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패션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현장
보고·듣고·체험한 한 주간
 
문종은
▲ 매일 오전에 방문한 컴패션 어린이센터. ©컴패션    


개인적으로 평소 여행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번 컴패션 필리핀 비전트립 권유를 받고 별 고민 없이 수락했다. 왜냐면 두 가지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는 컴패션의 사역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에 섬기는 교회에서 ‘컴패션 선데이’를 가졌고 이를 통해 30여 명의 아이들을 후원하기 시작했지만 말로만 듣고 인터넷을 통해서만 접한 컴패션이 실제적으로 현지에서 어떻게 사역하고 있는지를 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역사하고 계시는 하나님께서 컴패션을 통해 필리핀에서는 어떻게 일하시고 계시는지, 이를 통한 필리핀의 미래를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여행은 어디로 가는 것보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는데, 이번에 동행한 여섯 명의 목회자 부부와 호주 컴패션 한국 사역 담당자인 진범수 팀장 부부, 그리고 바쁜 일정 중에도 함께한 황세준 PD로 구성된 14명의 팀은 정말 아름다운 팀워크를 이루어 일정 내내 늘 마음을 즐겁게 했다.

 
숲을 보고 나무를 보기

 
11월 18일(월) 오전 4시, 꽤 이른 시간에 시드니공항에 집결한 팀은 8시간의 비행을 통해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했다. 우리 일행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세심하게 돌보고 안내를 해 준 Diane 자매의 안내를 받아 곧바로 필리핀 컴패션 국가사무소로 이동해 필리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컴패션 사역의 전반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7천107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은 호주의 1/26의 면적에 약 1억 명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하루 수입이 1.2불 이하인 극빈자가 전체 인구의 21.6%가 되는 나라이다.
 
이들은 영어와 Filipino라는 언어를 사용하지만 각 부족에 따라 111개의 다른 언어가 사용되고 있고, 종교는 로마 카톨릭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기독교인의 수는 6.1%에 불과하다고 한다.   
 
필리핀에 컴패션의 후원자로 등록되어 있는 아이들의 수는 9만 7,169명이고, 이 가운데 9만 5,814명이 후원을 받고 있고 나머지 9.78%의 아이들이 후원자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놀라운 것은 이 많은 아이들에 대한 상세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개인 파일이 모두 센터에 보관,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개인에 관한 파일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그들의 재정 시스템과 심지어 아이들에게 후원된 후원금의 영수증이나 후원자들이 보내온 편지까지 철저하게 보관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컴패션 사역의 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크게 느껴졌다.
 
스텝의 말에 의하면 컴패션 운영의 제1원칙이 바로 투명성이고, 이 원칙은 필리핀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컴패션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컴패션은 호주를 포함한 12개국의 후원국가에서 약 200만 명 이상의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호주에서도 11만 명이 넘는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 많은 아이들을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돌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사역이 아닐 수 없다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첫날 필리핀 국가 사무소 방문은 다음 날부터 진행될 구체적인 센터 및 아동 가정 방문을 앞두고 필리핀의 컴패션 사역의 전체 그림을 한눈에 보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감동과 안타까움

 
둘째 날부터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었다. 크게 오전과 오후, 그리고 저녁으로 나누어진 일정이었다. 오전에는 어린이센터를 방문하고, 오후에는 센터에 등록되어 후원을 받고 있는 아이들의 가정을 방문하는 것이었고, 저녁시간에는 컴패션을 통해 자란 청년들을 초대해 함께 식사 교제를 나누고, 그들의 간증을 듣고,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들이었다. 컴패션 센터라고 해서 찾아간 곳은 번듯한 건물을 가지고, 간판을 달고 있는 일반적인 NGO들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그곳은 교회였다. 지역교회가 바로 컴패션 어린이센터였다.

 

▲ 컴패션 필리핀 비전 트립에 참가한 시드니 목회자 부부와 현지 스텝들의 기념촬영. ©컴패션   


컴패션이 추구하는 핵심 사역 원칙은 세 가지이다.
 
‘그리스도 중심(Christ-centred), 어린이 초점(Child-focused), 교회 기반(Church-based)’이 바로 그것이다. 컴패션은 오직 아이들에게 집중하여 그들을 전인격적으로 양육하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그 기반은 교회다.
 
철저하게 지역교회를 중심으로 후원과 양육을 한다. 이유는 그들에게 단지 생존과 교육의 기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듣고 반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므로 복음의 사람으로 길러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저하게 교회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교회가 바로 베이스 센터였던 것이다. 목회자로서 가장 큰 감동이 바로 ‘교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전 세계에 6천900개의 컴패션 센터가 있다고 하는데 그 센터가 모두 지역교회라는 점이다. 직접 아이들에게 후원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센터인 지역교회로 하여금 그 지역의 아이들을 후원하고, 양육하게 하는 것이다.
 
교회가 아이들이 전인격적으로 자라는데 필요한 음식과 의복, 학비 등을 제공하고, 신체적인 면만이 아니라 정서적, 영적인 부분까지 꼼꼼하게 살펴서 균형 있게 자라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방문하는 센터마다 어린이 하나하나에 대한 파일을 볼 수 있었는데, 키, 몸무게, 나이, 가족관계로부터 시작해서 학교생활, 친구관계, 건강 검진에 이르기까지 너무나도 세심하게 보살피고 있었다. 이 일이 전적으로 교회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복음을 위한 탁월한 전략이라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적인 관심과 궁금증이 생겨 ‘컴패션을 통해 자란 아이들의 복음화율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은 질문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100%라고 답하는 말을 들을 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감동이 솟구쳐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세 곳의 센터를 방문했는데, 후원자 팀이 온다는 소식에 아이들이 잔뜩 기대에 찬 눈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마간당 우마가! 살라맛뽀’ 미리 연습했지만 어설프기 짝이 없는 필리핀 말로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아이들과의 만남을 시작했다. 센터에서 준비한 몇 가지 발표와 간증이 이어졌고, 우리 팀의 인사와 특송도 있었으며, 준비해 간 선물도 나누고 게임과 페이스 페인팅, 제기 차기, 풍선아트 등으로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시간은 마냥 행복해 하는 아이들로 인해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게 했다.
 
가난으로 인해 너무 먹고 싶지만 평생 한두 번 먹을 기회도 가질 수 없다는 '졸리비'(Jollibee)로 우리는 아이들의 점심을 제공했고, 센터에서는 우리를 위해 필리핀식 음식을 정성껏 준비해 주었다.
 
졸리비(Jollibee)는 그 말  뜻이 ‘행복한 벌’인데, 우리가 먹는 맥도널드와 같이 필리핀에서는 아주 유명한 패스트푸드였다. 아이들이 점심 한 끼로 그렇게 행복해 하는 것을 보고는 마음이 뭉클해졌고, 덩달아 행복함을 느꼈다. 

 

▲ 컴패션 후원을 통해 성장한 청년들과의 만남 ©컴패션    


점심식사 후에는 조별로 나누어져서 후원 아이들의 가정을 방문했다. 첫날 방문한 가정은 우리 조원 모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Prince Clarence Enriquez 라고 하는 5개월 된 남자 아이의 집이었는데, 집이라고는 방 한 칸뿐이었는데, 그마저 너무 좁아서 우리 조원 다섯 명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가 없어 두 팀으로 나누어 들어가야만 할 정도였다.
 
전기요금을 감당할 수 없어서 전기를 연결하지 못해 모발폰 라이트를 켜고 들어가야 했고, 그 좁은 집에 여섯 명의 가족들이 살고 있다는 말은 도무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미스터리한 가정이었습니다.
 
첫날 방문부터 너무나도 충격적인 현실 앞에 마음이 불편했고, 혀를 내두르며 안타까움을 서로 토로하기만 했다.
 
둘째 날과 셋째 날 방문한 가정들은 그나마 형편이 첫날보다는 나은 편이었지만 여전히 절대적인 빈곤을 느낄 수밖에 없는 환경들이었다.
 
6.25 전쟁 이후 한국의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컴패션의 뿌리는 한국이다. 전쟁 후 폐허가 된 한국 땅의 굶주림과 추위에 지쳐 버려진 아이들을 불쌍히 여긴 미국인 스완슨 목사의 마음에 부어진 컴패션(긍휼)이 한국의 아이들을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고, 교육을 받게 했던 것처럼 지금 필리핀에서 동일한 사역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짧은 한 주간이었지만 컴패션의 사역이 준 감동은 결코 적지 않았다.

 
필리핀의 미래를 보다

 
사흘 동안의 매일 저녁식사 시간에는 컴패션 양육 프로그램을 통해 후원과 양육을 받고 자란 청년들이 초대되었다. 대개 컴패션의 후원은 5-6세로부터 시작되어 22세까지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LDP)을 통해 자란 이 청년들은 컴패션 사역의 열매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만난 청년들은 현재 대학생, 은행원, 컴패션의 직원이나 센터의 스태프 등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들은 간증을 통해 컴패션을 통해 자신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좋은 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필리핀 사회에 필요한 인재들로 자라나게 되었다고 오늘의 자신들을 있게 해 준 컴패션과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는 후원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했고, 무엇보다 복음을 듣게 되었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고백하여 우리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었다.
 
이들을 바라보는 필자의 눈에는 필리핀의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았다. 이들의 미래가 바로 필리핀의 미래가 아닐까. 우리나라도 그 어려운 시절에 우리를 도왔던 서양의 많은 선교사들과 단체들을 통해 이런 축복을 누린 경험이 있다. 필리핀도 이렇게 컴패션을 통해 아름답게 자라는 청년들로 하나둘씩 채워지면 필리핀의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였다. 

 

▲ 둘째 날 방문은 쪽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 후원 어린이 가정을 찾아갔다. ©컴패션     


단지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바르게 교육을 받고 건강한 가치관을 가진 청년들로 자라나고, 더구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새로워진 이들이 필리핀을 새롭게 바꾸어 낼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컴패션이 아이들에게 장기적으로 꾸준히 집중하는 것과 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심어주고, 무엇보다 그 일을 지역교회를 통해 하고 있는 것은 선교적인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너무나도 탁월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다. 짧은 글 속에 그때의 감동과 도전과 은혜를 다 담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가서 보라’(Go & See) 라는 말이 생각난다. 한 가지 이번 트립을 통해 깊은 반성을 하게 된 것은 후원자라는 우월감과 후원금만 보내면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여겼던 점이다.
 
더 깊고 구체적인 관심과 기도와 실제적인 노력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깨달음이 한 순간의 감동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 특히 목회자로서 교회의 선교적인 전략을 세워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음에 감사한다.
 
한 교회가 모두를 다 감당할 수 없고, 한 시대가 모든 시대를 책임질 수 없듯이 오늘 우리에게, 나에게, 우리 교회에게 주신 달란트와 사역의 포커스를 다시 한번 점검하게 하는 연말이다. 컴패션의 비전 트립을 통해 아름다운 사역의 열매들을 보고 듣고 체험했던 그 감동과 감사와 비전으로 인해 금년은 훨씬 더 훈훈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문종은|시드니그레이스장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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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1/29 [16:53]  최종편집: ⓒ christian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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