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마게티에서 만난 천사들
 
심상보
▲ 블레싱교회에서 열린 어린이 VI P 초청 집회. 100명 목표에서 134명이 전도되어 초청되었다.     © 심상보



이번에는 필리핀 두마게티(Dumaguete)다

 

사진을 찍으며 점점 생겨난 마음이 있다. 정말 사진이 귀한, 아니 사진 한 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곳, 사진 한 장이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외롭게 사역하는 선교사들에게 더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선교지 봉사를 꿈꾸게 되었다.
 
시드니수정교회에서 필리핀 목장을 섬겨오던 박성국 선교사의 블레싱교회와 사역을 섬기는 단기 봉사 선교가 준비되어 왔다. 목장 식구 이외에 추가 인원을 모집할 때 나는  재빠르게 신청을 했고 몇 명의 청소년들과 함께 12주간의 자체 선교훈련도 즐거운 마음으로 이수했다.
 
이번 선교는 이전에 있었던 다른 두 번의 필리핀 여정 보다 더 큰 기대가 있었다. 그 이유는 가정교회와 목장 때문이었다. 전과는 달리 가정교회와 목장을 알고, 또 목자가 되어 VIP와 목장식구를 섬겨왔기에 박 선교사와 블레싱교회, 그리고 그곳의 목장을 꼭 보고 경험하고 싶었다.
 
선교팀이 출발할 무렵, 필리핀에 왔던 태풍으로 수백 편의 항공편이 결항되었다. 출발일이 태풍의 끝자락이었던 터라 결항이 아닌 지연을 거듭하여 시드니에서 두마게티까지 30시간에 걸려 겨우 도착했다.
 
감사한 것은 결항이었다면 오랫동안 준비한 모든 일정이 헛수고로 끝날 수도 있었는데 늦었지만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웠다.
 
출발부터 힘든 여정이었고, 태풍으로 인한 엄청난 습도와 더위에 매일같이 땀으로 목욕하는 나날이었다. 또한 열심히 찍은 수많은 사진들을 선별하고 보정하는 작업은 쉬고 자는 시간을 줄여서 해야만 했다.
 
이유는 선교지에서 찍은 사진은 선교지에 남겨드리고 와야했기 때문이었다. 선교는 선교지를 위해 하는 것이지 가는 사람의 만족이나 교회에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돌아와서 일 주일간 여전히 그 사진들을 가지고 씨름하고 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가졌던 행복, 그리고 감동은 여전히 온 마음과 실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큰 도전으로 남았다. 그것은 그곳에서 만난 천사들 때문이다.

 
박성국, 이선영 선교사

 

▲ 불레싱교회 박성국 선교사     © 심상보

 

 
박성국와 이선영 선교사 부부는 중국 선교사로 사역하다가 아무 연고도 없는 필리핀, 그것도 한참이나 떨어진 네그로 섬의 작은 도시 두마게티로 와서 가정교회 형태로 한인이 아닌 현지인을 대상으로 섬기고 있다.
 
블레싱교회의 멤버 중 한국인이라고는 오로지 가족밖에 없고 현지인들을 오랫동안 하나하나 사랑으로 품고 섬기며 예수를 믿게 하고 있다. 처음에는 동네를 다니며 어린아이들을 전도하여 부모까지 목장모임에 초청하고 나아가서는 그들도 예수를 믿어 선교사가 섬겨준 대로 예수님의 제자를 만들어가고 있다.

 

▲ 모든 모임 때마다 성도들의 어린이를 돌보고 있는 이선영 선교사.     © 심상보



지금의 일꾼들과 목자들이 세워지기까지 수년간 비좁은 선교사의 집을 오픈하여 식사로 매 주마다 섬기고, 내 가족처럼 따뜻하게 품은 결과 모든 편견을 벗고 마음을 열어 예수를 영접하여 여기까지 온 것이다.
 
아들과 두 딸도 부모의 사역을 그대로 품고 함께 기도하며 동역하고 있는 모습은 내가 본 어느 선교지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데니스 목자

 

▲ 데니스와 멜디 부부     © 심상보



박성국 선교사 부부가 수년간 공들이고 사랑으로 품어 예수를 믿게 했고 세례 받고 블레싱교회의 첫 목자가 된 데니스. 선교팀이 데니스 목자의 가정을 심방하면서 거의 모든 팀원들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초등학교도 못나온 데니스, 일이 없어 하루에 3달러 정도밖에 못 버는 지극히 가난한 생활형편, 집까지 차도 못들어가고 전기도 없는 동네, 그러니 당연히 냉장고도 선풍기도 없이 그저 땀으로, 바람으로 살아야 하는 처지. 대나무로 얼기설기 엮은 사이로 밖이 다 보이고 비바람도 고스란히 다 맞아야 하는 새들의 둥지와도 같은 움막이었다.
 
1,2층 공간을 다 포함해도 3~4평 남짓한 공간의 조그마한 판넬 움막이었다. 게다가 주방은 1미터 남짓한 공간에 나무를 때서 밥을 짓는 작은 간이 아궁이가 두 개, 살림이라고는 노숙자보다 더 적은 몇 개의 그릇과 컵, 수도가 없어 물을 길어다 놓은 페트병 몇 개가 덩그러니 주방에 놓여 있었다.

 

▲ 보잘것 없는 데니스의 판넬 움막의 주방시설     © 심상보


 

▲ 데니스의 집을 방문한 송영민 목사.     © 심상보



이런 공간에서 매 주마다 어른 20여 명과 딸린 아이들이 무릎과 어깨가 맞닿을 정도로 붙어 앉아 비지땀을 흘리며 목장모임을 한다고 한다. 시장을 봐서 음식을 하여 함께 식사 교제를 하고 삶의 이야기들을 나누고 눈물로 기도하고 축복해주는 이곳이 바로 초대교회의 모습이었다.
 
그리하여 그가 섬기고 밥 먹인 불신자들이 세례까지 받고 교회의 헌신자로 점점 변해가고 있었다. 그로 인해 세례받은 자가 10명이나 된다고 한다.
 
박 선교사의 말에 의하면 그 적은 수입에서 70%를 목장 식구와 불신자 전도자인 VIP를 섬기는데 쓰고 나머지 30%만으로 자신의 가정을 꾸려 나간다고 했다. 엘리야를 위해 마지막 남은 미락루 한 움큼을 선뜻 내놓은 사렙다 과부가 생각난다.
 

버지니아 목자

▲ 목장 식구들과 기도하는 버지니아 목자(오른쪽)     © 심상보


여자의 몸으로 목부인 남편과 함께 목장을 섬기고 있다. 버지니아 목자도 데니스 목자처럼 자신이 학교도 제대로 못나온 무식한 목자라서 늘 죄송하다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선교팀을 향해 하나님이 블레싱교회를 위해 보내신 천사라며 하나님이 천사를 보내주심에 대해 감격하여 자신도 울고 모든 듣는 이들도 울게 했다. 우리가 아닌 자신이 오히려 천사인데....
 
버지니아 목자의 이런 마음을 그대로 이어받은 한 목장 식구는 마을에 살았는데 재개발로 인해 집 주인이 나가라 해서 쫓겨나다시피 멀리 인적 드문 산 속으로 가서 움막을 짓고 살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남편이 아파서 일을 할 수가 없고 돈이 떨어져 오고 가기도 어려운 처지라 한다. 그런데 교회와 목장 모임에 너무 오고 싶어하니 버지니아 목자가 주말에는 자기 좁은 집에 와서 목장 모임과 주일예배를 마치고 다시 가도록 했다고 한다.
 
그녀의 변화받고 사는 새 생활에 남편도 예수 믿게 되었고 또 순수하고 따뜻한 헌신과 섬김으로 인해 아들과 두 딸도 밤낮으로 교회에 와서 살 정도로 지극히 헌신적인 가정이 되었다.
 
세 명의 자녀 중 두 자녀가 싱글 목자로 섬기고 있고 다섯 식구 중 셋이 목자다.

 
어린 중·고등 학생들과 청년들의 헌신

 
블레싱교회의 많은 일들을 섬기는 일꾼들은 여느 교회처럼 장년의 어른들이 아닌 어린 청소년과 청년들에 의해 교회가 움직여지고 있었다. 13세의 어린 여학생으로부터 21살의 청년에 이르기까지, 학교와 일이 끝나는대로 교회로 달려와 온갖 일을 다한다.
 
교회 찬양팀과 교사, 온갖 굳은 교회의 잡일, 길거리 전도하는 일에도 늘 앞장서는 이들이었다.
 
선교팀이 공항에 도착했을 때에도 많은 성도들과 어린 학생, 청년들이 직장에서 짬을 내어 환영 이벤트를 해 주었고 밤늦게 선교팀이 두마게티를 떠날 때에도 공항까지 모두 나와 감사하다고 눈물을 흘리며 배웅을 해 주었다. 짧은 기간을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헤어질 때는 선교팀원들도 울고 목자들도, 어린 학생들도 우는 진기한 장면들도 벌어졌다.

 

▲ 블레싱교회에서 열린 1+1 VIP 초청 집회 전경     © 심상보


원래 가정교회의 단기선교는 현장 사역보다는 현지의 선교사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봉사 중심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들이 오히려 선교팀을 섬기는 모양새가 되었다. 우리 선교팀을 맞이한 저들은 마치 가정교회에서 하는 평신도 세미나를 하듯 준비하고 섬겨주었다.
 
이런 섬김은 모두 박 선교사 부부가 저들의 영혼구원에 대한 일념으로 섬겨온 일의 열매인 것이다. 천사의 섬김을 받고 다시 그 천사 같은 마음을 우리에게 전해준 천사들.

 
섬김과 순종, 그리고 열매

 
이번 선교 일정에서는 다양한 연령대가 동참했다. 주된 팀원은 박성국 선교사를 후원하고 섬기는 필리핀 목장의 몇몇 목장식구들이었지만 그외의 팀원을 수용하여 이루어졌다. 그중 가장 어린 일곱 살의 어린아이가 있었는데 단 한 번의 투정도 없이, 아프지도 않고 어른들이 하는 모든 일정을 따라다녔던 이 아이의 고백이다.

 

▲ 초등학교 전도집회를 앞두고 선물을 포장하는 청년들     © 심상보


오히려 아이로서는 도무지 상상못할 고백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전도하러 따라 다니느라 땀이 범벅이 된 상태에서도 "우리가 이렇게 힘들지만 그래도 전도하면 필리핀의 아이들이 이 더위보다 더 뜨거운 지옥불에 안 들어가게 되잖아요."
 
아하, 이 아이가 천사의 마음을 가졌구나....
 
두마게티를 떠날 때 박 선교사와 교회가 선교팀원들 개개인에게 선물을 주었는데 그중 모든 팀원의 특징을 살려 얼굴을 그려준 것이 있다. 내게는 무거운 카메라 두 대를 둘러 멘 사진가의 모습을 그려주었다. 거기에 한글을 그려가며 한글로 인삿말까지 써 준 선교지에서 받은 사랑과 섬김이 마음을 감동하게 한다. 이 또한 천사다.
 
우리는 ‘천사’하면 어린 아기의 모습에 두 날개 달린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성경에서 아브라함에게 찾아왔던, 롯에게 찾아왔던 여러 선지자들에게 나타났던 천사는 그냥 이 땅에 사는 사람의 모습으로 왔다.
 
이 땅에 천사가 있을까? 그냥 마음씨 착하면 천사라 하는 그 정도 이상의 그런 천사와 같은 사람들이 있을까? 그런데 나는 천사를 만났다. 그 천사들은 우리에게 하나님의 마음을 전해주었다.
 
너무 많은 것들을 누리면서도 감사가 적고, 늘 더 가지기 위해 욕심부리고, 하나님의 마음이 있는 죽어가는 한 영혼에게는 마음을 두지도 않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 천사들은 그냥 삶으로 보여주었다.

 

▲ 시드니수정교회 두마게티 단기봉사 선교팀.     © 심상보



그리고 하나님께 다시 시선을 두게 했다. 글자로 된 말씀이 아닌, 멋있는 미사여구의 설교가 아닌 살아있는 천사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깨달음을 주었다. 역시, 그 천사들은 날개가 없었다.〠


글·사진|심상보 사진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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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1/29 [17:02]  최종편집: ⓒ christian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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