를 꿈꾸다

 

▲ 땅과 함께 40년 이상을 함께 살아온 김창흥 장로. 그는 가뭄 속에서도 물을 공급하고 정성껏 보살펴 풍성한 열매를 맺었다.     ©크리스찬리뷰

 

 

그는 호주 땅이 한국 땅보다 훨씬 건강하고 영양이 많다고 강조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농지는 오랫동안 쉬는 해 없이 농사를 지어왔고 게다가 화학비료와 농약들로 거칠어졌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호주 땅을 한번 보라고 한다.

 

“저 탐워스 지역 그런데 한번 가보세요, 땅이 시커멓습니다. 그 시커먼 땅 보셨어요? 그 속에 얼마나 각종 미네랄과 영양소가 들어 있겠습니까? 호주는 땅이 넓어서 인간이 경작한 땅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 땅에 온갖 좋은 무기질과 영양소가 그득합니다. 이런 땅에다 농약을 치지 않고 퇴비를 이용해 농작물을 경작하면 그야말로 인간에게 좋은 농산물이 안나오겠습니까?”

 

화학비료 대신 그는 고추농사를 그가 직접 만든 퇴비를 이용하여 농사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레인저 트럭에는 실제 콩비지가 잔뜩 실려 있었다. 그는 시간 있을 때마다 한인이 운영하는 두부공장에 들려 콩비지를 얻어온다고 한다. 그리고 그 얻어온 콩비지에 목재소에서 얻은 우드칩(나무 가공 후 나온 나무 부스러기)과 그가 직접 키우는 닭들에게서 나온 닭똥을 함께 섞은 후 일 년 동안 발효시킨 후 천연 퇴비를 만드는 것이다.

 

그의 고추 농장 주위에는 이러한 콩비지와 우드칩들이 군데군데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신선하고 좋은 땅에서 화학비료 대신에 이런 천연 퇴비를 먹고 자라는 고추는 얼마나 싱싱하고 영양이 많을까? 이것이야말로 무공해 천연고추 아니겠는가?

 

기자도 그의 고추가루로 담은 김치를 먹으면 금방이라도 건강해질 것 같은 기분이 일어났다.

 

아무리 농사로 잔뼈가 굵었다 하더라도 새로운 농작물을 경작하면 시행착오가 있는 법, 작년에 그는 고추농사를 처음 시작했는데 수업료가 많이 들었다고 고백한다.

 

“고추농사를 재작년에 처음 지었어요. 그런데 많이 수확하지 못했어요. 한 200kg 수확했나, 아무래도 처음 해보는 거니까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요. 그래서 한국에 나가서 교육도 받고 그랬어요. 그리고 유튜브도 보면서 여러 가지 배웠죠.  이번에는 다를 겁니다.”

 

작년에 약 200kg 정도 수확한 것은 교회 공동체의 아는 지인들에게만 공급했다. 김치를 담아 본 주부들은 고추가루의 색깔만 보고도 이 고추가루가 얼마나 신선하고 무공해 청정 고추인지를 알아보고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김 장로는 올해는 작년보다 적어도 10배 이상 수확량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억만리 멀리 타국에 살아도 한국인은 김치를 먹어야 한다. 이 김치에 반드시 들어가는 고추가루, 김치뿐만 아니라 각종 찌개며 한국인의 반찬에 중요한 양념인 이 고추가루가 이곳 호주에서 무공해 청정농사로 생산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해진다.〠

 

*문의: 김창흥 장로 0433 924 410

 

 

글/주경식|본지 편집국장, 호주비전국제 대학 Director

사진/권순형|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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