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김훈/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0/01/29 [17:10]

Q: 명절 때 친척들이 모이면 술을 먹고 다투고 때로는 큰 싸움이 일어납니다. 너무 속상하네요.

 

A: 사람들은 평소에 못하던 마음의 스트레스를 취중에 표현하고 오랜만에 본 형제, 자매들인데 사랑하면서도 해결되지 않은 이슈들로 인해 서로를 공격하는 표현을 하고 아파하며 섭섭해 하고 또 죄책감을 느끼는 관계의 고통으로 인한 안타까움을 종종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면, ‘무엇이 우리의 관계를 이토록 힘들게 하는 걸까요?’
 
첫 번째는 해결되지 않은 나쁜 기억이 관계를 어렵게 합니다. 사람들은 동물과 다르게 기억을 잘합니다. 특히, 가까운 가족으로부터의 아프고 고통스러운 상처는 아주 깊이 온 몸으로, 정서적으로, 신경학적으로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상처가 더 나은 좋은 기억으로 덮어지고 바꾸어 지지 않는 한 아픈 기억은 각인되어 지고 강화되어지고 더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점잖게 살다가 몸과 마음의 아픈 기억을 자극하는 사건을 경험하면 다시 옛 기억을 곱씹어서 그 기억을 더 강하게 만들고 강하게 만들어진 기억에는 자기 합리화와 상상력, 왜곡된 사고라는 재료가 더해져 강한 신념으로 자리잡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월이 흐르면서 나의 기억은 더 나쁜 기억으로 더 큰 상처로 자리매김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사람들은 깨어진 관계의 회복을 위해 진실을 대면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회피라는 방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관계가 힘들 때 용기를 내어 부딪히며 지속적인 노력을 하기보다는 멀리 떠나 버리거나 관계의 단절을 결정합니다.
 
회피하거나 단절을 할 때 관계의 아픈 기억이 좋은 기억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됨으로 관계는 더 힘들어집니다. 관계는 무조건 회피하거나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직면하고 부딪혀서 진실을 대면하고 용서를 구할 부분은 용서를 구하고, 용서해 줄 부분은 용서하여서 관계를 풀어나가는 시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관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가족과의 관계에서 회피와 단절은 분노와 죄책감을 형성하고 그로 인해 우울증을 유발시키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회피와 단절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전에 할 수만 있다면 충분한 화해와 대화의 시도 그리고 문제를 직면해 보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고 보겠습니다.
 
세 번째로 관계는 늘 쌍방으로 이루어집니다. 내 입장만 생각하면 관계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자신은 피해자이고 상대방은 가해자라고 생각할 때 관계의 회복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입장을 아들은 아버지의 입장을 이해해 보려고 할 때, 부자 간의 관계의 회복은 가능하고 아내는 남편을 남편은 아내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할 때만 관계의 회복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관계에서 어려운 관계를 겪고 있을 때, 혹시 나는 내 입장에서만 보고 있고, 상대방은 ‘가해자’ 나는 ‘피해자’, 상대방은 ‘나쁜 놈’ 또는 ‘틀린 놈’ 나는 ‘옳고 바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흑백 논리로 관계를 보고 있지 않은 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를 이토록 힘들게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쉽지는 않지만,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만큼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질 것입니다. 좋은 관계로의 회복을 위해 상처로 인한 기억을 치유하여, 현재의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하고, 관계의 회복을 위해 불편하고 어려운 관계를 직면하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애쓸 때 우리는 좀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로 인해 기쁨과 감사가 늘 넘쳐나는 삶으로 한걸음 한걸음 더 나아 가시길 주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김훈|호주기독교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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