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의 갑옷’을 벗어 던져라

이태형/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0/02/24 [15:46]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LA돌비극장에서 열린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휩쓸며 전 세계를 뒤흔든 봉준호 감독이 전한 말이다.
 
봉 감독은 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었는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였습니다. 그 말을 한 분은 바로 우리의 위대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입니다.”
 
진심을 담은 그의 발언 이후 청중들은 일제히 노거장을 향해 기립 박수를 보냈고 스코세이지 감독은 감격한 표정으로 답례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울림이 컸던, 인상적 장면이라는데 이론이 없을 것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란 말에서 수천 년 전 엘라 골짜기에서 거인 골리앗과 맞선 소년 다윗을 생각한다. 그 골짜기에서 다윗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사실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는 자신들을 조롱하는 골리앗에 압도당한 이스라엘 사람들과 달리 ‘개인’으로 담대하게 골리앗에 맞선다.
 
그가 두려움 없이 골리앗과 맞설 수 있게 된 것은 하나님께 사로잡힌 상상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날 엘라 골짜기에는 ‘골리앗에게 압도당한 타락한 상상력’과 ‘하나님께 사로잡힌 창의적인 상상력’이 존재했다. 다윗이 하나님께 사로잡힌 창의적 상상력을 지니게 된 것은 평소 일상의 삶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철저히 연습했기 때문이었다.
 
영성가였던 유진 피터슨은 “하나님의 임재를 삶으로 경험한 다윗에게는 들리지 않는 하나님의 말씀이 들리는 사자의 포효보다 훨씬 더 실제적이었다”고 말했다.

 

다윗은 “이 할례 받지 않은 블레셋 사람이 누구이기에 살아계시는 하나님의 군대를 모욕하겠느냐”(삼상 17:26)라며 골리앗에게 압도당한 이스라엘 사람들의 영적 각성을 촉구한다. 그들에게 살아계신 하나님의 위대함을 상기시켜 준 것이다.
 
그런 ‘하나님께 사로잡힌 상상력’의 사람들에게 세상은 그저 관성에 따라 ‘골리앗에게 압도당한 타락한 상상력’으로 반응한다. 단기필마로 골리앗에 나서는 다윗에게 사울 왕은 자신의 갑옷과 투구를 준다.
 
사울 왕뿐 아니라 온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것이 비록 최소한의 장비라 할지라도 다윗을 보호해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정답이 아니었다. 골리앗과 맞서기 위해서는 발상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창의력이 필요했다.
 
다윗은 사울의 투구를 벗고 칼을 풀고 갑옷을 벗어 던졌다. 거추장스러운 사울의 갑옷 대신 평소 양들을 치던 막대기와 물맷돌 다섯 개를 갖고 골리앗을 향해 달려갔다. 그것들은 다윗이 지닌 가장 개인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골리앗에 맞설 가장 창의적인 수단이었다.
 
다윗이 사울의 갑옷을 벗어 던졌을 때, 그는 이 세상의 중력을 거부한 것이다. 중력의 지배를 받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사람들의 그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울의 갑옷을 벗어 던지고 다윗은 갑자기 거인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개인적이며 창의적인 행동은 이스라엘 군대뿐 아니라 골리앗이 있는 블레셋 진영까지 당황스럽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윗이 옳았다. 물맷돌 한 개가 골리앗의 이마에 박혔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상상력을 지배했던 거인이 쓰러졌다.
 
지금 한국교회와 사회에 필요한 게 바로 이것이다. 이제 사울의 갑옷을 벗고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가장 개인적이면서 창의적인 방법으로 거인을 향해 돌진해야 한다. 우리를 두렵게 하고 우리의 정신을 세뇌시킨 이 땅의 거인들을 향해.〠


이태형|현 기록문화연구소 소장, 고려대 사학과 및 미국 풀러신학대학원(MDiv) 졸업, 국민일보 도쿄특파원,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 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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